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미국, 2016.     


A Cruel and Unusual Films/Atlas Entertainment/DC Comics/RatPac-Dune Entertainment Co-Production,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Pictures. 화면비 2.35:1, Arri Alexa, Panavision 35mm/70mm, 

Dolby Atmos-Dolby Digital 7.1. 2시간 31 분. 


Director: Zack Snyder 

Screenplay: Chris Terrio, David S. Goyer 

Executive Producers: Christopher Nolan, Emma Thomas, Wesley Coller, David S. Goyer, Bruce Moriarty, Benjamin Melniker, Michael Urslan, Gregor Wilson 

Cinematography: Larry Fong 

Production Design: Patrick Tatopoulos 

Costume Design: Michael Wilkinson 

Special Visual Effects: Weta Digital, Scanline VFX, Gener8 Digital Media, Double Negative, Gentle Giant Studios. 

Music: Hans Zimmer, Junkie XL 


CAST: Ben Affleck (브루스 웨인), Henry Cavill (클라크 켄트/칼-엘), Amy Adams (로이스 레인), Jessie Eisenberg (렉스 루서), Jeremy Irons (알프레드), Gal Gadot (원더 우먼), Holly Hunter (핀치 상원의원), 

Diane Lane (마사 켄트), Kevin Costner (조나산 켄트), Scott MacNairy (월리스 키프), Callan Mulvey (아나톨리 크냐제프), Tao Okamoto (머시), Nancy Grace, Anderson Cooper, Andrew Sullivan, Charlie Rose, Vikram Gandhi (이상 본인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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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바쁜 4월초였다. 블루 레이가 출시될 때까지 극장에서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직장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극장에서 챙겨 봤다. 덕택에 원래 1시간 반으로 잡았던 저녁시간을 포기하고 밤참으로 때워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감이 닥쳐오는 논문이 하나가 아닌데, 그리고 다른데다가 정말 리뷰를 기고해야만 하는 영화도 하나 둘이 아닌 이상, 설마하니 [뺃대숲] 의 한국어 리뷰를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또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뷰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으니, 왜 그런지 정말 알 수 없다. 마블영화라면 절대로 이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니 내가 DC 팬이긴 한 모양이네. 그리고 배트맨 팬이기도 한 모양이다. 배트맨이 등장하지 않고 그냥 수퍼맨이 나와서 저스티스 리그가 어쩌구 하다가 둠스데이와 대결하는 내용의 한편이라면, 이렇게까지 비평적으로 폭망한 상황에서, 극장에서 구태여 시간과 돈을 쪼개서 관람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이 한편의 비평적 폭망은, 제 2차 예고편을 통해서 유치원 학생이 종이찰흙을 주물럭거려 빚어낸 것 같은 꼬라지를 하고 둠스데이가 뜨억하니 나타나는 순간부터 예견되었던 것이다. 잭 스나이더의 스타일과 아젠다는 일단 논외로 치고, 그나마 수퍼맨의 탄생 신화의 정도 (正道) 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었던 [맨 오브 스틸] 과는 달리, [타이탄의 역습] 류의 CGI 떡칠 괴물이 등장해서, 주위의 도시가 핵폭발 급으로 풍비박산으로 날아가도 긁힌 상처 하나도 안 나는 수퍼 히어로들과 치고 받고 아우성을 떠는 저질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도래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였다. 이 2차예고편을 관상하는 순간, 열성 DC/수퍼맨/배트맨 팬덤의 이 한편에 대한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굉음이 유튜브를 통해 메아리치는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상문을 쓰자니 어느덧 옹호론으로 기울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 왜 이러나 증말… 아무튼, [뺃대숲] 은 그렇게 "최악의 수퍼히어로 영화" 라는 호칭을 들을 만큼 후진 한편은 아니라는 것은 말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실망의 강도가 워낙 크다 보니 이 한편이 더 거지같아 보이는 착시현상은 이해를 하겠는데, 다른 사람에게 봤다고 말하기도 창피하게 망해버린, 이제까지의DC와 마블 실사판 영화들의 숫자도 결코 만만치 않다: 내가 본 것만 해도 [그린 랜턴], 조쉬 트라스크판 [판타스틱 4], 벤 아플렉판 [데어데블], [고스트 라이더] 등이 있군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극장에서 본 건 없네). 사실 스나이더의 작품세계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그의 [맨 오브 스틸] 과 [뺃대숲] 은 여전히 그의 연작-- [300], [새벽의 저주], [썩커 펀치]-- 중에서는 가장 목에 뽀다구가 덜 잡힌 편에 속할 뿐 아니라 (난 [워치맨] 은 안봤으니 모르겠다. 전혀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앤드류 무어의 원작이 딱히 걸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당시의 개념으로 볼 때 우수한 만화라고는 생각한다만), 보통 이런 류의 헐리웃 "액션 대작" 들의 평균보다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고도 볼 수 없다. 크리스 놀런, 팀 버튼이나 리처드 도너 같은 위대한 영화작가 내지는 헐리웃의 최고 장인들의 작품들과 비교하니까 그런 착시현상이 생기는 거다. 정말 [레지던트 이블] 몇 번째 작품이나 무슨 [메이즈 런너] 니 [다이버전트] 시리즈 두번째니 세번째니 하는 영화들보다 [뺃대숲] 이 못한 영화라고 박박 우기신다면, 그러시라고 넘어갈 수 밖에 없겠지만, 내가 객관적으로 볼 때, [뺃대숲] 이 [다크 나이트] 보다 떨어지는 작품이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거나 마찬가지로 신빙성이 없는 의견이라고 할 밖에. 까놓고 말해서,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웬만한 널널한 수퍼히어로 영화-- 예를 들자면 샘 라이미편 [스파이더맨 3] 이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정도?-- 보다 볼거리는 많은 한편이지 않나? 


[뺃대숲]은 어떻게 보자면 굉장히 희소가치가 있는 한편인 것이, 워너 브라더스라는 제일 잘 나가는 천조국 영화 스튜디오에서 몇 억달러를 쏟아부어서 탑 스탭을 불러다가 제작한 '텐트폴' 프랜차이즈의 한 편 치고는, 이렇게 완성품에서 거리가 멀게 아무렇게나 끼워 맞춘듯한 영화가 나오기는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부 시사용 워크 프린트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이야기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고, 미래의 DC 영화를 위해 뿌리는 떡밥과 관객들이 서사를 따라가기 위해 던지는 단서의 구별도 전혀 되어 있지가 않다 (그 대표적인 예인 "브루스 웨인의 꿈" 시퀜스들은 이미 수많은 비난의 표적이 되었으니 그냥 넘어간다. 그 외에도 다른 수퍼히어로 영화에서라면 메인 플롯 포인트로 기능했을 사항들이 아예 언급조차 없이 넘어가버리는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수퍼맨이 언제부터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인 줄 알았다고 자길 죽이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 배트맨에게 "브루스!" 하고 호칭을 하면서 다가가는 것인지… 이런 기초적인 서사의 연결이 안되어 있어서 생기는 의문들이 너무나 많다). 스나이더가 놀란이 그의 박쥐사나이 삼부작에서 놀라운 (헷헷 ^ ^) 교차편집의 기교를 통해서 정확하게 통제했던 중층적인 서사의 동시 전개라는 작업에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는 것은 놀랄 (죄송…) 일이 아니다만, 그래도 지는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필름을 찍고 편집을 했을 거 아닌가? 지만 알고 관객들은 몰라도 된다는 게 이런 거대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취할 태도인가? (전에도 해본 생각이지만 잭 스나이더는 영화 감독이 아니고 종합잡지 화보 전문 사진사나 편집자 같은 직업을 택했어야 한다. 재능이 없는 인간은 분명히 아닌데. 이것도 스탠리 큐브릭 탓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기사 지만 알고 관객들은 모르는 알쏭달쏭한 영화들을 "예술" 이라고 추켜세워주는 게 또 평론가들이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것도 다 "적대적 공생" 관계다) 


난 사실 이게 좀 아까운 것이, 스나이더가 배트맨과 수퍼맨 스토리에 부여한 캐릭터와 비주얼의 질감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한편을 보기 전에는 사실 배트맨에 관련된 부위가 가장 허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정작 문제는 배트맨의 카리스마에 수퍼맨이 밀려나고 마는 것이더군. 훤칠한 장신 (長身) 에 까칠하게 수염을 기르는 둥 마는 둥 한 보스터니안 벤 아플렉은 내가 장담컨데 지금까지 배트맨 역할을 맡았던 어떤 연기자보다도 브루스 웨인 역에 잘 어울린다 (놀란과 아플렉이 협업을 했었더라면!): 그 만사가 트릿한듯, 약간 오만하게 보이는 귀공자적인 용모부터,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가진 수퍼맨에 대한 질투에 가까운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는 편집증적인 심리까지, 아플렉의 배트맨은 끝내주게 멋있고, 동시에 어리석고, 신빙성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헐리웃랜드] 에서 아플렉은 수퍼맨 TV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결국 의문의 권총자살을 한 50년대 스타 조지 리브스를 연기한 바 있다는 점). 액션장면의 명료함을 우선할 생각이 아주 없는 스나이더의 스타일때문에 배트모바일의 액션이 전혀 스피드감과 긴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또한 이제는 한국영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수준의 엽기 막장 연속 슬로우 모션으로 도배된 회상장면과 "꿈" 장면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시퀜스들은 나름대로의 공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것에 비하면 모두의 수퍼맨의 존재에 관한 흥미로운 거대담론들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칼-엘은 자기가 주연이 되었어야 할 영화에서 배트맨의 조역에 가까운 위치로 밀려난 채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차피 둘 다 영화가 끝난 후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거지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심리적인 층위가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배트맨의 수퍼맨에 대한 강렬한 집착에 비하면, 수퍼맨이 배트맨에 적대하게 되는 "동기" 는 쪽팔리게 어설프고, 캐릭터를 진정 호구로 만드는 전개라 아니할 수 없다. 단, 배트맨과 수퍼맨의 대결 신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부조리하고 불순한 동기와 주위 사정에 얽혀서, 논리적으로 앉아서 생각하기 보다는 무조건 폭력을 행사하고 마는 남자 아색기들의 울굴 (鬱屈) 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퍼히어로들이 이런 비논리적이고 황폐된 멘탈리티에서 자유로와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캐릭터들을 제외한 마블측에서 강변하는) 설정이 나는 미덥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제다이도 다크 사이드로 빠질 수 있는데, 하물며 배트맨처럼 박쥐 꼬라지를 하고 대도시에서 초법적 자경단 행위를 하는 녀석이 지가 뭐라고 살인은 절대로 안 하니까 나는 항상 정의의 편이라고 댕댕거린다냐? 난 심지어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해진 "네가 우리 엄마 이름을 어떻게 알아?" 전개까지도, 아플렉이 연기한 배트맨 캐릭터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그렇게 쪽팔리는 선택지는 아니었다고 옹호할 마음까지 있다. 원래부터 브루스 웨인이 그런 한심한 색기라는 거다: 엄마 사랑 못 받아서 박쥐 꼬라지를 하고 "나쁜 놈들"을 줘 패고 다니는. 영화화하는 팀이 그러한 캐릭터의 심층적인 성질을 만화판보다 팬보이들이 보기에 더 "불편하게" 표면으로 끌어내놓는 다고 해서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반면,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한 렉스 루서는 연기의 퀄리티는 불문하고, 캐릭터 설정의 방향이 완전히 잘못된 예로 꼽을 수 있겠다. 루서는 이 한편에 나오는 것 같은, 조커 흉내내듯이 더뻑거리는 싸이코가 아닌, 냉철하고 논리적인 사고에 충실한 과학자이며, 수퍼맨 또는 그와 유사한 "메타 휴맨" 들을 인류의 번영에 진정으로 해가 되는 존재로 파악하는 인식축의 중심으로 자리매김되었어야 한다. 그래야 전작 [맨 오브 스틸] 과 본편의 시작에서 던진 수퍼맨의 "초인성/외계인 정체성" 에 대한 주제의 탐구를 계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계인이라도 우리편/이민국가 미국" 이라는 로이스 레인-켄트 가족의 신념에 대해 "외계인은 적/이민을 배제하는 백인중심제국 미국" 이라는 루서의 "과학적 논리"를 대비시킴으로써 세계 (미국) 가 취할 바 미래의 방침을 둘러싼 수퍼히어로와 수퍼빌런의 제대로 된 투쟁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존하는 [뺃대숲] 에서의 루서는 그냥 뺃과 숲을 쌈박질붙이고 그게 잘 안되자, 심통을 빠락 내고 둠스데이를 만들어내는 또라이 매드 사이엔티스트에 지나지 않는다. 갈 가돗이 연기한 원더우먼에 대해서는 그냥 뻥튀기한 까메오에 불과하므로 별 의견도 없지만, 스나이더 감독하에서는 이러한 여성 캐릭터가 입체적인 존재감을 지니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나마 액션신에서 도도한 모습으로 적과 싸우는 폼이라도 잡게 해줬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 듯. 


최소한 내 입장에서는, [뺃대숲] 의 3/5 시점에서 배트맨과 수퍼맨의 갈등이 해소된 이후의 둠스데이가 어쩌고 하는 부분은, 그냥 없어도 되는데 괜히 매달아서 점수를 깎아먹는 잉여에 지나지 않았다. 스나이더 및 그의 제작팀인 크룰 & 언유주얼픽쳐즈는, 놀란팀의 레전더리와는 달리 이러한 부위에서 어떻게 해서든 과거의 프랜차이즈나 잠재적인 경쟁작들 (같은 DC 편이라 하더라도) 와 차별화를 갖추려는 노력이 전무한 듯 하다. 아니면 어떻게 저렇게 불성실하게 설계되고 실행된 액션 시퀜스를 2시간이나 기다린 관객들에게 클라이맥스라고 내놓을 수 있단 것인지? 부연해서 말하자면, 스나이더가 원작 코믹스의 유지를 계승하려고 하느냐 마느냐 따위의 이슈에는 나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다. 배트맨과 수퍼맨의 경우 지금까지의 영화판들은 영화적인 완성도는 별개로 치고, 코믹스의 영향은 받았더라도 그 서사와 세계관을 고대로 계승하려는 노력은 방기한지 오래된다. 오히려 코믹스의 팬덤의 기대에 "충실" 한다는 강박 때문에, 그 스토리라인들을 완전히 다른 매체인 영화에 어거지로 우겨넣는 행위는 심히 어리석어 보인다 (마블의 [시빌 워] 도 그런 방향을 고집할 까봐 걱정된다만… 사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나 쫄딱 망해도 난 별로 서럽지 않을 거다. 애초에 팬이 아니니까). 


잭 스나이더의 오랜 파트너이고 쌍제이의 [슈퍼 에이트] 도 담당했던 래리 퐁의 촬영, 역시 [300] 에서 호흡을 맞춘 패트릭 타나폴루스의 프로덕션 디자인 등 프로덕션 퀄리티는 여전히 수일하다. 편집의 혼란스러움에 대해 말이 많은데 이것은 전적으로 스나이더의 책임이다 (이제와서는 4시간 짜리 "감독판" 을 블루레이로 내놓겠다는 둥… 당신이 무슨 [대부] 만든 시절의 프란시스 코폴라요? 착각은 자유지만). 그리고 내 점수 매기기 도표에서 별 하나 정도의 큰 차이로 [뺃대숲] 의 퀄리티를 진작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는 것이 한스 지머와 정키 LX 의 음악 스코어다. 지머 작곡가는 놀랍게도 내 초기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크리스 놀란 뺃맨 시리즈의 음악을 (일부가 제임스 뉴튼 하워드와 협업해서 작곡한 것이기 때문에 고의로 도외시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뺃맨이 짊어진 고뇌와 그가 발산하는 살벌한 공포감을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하는 중세적이고 납덩어리가 달린 듯 무거운 마치 (행진곡) 와 신경을 긁는 노이즈형 전자음악 (이것은 어쩌면 정키 LX 의 공헌?) 을 뺃맨에게 새로 부여하고 있으며, 경련하듯이 들려오는 바이올린의 연주로 묘사하는 렉스 루서의 광기, 전자기타와 원시적 타악기의 리듬이 키치스러우면서도 신나게 펼쳐지는 원더우먼의 테마 등 다른 부위에 있어서도, 본편이 노정시키는 허술함을 카버하고도 남음이 있는 아름답고도 중후한 스코어를 선보여 준다. 이것이 예술이 아니면 뭐가 예술이란 말인가? 우린 언제가 되어야 이런 엄청난, 듣기만 해도 눈물이 돋는 음악이 한국 영화에 붙어서 상영되는 걸 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뺃대숲] 이 한편의 우수한 영화로서의 꼴을 제대로 갖추었다고 보기도 힘든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C/배트맨 팬으로서 "손에 땀을 쥐고" 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모로 몰입되어서 봤음을 고백한다. "세기의 망작" 이니 하는 표현은 너무 가혹하다. 


단지 잭 스나이더는 본편의 비평적 폭망을 계기로 DC 수퍼히어로 영화화 시리즈에서는 빠져주시길 기대한다. 이 사람이 마치 "코믹북 수퍼히어로 실사화 전문가"처럼 스튜디오 대가리들한테 인식이 되는 것은 어지간히 참을 수 없다. 그럴 거면 나홍진 감독이나 류승완 감독에게 맡겨라 차라리 (너희가 니네 비서들 주는 월급 1/3 받고 내가 통역일 맡아서 해줄께 스튜디오 대가리들아!). 


PS: 뉴스에 의하면 벤 아플렉이 배트맨 영화를 맡게 되어 감독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뺃맨이 제일 쎈 놈이다. 수퍼파워가 아니라 재능있는 창조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기대되는 DC 코믹 영화화 기획이 그나마 하나 새로 생겨서 다행이다. 다른 저스티스 리그 멤버 영화들은 감독-각본 팀 판별해서 골라 보도록 해야 할 듯: 솔직히 이 시점에서는 기대되는 한편은 없다. DC 의 마블에 대한 맞질알이 수퍼히어로 영화 장르 자체의 내파와 쇠퇴를 불러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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