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2](감독 이정철)는 말이 안되는 영화다. 개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한들 어찌 사람보다 더 똑똑하며, 동물도 모성애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 사람보다 더 있겠는가. 마음이(달이 분)는 철저히 인간이 만들어낸 개(犬)일 뿐, 실제 개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사실 모든 극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철저히 만들어진 캐릭터다. 물론 실제 배우의 성격이나 외모가 전혀 섞이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마음이에게만 굳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마음이2]는 말도 되고 재미도 있는 유쾌한 가족영화다.
 
고3인 동욱(송중기 분)의 집에는 엄마(박순천 분)와 중국인 유학생 짜오밍(장한 분), 그리고 돌아가신 아빠가 남긴 개 마음이와 강아지 세 마리(먹뽀, 도도, 장군)가 산다. 엄마는 동욱이 공부는 안하고 마음이와 놀러만 다니자, 마음이를 동생인 봉구(권해효 분)에게 처분시킨다. 봉구의 비디오가게에 임시거처하던 마음이 가족을 노리던 보석 도둑 혁필(성동일 분)과 두필(김정태 분)은 막내 장군이를 납치해 도망간다. 
 
여기까지 영화를 보고 나면 조금 뻔한 전개에 뻔한 결말이 예상된다. 장군이를 다시 찾고 가족이 평화를 되찾을 것 같다는 그 예상은 실제로도 들어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건 카메라가 철저히 마음이를 중심으로 따라가기 때문이다. 앞에 열거한 ‘인간’들은 마음이 이야기에 곁들어진 양념같은 존재들일 뿐이다.
 
장군이를 납치한 ‘필 브라더스’의 트럭을 쫓아가는 마음이를 보여주면서, 작품은 날아오른다. 철창에 갖힌 장군이와 꺼내려 애쓰는 마음이의 연기 호흡은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감동을 전해준다. 또, 마지막 장군이 구출 장면에서 한쪽 다리를 저는 마음이의 연기는 ‘알면서도 당하는’ 최루성 모성애의 진수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마음이가 연기를 하는 방식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이는 표정이 없다. 그런데도 그 어떤 배우의 표정연기보다도 감정의 전달이 진하고 명확하다. 어쩌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과장된 표정이 아니라, 장면들 사이의 유기적 인과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장군이를 잃어버린 마음이 옆으로 가족처럼 보이는 단란한 한 무리의 개들이 스쳐 지나간다. 장군이가 무표정하게 그들을 쳐다본다. 이 두 쇼트의 배열만으로도 보는 이는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음이를 뒷받침해주는 ‘인간’ 조연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필브라더스’로 열연한 성동일과 김정태 콤비는 어수룩하지만 유쾌하고 정이가는 악당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무엇보다도 이 콤비가 이끌어내는 코미디는 굉장히 성공적이다. 마음이의 주인 동욱과 그의 엄마 역시 마음이의 모성애를 돋보이게 하는 서브텍스트로서 제 역할을 해낸다. 
 
[마음이2]는 독창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를 연기한 달이의 명민함과 조연들의 든든한 뒷받침, 감독의 안정적 연출은 ‘볼만한 가족영화’의 요건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적어도 ‘나홀로집에’의 아성(?)을 깨보고 싶다는 제작진의 바램이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덧붙여,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무엇보다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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