심 봉사의 외침처럼 울려 퍼지는 순희의 외마디 소리(두만강)와 혜화의 난 뭐냐는 대사(혜화,동) 장면에서 절망과 희망, 상실감을 느낀다.

2010년 조선족 출신 장률 감독의 두만강과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 이라는 두 편의 독립영화 이야기다.

두만강, 멀게는 김정구 선생의 두만강 푸른 물에~ 가깝게는 강산에의 라구요 라는 노래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토끼 귀, 이미지로 남아 있는 강,

하나 더 들먹인다면 그 강변에는 탈북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압록강, 두만강의 탈북자 문제는 뉴스에 간간이 나오는 메뉴이기도 하다.
두만강에 주인공 초등 생 창호는 한국에 돈 벌러 간 엄마와 할아버지와 누나와 같이 살고 있는 두만강 강변 마을아이이다. 할아버지는 시종일관 어눌하고 무표정한 연기지만 사실감을 배가시킨다.

관조의 표정으로 일상을 살고 있는 게 아닌 달관의 삶을 사는듯한 인상이다. 창호에게 두만강이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카메라는 건너편 두만강을 팬(Pan) 하여 보여준다.

창호 누나 순희는 언제부터 말을 잊었는지 벙어리다. 어릴 적 북한에서 넘어온 때를 회상하는 넋 나간 촌장어머니는 매번 두만강을 넘는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 아들 촌장은 동네 부두장사 여자 용란과 불륜관계다. 구멍가게 창호 친구아버지는 탈북자 밀입국장사를 하다 잡혀가고, 외상술 을 사먹는 주민 두 사람은 구멍가게 담벼락에서 일이 있어야지…… 탄식하면서 술을 마신다.

두만 강변 외딴마을은 나이든 사람과 아이들만 있는 촌 동네지만 다른 마을과 다를 바 없이 있을법한 모든 말썽과 작태가 있는 곳이다.

두만강을 넘어온 북한아이 정진의 밥 먹는 모습은 북한의 굶주린 정세를 상기시킨다.

자기 밥이라는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서일까? 비벼먹은 밥은 정진이 북에서 먹는 생존의 식사 방법이다. 강변마을처럼 젖 가락으로 먹는 밥은 잊은 지 오래다.

할아버지와 창호가 창호엄마에게 보내는 약 소포는 주소가 대한민국 구로구로 나온다.

한국은 일하기 힘들다고 한국에서 일해봤다는 연변 우체국 아가씨. 동네아이들과 국경경비대와 동네축구 장면 이곳이 두만강이 국경임을 암시한다.

이런 씬 들은 한국과 북한, 중국이라는 이야기 무대의 구분이 명확히 되는 장면들이다.

무산일기에서는 승철,경철 친구들의 회식 장면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한국의 시급이야기와 양주와 플레이보이지 잡지이야기, TV에서는 북한정치소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 북한의 동시적 모습이 탈북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양 한 프레임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장면이다.
 
감독은 창호의 어린 시선을 좋아한다. 북한에서 굶주림 때문에 두만강을 넘어온 정진이 나오는 쇼트를 보면 그렇다.

북에서 넘어올 때와 두만강에서 북으로 넘어갈 때(핸드헬드) 각기 다른 카메라 위치는 어떤 의미일까?

그만큼 감독의 생각은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한 느낌이다. 창호 내는 북에서 넘어온 어느 탈북자에게 잠자리와 따뜻한 밥을 먹인다. 할아버지와 창호가 읍내에 간 사이 순희는 겁탈을 당한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북한의 선전방송은 탈 북한 그자에게 어떤 악몽이었을까? 식욕을 채우고 성욕 때문에 순희를 겁탈했을까? 단순한 의문이지만 영화가 끝나는 내내 의문으로 남는다.

두부가게 여자 용란의 정사장면을 아이들이 훔쳐본다. 이미 이 조그마한 동네에는 소문이 난 상태이다.

말린 명태를 도난 당한 후 한탄하는 할아버지, 도난 당한 양들.. 두만강 변 마을에서는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국에 돈벌이간 엄마의 전화에 속수무책인 순희, 말없는 순희에게 차가운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순희는 보고 싶다.

순희의 무력감. 순희에게는 절망적인 두만강 일 뿐이다.
창호는 친구들로부터 순희 누나가 겁탈당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날부터 두만강을 넘는 탈북자를 용서 않는 창호. 탈북자 한 명 두 명을 몽둥이로 린치를 가한다.

북한아이 정진에게서 장난감 선물을 받은 창호는 북한친구 정진만은 윗동네 축구시합 때문에 용서를 한다.

정진은 중국경찰에게 밀 입국자로 잡혀 가고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창호는 더도 말고 거꾸로 뛰어내려 죽는다.

그 순간 심 봉사의 환희의 외침이 아닌 비극적 외침일까? 순희는 중절 수술 도중 말을 하게 된다. 절망 속에 소통이 되는 순간이다.

순희에게  두만강 다리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촌장의 어머니, 할멈은 순희가 그려놓은 두만강 위 희망의 다리로 걷는다. 넘어지지 않고 잘도 건너고 있다.

 

현대인은 많은 것을 접하지만 많은걸 잃어버리기도 한다.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수 있는 존재들, 상실감에 길들여져 있는 이야기를 혜화,동에서 느낄 수 있다.

혜화,동은 미혼모이야기이다. 그저 그런 이야기가 담백한 우리의 상실감 이야기이다.

주인공 혜화는 버려진 개들을 데려와 키우는 일에 몰입하는 여자다. 그녀에게 어떤 아픔이 있음을 유기된 개 앞에서 참치를 꺼내 먹는 장면으로 암시한다.

재개발지역 폐허 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혜화, 소시지처럼 생긴 것을 달고 다니는 탈장 걸린 개의 모습에 순간 역겨움이 몰려온다.(그 개는 혜화의 아픈 기억의 강아지다)

그 개를 잡기 위해 설치한 덫에 걸린 혜화, 그녀는 덫에 걸린 마냥 오도가도 못한 삶 속에 정체되었던 때가 있었다.

절룩거리는 예비군, 사진을 돌려놓는다. 한수는 피아노를 친다. 흐르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는 혜화의 잊어버렸던 아픈 추억을 상기시키는 음악이다.

한수와 혜화, 이 둘은 사랑을 했지만 아이를 놨는 과정에서 헤어지고 만다. 이유는 아기아빠 한수의 무책임이다.

지극히 깊고 당연한 사랑을 꿈꿨던 혜화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었고 이제는 되돌이킬 수 없는 아픈 추억이다.

그녀의 큰 상실감이 그의 일상이 되게 만든 것이다. 손톱 깎는 혜화 그녀는 깎은 손톱을 통에 모두 모아놓는다. 과거 시간에 대한 애착이다.

버려진 것들에 대한 대물림과 동질감(혜화와 버려진 개를 데려다 키우고)은 이 영화의 중심이다.

느닷없이 5년 뒤 다시 나타난 한수는 혜화에게 딸이 살아있다고 말한다. 다시 마음이 움직이는 혜화 그러나 한수의 찢어진 우리 세사람 가족이 될 수 있었는데…

이 한스러운 한수의 대사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난다. 용서할 수 없었던 혜화는 한수를 용서한다. 한없이 나락에서 허우적 될 수만은 없는 게 아닌가?

두만강은 독립영화 등식에 알맞은 영화다. 주류영화에서 볼 수 있는 상투적인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혜화,동은 상투적이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독립영화의 틀을 쓰고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화다.

거기에는 연기의 빛을 발하는 혜화, 유다인이라는 배우가 있어도 지만, 민용근 감독이 상실감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무거운 삶을 탐미적인 카메라로 훑고 달리면서 재미있게 그려놨기 때문이다.

튀지 않고 도드라지지 않는 조용함. 민용근 감독은 그런 담백한 영화를 가지고 우리 곁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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