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쁜놈이 더 잘잔다](감독 권영철)는 '청춘 느와르'를 표방한 젊은 영화다. 꼭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젊은 감독이 연출해서만은 아니다. 영화 자체가 '젊음'의 속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젊음'은 끓어오르는 패기와 열정이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시종일관 서로를 향해 소리지른다. 쇼트들은 충돌하고 내러티브는 뒤섞인다. 적어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은 없다.
 
'젊은'은 대책 없이 일단 지르고 보는 과감함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택에 주저함이 없다. 이런 빠른 전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극의 전개와 결과에 집중시키는 한편 극의 선택과 과정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앗아간다.
 
'젊음'은 투박하고 어설프지만 솔직하다. 영화는 잘 정제된 영상과 명확하게 계산된 사운드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투박함이 꼭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영화를 좀 더 솔직한 고백으로 들리게끔 한다.
 
'젊음'은 모방 속의 창조다. 사실 [나쁜놈이 더 잘잔다]를 독창적인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쿠엔틴 타란티노의 초기작들을 비롯한 B급영화들의 향취를 강렬하게 풍긴다. 원형으로 귀결하는 내러티브나 과감한 폭력, 섹스에 대한 묘사. 돈가방을 둘러싼 피튀기는 혈전 등. 다행히 영화는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의 줄타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
 
결국, '젊음'은 '간지'다. 파국이 예고되어 있는 시스템 속에서 '선택'은 '강요'가 되고 윤리는 실종된다. '폼'나게라도 살아보는게 젊음의 최후의 발악이 되고 가장 중요한 속성이 된다. 영화는 당연히 그 지점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한다. 권영철 감독은 '열린 결말'로 설명했지만 결말이 없는 영화에 가깝다. 젊은 영화의 특권인 것일까?
 
영화의 축을 이루는 김흥수(윤성 역), 오태경(종길 역), 서장원(영조 역)은 모두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그동안 깔끔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쌓아온 오태경의 변신은 놀랍다. 신경질적인 여고생 역할을 잘 소화해낸 조안역시 극 안에 잘 녹아들어갔다.
 
영화 [나쁜놈이 더 잘잔다]는 '장르 영화'다. 욕심부리지 않고 장르의 규칙과 목표에 충실하면서 자기만의 위치를 잘 찾아낸다.
 
잘만든 'B급 영화' 하나가 열 'A급 영화' 부럽지 않다. 한국같이 비교적 적은 관객층을 기반으로 한 영화산업은 큰 영화보다 이런 작은 영화를 잘 만드는 노하우를 축적해야 할 것이다.

6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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