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헤드 Pumpkinhead

 

미국, 1989.  ☆☆☆★

 

A De Laurentiis Entertainment Group/Lion Films Production. Distributed by United Artist Pictures/MGM Home Video.   1 시간 27, 화면비 1.85:1

Director:  Stan Winston

Screenplay: Mark Patrick Carducci, Gary Gerani

Executive Producer:  Alex De Benedetti

Cinematography:  Bojan Bazelli

Creature Effects:  Jay May, Dave Nelson, Grant Arndt, Howard Berger, Larry S. Carr

Special Makeup Effects:  Tom Woodruff, Jr., Alec Gillis

Music:  Richard Stone

 

Cast: Lance Henriksen (에드 할리), Jeff East (크리스), John D’Aquino (조엘), Kimberly Ross (), Joel Hoffman (스티브), Cynthia Bain (트레이시), Brian Bremer (번트), Matthew Hurley (빌리 할리), Peggy Walton Walker (엘리 할리), Kerry Remsen (매기), Florence Schauffler (해기스),  Buck Flower (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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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스] 의 특수효과를 담당해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그 이후에 [쥬라식 파크] 의 CGI 아닌 공룡들을 직접 디자인 제작해서 아카데미상 재수상의 영예와 더불어 불후의 명성을 획득했지만 불과 62세의‘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스탄 윈스턴 디자이너가 [에일리언스] 의 성공에 힘입어 최초로 감독에 도전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사상적, 사회비판적 포인트가 전혀 없이,  괴물이 나와서 주인공들을 죽이면서 추적하고 돌아다니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의 순수한 ‘괴물영화’ 입니다. 물론 머리가 텅 빈 영화는 아니고, 시점과 미적 선택에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시골 구석 미국의 빈한한 분위기를 살리면서 그러한 커뮤니티에 전해져 내려오는 “농촌전설” 의 포크로어를 영상화하는 것이죠. 이 영화를 관철하는 이러한‘촌티’가 [에일리언스] 등의 매끄럽고 기계적인 SF 적 인상과는 대조적인 독특한 분위기를 펌킨헤드라는 괴물에도 부여하고 있지요.


에드 할리는 어린 외아들과 함께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촌부입니다만 도시에서 놀러온 대학생들이 시끄럽게 오토바이 타고 노는 도중 그만 아들 빌리를 치어 죽이고 맙니다.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힌 에드는 마을에 전해내려오는 전설 속에 나오는 마녀 해기스를 찾아 산속의 오두막집을 방문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자고로 대죄를 저지른 사람은 해기스가 피해자의 저주에 따라 불러낸 펌킨헤드라는 괴물에 의해 작살 (嚼殺) 을 당한다는 전통이 있습니다. 에드는 주위 사람들 그리고 아들 귀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기스와 계약을 맺고 호박밭에 묻혀있는 시체를 파내 옵니다. 이 시체를 마녀는 펌킨헤드로 ‘가꾸어’ 냅니다만 펌킨헤드가 대학생들을 죽일 때마다 에드도 그 살인과정에 영적으로 동참하면서 영혼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이러한 ‘전설의 고향’ 풍의 지방색 넘치는 단순명쾌한 플롯과 설정은 오히려 영화를 쓸데없는 데 한눈 팔지 않고 단도 직입적으로 장르적 쾌락에 충실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펌킨헤드의 디자인은 2010년도의 시점에서 보자면 그렇게 세련된 모습은 아닙니다만 그 깡마르고 강팍한 용모는 금속인지 세라믹인지 모를 비까번쩍한 강화피부로 온몸을 두르고 광택이 나는 크롬빛 이빨로 무장한 에일리언족에 비해서 어딘지 모르게 ‘세련미’ 와는 거리가 먼 ‘수수한 매력’ 이 있습니다. 저 자신은 물론 에일리언 퀸 쪽이 여러 단수 위의 존재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펌킨헤드도 나름 골수 팬 베이스가 있지요. 시골 마을에서 헤매다가 산속에서 갑자기 우당탕 하고 마주칠 가능성은 에일리언족이나 프레데터 보다도 펌킨헤드 쪽이 몇 배 더 있을 터이고 그러한 로컬한 세팅에 아주 걸맞는 괴물이니까요. (그러고보니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속편인가가 멀쩡한 지구의 시골 마을에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를 데려오는 머절띵한 설정 아니었나요? 안봐서 모릅니다. 공짜로 볼 수 있대도 안볼 거니까) 


다이나믹한 연출과 고급스러운 촬영 및 사운드 디자인을 갖춘 저예산이지만 실속 있는 (B 급영화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준수한 장르 영화입니다만 의외로 최초의 개봉때의 성적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기에 굳이 약점이랄까를 찾는다면 역시 내용이 너무나 평이해서 장르의 외연을 뒤집고 넘어서서 뭔가 예술적인 포인트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겠지요. 좋은 의미로 “변태적” 인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 리뷰 대기중인 [프로퍼시 (예언)] 과 비교하면 후자가 더 덜컹거리는 영화지만 그런 “건전한 상식” 을 뒤집는 변태성이 [프로퍼시] 에는 있는데 [펌킨헤드] 에는 부족하죠.


그러한 각본과 설정에서 많이 모자라는 오리지널스러움은 사실 펌킨헤드라는 괴물보다는 제임스 카메론이 발굴해낸 위대한 성격배우 랜스 헨릭슨의 연기가 더 많이 제공해주고 있는데요. 헨릭슨은 이 영화에서는 일부러 뻐드렁니 의치를 끼우고 세련되지 못한 풍모를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그 알파 늑대를 방불케 하는 날카로운 눈에서 발하는 안광은 뭇 연기자들을 항상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헨릭슨이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달려가다가 불러 세우는 대학생녀석을 어깨 너머로 팍 하고 꼬나 보는 신의 ‘살기’ 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특수 효과와 맞먹습니다) 나중에 괴물과 거의 동일화되는 공포에 시달리면서, 해기스에게 (이 마녀 역할을 맡으신 플로렌스 샤우플러라는 연극배우분도 소름이 끼치는 호연을 해주고 계십니다) 저주를 취소해달라고 읍소하고 머리를 쥐어뜯고 하는 강도 높은 연기도 (윌리엄 샤트너나 그런 분들이 잘 하듯이) 캠피함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오버액팅으로 흘러가는 대신에 뭔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억울함” 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그런 감칠맛이 있습니다.


스페셜 에디션 디븨디는 그렇게 화질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소프트 포커스인지 윤곽이 흐릿하고 디테일이 살아나 있지 못한 부분이 꽤 있는데, 트랜스퍼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래 영화를 그런 방향으로 찍은 것 같아요. 극장공개 영화인데도 왠지 모르게 “VHS 테이프” 필이 나는 그런 80년대 작품입니다. 커멘터리 트랙은 각본가-특수효과 팀이 주된 멤버입니다만 여섯편이나 되는 상당히 충실한 메이킹 오브 도큐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랜스 헨릭슨도 물론 출연하시고, 마지막에는 예상대로 스탄 윈스턴에 대한 추모사로 끝을 맺습니다.


이런 류의 괴물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강력 추천합니다만, 아마도 가장 절실히 구입해야 되는 분들은 랜스 헨릭슨의 팬들이시겠죠. ^ ^ 랜스 같은 분들을 보고 있으면 일반 “우리” 들과는 다른 종류의 유전자를 가진 별개의 종 (種)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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