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앳 미 (Comme une image, 2004) ☆☆☆1/2 

 

 

 [룩 앳 미]은 소통 문제의 코미디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정도는 달라도 하나 같이 주위 사람들과 제대로 통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정한 건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관심을 쓰기에 앞서서 자신의 사정이 더 중요하기 마련이니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기 마련이고 그러다가 그들은 악의는 없어도 무심결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입니다. 영화는 이런 결점 있는 인간들의 고운 점과 미운 점들을 같이 함께 포용하는 동안 실생활 속의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문제들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유명 작가이자 편집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에티엔 카사드(장 피에르 바크리)에겐 좋아할 구석을 찾기 힘듭니다. 근처에 있는 그 누구든 간에 어김없이 씹어댈 구석을 찾곤 하는 이 왕 비호감에다가 거만하기 그지없는 이 아저씨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곤 해왔었는데 특히 그의 과체중 딸 롤리타(마릴루 베리)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늘 자기 밖에 모르는 이 이기적 아버지로부터 받은 관심과 애정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불행한 동시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호의와 친절들이 대개 그녀 아버지 덕분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그녀는 외롭지만 관심의 손길들에 더더욱 방어적입니다. 아버지는 그녀를 “꽃돼지”라고 부르는데, 저처럼 어릴 때부터 과체중인 분들께선 그 애칭이 얼마나 기분 더럽게 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글쎄, 그녀의 그런 시각이 무조건 편견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어도 재능은 확실히 있는 그녀에게는 성악이 그나마 불행하고 갑갑한 일상에서 숨통을 트여 주고 있고, 곧 있을 공연을 위해 그녀는 음악선생 실비아(아네스 자우이)로부터 교습을 받고 있습니다. 실비아는 처음엔 롤리타를 그다지 특별하게 보지 않다가 나중에 그녀가 에티엔의 딸이란 걸 알게 되니, 그녀는 이게 자신의 작가 남편 피에르(로랑 그레빌)를 도와 줄 기회라고 보고 그녀를 전보다 더 잘 대합니다. 그런가 하면 롤리타의 최근 남자친구도 그녀보다 에티엔의 눈에 더 잘 드는 거에 더 신경 쓰고 있지요. 이러니, 우연한 계기로 자신과 가까워진 세바스티앙(케인 부히자)에게도 롤리타는 경계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순둥이 세바스티앙은 그나마 그녀의 툴툴거림을 참아주면서 다정하게 대하지만,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그에게 좋은 자리 제안해주니 그녀의 의심은 또 고개를 쳐들지요.

 

 감독 아네스 자우이가 장 피에르 바크리와 함께 쓴 각본은 이런 문제 있는 주인공들을 갖고 웃기는 순간들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지 혹은 상대방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순간들에서 나오곤 합니다. “내가 그랬나?”하면서 실비아는 내숭을 떨곤 하고 에티엔 덕분에 많이 유명해질 기회가 다가오자 피에르는 그 앞에서 비위 맞추어주는 보기 한심한 꼴을 보이곤 합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슬럼프에 빠진 에티엔은 자신 덕분에 성공한 피에르 곁에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그 놈의 잘난 자존심은 지키려고 들지요.

 

 가장 효과적인 코미디는 아픈 코미디이기 마련이고 이는 대개 에티엔이 주변 사람들을 상처 주는 모습에서 대해서 나오곤 합니다. 자신이 보기에 울적해 보이는 상대방에게 “청산가리는 화장실에 있다네.”라는 썰렁하게 따가운 농담을 하는 건 기본인 그는 다른 사람들 감정과 생각에 거의 무감각한 태도로 독설을 날릴 뿐더러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양 무시하곤 합니다. 한 장면에서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하는 동안 자기 사정 털어놓으면서 상대방과 가까워진 듯하다싶더니, 금세 그는 휴대폰 통화에 더 신경을 쓰고 그러다가 또 상대방 염장 지르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이 인간 때문에 불행한 사람은 롤리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올 1월에 영화를 처음 본 뒤 몇몇 가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DVD로 다시 감상을 하는 동안 더 두드러지게 눈에 보인 건 그의 친구/비서인 뱅상(그레고이레 오에스테르만)과 에티엔의 두 번째 아내 카린(비르지니 데사르노)도 롤리타 못지않게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에티엔에게 항상 셀로판 맨 수준의 대접을 받고 있는 뱅상은 친구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의리로 겨우 지탱하고 있는 듯합니다. 휴게소에서 와인 가지러 되돌아가야하는 문제를 갖고 옥신각신할 때 나중에 뭐라고 할 지 아주 잘 알고 있으니 상대방이 괜찮다고 해도 결국엔 그가 원하는 바를 고집해 주지요.

 

 카린의 경우는 어떠냐고요? 다시 생각해 보면 해볼수록 그녀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다가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보는 고집불통 영감과 엮이게 된 것도 그런데 어김없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언어 박대를 인내해야 하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비록 그와 자신 사이에서 낳은 어린 딸(그녀는 아버지 그림을 그릴 때 아주 솔직하게 묘사합니다)은 롤리타와 좋은 사이이긴 하지만, 계모에게 그다지 마음을 주지 않는 의붓딸 때문에 그녀는 더 힘들어 하지요. 비르지니 데사르노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면서 헤쳐 나가는 애쓰는 캐릭터로써 튀지 않지만 동시에 기억에 많이 남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흠잡을 구석이 없는 출연진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배우야 당연히 개차반 성질을 마음껏 펼치고 다니는 에티엔을 맡은 장 피에르 바크리이고 그는 불쾌함을 한 번도 누그러트리지 않으면서 우리의 시선을 끕니다. 자식 공연과 관련된 유명한 어느 클리셰도 손들고 무릎 꿇을 지경으로 자기에게만 온 관심이 쏠려 있을 정도이고 영화 끝에 가서도 그는 여전히 변한 게 별로 없고 후에도 사람들 피곤하게 만들 게 뻔한 인간이지만, 그의 민폐로부터 안전한 위치에서 지켜보는 우리에게야 그는 재미있는 인간입니다. 본 영화가 첫 출연작인 마릴루 베리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날선 면을 잃지 않습니다. 까칠하지만 동시에 정이 가고, 연약하지만 동시에 추진력이 있는 입체적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낸 그녀의 목소리는 곱기도 합니다. 아네스 자우이는 주인공들 중 가장 나은 사람인 실비아를 맡았는데, 실비아도 결점 있는 사람이긴 마찬가지고 자우이는 내숭뿐만 아니라 그 외 다른 여러 것들로 재미있는 순간들을 자아내곤 합니다. 남편의 언행을 지켜보는 동안의 그녀 얼굴 표정을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룩 앳 미]는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예리한 재치와 함께 섬세하고 재미있게 그려냅니다. 우리들 자신에게서도 볼 수 있기도 한 인간적 결점들이 만들어 내는 코미디에 낄낄거리는 동안 어느 새 우린 주인공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영화는 그들을 놀려먹어도 깔보진 않고 그들에게 신경을 씁니다. 비록 결말에 가서 그들의 문제들이 완전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상황이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자신을 정말 아낀다는 사실만큼이나 큰 희망을 주는 게 세상엔 많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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