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잡설


영화는 두 명의 주연이 극을 지배한다. 한명은 주방의 요리사이고 다른 하나는 식당의 주인이다.


이 둘의 공간은 분리된다 심지어 공간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의 문제까지 누구도 결정적인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 


첫 장면에서 주방에서 일하는 설겆이 보조는 성가곡을 부르는 장면이다. 주방 장면을 자세히 보자 그곳은 말이 주방이지 철저하게 식당을 위해 봉사한다.


주인과 손님 그리고 주인의 아내와 불륜의 대상자까지 그곳을 애용한다.


쇼무대에 나오기 전에 배우들이 대기하고 그곳에서 다음 코너를 준비하듯이.. 그런 의미에서 주방은 연극의 무대 뒤편을 상징한다. 


주방을 통해 무희가 나오는 장면이 바로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고 또한 두목의 아내와 그의 정부가 사랑을 나누는 곳도 역시 주방으로 귀결된다. 


이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이 것을 만남-속죄-구원으로 해석하고 싶다.


지나치게 종교적이라고? 서양역사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 틀이 바로 기독교라는 것을 그리고 거기서 실마리를 얻어 쓴다는 사실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1. 만남


만남은 찰나에 벌어진다. 도둑은 매일 저녁마다 식당에 와서 그의 부하들을 모아놓고 요리를 먹고 마신다. 나는 이 장면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자꾸만 떠올리게 됐다. 주빈석에 도둑이 앉고 주변에 그의 하수인들이 줄줄이 앉는다. 다만 그들은 최후의 만찬을 모사해서 무엇을 얻을수 있는 


걸까? 바로 자신들이 식당의 '신'이란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희생이 없는 신, 권한만 가득 갖고 있는 신 그들이 식당에 대해 갖길 원한 권력은 그것


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유감스럽게도 한껏 사용한다. 천박한 공간에서 도둑의 아내는 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와 순간적인 정사를 갖는다. 



2. 속죄


거창하게 쓰긴 했지만 뭐 대단한 이야기는 없다. 죄란 관계의 파괴이고 죄를 속량한다는 것은 그 파괴된 관계를 복원한다는 전제에서 나는 이야기 하기 


원한다. 도둑과 그의 아내는 동어반복이지만 '부부'이다. 그러나 전혀 부부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두목에게 아내는 소유물이며 아내는 두목에


게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는 자신의 관계를 바로 잡을 대상으로 손님을 선택한다. 자신이 누리고 싶은 여자로서 또 한 사람의 아


내로서의 삶을 살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그것을 하나씩 수용한다. 늘 식당에서 둘은 만나고 화장실과 주방 창고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러면서 둘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다가 둘의 불륜은 들통이 나고 정부의 집이자 도서관으로 도피한다. 도서관은 이질적인 곳이다. 세상의 모든 말


과 사물의 지식 그리고 그 행로가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정부는 이제 그곳 자신의 공간을 공개하고 그 곳에서 서로의 관계를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도둑은 용서치 않는다. 식사를 배달하던 아이를 겁을 줘서 그것으로도 알수 없게 되자 이번엔 그 아이의 책을 뒤져서 둘의 거처를 확인해낸다. 그리


고 자신의 콤플렉스인 책으로 남자를 죽게 만든다. 이제 둘의 관계는 모두 끝난 것 처럼 보인다.



3. 구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구원이라고 썻지만 영화 결말에 꽃비가 내리고 하늘이 열리면서 거대한 손이 그녀를 살려내는 그런 감동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아 주시길. 구원이란


말은 내가 그냥 지어내고 갖다 붙인 개념이라고만 알아주시길 바란다. 


아내는 죽은 정부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의 복수를 위해 요리사를 부른다. 이제 요리사와 도둑의 공간 경계는 없어진다. 요리사는 주방의 요리사들을 모두 모아 


도둑을 제압하고 정부의 시신으로 요리한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한다. 그것을 한 입 먹고 총에 맞아 죽는 것이 영화의 결말이다. 문득 요한복음에 나온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하늘로서 내려온 산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나의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로라 하시니라" 요한 복음 6.51

정부의 몸은 산 떡이 됐다. 다만 성경의 그것과 다른 장면이라면 바로 화해와 용서가 아닌 응징이 따랐다는 점이다. 산 떡을 먹으면서 죄가 용서되지 않고 그것을
먹으면서 오히려 누가 가해자인가 라는 문제가 더 불거지고 분명하게 나온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단순히 요리 라는 주제를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요리를 통해
서 세상을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떡 역시 죄에 대한 범위를 결정한다. 누구 잘못인가? 이게 얼마나 살벌한 문제였는가? 그것은 아내의 총 한 발에 모두 해
결된다. 바로 그 요리를 먹는 장면은 하나의 의식이다. 도둑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를 스스로 인정하게 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죄값을 치르게 만들뿐 아니라 그
동안 도둑에게 가려져 있던 사람들 곧 그에 의해 자신의 관계와 가치가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이다.
도둑의 아내는 남편의 지긋지긋한 폭력을 청산시킨다. 단순히 살해함으로? 아니다. 도둑이 시신으로 만들어진 요리를 먹을때 덜덜 떨엇던 장면.. 그 장면을 떠올
려보라.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며 식당내에서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두르던 사람이 그깐 일에 겁을 먹을까? 아니다. 바로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어떻
게 살았길래 이런 대접을 받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기 때문에 덜덜 떨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시작이 아내와 정부의 만남이었다면 영화의 마지막은 도둑과 죄의
만남으로 결말짓는다. 그리고 아내는 그 남편을 처형함으로 요리사와 스탭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했던 사람을 응징함으로 식당이란 세계의 관계를 다시 회복시
킨다. 그런 의미에서 구원이란 것이다. 아내는 남편을 - 무례와 천박함이 뭉친 - 죽임으로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고 죽은 시신을 남편으로 인정함으로 자신의 존재
를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관계를 다시 정리한다. 자신의 남편이란 도둑은 이제 그녀에겐 어떤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될 뿐이다.
이 영화는 섹스와 요리 그리고 색감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 부부라고 하지만 단 한번도 섹스를 하지 않은 - 손님을 내쫓고 거기 무희의 공연장으로 만들 정도로
충동적인 남편이 왜 아름다운 아내를 화장실로 데려가지 않았을까? - 관계에서 과연 부부가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없다고 본다. 도둑은 그의 부하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많이 관심을 갖는다. 과연 그것이 정상적인 부부관계일까?
첫 날 만남으로 섹스를 시작하고 점점 둘만의 시간을 갖길 원하는 둘이 부부인가? 라는 것을 영화는 판단을 요구한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과 다시 지긋지긋한 폭
력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죽은 정부와 함께 함으로 그의 여자로 남을 것인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영화는 선택의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이나 미국에 수입될 당시 노출 수위와 잔혹한 장면 때문에 수입에 애로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물론 이것을 누구나 다 보는 공중파에서 틀자는 주장을 하
고싶진 않다. 다만 그런 문제를 좀더 기술적으로 풀어서 해결 할 수 있었을 텐데란 아쉬움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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