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느와르 영화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부터 나와서 끝없이 탄환이 쏟아지는 권총을 선보였던 "성항기병" 시리즈는 홍콩 느와르 영화들이 유행하면서 제 물을 만나고 이어져서 유덕화가 주연을 맡은 3편 "홍콩탈출"에 이르게 됩니다. 이 1989년작 영화는 제목이 "홍콩" 탈출 인데, 대뜸 시작은 홍콩이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출발 합니다. 내용인즉 유덕화가 독재의 탄압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하자, 탈주하여 홍콩으로 밀입국 하게 되는데 홍콩에서 밀입국 조직과 엮여 범죄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홍콩 느와르 영화인고로, 영화는 범죄 세계에 빠진 주인공이 손씻고 뜨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고, 결국 끝없이 총을 쏘아대는 막판 대결전으로 치닫게 됩니다. 


(홍콩 느와르의 화력이다!)

단연 손에 꼽을 수 있는 이 영화의 첫번째 묘미는 이 영화의 현실주의 수법 입니다. 어쨌거나, 홍콩 느와르 영화라는 틀로 묶이는 만큼, 정말 사실적인 동작으로 싸우거나 사실주의적인 사건과 인물로 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적극적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소재로 삼으려고 노력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등장인물부터가,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홍콩내 중국 밀입국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돈벌러 홍콩으로 간다"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탈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누명이라는 것도 주인공이 "학생 운동" 내지는 "민주화 운동" 때문에 누명을 쓰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당시 천안문 사태를 핵심으로하는 중국 민주화 문제를 한 쪽으로 걸고 넘어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 속 주인공은 밀입국 조직과 엮여서 집도 절도 없는 홍콩에서 범죄조직의 부림을 받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며, 동시에 홍콩까지 주인공을 추적해온 중국 공안에게도 쫓김을 받는다는 절박한 처지로 몰리는 것입니다.

80년대 후반 무렵부터 홍콩 영화 중에는 이렇게 "홍콩에 밀입국한 중국 본토인"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것들이 몇몇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압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영화는 역시 왕조현의 인기를 업고 알려진 왕조현 주연의 "의개운천"이겠습니다만, 넓게 보면, "타이거 맨(반아틈천애)" 같은 영화도 이러한 소재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바로 이 영화는 그 소재를 영화 속 갈등의 핵심으로, 놓고 사용하는 영화인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영화는 1997년 홍콩 반환에 대한 홍콩인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소재로 군데군데 활용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홍콩 느와르 영화"가 "폭력적인 쓰레기 영화"라고 멸시 받던 시기를 지나서, 활발하게 "평가" 받던 90년대 중반 이후로 한국 영화 잡지를 펼쳐 보거나 PC통신에 올라온 글을 읽다보면, 무슨 홍콩에서 범죄 소재의 영화만 나왔다하면 무작정 "1997년 홍콩 반환에 대한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라고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을 아무렇게나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정말로 "1997년 홍콩 반환에 대한 불안"이라는 것을 영화 속 대사 이쪽 저쪽에서부터 한 마디씩 언급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가 어쩌니, 홍콩 반환이 어쩌니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이런 다소간 정치적인 주제들은 사실 이 영화의 "현실주의" 수법에서 정말로 중요한 점들은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 거리들은 이야기 전체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고, 군데군데 짤막짤막하게 긴장을 더하고 심각함을 좀 흩뿌려지는 향신료로 쓰이고 있을 뿐, 본재료는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본재료는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인구밀도가 극대한 홍콩의 서민 풍경, 밑바닥 풍경을 바로 들이대고 보여주는 화면의 현실주의 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보쇼, 97년까지는 우리땅이라고)

최고로 볼만한 대목은 중반부에 나오는 유덕화가 건물 복도를 헤집고 다니며, 여자 주인공을 찾기 위해 도망치고 싸우는 장면 입니다. 아마 재개발전의 구룡성 어디 쯤인 듯한 분위기가 나는 이곳은, 빽빽하게 들어찬 건물과 빌딩들이 어지럽게 들어차서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에 쇠락한 철제 프레임 틈틈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앉아 살면서 어지러이 널린 빨래들과 사이사이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텔레비전의 낄낄거리는 소음이 휘감아 도는 골목 입니다. 이런 곳의 골목, 시멘트 복도 사이는 대낮에도 어두컴컴하여 침침한 전등 불빛이 흔들리고 있고, 그 사이를 눅눅한 남국의 공기가 흐르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이 개미굴 같은 갑갑하고 퇴락한 삭막한 콘크리트 정글을 배경으로, 그 좁은 곳에서 수십명이 뒤엉켜서 발길질을 하고 각목을 휘두르며 그야 말로 개싸움을 벌이는 것입니다. 주인공 유덕화는 이곳을 사력을 다해 뛰어다니고, 문을 부수고 창문을 깨면서 발버둥치며 끝없이 싸우는데, 이 모습은 유덕화의 시점으로 복도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복도를 부수며 들이닥치는 깡패들 무리의 움직임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파괴감, 속도감, 암울한 도시의 썩은 느낌을 냉정하게 비판하는 느낌까지 모두 함께 전해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영화는 지속해서, 이렇게 홍콩의 갑갑한 풍경, 퇴락한 시멘트 건물 숲 사이 뒷골목의 지저분한 구석 등등을 무대로 하면서, 더러운 깡패들과 여기에 엮여서 살아가게 되는 불쌍한 청춘들을 보여 줍니다. 낡은 색감으로 인화된 듯 보이는 이 시절 한 급 떨어지는 필름질도 이런 어두운 느낌을 더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결국 이 영화가 악당들과 피터지게 싸우고 총질하는 싸움 중심의 영화이면서도, 이 영화의 시각이 갖고 있는 사회 비판적인 시각, 싸움과 이야기의 현실주의적인 울적한 시각을 개성으로 드러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폼을 잡는다든가, 멋진 사격술로 솜씨를 뽐낸다든가 하는 장면은 전혀 없습니다. 꾀죄죄하고 실용적인 "작업복" 차림 그대로 나타나고, 살기 위해 총을 난사하고 비참하고 탄환을 맞을 뿐입니다.

이 영화가 한계에 부딛히는 지점은, 이런 사실주의 요소와 관습적이고 극적인 "영화 속 세상"의 흥겨운 요소가 뒤엉킬 때 입니다. 줄거리만 놓고 봐서, 줄거리 상에 있어서 딱 한 지점을 짚어 보라면, 주인공이 대결전을 벌이기 직전의 순간 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주인공이 겪는 두 가지 시련이었습니다. 첫번째 시련은 주인공이 범죄조직에 이용 당하면서 겪는 속임수와 양심의 가책 입니다. 두번째 시련은 주인공을 쫓아서 홍콩까지 따라와서 주인공을 잡아가려고 하는 중국인 공안의 추적 입니다. 범죄조직과 중국 공산당. 두 적과 주인공이 상대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대결전을 앞두고, 이야기 상 주인공은 이 모든 문제가 뒤엉켜 한 번에 풀리는 순간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래야 극적으로 짜임이 딱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마지막 대결전이 벌어지는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과, 대결전 돌입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은 무척 구구한 편입니다. 비겁한 사기꾼 악당의 앞니가 부러지는 장면이 잠시 나오기도 하고, 주인공이 악당을 역으로 속이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오는가하면, 중국에서 온 요원이 홍콩계 인물들과 다투는 내용을 다루기도 하는데, 뭐 이것저것 많이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만, 그래봤자 어째서 주인공과 악당들, 경찰과 중국 요원까지 다 모이는 대결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인지 별로 짜임새 있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인물들은 이유 없이 엉뚱한 행동을 벌이며, 누구를 죽이겠다는 건지 어쩌겠다는 건지 의도도 오락가락 합니다. 아마도 이야기를 부드럽게 연결할 좋을 방법을 찾지 못해서, 몇가지 어림없는 행동을 악당이나 주인공이 해야한다고 이야기 속에서 강제로 주장하게 해버린 수법을 쓴 듯 합니다. 이렇게 이상하게 갖다 연결한 흐름 탓이, 이 대목은 내용자체도 좀 쓸데 없이 장황하고 지루하다 싶고, 앞뒤 말이 되는 부분은 도무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장면장면의 연출 과정에도 사실주의스러운 대목과 극적인 대목이 잘 어울리지 못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손발을 이용하는 맨손 격투 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대부분의 맨손싸움은 깡패들이 개판으로 뒤엉켜 싸우는 것 입니다. 당연히 난잡하게 싸워야 할 것이고, 처절하게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힘있는 싸움 장면을 촬영하기 좋게 보여주기 위해서, 싸움 장면을 기본적으로 쿵후영화의 "무술 장면"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과 악당들이 서로 합을 겨루면서, 훌륭한 자세와 날카로운 기합소리로 서로 맞붙는 그 멋드러진 고전, 무협과 같은 동작으로, 깡패간 패싸움을 연출하려 한 것입니다. 성의가 없는 영화는 아니라서, 정말로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상하게 결합해 놓은 것은 아닙니다. 동작을 빠르게 해 놓았고, 격이 없는 움직임 잡스러운 움직임도 많이 보이도록 노력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원한 발차기와 날렵한 몸동작을 보여주는 "무술 장면"처럼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배경과 아름답게 가다듬은 무술 동작이 엮이다보니, 몇몇 장면에서는 마치 성룡이 나오는 영화 같아, 보이는 때도 있습니다. 서커스 같은 묘기 동작, 소도구를 응용한 재치있는 기술 자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배를 타고 멀어지는 여자 주인공을 좇아서, 여러 지형지물을 타고 가는 장면은 대표적인 사례 입니다. 이런 장면들은 묘기쇼, 기술자랑인 만큼, 유쾌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 물과 끼워넣어 연결하기 좋은 내용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이 영화의 사실주의 줄거리는 지나치게 진지하고 심각합니다. 어울리지 않아서 어색합니다.


(저 다리의 각도는 소림과 화산의 것이 아닌가?)

같은 맥락에서 영화의 결말도 꽤나 어색한 대목 입니다. 물론 아주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영화 배우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벌이는 것이 영화인 만큼, 극적으로 끝맺는 결말이 지금과 같은 것도 보고 납득할만은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런 극적인 결말을 위해 사실주의를 유지하며 끌어 갔던 영화의 가운데 토막 분위기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결말 무렵의 대사들도 문제 입니다. 이 영화의 대사는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명대사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대신에 깡패와 깡패에게 이용당하는 밀입국자들이 사용하는 짧고 속된 말들, 욕과 추잡한 표현들을 짧게 짧게 담아내는 편입니다. 이런 것은 관념적인 서술과 장황한 길이의 읊조리는 대사가 넘쳐나는 "영웅투혼(용호풍운룡)"같은 다른 홍콩 느와르 영화와 무척 다른 점입니다. "영웅본색2"와 같은 영화만해도 등장 인물들이 "멋있는 대사"를 길게 읊어대는 장면이 인물마다 한 대목씩은 있다 할만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멋진 대사 대신 주로 동작, 상황, 솔직한 짧은 대사로 감정을 만들어 냈습니다. 오랫동안 소식도 모르던 연인들이, 자동차 전화로 서로 안타깝게 목소리를 듣다가, 스쳐지나가는 자동차 사이로 잠깐 얼굴을 보게 됩니다. 이때 시골에서 온 주인공은 조금이라도 더 잘 애인을 보기 위해 조작하는데 능숙치 못한 자동차 창문을 어떻게 내리는 것이냐고 애타게 묻습니다. 이런 잠깐의 순간. 이런 것들이 이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깊은 감상이었고, 이것이 사실주의를 잘 써먹은 영화에 딱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반에서 막판 대결전으로 넘어갈 무렵, 결말 무렵에 이르면, 이런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대사 대신에 긴긴 대사 속에서 낭만적으로 극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영화의 "주제"를 짚기 위해 괜히 "공산당 독재는 문제다"라는 류의 반공웅변 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점점 떨어져 내려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이 영화는 아쉽게도, 전자의 진짜 같고, 사회 비판적이고, 홍콩 사회의 밑바닥을 보여주던 재주와, 후자의 영화 같고, 짜릿하며, 무술의 화려함을 보여주던 재주를 별로 부드럽게 이어 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영화의 몇몇 부분에서는 정말 좋은 연결용 이야기거리가 없어서 내용이 헤메게 될 때가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대충 흥미거리로 시간 때워보겠다고, 여자 주인공을 묶어 놓고 고문하는 장면으로 시간 보내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역시 60, 70년대 일본의 그런 부류의 중저예산영화들이 하던 자극적인 보여주기 쇼를 따라하고 있는데 그칠 뿐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진지한 사회 비판 분위기 마저 흐르던 영화 도중에 갑자기 이게 뭔 짓거리냐 싶습니다. 그만큼, 진지한 분위기, 실감나는 냉랭한 분위기를 확 흐렸다고 생각합니다.




(재개발 전에는 혼란스러운 아시아 도시의 상징이었던 홍콩의 구룡성 정경)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자면, 역시나 범작 이상은 하는 영화라고 보아야 하지 싶습니다. 이 영화 속의 어색한 점들마저 나름대로 장점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싸움 장면도 제대로된 맛은 아니지만 묘한 맛이 사는 구석이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싸움 장면이 보다 현실적인 개싸움 장면으로 이어졌다면, 확실히 영화가 주는 사회에 대한 감상은 커졌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치 무협 영화의 무술 장면처럼 꾸며 놓은 것도, 현실감을 좀 떨어지는 대신에, 싸우는 속도감 파괴감 정교한 동작을 주고 받는 흥겨움은 더 커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말과 동작은 사실주의 영화이지만, 싸움 장면은 어디까지나, 경극에서부터 무협물가지 이어내려온 "가짜 싸움 공연" 같은 환상적인 "영화 같은 느낌"을 남기고 있다고 봅니다. 덕택에 현대의 비정한 범죄계를 다루면서도, 홍콩 느와르 특유의 묘하게, 환상적이고 서사시적인 느낌을 잘 끌어오게 되었다고 생각 합니다. 잡범들이 총질하며 행패부린 이야기면서도 제목을 과감하게 "영웅..." 어쩌고로 시작하는게 대강 어울리는 바로 그 느낌 말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적당히 잘 깔려 있어야, 권총 한 자루에서 무한정 치솟아 오르는 탄환을 뿌려대는 막판 대결전이 덜 어색하고 흥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막판 대결전은 홍콩의 낡은 인구밀집지역을 배경으로, 어지럽게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여기저기 많이도 사격합니다. 이 많은 탄환들이 지저분하게 꼬여 있는 건물과 풍경 이곳저곳을 부수어 놓는 타격감은 더욱 호쾌하게 느껴지고, 이 탄환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 과장해서 연출의 자극과 박력을 살리도록 해 놓고 있습니다.

마지막 대결전이 이렇게 충분히 어울리는 구도로, 홍콩 이곳저곳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열심히 가득채운 덕으로, 지치도록 피터지게 싸운 느낌을 충분히 전달해 줍니다. 그래서 과연 막판 대결전의 중후함이 결말로 넘어가는 튼튼한 계단 역할을 해주었구나 싶습니다. 그러고보면, 누명, 탈주, 추적의 긴박한 상황을 재빨리 전달해주고, 이후 연달아 홍콩의 어지러운 골목 정경, 주인공이 범죄에 빠지고, 헤어나오려고 하고 어려움을 겪는 단계단계의 사건들을 따분하지 않게 잘 버티어 놓은 구색도 썩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라면, 지루할 새 없이 최소한의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줄거리 이야기 거리들을 풀어 놓고, 거기에, 꼬이고 뒤틀린 홍콩 골목의 실상과, 권총질과 무술솜씨를 뽐내면서 싸움에 힘을 더할 수 있는 극적인 환상도 함께 담아 놓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대체로 균형을 갖고 있는 그 모양이, 보기에 따라서는 빠른 이야기와 절절한 사연이 충실한 화면으로 표현되었다 싶기도 할 것입니다.


(남녀 주인공들)

지금까지 이야기 하는 것 중에 아쉬운 대목으로는 주인공을 좇는 중국 본토 공안의 배역이 지나치게 "악당"스러운 연기만 고집하고 있다는 점도 꼽을만 합니다.

뭐, 독재자의 하수인으로 억울한 주인공을 처형하고자 하는 인간이니만큼, 악당이라면 악당이 맞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후반부의 극 구성을 위해서는 이 인물 역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유능한 공무원"이기에 그저 악인만은 아니며 도리어 성실성이 강조되어야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인물은 끝까지 연기하는 모양이 그저 악당의 행색만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디 악착 같이 주인공을 지옥 끝가지 따라가는데만 신경쓰는 "터미네이터"등과 닮았을 뿐,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 같은 이 인물의 인간적인 입체감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밖에...

일종의 "반공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반공 영화라고 해도 모국의 어린이 대상 애니매이션처럼, 조악하게 김 모씨가 돼지 대마왕 괴물로 변신한다는 막나가는 내용은 아니고, 그냥 정통 소재를 그대로 씁니다. 공산주의는 통제, 독재 사회이므로, 자유를 억압당해 억울한 희생자가 많이 생기고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것, 그것 그대로를 소재로 삼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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