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대결투 (The Crazies, 1973) ☆☆

 

 

이번 달에 사정상 놓치게 될 국내 개봉 영화들 중 하나인 [크레이지]의 원작인 조지 A. 로메로의 동명 영화는 다른 그의 덜 알려진 영화들처럼, 로메로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고 본인도 아마 계속 이어갈 좀비 영화들의 명성에 가려져 왔었습니다. 국내 제목은 희한하게도 [분노의 대결투](리메이크 작과 구별할 겸해서 본 영화는 앞으로 이 제목으로 언급하겠습니다)인 본 영화는 B급 영화로써의 한계들을 비롯한 여러 단점들로 인해 원작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영화는 로메로 영화다운 모습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리메이크 작에서도 나온 도입부 장면을 시작으로 해서 영화는 한 조용한 마을을 덮친 재난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정부 기관에서 연구하고 있었던 트릭시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수원을 통해 마을에 퍼졌는데, 사람에게만 작용하는 이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의 결과는 두 가지입니다. 저 세상으로 빨리 가던 가 아니면 회복 불능 지경으로 완전 정신이 나가버립니다. 후자의 경우, 말 그대로 바보 같이 굴기도 하지만(“I'm fine now.") 살인적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이 사태에 대해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합니다. 마을은 군대에 의해서 금세 주위로부터 봉쇄되고 마을 사람들은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군인들에게 의해 대부분 끌려가 마을 학교 안에서 격리된 신세에 놓입니다. 마을에 도착한 과학자들이 치료제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위에서는 가면 갈수록 나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떤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런 동안에 로메로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은 소리를 참 많이도 쳐대고 일은 험악하게 돌아가기도 합니다.

 

 영화는 한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돌아가 버리는 동안의 여러 순간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주인공들이 군인들을 피해 돌아다니면서 간간히 B급 액션을 하는 동안 바이러스로 인해 정신이 나간 사람들은 난장판 속에서도 태연하게 빗자루를 쓸고 있는 등의 별별 순간들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의 좀비 영화들에서도 그랬듯이 로메로는 이야기 안에서 사회적 논평을 첨가했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에 미국 사회에 팽배했던 워터게이트와 베트남 전 등으로 인한 미국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군대에 대한 편집증적 두려움이 곳곳에 보여 지고, 어떤 순간엔 그리 낯설지 않은 분신자살 광경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 등의 동시대 다른 저예산 충격 쇼 영화들에 비하면 효과가 덜합니다. 영화 속의 피야 처음부터 가짜 티가 나고, 감염자들이 아무리 무섭게 행동해도 우스꽝스러운 티가 납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시체들은 아니지만 본 영화는 마치 말할 줄 아는 좀비들 영화 같고 영화 결말쯤에서의 장면에서 보다시피 로메로도 그 점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의 좀비 영화들만큼이나 상당히 암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엔 간간히 유머 감각이 끼어들곤 하지요.

 

 그리고 전 이야기에 그다지 잘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 분위기는 잘 잡았지만 후반부에 가서 군인들과 민간인들 두 집단들 사이를 오가는 동안 이야기는 페이스 조절을 못하면서 늘어져만 갑니다. 정부 책임자들이 고려한 극단적 해결책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식으로 폼만 잡다가 자리에서 물러나고(하지만 예고편을 보아하니 리메이크 버전에 떡하니 등장하더군요) 저예산 영화다운 간소한 스타일로 꾸며진 결말이 나옵니다. 저예산의 한계는 창의력을 자극하기도 하다고 하지만 동시에 어찌할 수 없는 벽이기도 하고, 이미 얄팍하고 개성 없는 캐릭터들도 그런데 연기 경험이 적은 출연진들의 아마추어 연기도 봐주기가 좀 그렇습니다.

 

 [분노의 대결투]는 괜찮은 장점들이 단점들에 많이 가려지는 영화입니다. 나중에 나온 [아웃브레이크]에 영향을 끼친 면이 보이기도 하는 영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상황을 잘 조성했지만 이를 어떻게 끝내야 할 지 모른 채 머뭇거리다가 엉성하게 이야기를 끝맺었습니다. 제작비가 더 있었다면 개선될 수 있었을 점들은 많이 보이고 이러니 리메이크는 할 만하고 얼마 전 현지에서 개봉될 때 비교적 괜찮은 평을 받은 리메이크 작에 대해 전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아까 전에 좀비 같다고 했지만 본 영화의 감염자들을 좀비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능하고, 반복적이고, 살인적이고, 전염성이고... 이 정도면 자격요건이 충분한 가운데 부가적으로 무섭지 않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79195
36 [영화] 속 돌아온 외다리 [1] 곽재식 2010.06.03 3513
35 [영화] 라쇼몽(羅生門, 1950), '인식의 주관성'은 이제 그만 [1] [1] oldies 2010.06.01 10466
34 [영화] 매란방 (2008) [1] abneural 2010.04.28 3990
33 [영화] 룩 앳 미 (Comme une image, 2004) : “내가 그랬나?” [1] 조성용 2010.04.04 4237
» [영화] 분노의 대결투 (The Crazies, 1973) :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바이러스 [1] 조성용 2010.04.04 3651
31 [영화] 타이탄 (Clash of the Titans, 2010) : Clash of the CGIs [215] 조성용 2010.04.02 6546
30 [영화] 폭풍전야 (2010) : 나중에 그 바닷가를 재방문해봐야 하나? [19] 조성용 2010.04.01 5806
29 [영화] 브라더스 (Brødre, 2004) : 다른 스타일의 같은 이야기 [2] 조성용 2010.03.31 4058
28 [책] 고령화 가족 1분에 14타 2010.03.31 4955
27 [영화] 엣지 오브 다크니스 (Edge of Darkness, 2010) : 멜 깁슨은 녹슬지 않았다 [22] 조성용 2010.03.30 6296
26 [영화] 브라더스 (Brothers, 2009) : 전과 다르게 변한 두 형제 [1] 조성용 2010.03.29 4414
25 [영화] 영혼을 빌려드립니다 (Cold Souls, 2009) : 내 속이 이리 쪼잔하다니 [18] 조성용 2010.03.29 5419
24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Man Som Hatar Kvinnor, 2009) : 좋은 추리 미스터리와 매력적인 해커 여주인공 [1] 조성용 2010.03.28 6162
23 [영화] 위 리브 인 퍼블릭 (We Live in Public, 2009) : 인터넷은 프라이버시를 모른다 [16] 조성용 2010.03.28 3206
22 [영화] 너를 보내는 숲 (Mogari no mori, 2007) : 정해진 이야기 규칙이 없는 숲 [1] 조성용 2010.03.28 3461
21 [영화] 그린 존 (Green Zone, 2010) : WMD를 향해 질주하는 정치액션스릴러 [15] 조성용 2010.03.27 4551
20 [영화] 제로 포커스 (Zero Focus, 2009) : 파도 치면서 눈발도 날리는 미스터리 [1] 조성용 2010.03.26 4101
19 [영화] 불타는 내 마음 (2008) : 적어져 가는 머리카락들 [1] 조성용 2010.03.26 3957
18 [영화] 콜링 인 러브 (The Other End of the Line, 2008) : Boring in Love [2] 조성용 2010.03.26 4047
17 [영화] 솔로몬 케인 (Solomon Kane, 2009) : 구원의 길은 우중충하고 질척거렸으니 [24] 조성용 2010.03.26 674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