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 (Brødre, 2004) ☆☆☆

 

 

국내 DVD가 절판된 탓에 어렵사리 구한 수잔느 비어의 [브라더스]를 보는 건 마치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는 것과 같았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최근에 나온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을 바로 며칠 전에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리메이크 영화들에겐 이야기 변경이나 재해석이 따르기도 하지만, 두 영화들의 경우엔 주제나 이야기에서 전반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 가운데 동일한 장면들이 등장하곤 하고 그러니 원작을 보고 나서 리메이크를 보는 것이나 리메이크를 보고 나서 원작을 보는 것이나 크게 다른 인상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 가운데, 어디서 그리고 어떤 접근 방식을 택했냐가 그들의 차이점들입니다.

 

 

곧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될 예정인 덴마크 군인인 미카엘(울리히 톰센)은 떠나기 직전 자신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의 부모뿐만 아니라 동생 야닉(니콜라스 리 카스)도 그 자리에 참석하는데, 그 날 마침 감옥에서 막 나온 야닉과 그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생각하는 아버지가 한 자리에 있으니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잠시 흐트러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족모임은 좋게 끝나고 미카엘은 가족 곁을 떠나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고,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위성전화를 통해 그와 그의 아내 사라(코니 닐슨)는 서로의 정을 확인하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한 실종된 병사의 수색 작업 도중 미카엘이 탄 헬리콥터가 강으로 추락하는 일이 생기고, 그에 이어 곧 그의 전사 소식을 전달받은 사라는 가슴이 내려앉지만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삶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형의 죽음을 계기로 해서 탕아 동생 야닉은 개과친선의 길을 걸어갑니다. 형이 권했던 일을 함으로써 과거의 일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백수 신세에서 벗어나는 동안 그는 형 가족의 일상 속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갑니다. 적극적으로 형수 집 부엌 리모델링에 나서기도 하기도 하는 동안, 그는 개인적으로 평소에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형수를 좋아하게 되고 사라도 그를 가족일원처럼 받아들입니다.

 

 

저와 달리 리메이크 버전을 보지 않은 가운데 원작을 먼저 접하신 분들도 일이 어떻게 돌아갈 지는 금방 눈치 챌 수 있으실 겁니다. 아니, 대비되는 두 형제를 통해 처음부터 다 그렇게 짜 있다는 게 훤히 보일 정도로 이야기는 상투적적인 편이지요. 하지만 여기에 영화는 우직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그러한 점들을 보완하면서 드라마를 쌓아갑니다. 주인공들을 따라 움직여 대곤 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일상의 한 단면을 지켜보는 듯한 날 것의 느낌을 자아내고, 거기에 적절하게 맞춘 출연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이야기 속의 드라마는 힘을 얻어갑니다.

 

 

그런 동안 그 안에서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고 그러고 싶지만 힘든 문제에 닥치게 된 현실 속 사람들을 우린 보게 됩니다. 사라와 야닉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겨우 살아남은 후 포로 신세로 굴러 떨어지게 된 미카엘은 나중에 진퇴양난과 같은 선택을 강요받았고 그리하여 자신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저질렀습니다. 후에 아군에게 구출되어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그 일로 여전히 편치 않습니다. 그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하거나 아니면 비난할 수 없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아내에게도 그 일을 털어놓을 수 없어하면서 속으로 끓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아주 많이 가까워진 아내와 동생을 보면서 동생에게 그녀와 잤냐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합니다. 세 주인공들 간의 애정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과거의 일을 인정할 수도 없고 떨쳐버릴 수도 없어서 괴로워하고 폭발할지도 모르는 미카엘 때문에 본인뿐만 아니라 사라와 야닉도 힘들어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리메이크 버전에서 본 장면들이 언어 등 몇몇만 빼고 그대로 등장하곤 했고, 그러니 원작과 리메이크 버전 각각에서의 출연 배우들 연기가 비교되곤 했습니다. 양쪽 영화 출연진들 다 좋은 연기를 선사하는 가운데 각각의 영화가 요구하는 것에 맞는 연기 스타일로 같은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지요. 울리히 톰센과 니콜라이 리 카스는 튀지 않는 가운데 두 형제간의 오랜 관계뿐만 아니라 각각 반대 방향으로 가는 그들의 변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겉으론 많이 변한 건 없어도 전과 위치가 많이 달라진 두 형제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본 영화가 나오기 이전에 우리가 이미 [맥스 군, 사랑에 빠지다], [데블스 애드버킷], [글래디에이터]와 같은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조연으로 접해 온 덴마크 배우 코니 닐슨의 경력에서 영화는 첫 덴마크 영화였습니다. 다른 두 배우들처럼 꾸밈없는 사실주의적 연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일상생활 속에서 가족 문제를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으로써 그녀는 훌륭합니다. 이후로 그녀는 미국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특수수사대 SVU]에서 잠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브라더스]와 5년 후 만들어진 짐 셰리던의 리메이크 작을 비교할 때 애초부터 후자가 약간 낮은 위치에 있겠지만, 그리 질적 차이가 많이 나지 않으니 이들을 비교하는 건 원래 무대 공연과 얼마 후의 리바이벌 공연을 비교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갖고 비어와 셰리던은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고, 그 결과 하나는 사실적 체취가 느껴지는 유럽산 아트하우스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매끈한 극영화로 변모했지만 꿀리지 않는 할리우드 형제입니다. 이 좋은 영화들 중 하나만 봐도 그만이고 둘 다 봐도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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