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봐 We Are Still Here


미국, 2014.   


A Snowfort Pictures/Dark Sky Films Production. 화면비 2.35:1, Red Dragon Digital, 1 시간 24분


Director: Ted Geoghegan 

Screenplay: Ted Geoghegan, Richard Griffin 

Cinematography: Karim Hussain 

Production Design: Marcella Brennan 

Music: Wojciech Golczewski 


CAST: Barbara Crampton (앤 사케티), Andrew Sensenig (폴 사케티), Monte Markham (데이빗 맥케이브), Lisa Marie (메이 루이스), Larry Fessenden (제이콥 루이스), Connie Near (캐티 멕케이브), Susan Gibney (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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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으로 적당히 뚜드려 만든 떨거지 귀신영화같이 보이지만 사실 속내는 유로호러의 전통을 엄청나게 의식하면서, 그 분야의 대가들에게서 한 수 배웠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지는 “광팬이 만든” 호러다. 이 한편의 제목이 화면이 깔리는 장면에서 각본-감독을 맡은 테드 져기건 (설마 “게오그헤건” 이라고 발음하지는 않겄지) 의 호러영화 제작에 대한 태도를 감지할 수 있다. 오래된 흑백 호러영화를 TV 에서 보는 앤과 폴 부부의 침대 밑을 슬쩍 일별한 핸드헬드 카메라가 갑자기 침대의 문을 나서서 복도로 치닫는데, 그 복도 끝에 놓여있던 사진 (나중에 폴과 앤의 죽은 아들 바비의 사진이라는 걸 관객들은 알게 되지만) 이 갑자기 꽈당하고 쓰러지자, “우리는 아직도 여기 있다” 라는 원제가 칠흑같은 화면에 깔리는 그런 전개다.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늘어놓으면서 시간을 때우거나,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아트 하우스” 적으로 애매한 해석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 한편을 만들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오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1시간 20분이 약간 넘는 짧은 영화인데도,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집에 붙어 사는 원귀들이 모습을 드러낼 뿐 아니라, 급격하게 클라이맥스로 치닫도록 앞 뒤의 균형을 깨뜨린 스토리라인을 통해 귀신붙은 집 영화에서 흔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왜 저런 집에서 빨리 도망치지 않고 미적거리고들 있나” 라는 의문을 원초적으로 차단해버린다. 심지어는 원귀들이 왜 이렇게 되었고 어떻고 하는 구체적인 얘기는 아예 엔딩 크레딧의 뒤로 밀어내버리고 있다. 내용은 루치오 풀치의 짜증스럽게 비논리적인 괴작 [묘지 옆에 세운 집 House by the Cemetery] 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하는데, (원귀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19세기에 이 집에 살았던 장의사집 주인의 이름이 “라산더 다그마” 인데 이것은 [묘지 옆에 세운 집] 에도 출연했던 이탈리아 여배우 “다그마 라산더 Dagmar Lassender” 의 성과 개인명을 뒤집은 것이다) 전반적인 착 가라앉은 분위기는 오히려 북구계 예술영화나 동구계 심리극에 더 가깝고, 와장창 퉁탕 눈알이 짜부라지고, 목구멍이 갈갈이 뜯기고, 그냥 식칼이 아니라 과일 베는 칼, 채소 꼭지 따는 칼 등 여러 자루의 칼들이 다발로 목에 콱 꽂히는 강렬한 고어장면으로 도배가 된 클라이맥스에 가야지, 비로소 풀치영화가 지닌 한편으로는 불쾌하고 한편으로는 웃기는 막장스러움을 제대로 보여준다.  원귀들은 불에 타 죽었기 때문인지 몸에서 불똥을 튀기면서 새까맣게 탄화 (炭火) 된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인간의 힘을 한참 넘어선 괴력들을 과시하는 것이 약간 역효과로 느껴질 정도. 


사실 이 한편의 가장 중요한 카드는 캐스팅이다. 바바라 크램튼 여사는 원래 80년대 스튜어트 고든의 연작에서 빼어난 미모를 과시하던 분인데, [리아니메이터 (좀비오)] 에서 발가벗은 채 다리 사이를 파고드는 몸통에서 떨어진 좀비 대가리를 밀쳐내는 모습이 호러 팬들의 뇌리에 영구 각인이 되는 바람에, 연기력이 과소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이 좀 있는데, 이미 90년대에 고든이 이탈리아의 고성에서 실제 로케이션을 해서 만든 [캐슬 프리크] 같은 작품에서 10대의 딸이 있는 신경증적인 태도의 어머니 등의 연기력이 요구되는 역할들을 맡아서 한 바 있다. 이 한편에서도 아들의 죽음 때문에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린 중년 여인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묘사해주고 있다. 크램튼 여사의 "영능력자" 친구인 루이스 부처가 쓸데없는 코믹 릴리프로 소비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이 한편의 강점 중 하나인데, 캐스트 중 내가 제일 반가웠던 분은 마을의 비밀을 관리하는 촌장 비슷한 역할을 맡은 몬티 마크햄 연기자다. 이분은 엄청나게 많은 TV 시리즈에 출연했던 지극히 낯익은 얼굴이다. [6백만불의 사나이] 에서 왼쪽 눈 대신에 양 팔과 양 다리를 사이보그화한 "7백만불의 사나이"로 출연했던 분이라고 말하면 기억하실 올드팬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단지, 이 한편은 결국 사상적으로 볼 때는 조금 다른 서브장르의 [에멜리] 등의 괜찮은 호러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결말로 끝나고 있다. 죽음을 넘어서도 가족끼리 같이 사는 것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상황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뭉클하게 감동적일 수도 있고, 또는 지옥 속에서도 가장 끔찍한 지옥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져기건 감독의 입장에서는 "괴물" 이라는 존재로 매도되는 원령들의 가치관을 옹호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루이스 부처가 어떤 형태로던지 "죽어서도 함께 사는 (살아야만 하는) 가족" 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해 주기를 바랐다. 


결론적으로, 아무런 사회 비판이고 나발이고 다 상관없고 그냥 진땀 쏙 빼게 무시워라스러운 호러를 한 편 보시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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