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몸에서 흐르는 눈물의 이상한 색깔 L'etrange couleur de larmes des ton corps


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 2013.    


An Anonymous Films/Tobina Film Co-Production, with Epidemic/Red Lion Sarl/Mollywood/Belgacom/Indéfilms. 화면비 2.35:1, Dolby Digital, 1시간 42분.


Directed and written by: Helene Cattet, Bruno Forzani

Producers: Eve Commenge, Francois Cognard

Cinematography: Manuel Dacosse

Editor: Bernard Beets

Sound Effects: Olivier Thys

Special Effects Makeup: David Scherer 


CAST: Klaus Tange (단 크리스텐센), Brigit Yew, Ursula Bedena, Anna D'Annunzio (바르바라), Jean-Michel Vovk (경감), Sam Louwyck, Lolita Oosterlynck


The-Strange-Colour-of-Your-Bodys-Tears.j


디나님의 리퀘스트 [너의 몸에 흐르는 눈물의 괴이한 색깔] 리뷰 올립니다. 한국의 개봉 제목은 [더 스트렌지 칼러] (풀썩…b_b) 던데, 이런 웃기는 영어제목을 프랑스어권 영화에 달아서 공개하면 단 한 사람이라도 관객이 더 보러 오는 것인지, 그것땜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하기사 최근 한국 사회에서 횡행하는 기호(嗜好) 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나 같은 이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한편과 엘레느 카테와 브루노 포르자니 콤비 각본-감독팀의 2009년도판 전작인 [아메르]는 내가 듀나게시판에 글을 쓰면서 가장 오랫동안 고집했던 리뷰 시리즈, "지알로-유로호러 콜렉션" 에 해당되는 영화들을 찾아서 보신 분들을 이상적인 관객으로 상정하고 만들어진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해나 실망을 불식하기 위해서 미리 말씀 드려두자면, 이 두 편은 지알로나 그와 유사한 60-70년대 유럽산 호러 영화의 공식과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원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서 "지알로"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서부극" 으로부터 흔히 보는 설정과 배경, 그리고 스텐슨 모자를 눌러쓴 남자, 번쩍이는 보안관의 뱃지, 총을 맞고 거꾸러지는 말 등의 전형적인 이미지나 스타일만 골라내서, 그러나 보통 서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석적 서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서부극을 배경으로 한 초현실주의적 심리/예술영화"를 누가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런 "유사서부극" 실제로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 한편은 서부극의 외연이나 장르로서의 함의, 또는 미적 성취, 또는 아주 표면적으로 서부극이 생겨먹은 "꼬라지" 에 관심이 가있는 관객들에게는 어필하겠지만, 막상 근사한 서부극 한 편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이게 뭐여?" 하는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가 십상이다.


무슨 말인지 도시 알 수 없는 (영화를 끝까지 봐도 아리까리한 건 마찬가지) 제목부터 시작해서, 여성 캐릭터의 이름이 "에드위게" (수많은 지알로에 등장한 에드위게 페네크 연기자에 대한 오마주)라는 소소한 설정에 이르기까지, 지알로를 많이 본 사람들만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공식들이 영화에 상당수 등장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개중 특히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한편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수정날개가 달린 새] 이지만, 아마도 이탈리아산 호러영화를 꾸준히 봐온 분들이라면 마리오 바바, 세르지오 마르티노, 마시모 달라마노나 루치오 풀치 등의 감독작들에 대한 오마주나 언급을 여기저기서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한편을 놓고 그 "내용" 이나 "플롯"을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들은 물론 완벽한 시간낭비다. 아르젠토의 [인페르노] 의 경우처럼, 감독 자신은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 같은데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과는 달리, 이 한편에는 의도적으로 캐릭터들의 머릿속의 상상과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객관적 사실" 의 구별이 완전히 지워지고 없으며, 또한 시간상의 구획도 마구 흐트러져 있다. 사실 이런 기법들은 다 바바나 아르젠토가 한번씩 써먹은 것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한편에서 그런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은 이상하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는 주인공 단이 바깥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누군가 (식칼을 든 살인범?) 를 두려워하면서 벽에 바싹 붙어있는데도, 계속 칼을 맞고 목이 쫙 갈라지고 하는 체험을 반복하는 "환상" 신이다. 마리오 바바의 [킬 베이비 킬]을 보신 분이라면 이것이 바바 작품에 나오는 "끝없이 반복되는 순환공간의 공포" 장면에서 공간을 시간으로 치환한 변주라는 것을 눈치채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골적으로 서사와 논리성을 무시한 한편을 만든다는 선택이 반드시 영화의 공력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이었는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내가 지알로 (나도 "내가 만든 지알로" 를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이 장르에 빠져 있기는 하다. 물론 선호도로 따지면 해머 필름 같은 영국제 고전 호러를 약간 더 좋아하긴 하지만)를 만든다면 에로스 퓰리엘리의 [크리스탈의 눈] 같은 한편을 만들지 [눈물의 색깔]이 취한 선택지로 가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대뇌가 동일시 할 수 있는 수준의 "서사"와 그 기본적인 논리성을 과도하게 부정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지속적인 몰입의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파편화된 이미지들과 소리들이 단속적으로 불러 일으키는 감정적 반응 밖에는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가 꾸는 꿈도 비논리적이고 단속적이지 않느냐고 할 지 모르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만일 우리의 "꿈" 이 그렇게 비논리적이고 단속적이라면 프로이드의 꿈 분석은 아예 말도 꺼낼 수 없는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냥 "무언가" 를 툭 가져다 놓고, 현실 세상의 어느 것도 표상하기를 거부하는, "추상미술" 같은 영화는 그러면 불가능하냐 하면, 그건 당연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영화라면 이렇게 지알로의 스타일을 따라가고 뭐고 하는 논의가 애초에 무의미할 것이다.


아무튼 [눈물의 색깔] 의 현란한 스타일과 이미지의 아름다움은 인상 깊었지만, 영화 자체에의 몰입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내 입장을 정리하겠다. 사실 난 그래도 지알로의 공식을 따라가는 것이라면, 전혀 논리적으로 볼 때 범인이 될 수 없는 범인을 "이 사람이 죽였다!" 라고 결말부분에 가서 선포하는 그런 엔딩으로 갈 줄 알았는데, 도중에서 "범인" 얘기는 아예 방기해버린다. 카테-포르자니 콤비가 그러한 관객들이 기대할만한 서사의 논리적 결말 대신에 엔딩에 우겨넣을 만큼 관심이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나 했더니… 의외로 굉장히 프로이드적이고 (라깡적인지?), 남성 중심주의고, 정신분석적인 "살인범의 성적 트라우마" 라는 "정석" 이라는 사실은 약간 실망스러웠다 (스포일러가 될 까봐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이 콤비가 밝히는 이 한편의 최종적 "진실" 은 어린 남성이 처음으로 관찰하고 충격을 받는, 붉은색의 속살이 비쳐 보이는 여성의 성기와, 칼로 찔러서 생긴-- 그것도 "[머리] 털로 둘러싸인 뇌천 [腦天]" 에 찔러서 생긴-- 피가 흐르는 상처와의 상징적 동일시라는 그래픽으로 귀결된다). 바바 같은 마스터들이 이리 저리 양념을 하고 데치고 익혀서 맛있게 만들어놓은 요리를, "원래 이 요리가 이 재료의 맛으로 먹는 겁니다" 라면서, "과학적"으로 영양분과 칼로리를 완벽하게 분석, 파악해서 식재료의 원 맛을 살리는 요리로 대체한 새로운 컨셉의 셰프 같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아니 누군 그런… 정신분석적인 이해가 안돼서 새삼스럽게 지알로를 보나? 장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이런 "숨겨진 무의식의 이해" 라고 굳이 주장하는 분들을 보면 좀 안쓰럽기도 하다. 그렇게 이해가 딱 되지 않는 (솔직히 말해서 분석이 불가능한) 때문에 재미가 있어지는 측면도 다대한데 말이다. (물론 이런 정신분석적 제스처도 만든 사람들의 "포스트모던한 유희" 니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우긴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난 아무런 할 말도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부 주인공정도의 위치에 있는 마사지 걸 캐릭터가 검은 모자에 검은 복면, 검은 장갑을 낀 전형적인 지알로 살인범에게 스토킹당하는 상황을 연이어 "상상" 하는 흑백 시퀜스였다. [La Jetée] 와 폴란스키의 [Repulsion] 을 한 데 섞은 것 같은 이 시퀜스는 그 자체로서 독창적인 비주얼을 과시할 뿐 아니라 그 결말에 있어서도 전복적인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 부분만 따로 떼어내서 단편으로 만들었다면 사실상 나는 [눈물의 색깔] 자체보다 높은 평가를 주었을 지도 모르겠다.


마누엘 다코세가 담당한 촬영은 물론 근사한데, 나는 사운드 디자인을 맡은 스탭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벽을 통해서 전해져 오느라 잘 안 들리는 육체의 임팩트,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내는 "슈윅~" 하는 공기와의 마찰음 등 사운드가 강렬하다. 시각적으로는 물론, 우리가 이런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발한 구도나 스타일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분할 화면의 재기 넘치는 사용법 등은 눈을 즐겁게 해 주지만, 반대로 화면을 부채꼴 모양으로 잘게 나누거나, 쓸데없이 벽지나 그림에 카메라가 달라붙는 것처럼 다가가는 클로스업 등은 약간 짜증을 돋군다. 그리고, 이 이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지만, 음악이 약하다. 프랑스어 웹사이트까지 가서 찾아봤는데 음악 담당 크레딧이 없는 걸 보니, 감독들이 여러 소스에서 골라 짜집기 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장르에서는 감독이 외곬수로 나갈 때 관객들을 얼싸 안아서 감정이입을 가능케 해 주는 강렬한 음악의 공헌도가 어마어마하다. 오리지널 스코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가볍게 여겨서야… 그러고도 지알로의 진정한 팬이라고 하실 수 있으실랑가?


아무튼 장르에 대한 실험적 접근 방식으로서 흥미있는 한편이며, 탐미적이고 충격적인 비주얼을 즐기시되, 서사의 정합성이나 논리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으신 관객들에게 추천드린다. 이 한편을 보고 마음에 드셔서 오리지널 지알로들을 찾아 나서신다면… 글쎄,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지알로에는 기상천외한 부위는 당연히 있으나, 이 한편처럼 상징주의 비주얼로 도배를 해놓고 있지도 않고,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훨씬 "보통 영화" 에 가깝다는 사실을 일단 명심하시기를 바란다. (노파심에서 말하는데 [인페르노] 나 [서스페리아] 는 지알로가 아니다. 지알로에 해당되려면 일단 마녀나 유령 등의 초자연적인 요소는 배제해야 되니까… 물론 모든 규정이 다 그렇듯이 예외는 있는 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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