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영화 감상문을 쓸 때 스포일러에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만(그렇다고 시시콜콜 줄거리 열거하는 취미는 없고요) 이 영화는 오늘 개봉한 영화인만큼 스포일러를 적극 배재하겠습니다. 이 글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저처럼 김지운 감독에 최민식, 이병헌 주연의 영화니까 궁금하기는 한데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사람 놀래키는 유형의 공포영화 혹은 신체훼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에 집착하는 영화를 힘겨워하기 때문에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고 고민 중이신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드리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소문만큼 그렇게 센 영화는 아니라고 말씀드림으로써 편안하게 해드린다는 얘기는 아니고, 판단에 도움이 되게끔 제 견해를 들려드리는 정도 밖에는 못하죠.

 …라고 쓰기는 했는데 사실 〈악마를 보았다〉는 스포일러를 배제하고 글을 쓰기가 너무나도 쉬운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를 터뜨릴 만한 구석이 없어요. 기본 설정은 다들 아시겠죠. 최민식이 연기하는 장경철이라는 살인마가 이병헌이 연기하는 국정원 요원 김수현의 약혼녀를 살해하고, 수현이 복수에 나서고, 경철은 경철대로 질긴 수현에게 이를 갈며 또 복수에 나섭니다. 둘의 계속되는 복수를 보다 보면 영화도 끝납니다.


 잠시 이야기를 돌리자면, 저는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대해 굉장히 실망했던 관객입니다. “스타일은 좋은데 내용이 없다”는 세간의 평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제 의견은 그보다는 “스타일은 좋을 뻔했으나 무절제로 망했고 내용은 쓸데없이 너무 많아서 스타일이 좋을 뻔한 부분까지 망치고 있다”에 가깝습니다. 스타일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각본만 보면 〈놈놈놈〉은 너무 많은 소재를 다루는 영화였습니다. 김지운은 만주 벌판을 질주하는 이미지를 담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럼 그냥 셋이서 보물지도만 죽어라고 쫓아다니고 서로 방해하고 했어도 됩니다. 하지만 김지운의 〈놈놈놈〉은 “만주 웨스턴”이라는 정체성에 집착하면서 일본군도, 친일파도,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도, 독립군도 슬쩍슬쩍 다루는 둥 마는 둥 끼워 넣고 급기야 중심인물 사이의 숨겨진 과거 따위도 넣었지요. 그게 그저 벌판에서 말을 달리고 싶었을 뿐이라는 욕망을 감추고 좀 더 있어 보이는 영화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이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다루지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면서 액션 장면에 골몰하니 오히려 이야기는 더 앙상해 보였습니다. 아마 곁가지로 집어넣은 여러 소재들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추적 활극에 몰입했더라면 〈놈놈놈〉은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훌륭한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현재 DVD 및 블루레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국제판과 극장판을 비교해 보면 이 점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지운 자신도 이 점을 생각했을까요? 〈악마를 보았다〉는 〈놈놈놈〉의 산만함을 벗어던지고 하염없이 간단명료하게 달려 나갑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나온 김지운 영화 중 가장 긴 141분의 상영시간을 자랑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하고자 하는 바는 놀라우리만치 분명합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덕분인지, 영화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잘 해냅니다. 저는 이런 맥락에서 〈악마를 보았다〉가 〈놈놈놈〉보다는 나아진 작품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놈놈놈〉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못 만들었다”고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들 들어서 아시겠지만,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일의 정체가 딱 잘라 말해 70년대 미국에서 성행했던 강간-살해-복수 착취(exploitation)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이 말에는 약간의 과장도 섞여 있지 않습니다. 한국영화계 최고 인력들이 달라붙어서 만들어낸 근사한 영화적 솜씨(비판할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 점은 나중에) 때문에, 혹은 김지운의 명성 때문에, 무언가 무게를 잡으면서 의미를 더해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그런 거 없다고 단언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데이빗 핀처가 연출하고 로저 디킨스가 촬영하고 로버트 드 니로와 톰 크루즈가 주연인데 각본은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The Last House on the Left, 1972), 뭐 이런 느낌입니다.


 이 말이 비난조로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착취영화의 애호가가 아니고 그 중에서도 강간-살해-복수 장르에 속하는 착취영화, 〈왼편 마지막 집〉이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I Spit on Your Grave, 1978), 〈스릴러-잔혹 영화〉(Thriller-A Cruel Picture, 1974) 같은 작품의 애호가는 더더구나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영화 자체를 비난하고 거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많은 착취영화들이 그렇듯 이런 영화들에도 이들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도의적으로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비난할 수 있어도 솔직한 심정으로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거부하기 힘든 음습한 쾌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폭력을 다루는 영화를 거부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이해하시겠지요. 장철이나 샘 페킨파 감독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 순수하게 그 영화들이 “폭력의 끔찍함”을 일깨우는 충격적인 영화들이기 때문에 좋아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 싶습니다. 격은 떨어지더라도 강간-살해-복수 착취영화들도 동일한 쾌락을 제공하는 영화들입니다.

 이미 말한 바대로, 〈악마를 보았다〉는 이걸 잘 해냅니다. 사실 예상 이상으로 흥미로울 정도였어요. 물론 개봉 당일 8시 10분 조조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벼르고 찾아온 관객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거나 제가 본 상영관의 관객들은 마냥 끔찍해 하고 영화를 비난하는 대신 어느 정도는 몰입해서, 때로는 가장 끔찍한 장면을 즐기면서 보았습니다. 강간 장면이나 어떤 사람이 상대방을 죽도록 패는 대목이 나오자 숨을 죽이다가도 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제가 느끼기에 그건 공포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접하게 되는 방어기제로서의 웃음, 즉 너무 끔찍하고 무섭기 때문에 오히려 디테일에 집착해 웃음으로써 자신의 이입을 방해하고 영화로부터 빠져나오는 그런 웃음만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그 장면들을 어느 정도 매력적으로, 인상적으로, 마음만 있다면 즐길 수 있게 다루고 있어요. 항간에 떠도는 모방 범죄 이야기는 저는 넌센스라고 봅니다만 (미국산 자경단 영화만 해도 어디 한 둘인가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하겠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지니는, 폭력의 끔찍함을 다루는 듯하면서도 또한 폭력의 불쾌한 쾌락을 드러내는 힘을 감지하신 거겠지요.


 좀 더 보편적인 관습적 장면들, 예컨대 대결 직전의 긴장감이라든가, 악당이 숨어 있다가 튀어 나오리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어디 숨어있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진입할 때의 두려움을 담아내는 장면들의 연출도 적절합니다. 쓸데없이 카메라를 이리저리 휘두르지 않고 서서히 움직이고 조용히 침묵의 순간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져요. 만약 그 두려움에 완전히 몰입하여 눈을 가리고 벌벌 떨지만 않는다면 그런 참상의 와중에도 화면발을 기가 막히게 살려주는 조명과 촬영의 개가를 맛보실 수도 있습니다. 김지운은 오랜만에 1.85:1 화면비로 돌아왔는데, 이 화면비에서 최민식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그 울퉁불퉁한 얼굴에 조명을 던질 때의 두려움은 가히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액션 장면의 연출은 액션 내지 폭력을 드러내기 보다는 그냥 카메라와 편집이 알아서 발광하고 관객은 ‘아, 이 장면은 끔찍하고 격렬한 액션 장면이구나’라고 추측해야 하는 정도입니다. 〈달콤한 인생〉(2005)을 보면 액션 장면을 못 만드는 감독은 결코 아닌데 왜 이리 되었는지. 아마도 이야기에 담긴 감정의 강도와 폭력성에 따라 채택한 미학적 선택이 아닐까 싶지만… 아아, 제발, 이제 카메라의 흔들림과 인물에 밀착하는 정도, 그리고 편집의 속도가 액션의 톤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이런 식의 착각은 좀 사라졌으면 싶습니다. 당장 〈아저씨〉(2010)만 봐도 액션이 근사하는 이야기와 또한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잔혹함이라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왔잖아요. 뭐, 하지만 육신의 움직임에서 오는 액션을 즐기는 영화는 아니니까, 거슬릴 정도로 괴로운 단점은 아니었습니다. (반면 〈놈놈놈〉은 〈악마를 보았다〉보다는 더 “명확한” 액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는 액션의 활력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정신없이 편집을 해대면서 공간을 자꾸 쪼개고 연속성을 잃어 가는 연출이 큰 단점으로 여겨졌습니다.)

 아, 그리고,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이것도 〈놈놈놈〉 때부터 느낀 건데, 김지운 감독의 배우들에 대한 통제력, 혹은 다른 말로 하자면 연기 지도는 비슷한 또래의 다른 한국 감독들에 비하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관습적인 대사를 날리는 단역들의 연기가 거슬려요. 〈놈놈놈〉에서는 특히 첫 장면에 나오는 오달수의 연기가 그랬는데 〈악마를 보았다〉도 영화 초입에 나오는 수현의 약혼녀라든지, 수현이 보름 정도 쉬겠다고 말하는 장면에 나오는 국정원 요원이라든지, 이런 비중 작은 배역들의 연기가 어색해요. 어느 정도는 각본 탓도 있습니다. 대사들이 직접 씹어보지 않고 머릿속에서 바로 나온 티가 난달까. 아마 이 점 때문에 가장 손해를 본 배우는 경철이 영화 중반부에 만나는 “친구”겠죠. (배우 분 성함을 잘 모르겠네요) 이 인물이 경철에서 수현의 캐릭터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대목은 참… 민망합니다. 보면 그냥 뻔히 보이는 걸 “문학적”으로 설명해주거든요. 두 주연 배우를 비롯하여 천호진, 전국환 등 이미 연기 잘 하기로 소문난 분들의 연기는 좋은데, 그것도 각본에 나온 배역이 좋아서 그렇다기보다는 배우 개인의 역량으로 그만큼 끌어 올렸다 싶고요.


 하지만 이러저러한 영화적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결국 이 영화에 시비가 걸린다면 거의 모든 강간-살해-복수 착취영화들에게 걸림직한 시비겠죠. 왜 강간이나 고문, 살인 같은 끔찍한 소재를 다루면서 그렇게 착취적인 시선으로 들이 대느냐 하는 문제. (또는 이런 “주제”를 꼭 이렇게 노골적으로 묘사해야만 충격적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 저는 이미 앞에서 이런 유형의 영화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영화들만이 주는 착취적인 쾌락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버렸기 때문에 반론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포르노를 찍었는데 왜 포르노를 찍었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나 할까. 오히려 문제는, 아마 김지운을 위시한 이 영화의 관계자 모두가 결코 “우리는 그냥 그런 영화 만들고 싶었는데요”라고 말할 수 없을 테고, 대신 인간의 폭력성, 현실에 이미 도래해 있는 폭력의 끔찍함, 그것을 사적으로 해결하는 행위의 문제 등등을 다루고자 했을 뿐이라는 대답이 나올 테며,(이미 기자 시사회에서 비슷한 취지로 말씀하셨더군요) 또 그 중 몇몇은 실제로 자신들이 한 게 그런 작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리라는 점이라고 생각하겠지 싶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착취적인 영화를 찍고 싶어서 착취적인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하는 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사상이자 발언인데. 이미 말했죠, 이 영화는 목표가 분명하고 나머지는 다 쳐낸 간결한 영화입니다. 물론 경철의 범죄 행각을 보면서 이 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야간 여성 납치-강간-살인 사건을 떠올리지 않기는 힘들 테고, 택시라든지 학원 버스 같은 일상적인 운송수단이 내포하고 있는 두려움도 극장 밖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기는 하겠습니다. 그러나 〈악마를 보았다〉는 그런 점들을 통해 사회적 함의를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폭력을 향해서만 저돌적으로 달려 나가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쌓여 가는 폭력의 강도 때문에 몇몇 순간들에서는 그냥 그 상황 자체가 초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때조차 있어요. (저는 “운 좋은 택시” 장면이 그랬습니다. 보다가 헛웃음을 터뜨려버렸습니다.) 뭐, 설령 이런 주제를 가지고 논해주고 싶다고 하더라도 이미 〈추격자〉(2008)가 이뤄놓은 성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영화 이야기는 이쯤 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저는 이런 목표를 지닌, 더구나 그걸 잘 수행해 낸 영화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고, 어느 정도는 온당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웨스 크레이븐 버전 〈왼편 마지막 집〉이 전미 멀티플렉스에서 대규모 개봉할 영화는 아니잖아요. 더구나 그냥 잔혹하거나 노출이 심한 게 아니고 이처럼 과격한 표현 자체의 쾌락을 부정하려 애쓰지 않는 영화니까. 다만 우리나라에는 제한상영관이 없다는 사실이 그러한 결정을 검열로 만들어 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반대할 뿐이죠. 물론 이 문제는 제한상영관이 한두 개쯤 생긴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제한상영관이 우후죽순처럼 방방곡곡에 생겨나 어쨌든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의 접근성이 제한되지 않는 한은,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은 크나큰 제약이자 부당한 처사로 남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럼 제한상영관이 많이 있어서 정히 보고 싶은 사람은 어려움 없이 볼 수 있게 된다면, 〈악마를 보았다〉를 만든 제작사는 그 판정을 받아들였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아니겠죠. 왜냐면 이 영화는 크레이븐이 〈왼편 마지막 집〉을 만들 듯 만든 영화가 아니라 70여 억 원의 제작비를 들이고 한국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인력을 끌어다가 많은 관객을 확보해 돈을 벌고자 만든 대형 영화니까. 그러니 자연히 떠오른 다음 질문. 그럼 대체 이 나라에서는 어쩌자고 이런 성격의 영화를 그런 큰 돈을 들여 제작하는 거지? 어쩌면 착취영화의 전통이 없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도전적인 문제작이 되고 무언가 돈을 엄청 들일만한 야심(그게 상업적이든 미학적이든)이 있는 기획처럼 느껴지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그런데 사실 이런 영화를 보고는 싶은데 망설이는 분께서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두루뭉술한 평이 아니라 대체 얼마나 묘사가 끔찍한지,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지, 그런 거 아닌가요? 그래서 기억나는 대로 〈악마를 보았다〉 폭력 장면을 묘사해 보았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장면 순서대로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주먹으로 때린다든지, 머리를 잡아다가 돌에 박는다든지, 싸우다 칼에 베인다든지, 이미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 뒤늦게 도착해 보니 피해자가 목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수준의 “평이한” 순간은 생략합니다.

 - 사람이 묶인 채로 밧줄을 물고 있을 때 그 밧줄을 당기는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데,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음향을 통해 이빨이 부러져 나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 토막 난 사체가 몇 번 꽤 선명하게 등장합니다. 사체는 가짜라고 생각하고 보면 모형임이 느껴질 정도의 질감입니다. 그리고 토막 난 부위를 클로즈업 하는 대목이 세 번 나옵니다. 귀 한 번, 머리 두 번. 역시 아주 극사실주의적인 질감까지는 아닙니다.

 - 이미 많이 맞아서 쓰러진 사람의 얼굴을 덤벨로 수차례 내려칩니다. 잠시 얼굴을 클로즈업하기도 하는데, 맞은 부위가 덤벨 때문에 편평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 망치 및 쇠파이프로 여자의 머리를 두들깁니다. 한 번은 편집이 급격해서 세부 사항은 잘 안 보이고 그냥 가해자의 과격함과 피해자의 발버둥이 거칠게 전달되면서 비명과 괴성이 쩌렁쩌렁한 식이고, 다른 한 번은 카메라를 약간 멀리 두고 고정시킨 상태에서 찍기 때문에 피가 튀는 게 선명히 보이고 또 따로 피 묻은 머리도 클로즈업을 하기 때문에 좀 더 끔찍합니다만 그렇다고 머리카락을 상처를 냅다 들여다본다든가 아니면 딱 봐도 두개골이 뭉개졌다든가 하는 정도로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 살아있는 피해자를 칼 또는 단두대로 토막 내는 대목이 몇 번 나오는데 이 경우는 카메라가 밑에서 가해자를 올려다보는 각도라서 실제로 신체가 잘려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 목이 뎅겅 잘려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풀 쇼트 정도의 크기에서 똑똑히 보여줍니다.

 - 여성을 강간하는 대목이 여러 번 있습니다. 치마를 들어 올려 팬티를 드러내고 또 그걸 굳이 클로즈업하기도 하고, 실제 성행위보다는 이 여성으로 하여금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들고 그걸 구경하는 가해자의 모습을 꽤 오랫동안 보여주기도 하고, 강간당하던 여성이 함께 거친 섹스에 응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나름대로는 논리가 있습니다. 순진무구한 피해자가 강간당하다가 성적 쾌락에 눈 떠서 섹스에 응하는 따위로 막나가는 건 아닙니다.)

 - 메스를 아킬레스건에 박아 넣고 당겨 잘라내는 묘사가 있습니다. 메스를 박아 넣는 부분까지는 선명하게 두 번에 나눠 보여주고 당겨 잘라낼 때는 카메라를 흔들고 빨리 편집을 하여 느낌만 줍니다.

 - 피범벅이 된 채 벌거벗은 여자의 손을 쇠사슬에 묶은 뒤 기둥에 당겨 고정합니다. 팔이 끌려갈 때 굳이 젖가슴을 따로 클로즈업해서 더 끔찍한/착취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손바닥을 드라이버로 찍어 책상에 고정시키는 묘사가 있습니다. 당한 사람은 나중에 드라이버를 빼려고 애씁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드라이버에 뚫린 손이 꽤 오래 잡힙니다.

 - 드라이버(송곳?)로 뺨을 꿰뚫습니다. 피가 줄줄 흐르면서 벌려진 입 속으로 꽂힌 드라이버를 찬찬히 보여줍니다.

 - 망치로 남자의 성기를 여러 번 내려찍습니다. 팬티를 입은 상황이며, 피는 보이지 않고, 쇼트 지속 시간은 짧습니다.

 - 정적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꽝! 하고 터뜨려 관객을 놀래는 수법은 많이 등장하진 않습니다. 두세 번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빼먹은 장면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대략 이런 정도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듯 사실 국제영화제의 심야상영 같은 데서 접할 수 있는 해외 공포영화의 신체훼손 수준과 비교하면 딱히 더 막나가는 그런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영화의 톤이 살벌해서 정서적으로 신경을 박박 긁을 뿐. 이를테면 묘사 자체는 그냥 "막대기를 가지고 죽도록 팬다(피도 거의 안 보임)" 정도라서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 보면 끔찍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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