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Capitalism: A Love Story) ☆☆☆1/2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는 우리가 마이클 무어에게서 딱 기대할 법한 정도의 다큐멘터리입니다. 그가 말하려는 요지를 위해 화면들에 나열되는 정보들은 편파적인 티가 절로 나기 때문에 객관성은 자동적으로 의심되고 이죽거리는 내레이션을 통해 여러 대상들을 재기발랄하고 야비하게 놀려 먹는 동안 그는 카메라 앞에 나서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그가 고발하는 현실 속 모습들엔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설득력과 열정이 있고 무어는 생각과 토론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프로파간다를 만들 수 있는 감독입니다. 그가 본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미국과 자본주의 간의 SM에 가까운 일방적 사랑 이야기에서 나오는 민폐들은 [식코]만큼이나 슬프게 웃기게 할 뿐만 아니라 국내개봉하면 관객들을 많이 두렵게 할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무어의 공격 대상은 자본주의고 그는 탐욕을 정당화하는 이 시스템이 어떻게 지난 30년 간 미국 경제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마저도 확실하게 말아먹어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의 공격 대상들 중엔 그 하락의 주장본인으로 그가 가리키는 레이건뿐만 아니라 부시 父子도 있지만, 그는 클린턴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뿐더러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할 것 없이 다 현 상황에 책임이 있음을 누누이 강조하지요. 오바마로부터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긴 하지만 최근에 그가 이 욕심 많은 시스템을 구제하는 걸 허락한 점을 보면 그마저도 여기에 끌려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그가 대통령이 되었어도 경제 말아먹은 사람들이 막대한 보너스를 받는 기가 막힌 일이 생기기도 했지요.

 

영화에 따르면 미국 최상층인 1%가 아래의 95%보다 더 많은 걸 소유하고 있고, 무어는 그로 인한 불균형과 빈부격차로 인한 암담한 모습들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여전히 서민들로부터 돈 짜낼 생각에 여념이 없는 회사들의 한심한 광경들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알고 보면 마피아 사채업자 저리가라 할 정도로 파렴치한 은행의 광고에 속아 넘어가 돈을 빌리다가 결국 돈을 못 갚고 강제퇴거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니 [로저와 나]에서 보여 진 광경은 더 이상 플린트 시만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말은 배부른 소리에 불과합니다. 비행기 조종사들마저도 파트 타임 부업이 있을 정도로 다들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고, 대학 나왔다면 대학비 융자를 이자 다 합해서 다 갚느라 빡빡하고, [식코]에서 보다시피 그 놈의 의료보험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겐 몸이 아픈 일은 재정적 재난입니다.

 

그와 같은 사회 민폐들을 알리는 영화의 전반부는 후반부보다 더 효과적으로 다가옵니다. 골드만 삭스와 같은 거대 금융 회사들은 인사 유입을 통해 미국 재무부를 자신들을 위한 현금 지급기로 만들어 왔었는데, 그들과 관련된 사람들은 여전히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대가로 많은 입법부/행정부 사람들이 자기 몫을 두둑하게 챙겨 왔습니다(돈을 할인된 이자로 ‘빌려 줍니다’). 그런가 하면 펜실베이니아의 어느 마을에선 청소년 교화시설을 민영화하는 통해 그 동네 많은 청소년들이 그저 가벼운 비행 저지르기만 해도 거기로 보내지곤 했습니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가둘수록 운영자는 정부에게서 돈을 더 받는데, 그 운영자와 밀접한 관계를 둔 두 판사님들이 바로 그 애들을 거기로 보내도록 판결하는 분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회사들이 자신들이 고용한 사람들 몰래 들곤 하는 이른바 ‘죽은 소작인 보험’로 알려진 생명 보험이 있습니다. 고용인이 죽으면 유가족에게 그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가운데 회사는 보험회사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돈을 고스란히 챙겨가는 거니 결국엔 경영자는 고용인들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어서 빨리 죽길 더 바랄 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재정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힘든 판에 나중에 이 사실을 어쩌다가 알게 된 당사자 가족들은 복장 터질 노릇이고, 이에 대한 한 피해자 가족의 반응을 담은 장면은 영화의 가장 아픈 순간입니다.

 

이와 같은 기가 막힌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오래 전부터 행해진 자본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세뇌교육 때문이라고 무어는 주장합니다. 서민들로 하여금 올라가지도 못할 나무 위에 있는 부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건 기본인 가운데 공산주의와 전혀 다른 용어인 ‘사회주의’에게도 전자만큼의 알레르기 반응을 나오게 만들었고 이는 지금도 효력을 발휘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루즈벨트가 그 옛날에 미국 국민들이 동등하게 받도록 원했던 공공복지 혜택들 중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월 스트리트에선 그들로부터 뽑아낸 돈을 영화에 나오는 전문가들도 잘 설명하지 못하는 ‘derivatives'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잘 이해가 안 되어서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보니, 담보와 같은 어떤 자산에 대한 예측이 맞아 떨어지면 이익을 얻는다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영업 허가도 안 받은 주제 도박판 크게 굴리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서 나오는 엄청난 손실을 헤지 펀드 등으로 대충 메우는 안일함으로 밀고 가다가 최근에 일이 단단히 터졌지만 뻔뻔하게 그걸로 또 돈 먹을 기회를 잡으려고 하니 이를 안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났지요.

 

후반부에서 무어는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지만 어느 경우엔 약간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가운데 열심히 일하면서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여러 회사들이야 보기엔 잘 돌아가는 듯 하지만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아직 다행히 미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모습을 완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개개인이 뭉쳐서 의견을 표현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좀 더 설득력 있습니다. 파업을 통해 임금도 지불받지 못하고 쫓겨난 신세에 놓인 시카고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걸 쟁취하기도 했습니다. 오하이오의 민주당 의원 마시 캡터에 따르면 그 복잡한 도박판 시스템 때문에 주택 담보들이 이리 저리 미분화되어서 원래 자산의 흔적이 없어지게 되곤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집에서 나가라는 은행의 요구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은행은 들이대밀 게 없으니 꼼짝 못한다고 하더군요.

 

영화 내내 어느 정도 얌전히 있다가 영화 결말쯤에 가서 무어는 카메라 앞에 나서서 메가폰을 들고 행동을 나서는데 이건 원래 의도만큼이나 효과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그의 전작들에서 이런 공공장소에서의 스턴트는 때로는 잘 먹히기도 했지만, 월 스트리트 증권 거래소 주변을 범죄 현장 테이프로 막거나 아니면 문제의 원흉들이라고 보는 은행들 본사에 가서 소동을 피우는 건 코미디라면 모를까 드라마로썬 그다지 잘 먹히지 않는 편이지요. 하지만 마이클 무어가 그런 난리를 치는 건 이제 그의 작품들 의례행사로 박혀진 지 꽤 됐으니 넘어갈 만합니다. 그리고 그런 난리를 칠 배짱 있는 사람이 어디 한 둘입니까.

 

여러 결점들에 불구하고 영화는 한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 관객들을 자극하는 목표를 잘 수행한 프로파간다입니다. 무어가 진지한 좋은 정보 제공자이보다가 웃기는 좋은 선동가라는 걸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니 여느 그의 작품들처럼 영화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기 보다는 이리 저리 얘기될 것입니다. 돈 많이 버는 그가 자본주의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도 질문되겠지만 그의 진심어린 지적대로 상황이 정말 나쁘다는 건 그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다 동의할 것입니다.

 

그나저나, 이 과체중 아저씨께서 [식코]에 이어서 우리 사회가 자칫하면 굴러 떨어질 수 있는 두려운 상황을 우리에게 참 친절하게 알려주니 고마울 지경입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억나시지요?  받기만 하고 되돌려주지 않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그녀를 그 누구께서는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으면서 서민들을 울려 먹고 있습니다. 토요일 한겨레 기사를 보니 세금 감면해야 한다고 선 정작 부유층만 감면되고 그 아래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더 부담을 가했다고 합니다. 이거야 말로 정말 눈물 나는 러브 스토리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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