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 (Brothers, 2009) ☆☆☆

 

작년에 나온 짐 셰리던의 신작 [브라더스]는 2004년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배경을 제외하곤 줄거리 상으로 원작과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가운데(영화 속 전쟁 무대는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지만, 영화는 원작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리메이크 작의 기본적 역할 뿐만 아니라 좋은 드라마로써도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전쟁이 한 평범한 가족에게 끼치는 보편적 영향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전쟁에 의한 깊은 상처, 그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이 그려지고, 이는 좋은 배우들의 연기에 의해 든든히 뒷받침됩니다.

 

해병대 대위인 샘 카힐(토비 맥과이어)은 좀만 있으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날 것입니다. 나중에 보아 하니 그는 이미 여러 번 그곳으로 가서 복무한 것 같은데 그런 험한 동네가 집처럼 느껴진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전쟁터 중독자를 주인공으로 한 [허트 로커]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에겐 아내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만)과 두 딸 이자벨(베일리 매디슨)과 매기(테일러 그린)가 있는데, 그들은 샘이 또 자신들 곁을 떠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집 안에는 훈훈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반면에 샘의 가족은 별로 화목하지는 않습니다. 동생 토미(제이크 질렌홀)는 모범적이고 올곧은 형과 정반대인 타입인데, 그는 강도질해서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가 막 출소하게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막 나온 동생을 데리러 올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는 좋은 편이지만, 아버지(샘 셰퍼드)는 작은 아들을 좋게 보지 않은 지 오래인 가운데 그걸 감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샘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기 전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 저녁 식사에 불협화음이 끼어들기도 합니다.

 

얼마 후 샘이 헬리콥터 추락으로 인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는 가족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고 그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변해갑니다. 그레이스는 이제 두 딸을 키우는 홀어머니 역할에 적응하려는 가운데, 형의 죽음은 동생 토미에게 전환점을 제공합니다. 그의 방향 없는 인생에 한 목표가 생겼고, 형의 가족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그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동안 그는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갑니다. 형수 곁에 있어주는 동안 자신의 친구들을 동원하면서 집안 부엌도 리모델링하는가 하면 어린 조카들에겐 아빠 역할로써 자리 잡아 가지요.

 

이쯤 되면 여러분들에겐 그레이스와 토미 간의 어떤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실 텐데, 이들이 이를 확인하기는커녕 제대로 감지하기도 전에 그들의 삶은 또 다른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다시 불안정해집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추락한 헬리콥터에서 동료와 함께 간신히 살아남은 후 적에게 사로잡히게 된 샘의 이야기와 교차 진행되어 갑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는 생존을 위해 머리에서 평생 떨쳐버리지 못할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에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예전의 자신이 아니고 그의 머릿속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내가 동생과 관계했을지 모른다는 의심까지 겹쳐지니 아내나 동생이나 그런 의심을 숨기지 않는 그 앞에서는 신중하게 행동하고 그런 동안 자식들은 자신들의 아버지를 낯설어합니다. 이제는 동생이 아니라 형이 가족 문제가 되었습니다.

 

5년 전에 [겟 리치 오어 다이 트라인]으로 별난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나의 왼발]과 [천사의 아이들] 등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훌륭한 드라마를 만들어 온 감독 짐 셰리던에게 이와 같은 가족 드라마는 익숙한 영역이고, 소재 상 자칫하면 빠질 수도 있는 멜로드라마의 함정을 피하면서 그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전개해 나갑니다. 주인공들이 삶을 계속 이어 나가려는 모습은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묘사되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장면은 비중은 적지만 황량한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 그 후의 이야기에 여파를 미칩니다.

 

캐릭터들과 그들 간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세 배우들의 연기는 믿음직한데,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가장 두드러진 인상을 남깁니다. 캐릭터 극적 설정에도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맥과이어 아픈 기억으로 자기 파괴적이 되어가는 주인공으로써 훌륭한 연기를 펼치면서 기존 이미지와 많이 다른 모습으로 나옵니다. [스파이더 맨 2]에서 맥과이어를 대체할 뻔하기도 했던 제이크 질렌홀은 그의 동생으로 적절한 캐스팅이고 맥과이어에 비해 덜 눈에 띠는 편이지만 그도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는 캐릭터로써 좋습니다. 그리고 두 배우들 사이에서 나탈리 포트만은 가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아내이자 어머니로써 자신의 위치를 단단히 지킵니다. 그들 주위에서는 샘 셰퍼드 등의 여러 다른 실력 있는 배우들이 나오는데, 특히 최근에 [언 에듀케이션]으로 경력이 상승한 캐리 멀리건이 눈에 띱니다.

 

작년에 늦게 국내 개봉한 [엘라의 계곡]처럼 본 작품도 전쟁이 어떻게 인간을 변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슬프게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그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속에서 조그만 희망의 가능성을 주인공들에게 보기도 합니다. 그들의 감정과 변화를 잘 잡아나면서 이야기는 세심하게 진행되어가고 그런 동안 전쟁과 관련된 익숙한 메시지는 조용하고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리메이크 작인 이상 원작과의 비교야 처음부터 피할 수는 없겠지만, [브라더스]는 좋은 드라마일 뿐더러 충분한 감정적 힘을 지닌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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