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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3세(재위 1760-1820)를 찾아보니 평가가 엇갈리네요. 재위 기간 중 아메리카 합중국은 독립하고(영국 입장에서는 식민지를 잃어버린 셈이죠. 영화에서도 조지 3세가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의원 매수로 악명을 떨친 왕이면서도, 재위 기간중 루이 16세와 나폴레옹에게 해상에서 승리를 거뒀고 소탈한 면모를 보여 나름 인기가 있는 국왕이기도 한 것 같아요. 60년의 재위 기간에 수상직을 봉직한 사람은 여러 명이었지만 역시 (아버지의 후광을 입긴 했지만) 24살의 나이로 수상직을 역임한 소피트가 제일 눈에 뜨입니다. 소피트가 영화 속에서 수상이기도 하고요.

영화가 시작되면 못 보던 젊은 병사가 왕의 수행무관으로 취직해서 왕궁에 처음 등장합니다. 야단법석인 왕궁 예식을 (관객과 함께)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기도 하고 옷차림이 바르지 않다, 왕의 눈을 똑바로 보면 안된다고 야단을 맞기도 합니다. 새로 취직한 수행무관 그레빌이 왕궁에 익숙해지는 것에 따라 관객들도 왕궁의 야단법석에 익숙해져요. 왕의 자녀는 15명인데 장남인 웨일즈 왕자는 이제나 저제나 왕권을 위임받을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지 3세는 재위 기간중 정신 착란을 겪은 일로도 유명한데, 영화는 조지 3세가 처음 착란을 겪을 무렵을 다루고 있어요. 처음에는 밤에 잠을 안 자고 시종들이나 가족들을 괴롭히던 정도에서 점점 심해져서 결국은 공개 음악회에서 국왕이 이대로여서는 안 되겠다, 는 공감대가 생기는 지경까지 이르릅니다. 웨일즈 왕자는 이 때를 틈타서 왕권을 위임받을 계획을 꾸미고, 그 사태를 막아야 할, 아직 정치적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소피트는 용하다는 의사를 불러 국왕을 맡기는데... 이 시절의 정신질환 치료는 참 눈물나네요. 별로 좋아하는 인물도 아닌데, 자기는 왕이라며 왕의 눈은 똑바로 보면 안된다며 기세 등등하던 조지 3세가 계속되는 감금과 구속에 익숙해져 나중에는 스스로 구속하는 의자에 가서 앉는데 참 슬프더라구요.
혹독한 감금의 시절, 소피트는 다른 여러 가지 일로도 바빴겠지만 영화는 주로 웨일즈 왕자에게 국왕의 권한을 위임할 것이냐 이를 저지할 것이냐의 싸움을 다룹니다. 한편으로는 국왕이 정사를 돌보지 못하고 황태자도 섭정을 못 하고 있는데 별 일이 없었던 것을 보면 이미 통치권의 상당 부분은 국왕의 손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도 같아요.

조지 3세가 주기적으로 착란을 앓았고, 웨일즈 왕자가 결국 섭정을 하게 된 것은 조지 3세의 재위 기간의 마지막 10년이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착란 기간을 (병에 주기성이 있기 때문인지 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떽떽거리던 의사의 치료가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겨내고 돌아온 조지 3세는 다시 국민들 앞에서 모범적인 가정을 연기합니다.

이름도 모르던 영화인데 배우들의 연기가 멋지네요. 나이젤 호손은 소탈한 면이 있으면서도 허세에 가득찬 왕, 광기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조지 왕의 연기를 정말 잘 했고, 왕비인 헬렌 미렌도 꺽이지 않을 것 같은 위엄에서 절망까지, 멋졌어요. 왕이자 환자에게 지지 않는 고집센 의사로 나온 이안 홀름, 포커 페이스의 소피트인 줄리안 와댐도요. ...실은 이안 홀름 알아보는 데도 한참 걸렸는데, 웨일즈 왕자가 루퍼트 에버렛인 것은 이거 쓰면서 찾아보고서야 알았네요-ㅂ- 루퍼트 그레이브스는 영화를 열고, 영화 내내 꽃병풍처럼 등장하다가 조지 왕의 광기가 가라앉으면서 해고되어 세상의 쓴맛을 보는 그레빌을 맡았습니다. 기능적인 역할이라 캐릭터가 없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레빌의 일기는 나중에 조지 3세의 병을 확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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