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다크니스 (Edge of Darkness, 2010) ☆☆1/2

 

 

 올 2월 마지막 주에 국내 개봉이 예정되어 있었다가 취소된 후 개봉미정 상태인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따분하지 않았지만, 영화가 끝날 때 저는 이게 전부인가 하고 제 자신에게 물어 봤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은폐가 있었고 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대강 알기도 했지만, 영화는 제목 그대로 어두운 중심의 가장자리를 맴돌면서 그에 비해 상당히 단순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맺음 짓습니다. 어쩌면 큰 그림을 다 보여주지 않는 게 의도인지 모른다고 해도 영화는 그 어두운 그림이 얼마나 큰 지도 혹은 얼마나 넓은 지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니 아리송해지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멜 깁슨이 연기하는 주인공 토머스 크레이븐은 보스턴 시의 형사입니다. 그와 그리 자주 연락하지 않아 왔던 자신의 외동딸 엠마(보자나 노바코빅)가 별 이유를 밝히지 않고 오랜 만에 그를 방문하게 되니 기분이야 좋지만, 딸에겐 뭔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는 듯합니다. 같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그녀는 갑작스럽게 구역질 증세를 보이기도 하는 가하면 집에 도착한 후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찰나 코피가 터지면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것도 잠시, 그녀와 함께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한 정체불명의 괴한이 “크레이븐!”이라고 외치면서 산탄총을 그들에게 갈기고 크레이븐은 자신의 눈앞에서 딸이 죽어가는 걸 봐야 했습니다.

 

크레이븐의 직업상 이 일로 보스턴 시 언론은 시끌벅적해지고 보스턴 경찰은 범인이 크레이븐을 노렸다고 여기면서 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해갑니다. 하지만 딸을 잃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서도 크레이븐은 여느 좋은 형사답게 사건의 의심스러운 면을 처음부터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딸이 몰래 소지하고 있었던 권총을 시작으로 해서 그는 자신과 만나기 전에 딸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내려고 하지요. 그렇게 하여 그는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맞닥뜨리곤 하지만 그들은 대개 상당히 불안해하면서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의 독자적 수사 경로는 딸이 일하고 있었던 거대기업인 노스무어에 다다르게 되는데, 척 보기만 해도 노스무어 측에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정부 기관과 모호하게 연계된 것은 기본인 가운데 미사일 기지를 임대받은 뒤 그 장소를 위압적으로 인상적인 모던 아트 건축물로 리모델링한 기업이 수상하지 않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지요. 게다가 크레이븐을 맞이하는 회사 중역인 베넷을 대니 휴스턴과 같은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배우를 기용했으니 이미 말 다 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빌딩 꼭대기쯤에 있는 그의 잘 꾸며진 사무실에선 드넓은 전원 풍경을 저 멀리 훤히 내다볼 수 있고 영화 중간에서 베넷은 자신이 그 모든 것의 주인인양 폼 잡으면서 이를 바라다보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에 나온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처럼,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영국 BBC TV 미니시리즈를 원작으로 했는데 여기서도 긴 이야기를 압축하는 데 따른 문제가 확연히 보이는데 여기선 그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일단 판을 벌려놓은 건 괜찮긴 한데 그걸 풀고 정리하는 데 있어서 이야기는 덜컹거리는 구석들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미니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이 하나씩 단서를 잡아나가면서 서서히 사건 중심에 접근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영화에선 이야기를 이리저리 축약하는 통에 장면들 사이사이에서 주인공이 정보를 얻고 대사를 통해 자신이 뭘 미리 알고 있다는 걸 우리에게 말하니 미스터리로써의 흥미를 자아내는 데에선 실패했지요. 저 같이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주변 캐릭터들도 원래보다 비중이 더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각본이 요구할 때만 들어가고 나가곤 하면서 얄팍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는 사건을 파고들어가는 면에서 상당한 겉돌기를 합니다. 물론 이야기 중반쯤을 넘어서 사건의 자초지종이 대략 설명되지만 단지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다는 인상만 남깁니다. 노스무어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설명되지만 그 큰 빌딩과 지하 몇 층엔가 있을 법한 공간만 빼고 우린 노스무어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할뿐더러 어떻게 정부와 연결되어 있는지도 잘 파악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결말을 쉽사리 풀어버리고 맺어버리니 영화는 결국엔 스릴러이기보다는 딸을 잃어서 열 받아 눈에 뵈는 게 없는 중년 아버지의 액션 복수극쯤으로 보입니다.

 

8년 전 [싸인] 이후로 첫 출연작이긴 하지만, 멜 깁슨은 무뎌지지 않은 스타배우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 긴 기간 동안 두 좋은 영화들을 열심히 만들기도 하는 가운데 가끔씩 별별 소동들을 벌이면서 망가지곤 했지만, 화면상에서의 그의 이미지는 여전히 잘 먹히는 가운데 고통과 의지로 똘똘 뭉친 주인공으로써 그의 연기도 좋습니다. 원작의 CIA 해결사를 맡은 조 돈 베이커와 대비되는 역할로써, 레이 윈스턴은 영국에서 불려온 해결사 제드버를 맡았고 제드버는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아마 모든 걸 대부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크레이븐과 같은 사람이 "A와 B를 연결하는 걸“ 방해하는 게 자신의 전문이라고 하지만, 제드버는 불명확한 동기 아래 크레이븐 뒤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것을 시작으로 슬그머니 이리저리 정보조각들을 흘리고 윈스턴은 등장할 때마다 매번 화면을 장악합니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그럭저럭 볼만 한 오락물이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이보다 더 훨씬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부분들이 그다지 잘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겨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화는 그런 단점들을 보완할 만한 좋은 스릴러도 아닙니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TV 미니시리즈 각색물의 한계를 완전 넘어서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탄탄한 스릴러였습니다. 반면에 그와 달리 본 영화는 이야기나 주제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주인공이 딸의 복수를 하는 거에나 더 집중하는 동안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한 음험하게 인상적인 거대기업을 등장시켰으면, 그냥 악당이라고 하기보다 무슨 나쁜 짓을 하는 지 좀이라도 더 얘기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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