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Diablo 


캐나다-미국, 2015.      

 

A Diablo Pictures/Space Rock Studios, distributed by Orion Pictures. 화면비 2.35:1. 1시간30분. 

Directed by: Lawrence Roeck 

Screenplay: Carlos De Los Rios 

Producers: Shanna Wilson, Lawrence Roeck 

Cinematography: Dean Cundey 

Production Design: Trevor Smith 

Costume Design: Christine Thomson 

Stunt Coordinator: Steven McMichael 

Horse Stunt Supervisors: Joe & Jordan Dodds 

Music: Tim Williams, Kirpatrick Thomas 


CAST: Scott Eastwood (잭슨), Danny Glover (카버), Walton Goggins (에즈라), Camilla Belle (알렉산드라), Adam Beach (나코마), Samuel Marty (이샤니), Tzi Ma (쿽 미), Jose Zuniga (기예르모), Joaquim De Almeida (아르투로), Nesta Cooper (레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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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예산급 미국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고 있으면, 2010년대에도 서부극이라는 장르가 의외의 활기를 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버넌트] 나 [헤이트풀 에이트] 같이 아카데미상 후보로 회자되는 예들은 비교적 소수라고 치더라도, 마이클 파스벤더 ([슬로우 웨스트]), 커트 러셀 ([뼈로 만든 도끼/본 토마호크]), 토미 리 존스 ([홈스맨]) 등의 중견스타들이 여전히 이색적인 각본에 바탕을 둔 저예산 서부극에 출연하고 있으며, 2016년 상반기부터 여름까지 유명 스타들이 이름을 올린 프로젝트만으로 한정하더라도, 도널드 서덜란드가 아들 키퍼와 처음으로 공연하는 [버림받은 자 Forsaken], 매튜 맥커너히가 흑인 노예들과 함께 남군에 반기를 드는 농장주로 나오는 [존스 해방구 The Free State of Jones], 덴젤 워싱턴이 안트와느 파콰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황야의 7인] 리메이크 등이 대기 중이다. 호러나 전쟁영화 등의 다른 장르들과 혼성으로 만들건,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추건, 원주 아메리카인이나 흑인들 또는 여성들의 삶을 전면에 내세워서 체제 전복적인 관점을 지향하건, 또는 아주 전통적인 형태의 "미국의 건국 서사"를 복원하려는 보수적인 의도로 서부극을 만들건 간에, 이러한 모든 시도들이 마블이나 디씨 코믹스 히어로들이 나오는 텐트 기둥 대작들의 그늘에서, 현재에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디아블로]는 우연찮게 아이튠스와 부두를 헤매다가 갑자기 필이 꽂힌 한편인데, 스코트 이스트우드라는 주연 배우의 이름에 끌렸다는 것이 솔직한 사실이지. 스코트는 무슨 로데오하는 훈남이 뉴욕에서 미술학교로 진학하기로 된 처녀와 사랑에 빠지고 어쩌고 하는 말만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전혀 보고 싶지가 않았는데, 저예산 소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극장공개까지 한 서부극에 주연으로 나온 줄은 모르고 있었다. 스코트가 얼마나 아버지를 닮았는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던 팬들이라면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네 명의 아내/연인들로부터 낳은 일곱 명의 자식들 중에서 밑에서 세번째인 스코트가 벌써 서른살이다 (요즈음은 동물학대방지 운동가로도 유명한 모델-패션 디자이너-프로듀서-연기자이자 장녀인 앨리슨 이스트우드가 벌써 40줄에 들어섰으니). 그런데 지금 30이면 엑스트라와 TV 단역시절을 겪고 [로하이드]로 겨우 브라운관에 얼굴이 알려졌을 무렵의 클린트의 나이와 비슷하니, 아들이 연기자의 길을 아버지보다 늦게 출발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각색과 감독은 [헝거 게임스] 시리즈로 일약 유명해진 조쉬 허치슨이 주연을 맡은 [The Forger 위조 전문가] 라는 영화로 데뷔한 신예 로렌스 뢰크인데, 보아하니 동림선생께서 시장 (市長)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캘리포니아의 관광도시 카멜에서 자랐고, HBO 에서 제작한 헐리웃 스타들의 전기 도큐멘타리 시리즈에서 이스트우드편을 맡아서 감독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근 [The Forger] 에도 스코트가 꽤 중요한 배역으로 출연하고 있고. 뭐야 이거, 완전 이스트우드 패밀리 커넥션이구만. 한국식 개념으로 접근하자면 아예 말파소 프로덕션에서 맡아서 만들어주고 퀄리티 콘트롤까지 해주지 그래, 자기 아들 주연작품인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동림선생은 아들이라고 봐주고 그런 것 없이 혼자 고생하게 놔두시는 것인지 아무튼 커넥션은 있되, 이스트우드가 보통 함께 일하는 스탭이 대거 참여하거나 그런 한편은 아닌 듯 하다. [디아블로] 만드느라 실제로 제작비는 얼마가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최소한 생긴 꼬라지는 일급 서부극으로서의 구색은 확실히 갖추었다. 


스코트가 연기하는 잭슨이라는 캐릭터는 남북전쟁의 베테랑인데, 모두에 멕시코인들로 보이는 일당이 그의 집에 불을 지르고 아내를 납치해가 버린다. 잭슨은 홀로 일당을 추적하는데, 그는 남북전쟁 때 자신이 저지른 무슨 죄과에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암시된다. 전쟁 때 도움을 준 흑인 병사 카버의 집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지만 카버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못해 적대적이기 까지 하다. 설상가상으로 검은 중절모를 눌러쓰고 검은색 조끼에다가 검은 넥타이를 매달은, 완전히 "나는 지옥에서 기어나온 저승사자다 엣헴!" 라고 선전하는 복장을 한 총잡이 ([헤이트풀 에이트] 에도 나오는 월튼 거긴스)가 잭슨을 따라다니면서 함부로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데, 이 두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 듯 하다. 아내를 납치한 일당은 이 수수께끼의 총잡이의 부하들인가? 이 두 사람은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길래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계속 상대방이 지나는 길에 끼어드는 것일까?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벌써 일부의 눈치 빠른 독자들께서는 흐음… 하고 이 한편의 진상에 대한 모종의 트릭을 감지하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이른바 고전적인 서부극에도 이러한 캐릭터 관계는 대놓고 그렇다라고 말만 안 할 뿐이지 상징적으로 암시된 경우가 있으므로, 서부극에서 이런 트릭을 썼다고 해서 황당해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스코트 자신은 아버지 클린트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방출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연기를 통해 그리고 어두운 과거를 짊어진 남자의 초조함과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 캐릭터의 "반전" 이 제대로 안 먹혀 들어갔다면 그것은 이스트우드가 연기를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런 나름대로 흥미있는 도입부와 설정-- 그리고 동림선생의 [황야의 스트렌져 High Plains Drifter]를 연상시키는, 비현실적인 맛이 나는 폭력적이면서 상징적인 클라이맥스와 엔딩-- 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 는 결국 그 잠재력을 끝까지 발휘하지 못하고 끝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카를로스 로스 데 리오스가 집필한 각본에 있다. 월튼 기건스가 연기하는 악마 같은 총잡이는 보기에는 멋있지만, 그 정체는 너무 쉽게 밝혀지고 말며, 잭슨 자신에게도 캐릭터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각본상의 전개가 주어지고 있지 않다. 중간에 크게 한번 서사를 접어야 한다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다른 요소들에게 충분하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 비뚤배뚤하게 접혀져서 결국 전체 모양이 훼손된 오리가미 조각 같은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 한편만으로 유추해서 볼때는 뢰크 감독은 아직 이런 종류의 장르 비틀기적인 한편을 만들기에는 역량이 미숙하거나, 아니면 각본의 "문학적" 내지 "심리적" 공력을 지나치게 신용한 것 같다. 


위에서 지적했지만 생긴 것은 아주 멀끔하게 잘 생긴 영화다. [존 카펜터의 괴물] 등의 베테랑 딘 컨디가 담당한 촬영은 최근 유행하는 날아다니는 드론에 부착한 카메라를 사용한 광활하면서도 약동감이 넘치는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두 사람의 작곡가가 담당한 음악은 과도하게 모든 장면에 감정적으로 간섭하고 있으면서, 정작 영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아주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이런 영화에는 [아우트로 Outlaw Josey Wales] 등에서 동림선생과도 협업했던 제리 필딩 ([와일드 번치], [스트로오 독] 등의 샘 페킨파 감독작품의 작곡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듯하다) 같은 분의 음악이 절대적으로 어울렸을텐데. 최소한 마크 아이셤이나 클린트 만셀이 맡았어도 이 한편의 공력을 수십 퍼센트 더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것도 감독의 센스가 모자란 탓이라고 할 수밖에. 


서부극이라는 장르의 팬이 아니거나, 또는 반대로 한국산 중저예산 스릴러 같은 스타일의 복잡하고 배배꼬인 서사나 캐릭터성을 기대하시는 분들께는 실망스럽거나 별 감흥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가벼운 마음으로 비주얼이 괜찮은 변종 서부극을 즐기는데 뭐 5천원정도 쓰기는 그렇게 아깝지 않다, 정도의 기대 수준을 가지고 관람하실 분께 추천 드린다. 


그래도, 굳이 한마디 하자면, 이 한편의 스코트 이스트우드는 난 마음에 들었다: 딱 자기 아빠처럼, 눈을 찌푸려 뜨고, 다문 이빨 사이로 "어디로 데려갔냐?" 라고 싸늘하게 대사를 읊는 부분도 좋았고, 나중에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벙찐 남자 연기를 하는 부분도 괜찮았다. [디아블로] 는 결과적으로 별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는데, 개의치 말고 나중에 이것보다는 우수한 각본에 기초한 서부극에 더 출연해주시길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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