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존 (Green Zone, 2010) ☆☆☆1/2

 

 

[그린 존]은 이야기상으로 엄격하게 보자면 완벽하지 않은 스릴러입니다. WMD(대량 살상 무기)를 핑계 삼아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개시한 후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하게 일을 말아먹었단 거야 잘 알려진 사실이고 영화에서 보여 지는 것들도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점에도 불구, 영화는 강도 높은 액션영화이면서 흥미진진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우리를 단단히 쥐어 잡으면서 바그다드 속을 격렬하게 질주하기도 하지만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함 속에서도 그 때 당시의 속사정이 어땠는지를 따갑게 전달하는 정치 스릴러의 역할도 잊지 않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라힙 찬드라세카란의 논픽션 [Imperial Life in the Emerald City: Inside Iraq’s Green Zone]]에서 각본 아이디어가 나온 본 영화는 물론 실화가 아니고 픽션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 상황들과 인물들이 현실과 여러 모로 대조되는 동안 영화는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미국 고위 관리인 클라크 파운드스톤은 실제 이라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자 이야기 중에서 살짝 언급되기도 하는 폴 브레머와 비교되었고, 에이미 라이언이 연기한 WMD 기사를 쓴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 로리 데인은 실제로 부시 행정부로부터 얻은 ‘정보’를 통해 그와 같은 기사를 쓴 뉴욕 타임스 기자 주디스 밀러와 비교되었지요. 이처럼 현실에 근접한 픽션을 토대로 해서 영화는 이라크를 침공한 게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그 다음으로도 얼마나 일이 더 잘못되어가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생생하게 얘기합니다.

 

 

2003년, 미군이 바그다드에 들어온 후 미 육군 소속의 로이 밀러 준위(맷 데이먼)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 동기였던 WMD를 찾기 위해 백방 노력하고 있지만, 상부에서 받은 정보대로 혼란으로 가득 찬 이라크 속을 그와 그의 부하들이 헤쳐 나가서 간 곳에서 그들은 번번이 삽질만 합니다. 최근에 그들이 어렵사리 간 장소만 해도 신경가스커녕 핵폭탄도 없고 엿과 바꾸어먹기도 힘든 것들만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이러니 슬슬 밀러는 자신이 받는 지시뿐만 아니라 그 지시가 나온 근원인 정보 제공자인 ‘마젤란’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질문에 그의 상사들은 신경 쓰지 않지만 CIA 책임자인 마틴 브라운(브렌단 글리스)는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밀러를 눈여겨보고 그에게 접근합니다.

브라운은 일이 돌아가는 데에 불만이 많은 데, 그 이유는 마젤란과 접선해서 WMD 관련 정보를 얻은 파운드스톤(그렉 키니어)를 위시한 미국 행정부 쪽 사람들이 자신과 CIA 사람들을 무시해 왔기 때문입니다. 중동이나 이라크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그와 같은 사람들을 퇴물 취급하면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신경도 쓰지 않는 동안 파운드스톤은 민주주의의 도입으로 새로운 이라크를 만들어내겠다고 하면서 이 나라를 재조립하려고 합니다. 모든 다 갈아치우려고 하다가, 그는 실제 폴 브레머가 이라크에서 범한 가장 큰 실책들 중 하나를 이야기 나중에서 저지르고야 말지요.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블러디 선데이]와 [플라이트 93]의 핸드헬드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통해 화면에 현장감을 불어 넣었고, 모로코에서 촬영한 영화 안의 배경은 바그다드 시내로써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바그다드에서 ‘충격과 공포’를 당하는 처지가 어떤 지를 살 떨리게 보여 주는가 하면, 그 후에 바그다드 시에 함께 존재하게 된 두 동떨어진 세계의 기이한 모습을 강하게 대비됩니다. 하나는 사담 후세인의 대통령 궁을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미군 안전 지역인 그린 존이고 그곳은 밖에 비하면 딴 세상 같습니다. 그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 안에서 파운드스톤과 같은 사람들은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을 결과을 얻을 거란 착각에 빠지면서 더더욱 현실과 멀어져 가고 있고 한 구석에서는 미국을 나중에 더욱 더 망신시킬 험악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정부상태의 그 지역 바깥의 위험한 세상입니다. 조지 W. 부시는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한 캐릭터가 밀러에게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야’라고 말하듯영화에서 우린 이 바보 같은 종전 선언 이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더욱 더 바닥을 쳐가게 될 괴상한 상황의 시작을 목도합니다. WMD를 찾는 일에 계속 허탕을 내던 도중 밀러는 현지인인 프레디(칼리드 압달라)의 정보제공으로 WMD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이라크 군 장군 알 라위(이갈 나오어)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를 잡지만, 파운드스톤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달가워할 입장은 아닙니다. 그에 따라 밀러는 바그다드의 그 위험한 미로 속에서 아군이지만 파운드스톤의 권한 아래 있는 특수부대와 격렬한 추격전을 벌어야 합니다.

액션 장면들은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 잦은 편집과 정신없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표현되었고 그러니 영화 보실 때 영화관에서 가능한 한 뒷좌석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막 흔들리는 정신없음이야 요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에서 누구나 다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린그래스와 그와 함께 작업하면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거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기술진들은 어떻게 우리를 휘어잡을 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고, 그 와중에서 브라이언 헬겔렌드의 각본은 명각본은 아닐지언정 단단히 우릴 붙들어 맬 안전벨트 역할만큼은 제대로 합니다. 페이스는 더 빨라지지 않는다면 모를까 느려지는 법이 없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존 파웰의 거침없는 음악과 함께 최고조에 달하면서 보는 사람을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영화 안에서 달려가곤 하는 맷 데이먼을 보면 당연히 제이슨 본이 연상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이슨 본이 자신의 정체란 맥거핀을 향해 달려가듯이 밀러는 WMD라는 맥거핀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데이먼은 제이슨 본보다 훨씬 더 현실에 가까운 캐릭터를 맡았고 영화 속의 액션들은 막 요동치면서 질주할지라도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다가 자신이 속한 시스템에 회의를 느껴가는 밀러를 보면 혹시 본 영화가 그린그래스의 [마이클 클레이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밀러는 복잡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데이먼은 액션 영화 주인공으로써도 신뢰가 갈 뿐만 아니라 분주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주인공으로써도 믿음직합니다.

 

 

2시간 남짓 한 상영 시간 동안 많은 걸 하고 많은 걸 보여 주느라 바쁜 이야기에는 입체적인 캐릭터들보다는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단번에 전달해 주는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들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고 데이먼을 둘러싼 조연 배우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해 하면서 그를 보조합니다. 그렉 키니어는 의도는 선할지는 몰라도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생각을 잘 해 보지 않은 가운데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는 독선적인 캐릭터를 맡은 가운데, 브렌단 글리슨은 주어진 상황에서 일을 제대로 하려고 하는 CIA 요원으로써 든든합니다. [플라이트 93]의 테러리스트들 중 한 명이었던 칼리드 압달라는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는 현지 정보제공자/통역관으로써 영화 속 상황에 대한 이라크 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영화의 중요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린 존]은 영리하고 재빠른 액션 영화이면서 동시에 이라크 전에 대해 대놓고 비판을 하기도 하는 정치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야기가 현실에 바탕을 두었으니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고 본 영화를 통해 이라크 전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영화는 정해진 경로를 빠르고 박진감 넘치게 달려가고 이는 매우 볼 만 합니다. 그리고 허구에서 엿보여지는 보여 지는 사실들은 영화 밖의 현실을 되새기게 합니다. 몇 년이 지난 가운데 이와 같은 영화가 블록버스터급 지원을 받으면서 만들어질 수 있게 된 지금도, 그 쪽 상황이 변한 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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