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동"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1988년작 홍콩 영화로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영화 입니다. 소위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기에 나온 영화가 바로 이 "대행동" 입니다. 이 영화는 정석 느와르 영화들 처럼, 아예 범죄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아니고, 악랄한 범죄자들에게 맞서 싸우는 경찰들이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범죄자에게 처참하게 살해 당한 동료의 복수를 하기 위해, 형사들이 무리해가며 힘겹게 싸우고 그러다가 좀 막나가기도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사나이의 운명을 총성의 메아리와 바꿀 자, 그 누구인가!!
- 당시 포스터: 당시 상황을 반영하여 왕조현 얼굴이 크게 박혀 있습니다만, 결코 왕조현은 주연급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특징으로 모든 사람이 하나 같이 지적하는 것은 바로 피 튀기고 죽이는 장면이 좀 격하다 싶게 나온다는 것 입니다. 그렇다고해서 공포 영화 분위기로 칼질 장면이 나오는 것이라거나, 무서움을 주기 위해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분위기와는 아주 많이 다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유혈낭자 장면들은 바로 옛 홍콩 영화 무협물의 장면 처럼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60, 70년대 무협물에서 서로 칼싸움 하다가 베이면 과장된 몸짓으로 신음하며 피 흘리다가 죽는 악당들이 나오고, 적에게 팔이나 다리를 잃는 장면이 나오는 형국으로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보여주는 감상이 이와 같이 연극적으로 과장되어 있기도하고, 짤막 짤막하고 빠른 느낌으로 이런 장면들을 짚고 넘어간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특수효과 자체도 사실적으로 끔찍한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좀 많이 가짜 같아도, 선명하고 인상적으로 화면에 힘을 싣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저는 옛날 무협 영화와 비슷한 대목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보다보면 이 영화는 무협 영화와 비슷하다고 느낄만한 대목이 꽤 많습니다. 줄거리부터가 "사악한 조직"과 대립하는 조직이 서로 싸운다는 "문파"간의 싸움 구도를 갖고 있고, 복수를 위해 동지들이 힘을 모아 조직의 총두목을 쓰러뜨리려 한다는 구도도 상당히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줄거리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중심 내용 입니다. 이 영화는 오묘한 분위기 조성이나 복잡하고 미묘한 심상을 담기 보다는, 지루함 없이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싸움 장면, 추적 장면, 부수는 장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야말로 칼싸움 장면, 권법 대결 중심의 옛 무협 영화들과 가장 닮은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바로 이 영화의 오묘한 맛이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무협물의 쉴 새 없는 싸움과 극적으로 과장된 감정, 거창하고 과시적인 인물들을 현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칼질을 하는 대신에 총을 쏘고, 철퇴를 내던지는 대신에 폭탄이 터 집니다. 말을 달리는 대신에 도시를 휘젓는 자동차 추격전이 나옵니다. 객잔에서 식당을 부수며 싸우는 고전적인 무협물의 싸움 장면 대신에, 빌딩 계단과 복도를 뛰어다니며 싸움이 벌어 집니다. 인물 표현은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선명하고 뚜렷합니다. 80년대 홍콩을 온통 부수고 날뛰며 벌어지는 장면들이, 복수, 악의 조직, 불구가 되어 버린 고수 등등의 전통적인 무협 소재를 타고 내달리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감성)

이 영화의 화면 구성과 연출 방법 역시 이러한 형식의 독특한 맛과 비슷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런 긴박한 싸움 장면과 현란한 파괴 장면들을 담기 위해 무척 역동적으로 화면 촬영을 진행하고, 빠르고 짧게 짧게 화면을 잘라 넘깁니다.

역시 옛날 무협 영화에 많이 나오는 수법 대로, 좀 더 빠르고 신나는 싸움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을 각오하고 필름을 빨리돌려서 움직임이 빨라보이게 하는 효과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의 현실감이나 안정감, 충실한 심상의 전달은 부족하다면 부족한 맛도 있습니다. 그 시절 많은 영화들이 예산 부족으로 더 안좋은 필름, 더 안좋은 카메라로 촬영한 덕분으로 특유의 옛날 컬러 영화의 흐릿한 영상, 거칠게 번지는 색상을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에 유난히 뜨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이 모든 것들이 이 영화만의 맛을 위한 묘한 양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모든 덕분으로, 이 영화는 싸움 장면과 액션 장면의 경쾌한 속도감은 제대로 살고 있습니다. 합을 짜서 특이한 춤을 추듯 주거니 받거니 긴긴 싸움 장면을 펼치던 옛 무협 영화의 느낌 그대로, 끊임없이 터지고 박살나는 추격의 장면들이 계속해서 터져 줍니다. 지루할만하면, 다소간 심한 장면, 자극적인 요소들이 터져 나와서, 시선을 잡아 끌고 보고 느낄 재미거리로 계속 따라 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왠갖 공격 속에서도 지독하게 버티는 징그러운 악당 두목과의 마지막 결전이라는, 그 무협물 마지막 싸움만의 느낌을 그대로 느껴 볼 수 있습니다. 색감이 어긋나고 선명도가 흔들리는 영상은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 근처 아시아 어느 곳의 영화라는 느낌을 더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이 영화는 "영웅본색" 악당 배우가 나와서 "첩혈쌍웅" 악당 배우와 싸우는 내용 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통적인 대결 장면, 싸움 장면이 잘 베어 들어간 그저 솜씨 좋게 잘 짜 놓고 잘 찍은 대목도 꽤 보입니다. 살인범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장면을 천천히 보여 주고, 그 감정이 터지듯이 바로 긴박한 추격 장면으로 이어 지는 동네 슈퍼마켓의 싸움 장면은 깔끔합니다. 많이 보던 연출 수법을 쓰는 것입니다만, 개 중에서도 깨끗한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영화 화면만으로 마치 무성영화처럼 표현해내는 박진감으로 리듬을 살려 줍니다.

아마도 무협물스러운 잔인함과 무협세계의 도덕률, 의리가 얽힌 소재로 흐르는 덕분으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다른 경찰 영화들과는 꽤 다른 맛을 낼 수 있었던 영화 아닌가 싶습니다. 경찰 동료들끼리 과격하게 다소간 불법적인 수법을 쓰는 장면을, 오히려 더 절박하고 강인한 감정으로 담아낸 줄거리가 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분위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영화 중간에 악당이 내미는 거액의 돈을 화끈하게 거절하고 날려보내는 그야말로 옛이야기처럼 통쾌한 장면 역시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그 밖에...


(왕조현과 기타등등)

왕조현이 경찰 중의 한 명과 사랑에 빠지는 간호사로 나옵니다. 비중은 꽤 있고, 가면 갈 수록 영화 이야기에 많이 얽히는데, 완벽한 곁가지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각본을 거의 고치지 않고도 인물 자체를 다 빼낼 수 있는 절묘한 비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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