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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015년이 두 달 반 가량 남았지만 내가 뽑은 올해의 책은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이다. 

 

조너선 하이트의 TED 첫 번째 강연과 EBS 강연을 본 적이 있어서 이 책이 그 강연들의 핵심 내용 그 이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다. 


(재미있으니 한번 보시길... EBS 강연: https://youtu.be/Z7emXnPJGpU?list=PLcJ1oBtqaM2zNNTN2c1kVyy4mF-aA1-sD 


TED 강연: https://www.ted.com/talks/jonathan_haidt_on_the_moral_mind?language=ko  책의 2부와 관련, 한글자막 가능

                   https://www.ted.com/talks/jonathan_haidt_humanity_s_stairway_to_self_transcendence  책의 3부와 관련, 한글자막 가능

                   https://www.ted.com/talks/jonathan_haidt_how_common_threats_can_make_common_political_ground 한글자막 가능)


내가 봤던 강연들은 다 이 책의 2부와 관련되었는데, 책을 읽으며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3부의 내용이었다. 


저자는 도덕심리학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1, 2, 3부에서 각각 하나씩 그 원칙을  설명한다. 



제1원칙: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다. => 1부 1, 2, 3, 4장


간단히 말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먼저 강하게 "직감"하고 , 


그 후에 이성적 추론 능력을 사용하여 그 직감을 지지하기 위한 정당화의 근거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성적 추론 능력은 우리가 원하는 결론이 있으면 갖은 수를 써서 그것에 도달하게 해준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싶을 때는 그것을 지지할 만한 단 하나의 희미한 증거가 있어도 믿고


무엇을 믿고 싶지 않을 때는 그것을 의심할 만한 단 하나의 이유가 있어도 믿지 않는다. 


많은 경우 인간의 추론은, 대안이 될 수 있는 여러 관점을 공평하게 헤아려보는 탐구적 방식이 아니라 


특정 관점을 합리화하기 위한 확증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간단히 말해, 이성은 열정의 하인이다. 



제2원칙: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2부 5, 6, 7, 8장


2부의 내용은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각각 중시하는 도덕성 기반에 대해 알려준다.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진보는 배려/피해, 공평성/부정 이라는 두 가지 도덕성 기반에 주로 기대는 반면, 


보수는 배려/피해,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이라는 다섯 가지 도덕성 기반을 모두 활용한다. 


이런 발견은 보수가 더 많은 사람들과 도덕적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순이는 사과와 배만 좋아하고, 영희는 사과, 배, 귤, 감, 포도를 골고루 좋아한다면, 


순이가 포용하지 못하는 귤, 감, 포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영희는 포용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에 투표하는 것은 그들의 경제적 이해 관계가 보수와 일치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가 포용하지 못하는 그들의 도덕성 기반이 보수와 겹치기 때문이다. 


나에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진보와 보수의 도덕성 기반을 존 스튜어트 밀과 에밀 뒤르켐의 주장과 연관지어 설명한 부분이다.  


저자는 진보의 도덕성 기반을 존 스튜어트 밀의 피해원칙(Harm Principle)과 연결시키고,  


보수의 도덕성 기반을 에밀 뒤르켐의 주장과 연결시킨다.


밀에 따르면, "교양 있는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에게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하나, 


타인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목적이 있을 때뿐이다." 


한편 뒤르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자기보다 높은 무엇이 보이지 않으면 


고차원의 목표에 애착을 가지거나 규칙에 순응하지 못한다. 사회의 모든 압력에서 자유롭게 해방된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버리는 것이자 든든한 기반을 잃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존 스튜어트 밀은 공동체가 개인의 행위에 최소한의 간섭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 


에밀 뒤르켐은 인간이 공동체에 결속되어 있지 않으면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수가 소중히 여기는 도덕적 덕목들, 충성심을 갖고, 권위를 존중하는 것은 개인이 공동체에 결속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뒤르켐의 주장처럼 개인이 공동체에 결속되어 있을 때 비로소 고차원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면, 


충성심과 권위의 존중은 결국 인간이 고차원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된다.  


사실 나는 이제까지 밀의 피해원칙에 동의하며 나름 자유주의자로 살아왔지만, 


뒤르켐의 주장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보다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계속 읽었다.  



제3원칙: 도덕은 사람을 뭉치게도 하고 눈 멀게도 한다. => 3부 9, 10, 11, 12장 


3부는 사실상 뒤르켐의 주장, 개인이 공동체에 결속되어 있을 때 비로소 고차원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그 설명은 동시에 개인이 공동체에 결속되어 있을 때 어떻게 눈이 멀게 되는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10장 "군집 스위치: 나를 잊고 거대한 무엇에 빠져들게 만드는 능력"의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10장의 내용을 (그리고 11장의 일부를) 편집하여 옮긴다.  


우리 인간은 (특별한 조건에 놓이면) 이기심을 초월하여 자신을 잊고 자기 자신보다 거대한 무엇에 


(일시적이며 열광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군집 스위치이다. 


(군집 스위치=> 진화론의 용어, 저자는 군집 스위치의 존재를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례들로 보여주려고 함) 


이 군집 스위치는 호모 듀플렉스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것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뒤르켐에 따르면 사람들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사회적 감성을 지닌다. 


첫 번째는 "개인 하나하나를 동료 시민 개개인과 엮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감성은 공동체 안에서, 즉 일상적인 삶의 관계 속에서 


쉽게 눈에 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도의심, 존경, 호의, 두려움 등의 정서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뒤르켐이 주목했던 것은 두 번째 감성이다. 


"이 두 번째 감성은 나를 사회적 실체와 하나로 엮어 전체를 구성하게 한다. ... 위의 첫 번째 감성에서는 내가 그것을 따른다 해도 


내 자율성이나 개성은 전과 거의 똑같이 보존된다. 그 감정으로 인해 내가 다른 이들과 하나로 엮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내 독립성이 많이 훼손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감성의 영향을 받아 행동하게 될 때는 이와는 반대로 


나는 전체의 일부에 불과한 만큼 전체의 행동에 따르게 되고,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즉 이 두 번째 차원의 감성이 사람들 안에 들어있는 군집 스위치를 탁 켜주면, 자아의 회로가 닫히고 사람들은 순전히 전체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뒤르켐은 "집단적 들썩임", 즉 집단적 의식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열정과 열광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어딘가에 모이는 행위 그것 자체가 무엇보다도 강력한 자극제이다. 개개인 여럿이 다 같이 한자리에 모인 순간,


서로 가까이 다가선 상태는 짜릿한 전류 같은 것을 일으킨다. 그러면 순식간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들뜬 상태로 고양되기 시작한다." 


이런 상태에 들어가면, "원기가 고도로 활성화되고, 열정은 한층 격렬해지며, 감정은 더욱 격해진다." 


이러한 집단 감정에 완전히 이끌리면 인간은 잠시나마 삶의 두 영역 - 성스러운 영역과 통속적인 영역 - 중 더 고차원에 해당하는 


성스러운 영역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 어느덧 자아는 사라지고 집단의 이해가 가장 중요해진다. 


이와 대조되는 통속적인 영역은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일상적인 세계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삶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돈, 건강, 평판 따위의 문제를 걱정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늘 저기 어딘가에 더 고차원적이고 더 고상한 무엇이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이렇듯 이 두 차원을 오르내리며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존재기 때문에 인간은 호모 듀플렉스(Homo-Duplex: 이중적인 인간)이다. 


인간은 혼자 존립하는, 자기 지향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집단 속에서 살아가도록 진화된 존재이다. 


인간은 자아를 초월하여 더 큰 존재의 일부가 되어 성스러운 세계로 넘어갈 때 희열을 느끼는 존재이다. 


이 사실은 왜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이나 권위에 대한 존중이 인간의 도덕성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의 깊은 유대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뒤르켐에 따르면 "결국 사람들 간에 연대를 형성시키는 모든 것, 나아가.... 자신의 자아보다.... 커다란 무엇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을 규제하게 만드는 모든 것, 그것이 바로 도덕이다."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으로 살아온 나에게 과연 인간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도덕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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