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2011.01.25 21:39

곽재식 조회 수:4828

2011년 1월을 장식하는 최신작, 듀나의 단편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지난 단편집 "면세구역"과 "태평양횡단특급"의 그 기념비적인 위치에 조금도 흠이 되지 않는 또다른 무척 재미난 책 입니다. 내용은 다채롭고, 모두 재미있습니다. 인간성에 대한 가치와 도덕에 대한 개념이 뒤흔들릴 정도의 기술적 혁신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 SF물들이 다수입니다. 그리고 그런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다른 소설, 환상소설 요소가 가미된 짤막한 이야기들도 꽤 들어가 있습니다.


(표지)

최근 몇년간 읽어온 단편소설집 중에서 단연 가장 재미난 축에 속하는 내용 입니다. 비교대상이 꼭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읽는재미와 "박진감" 곧 "심장을 빨리 뛰게 하는 느낌"만 놓고본다면,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정도의 책은 월등히 능가하고, "세계대전Z"를 "단편집"으로 본다고 해도 충분히 이 책이 맞먹을만 합니다. 이야기의 다채로움이나, 심각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폭넓은 느낌은 "세계대전Z"보다 낫다는데 별 반대가 없으리라 생각 합니다.

단편집이니 만큼, 실려 있는 전체 이야기들에 대해서 짤막짤막하게 소개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반전이나 결말을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만, 아래에서 주요한 구성 수법도 언급은 해 보겠습니다.


1. 동전 마술
주인공은 동전을 허공으로 던졌는데 갑자기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고 평생 잊지 못합니다. 환상적인 수수께끼 하나를 제시하고 낭만적으로 서술하는 짧은 이야기로, 20세기 전반에 많이 나왔던 "환상소설" 분위기 입니다.

2.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
역시 환상 소설류의 짧은 이야기로, 내용은 갑자기 사람 머리 위에 컴퓨터게임 캐릭터에 따라붙는 아이콘 같은 물음표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동전 마술"과 구성이 다른 점은 작은 허깨비 같은 일이 점점 커져서 세계적인 대사건으로 커져가는 점층법의 긴장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3. 메리 고 라운드
두 사람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두 사람 중 한 사람과 내연의 관계였던 다른 사람이 등장 합니다. 이야기는 이 세 사람의 관계에 숨겨진 비밀을 다단계로 폭로하는 형국으로 되어 있습니다. 풍자적인 면이 강한 통속극 줄거리 요약체의 간결하고 흥겹고 속도가 빠른 문체가 굉장히 멋집니다. 흔한 일일연속극류의 갈등극을 농담거리로 활용하듯이 사건들을 몰아붙입니다. 웃기고 웃음거리 같은 분위기가 굳건하면서도 그 뼈대에 서려 있는 본바탕의 애절함, 심각함은 또 그대로 남아 있는, 힘이 넘치는 이야기였습니다.

4. A, B, C, D, E & F
인터넷에서 한 사람이 아이디 두 개를 만들어서 자기가 아닌 척 하는 현상 때문에 속고 속이고 꼬이고 하는 이야기 입니다. 엉망진창 대소동을 다룬 소극(笑劇, farce) 분위기가 강한 이야기로, 장난스럽게 짜여져 있습니다. 어물쩡 서술시점을 살짝 되물리며 사건의 객관성과 주관성의 벽을 돌파시키는 수법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류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5. 호텔
난데없이 중간에서 시작하기(in medias res) 수법을 잘 활용한 이야기의 모범입니다. 이야기가 시작하면, 뭔 게임이나 경기 같은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사람들이 모두 "시스템"이라는 것을 굉장히 대단하다고 하는 배경을 보여 줍니다. 이런 배경에서 그 게임/경기 같은 것에 참여한 딸이 갑자기 반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출발하는 이야기 입니다. 이게 다 뭐하는 것인지 이야기 중간에 하나둘 드러내는 맛이 교과서적이고, 얼핏 가볍게 흘러갈만한 이야기에서 매끄럽게 중세 신학자들의 철학, 고민에 관한 소재들을 끌어들여 놓은 모양도 부드러웠습니다.

6. 죽음과 세금
역시 난데없이 중간에서 시작하기(in medias res) 수법을 쓴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장수하는 세상이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한 영화에 많이 나오던 거대한 음모의 중앙에 뛰어든 사람의 이야기와 정부 비밀 조직의 묘한 엎치락뒤치락 하는 이야기로 맞물려져 있습니다.

7. 소유권
"사람 같은 로봇은 자아가 있다고 해야 할까?", "튜링테스트의 원래 이상이 말이 되는 걸까?"하는 고전적인 SF물의 핵심 소재를 부드러운 솜씨로 또다르게 풀어낸 기술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작가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한 현실의 소재들을 어떻게 배치해서 얽어 놓으면 반복되던 중심소재를 또 다른 맛을 가진 이야기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솜씨 좋은 내용입니다.

8.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외계 문명과의 만남, 별별 이상한 것들이 끝없이 광활한 공간사이에 펼쳐져 있는 드넓은 우주를 돌아다니는 탐험자들의 이야기를 기본 구도로 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비글", "스타트렉" 류의 가장 대표적인 SF물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듀나의 주특기들을 듬뿍 투입해서 꾸려놓은 이야기 입니다. 머나먼 우주여행을 하는 방식, 외계인과 지구인의 관계에 대한 묘사는 극적이고도 서사시적인 맛이 있고, 배경에 슬쩍흘러든 "북한"에 대한 묘사는, 보기에 따라서는 "햇볕정책"의 북한관을 비판적인 시각도 가미해서 무척 잘 다듬은 축에 속한다고 여길만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9. 여우골
조선시대 깊은 산골을 지나다가 여우에게 홀린 선비 이야기를 꾸며 놓은 예스러운 문체의 이야기 입니다. 정형화된 이야기입나다만, 수많은 공포물, SF물을 접한 현대 작가의 밑천을 잘 깔아 놓으면서 신비감을 더하는 정도가 얼마만큼인지 살펴볼만합니다.

10. 정원사
자기만의 거대한 우주식민지(스페이스 콜로니) 우주선을 별장처럼 여기면서 외따로 살아가는 학자가 자기 우주선의 동식물들이 어째 좀 이상해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출발하는 이야기 입니다. 굳이 이야기 해보자면, 간만에 만나보는 "듀나 이전 시기의 한국 SF 소설" 풍의 이야기 입니다. 철학적이거나 사회비판적인 소재가 하나 있고, 이 소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어떤 미래의 상황을 배경으로 해서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막판에 반전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묘사와 이야기 꾸밈 면면에 "듀나 이후 시기"의 요소도 틈틈히 볼 수 있습니다.

11. 성녀, 걷다
신비로운 전설이 얽힌 중부 유럽 어느 마을의 한 커다란 동상을 소개하는 이야기 입니다. 동상이 왜 신비로운 것인지 알려주고, 세세한 주변 이야기와 여러 해설까지 덧붙여 놓은 짤막한 구성입니다. 앞의 짧은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소재를 하나 제시하고 그걸 낭만적으로 꾸며내는 모양의 이야기 입니다. 신비감, 동화적인 아름다움이 빼어난 이야기인데, 그러면서도 펼쳐내는 사연만 두고 보자면 카프카나 카뮈 류의 극히 우울한 소설들과 통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을 계속해서 밝고 아늑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감돌게 해놓았다는 면은 멋졌습니다.

12. 안개 바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또다른 주인공들의 다른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 자체도 세 토막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 첫째는 머나먼 수수께끼의 행성에 찾아온 노인들이 정착하려고 애쓰다가 어떤 결론을 빚었는지하는 이야기
- 둘째는 그 노인 집단의 후예들이 일구어 놓은 도시들의 독특한 문화와 이걸 동경해서 찾아온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
- 셋째는 그 할머니와 같이 온 여행사직원과 행성주민들이 수수께끼가 가득한 행성의 남쪽바다를 항해하는 이야기

입니다. 계속해서 진기한 소재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세토막의 이야기가 지금보다 더 멋지게 연결되는 맛이 있을 수 있으면 어땠겠나 싶기도 합니다. 셋째 부분 이야기에서 굉장히 멋지게 등장하는 "늑대의 노래" 같은 소재는 복선도 좀 얽어놓고 분위기 고조도 좀 잘하고 해서 더 멋지게 써먹어야 마땅하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13. 디북
뇌에 연결해서 진짜 진짜같은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돌아다니는 상황을 다루면서 출발하는 이야기 입니다.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파국의 전조를 만들고, 결국에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의 대파국이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구도만 놓고보면 듀나의 옛 단편 소설 중에 영화같은 극적 존재를 만들어내는 식물형 외계인을 다루던 형식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더 묵직하고 거창한 구도로 진행됩니다. 닥치는 대파국 역시 거기에 어울립니다. "가상현실"이야기라면 맨날 나오는 전형적인 대파국이 "그렇다면 우리 세계도 꿈인 줄 어떻게 아는가? 이럴수가이럴수가... 그러면 여기는 꿈속이란 말인가? 몰라몰라..."인데, 이 이야기의 대파국은 이런 수준의 고민을 한 번 지그시 밟고 올라서서 돌파하는 더 화끈한 문제를 꺼내다 놓습니다. 유태 카발라가 직접적인 소재로 나오기도 합니다만, 역시 신학에서 유래한 소재를 거슬리지 않게 유연하게 연결해 둔 이야기입니다. "호텔"과 견주어 보자면, 이 이야기는 근현대에 나온 각종 "신"에 대한 관점들이 튼튼한 양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정도 되는 책이라면 좀 더 일찍 볼 수 있다면 좋았겠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지난 태평양횡단특급이 나온 것이 벌써 9년 전이었습니다. (세상에, 그동안 우리 모두 이렇게 나이가 들었습니다...) 결혼과 함께 전성기에 딱 영화계를 떠났던 옛날 김혜정이나 남정임 같은 영화배우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래도 9년만에 조금도 빠지지 않은 수준의 이야기를 이렇게 보여주니, 그러려니 할만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보면, 이런 생각은 들기 마련입니다. 그 사이에 나온 "대리전"이나 "용의 이" 같은 책들이 굳이 "장편"스럽게 뭔가를 써야 한다는 어떤 의뢰나 이 바닥의 현실에 쫓긴 듯해 보이는 맛이 없지 않았다던가, 이 단편집, 저 단편집에 하나 둘씩 떨구는 이야기만 흩어져 있기에, 단편집을 사서 보게 되기는 하는데, 어째 "쇼!음악중심"이 몇 시간 째 방영되더라도 맨 나중에 나오는 소녀시대 나오는 부분만 보게 되는 듯한 형국이, 저는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정도 되는 책이라면 좀 더 자주 나오고, 좀 더 평가 받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 짧게 잠깐 해 보았습니다. 9년만에, 겨우겨우 9년전에 마땅히 왔어야 하는 자리에 온 듯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출근길, 어느 도로가 막히는지 CCTV 화면을 보면서 졸린 잠을 쫓고, 퇴근길 집에 와 보면 김태희쇼와 현빈쇼 중에 둘 중 하나를 골라서 봐야 하는 게 하루하루 인생이 지나가는 운행시간표 아니겠습니까? 이런 세상에서 살면서 500, 600년전의 유럽 신학자들이 떠올렸던 생각 중에 지금 우리도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을 다시 돌이켜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이나, 더 발음하기 어려운 유럽사람 이름으로된 작가의 팬이 아니라면, 언제 또 인과론, 우주론에 대한 정합성과 같은 철학의 궁극적인 문제들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겠습니까? 이게 사실 짜릿하고 감동적인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 책은 고래로 걸작 SF 단편 소설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런 이야기 거리들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잘 잡아내서 드러내 보여 주는 인생의 몇안되는 기회가 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꾸며내는 작가 듀나 고유의 독특한 솜씨, 과감하고 신선한 구성 방법, 싱싱한 글감, 몰아치는 진기한 구경거리와 애틋한 감정들이 빚어내는 감흥도 여느 걸작 못지않게 풍부한 이야기들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단편소설 한 편 한 편에 대해서 따로 하나 씩 글을 써서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그 밖에...

내달리는 김에 좀 과장에서 시원하게 말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면세구역"이나 "태평양횡단특급"이야 말로 그런 위치에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감히 말해보자면, 요즘 나오는 책 중에서 손자에게 물려주면 손자가 "그 책의 초판이 우리 집에 있다"고 자랑할 수 있을만한 책에 낄 수 있는 책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행복하기도 하지. 90년대만해도, SF동호회에 접속해보면, "한국은 미국처럼 문명의 최첨단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서, 한국을 배경으로 SF소설을 쓰는 것은 어색하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라는 주장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었는지 모릅니다.

듀나는 그 벽을 보란듯이 깨뜨려서 망망한 새로운 문학의 대지를 보여준 작가라고 한 번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듀나는 굳이 그 벽을 깨는 용사라고 망치자랑하면서 돌격한 작가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무슨 듀나 본인이 앤 드멀미스터의 모델도 아니었을텐데, 그야말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런 새로운 이야기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걸 축구 한국 대표팀 경기를 보는 뿌듯함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 보면 새 브랜드나 새 아이팟 모델이 한국에도 들어왔다는 편리함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한국어를 쓰면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책을 보고 있는 데, 그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나도 보던 사회, 나도 느끼던 정서를 날카롭게 활용하는 이야기라면 감상의 격이 분명히 다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지금 책에 어울리는 말이라기 보다는, 듀나가 처음 "나비전쟁"을 냈을 무렵인 20세기 말에 꺼냈어야 마땅한 말이었겠습니다만, 뒤늦게 한 번 돌이켜 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2388
241 [영화] 죽엄의 상자 (1955) / 사랑의 병실 (연도 미상) : 발굴, 김기영 감독의 초기작! [4] oldies 2011.05.30 4275
240 [드라마] 시크릿 가든 [2] 감동 2011.05.28 3918
239 [영화] 빅 스틸 (The Big Steal, 1949) [21] 곽재식 2011.05.26 3099
238 [영화] 할복 (切腹, 1962) [5] [1] oldies 2011.05.24 7278
237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3] [16] 곽재식 2011.05.20 4888
236 [오페라] 발퀴레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11년 5월 14일. [2] [1] 베베른 2011.05.18 3000
235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The Curse of Frankenstein <유로호러/지알로 콜렉션> [23] Q 2011.05.13 6747
234 [영화] 토르 Thor [3] [1] 곽재식 2011.05.10 4754
233 [영화] 소스 코드 Source Code [6] [1] 곽재식 2011.05.06 4723
232 [영화] 소스 코드 Source Code [4] [18] Q 2011.05.06 6245
231 [책] 송가네 공부법 - 송하성 [2] [1] clancy 2011.04.29 4173
230 [영화] 교감에 실패한 제인에어 [2] [16] 무비스타 2011.04.28 4366
229 [영화] 35 럼 샷 (35 Rhums, 2008) : 한 아파트 네 사람들 [2] 조성용 2011.04.27 2603
228 [영화] 호수의 여인 (Lady in the Lake, 1947) [2] [1] 곽재식 2011.04.21 3375
227 [영화] 프랑켄슈타인과 지옥에서 온 괴물 (Frankenstein and the Monster from Hell, 1974) [2] [1] oldies 2011.04.20 3054
226 [드라마]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 1화 [3] 핫파이 2011.04.19 7182
225 [영화] 앤젤 페이스 Angel Face [1] 곽재식 2011.04.09 9215
224 [영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1] 곽재식 2011.04.04 4675
223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 쓸쓸하고, 무심하며, 매몰차던 영화 [3] [13] 눈이내리면 2011.04.02 4307
222 [영화] 건 크레이지 Gun Crazy [1] 곽재식 2011.03.29 299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