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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즈 어파트 Seconds Apart

 

미국, 2011. ☆☆☆★

 

An After Dark Films/Lionsgate Production. 화면비 1.85:1, 1시간 28

 

Director: Antonio Negret

Executive Producer: Damian Shennon

Producers: Eryl Cochran, Mark Swift

Screenplay: George Richards

Music: Lior Rosner

Cinematography: Yaron Levy

Production Designer: Hannah Beachler

CAST: Orlando Jones (램킨형사), Edmund Entin (조나 트럼블), Gary Entin (세스 트럼블), Samantha Droke (이브), Morgan Shaw (리타), Jennifer Foreman (케이티), David Jensen (후스카 박사), Louis Herthum (오웬), Marc Macaulay (진셀메이어 신부)

 

[세컨즈 어파트] 는 애프터 다크 필름이라는 회사가 자주 제작한 작품이다. 애프터 다크는 미국에서 저예산 (“B급영화” 라는 표현은 적절한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호러영화를 필름 페스티발 형식으로 공개한 뒤 페스티발에서 벌인 GV 라던가 관객 콘테스트라던가 하는 행사를 나중에 부가영상으로 담은 디븨디를 발매한다는 한국에 디븨디시장이 저렇게 쫄딱 망하지만 않았다면 누군가가 해봐도 됐음직한 아이디어로 상당히 성공했는데, (한국영화 [두사람이다] 와 일본영화 [윤회]도 이 애프터 다크 시리즈로 출시되었었다. 솔직히 아시아 호러를 보는 안목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직접 영화 제작에도 나선 모양이다. 여전히 저예산이지만 이 [세컨즈 어파트]는 좀 한심한 이류작도 간혹가다 끼곤 하던 애프터 다크의 왕년의 라인업을 기억하는 나같은 호러팬들에게는 운니지차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놀랄 정도로 잘 만든 일편이다.

 

세컨즈 어파트 (“몇 초 차이로”) 라는 용어는 쌍둥이가 출산했을 때 한쪽이 다른 쪽보다 불과 몇 초 빨리 태어나서 형과 동생으로 갈라지는 상황을 일컫는 표현인데, 쌍생아에 대한 영화임을 신속하게 전달해 줌과 동시에 영화에서 벌어지는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의 증폭이라는 주제에도 걸맞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쌍생아에 대한 호러영화도 장마철 편의점의 아이스크림 통에 들어있는 꽝꽝 얼은 아이스바의 숫자 만큼이나 많고, 그 대부분이 “쌍생아의 한쪽은 나쁘고 다른쪽은 좋다” 라던가 “쌍둥이가 너무 닮아서 친지들이나 심지어는 연인들도 그들이 뒤바뀌어서 다른 쪽인 척 하더라도 다 속아넘어간다” 는 (쌍생아의 친척이나 친구들을 둔 분들이시라면 아마도 현저하게 현실감이 부족하다고 느끼실) 구태의연한 설정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세컨즈 어파트] 는 솔직히 그러한 클리셰들과 전혀 차별화되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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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네그레 감독 이하 이 일편의 제작진은 호러영화의 장르적 공식에서 벗어나고는 싶은데 상상력은 모자라고 그래서 미적거리면서 뭔가 호러영화가 아닌 다른 것인체 하는 대신에 클리셰들을 부둥켜 안고 정면돌파한다. 차별화되는 점은 내용이나 설정보다도 네그레 감독과 각본가 조지 리처즈의 독특한 작가적 시점과 스타일, 그리고 미국 남부 루이지아나의 카톨릭 사립학교라는 지극히 고딕적인 배경의 조합에 있다. 캐릭터들도 많이 보던 타이프의 인물들의 변주이지만 상당히 공을 들여서 주조되었고 꽤 복잡한 동기를 부여받고 있다. 주인공 쌍생아역의 에드먼드와 게리 엔틴은 솔직히 그렇게 연기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 생기긴 무척 잘 생겼다. 젊은 여성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일듯) 그들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은 과도한 유사성- 불쾌감과 불안 조성, 미묘한 차별성- 관객들의 공감대 형성, 과도한 차별성- 파국이라는 각본의 구조와 맞물려서 잘 돌아가고 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신경을 써서 에드먼드와 게리의 영상을 나열하고, 배치하고, 구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영화의 적당 개소에서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미묘하게 엇박자로 수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에게 모종의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웬만한 영화에서는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는 형사 역할의 올란도 존스도 코메디언 하던 흑인 배우를 기용했다는 의표를 찌르는 캐스팅인 건 좋았는데, 이 캐릭터의 카톨릭적 죄의식이 너무 강해서 막판에 가서는 쌍생아들의 딜레마로부터 초점을 약간 비켜나가게 만드는 것은 허점이라면 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예산이지만 놀랄 정도로 퇴폐적이면서도 아름답고도 매혹적인 루이지아나 늪지대의 풍광과 프로덕션 디자인을 통해 결코 허술히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장화 홍련] 과 이상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어쩌면 김지운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는 “반전”이 나오긴 하지만 영화 자체가 모두에 설치한 설정의 나름 논리적인 결론이라고 보기 때문에 별로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또한 흥미있는 점은 감독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팬이라 여겨진다는 점이다. 영화의 주제가 크선생님의 걸작 [데드 링어스] 의 자장권 내에 속해있다는 것 이외에도, 쌍생아 중 한 명의 이름이 “세스 트럼블 ([더 플라이] 에 나오는 과학자 이름은 “세스 브런들”)” 이고, 그들의 출생에 관한 비밀은 [스캐너스]를 연상시키고, 또 심지어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형태의 [비데오드롬] 오마주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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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크선생님의 예리한 분석적 호러에 엎드려 바치는 경배에도 불구하고, [세컨즈 어파트]의 기본적인 유전적 정체성은 고딕 호러이다. 부모 세대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파멸해서 스러져가는 아름답고 애처럽지만 역시 사악한 뱀파이어, 아니 초능력자 소년들의 얘기니까. 위대한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즐길 만한 수준작이다. 남자 주인공은 괴물인데도 살인은 커녕 강아지도 괴롭히지 않고 여자 주인공이 어장 관리 잘하는 긴 생머리 여자애, 뭐 이런 류에 속하지 않는 고딕 호러의 팬들과 크로넨버그 선생님의 광팬 여러분께 추천드린다.

 

사족: 그 사람 몸속에 살면서 3미터인지 뭔지 사람의 키보다 더 크게 성장해서 물속에 발을 담그면 거기서부터 알을 낳으러 기어나온다는 아프리카 기생충 얘기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여러 번 들은 바 있는데 그걸 실제로 영상화한 것을 본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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