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 Ophelia

 

미국- 영국,2018.   ☆☆☆★

 

A Covert Media/Bert Marcus Productions/Bobker-Kruger Films/Forthcoming Films/Freebury Production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IFC Films. Arri Alexa XT PLUS, Hawk V-Lite & V-Plus, Alexa Mini. 화면비 2.39:1, 1시간 54분.

 

Director: Claire McCarthy

Screenplay: Semi Chellas

Based on a novel by Lisa Klein, based on the characters created by William Shakespeare

Cinematography: Denson Baker

Production Design: David Warren

Art Direction/Set Decoration: Martin Vackar, Ute Bergk

Costume Design: Massimo Cantini Parrini

Music: Steven Price

Stunt Coordinator: Pavel Cajzl

Sword Master/Fight Choreographer: Roman Spacil

Visual Effects: Mark Stuart Bailey, Sebastian Barker, Louise Brabrand, Nicholas Cruz, Csaba Novak, Jennifer Thompson.

  

CAST: Daisy Ridley (오필리아), Naomi Watts (게르트루드/메흐틸드), Clive Owen (클라우디우스), George MacKay (햄릿), Devon Terrell (호레이쇼), Dominic Mafham (폴로니우스), Tom Felton (라에르테스), Daisy Head (크리스티아나), Lenka Olsanova (후궁녀 1), Daniela Hirsch (후궁녀 2), Nathaniel Parker (부왕 햄릿), Mia Quiney (어린 오필리아), Anna Rust (젊은 시절의 메흐틸드), Noel Czuczor (로젠크란츠), Martin Angerbauer (길든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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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선댄스 페스티발에서 선보였을 때 관객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작품 중의 하나이지만, 평단에서도 아예 기획 자체를 멸시한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악평부터, 시의적절함을 오히려 칭찬하고 셰익스피어의 원작에도 결코 누가 되지 않는다는 호평까지 첨예하게 갈리는 평가를 받았던 한편인데, 작년부터 보고 싶었음에도 왜그런지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고, 블루 레이가 출시된 이후인 2020년에 들어와서 겨우 감상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 한편이 TV시리즈 [매드 멘] 의 각본가였고 지금 최고 주가를 누리고 있는 세미 챌러스의 오리지널 각본이 아니라, 원래 리사 클라인 작가가 집필한 영 아덜트 소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제서야 영화의 성격에 대한 의문 몇 가지가 풀렸다. 무엇보다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대한 진정으로 도전적인 재해석이 아니고, 사건과 캐릭터의 전개가 조금 숨이 가쁘고 약간 “전래 동화의 현대적 각색” 헐리웃 영화풍의 플레이버가 깃들여 있는 것은 챌러스의 의도가 아니고 원작의 잔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클라인 작가도 영 아덜트 장르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나같은 인물이 들어서 알 정도면 그 분야에서 상당한 고참으로 등극하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도 검색해보니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테뉴어를 거부당하고 (허걱 ;;;) 다리에 부상을 하면서, 인생이 암울하게 전개될 무렵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하고, [오필리아] 이전에도 역사소설을 쓰신 모양인데 역시 출세작은 [오필리아] 였던 것 같다. 이 [오필리아] 가 출판된 것이 2006년인데, 내 기억으로는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가 집필한 [오필리아를 되살리기: 사춘기 소녀들의 자아를 구출하는 방법] 이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올라간 것이 내가 박사학위 끝날 무렵이었으니까 1990년대 후반이었으니까 (지금 검색해보니 초판이 출판된 것이 1994년이고 향후 3년동안 지속적으로 NYT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오필리아” 라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성, 특히 그녀가 결국은 햄릿을 비롯한 남성들의 계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파괴적인 성향들을 어쩌지 못하고 “발광” 하여 자멸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대중문화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이 어쩌다가 가뭄에 콩나듯이 성사되면, 곧 “페미들이 생각하는 게 다 그런거지. 맨날 마이너 캐릭터 데려다가 여자라고 핑계대고 어떻게 해서든 스토리 뒤집어 볼려고” 라는 식으로 이죽거리는 인간들을 꼭 여럿 볼 수 있는데, 대중문화사적으로 볼 때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대사가 얼마 없는 조역들을 데려다가 그들을 중심에 놓고 희곡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는 그야말로 셰익스피어의 시대 이후에 줄곶 있어왔고—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 두 준엑스트라적 조역은 “길버트와 설리반” 컴비로 유명한 윌리엄 S. 길버트의 코믹 희곡과 톰 스토파드의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에서 당당하게 주역으로 등장한다— 오히려 오필리아의 “입장에서” 햄릿의 스토리를 말한다는 시도가 이렇게 21세기가 되어서야, 그것도 사회과학 서적에서 불행하게 죽는 어린 여성의 “은유” 로 충분히 사회적으로 회자된 이후에야, 겨우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그의 주체적인 위치가 폄하당해왔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단, 여기서 내가 토를 달고 싶은 것은, 셰익스피어 희곡의 근대적 각색에 있어서 이 “불행함으로부터 겪는 광증과 그에 따른 자살” 로 표상되는 캐릭터를 셰익스피어가 구축한 것 이상으로— 나도 몰랐던 것인데 [햄릿] 에 나오는 오필리아의 대사의 총량은 37줄이라고 한다— 무게를 부여하는 (특히 시각적인 관점에서) 노력이 이때까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 또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햄릿] 버전이라는 명성을 지닌 로렌스 올리비에의 1948년도판 영화에서 진 시몬즈가 연기한 오필리아를 보고 그 환상적이고도 비극적 아우라를 “햄릿의 비극성에 비하면 마이너한 그 무엇” 이라고 내쳐낼 수 있는 또라이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 유감스럽게도 여기 저기 흘러 넘치겠구나. 아무튼).  


[오필리아] 는 최소한 나같은 대중문화적 (“딴따라적”) “속화” 경향성을 그 자체로 경박하다고 비난하지 않는 입장의 소비자가 볼 때에는 충분히 흥미있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으나, 또한 위에서 말한 영 아덜트 소설적인 요소를 위시해서, 단순히 셰익스피어 희곡의 “현대적 해석” 이라는 방향성만 담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감상 태도를 지니고 접근하면 실망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원본의 훼손이라고까지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다. 단지, 셰익스피어가 가장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관객들의 가슴에 와닿토록 그 삶과 죽음을 풀어놓은 캐릭터들— 당연한 얘기지만, 덴마크의 왕자 “햄릿” 또는 “함렛” 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가 처음 발명한 것도 아니요 (덴마크어로 1200년에 쓰여진 야사에 햄릿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쓰여진 이름 “암레트” 는 “광인” 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햄릿이라는 인물에 다른 희곡이나 창작물의 영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토마스 키드라는 작가가 16세기에 발표한 [스페인의 비극] 이라는 희곡인데, 이 작품의 시놉시스는 [햄릿] 과 놀랍게 흡사하다)— 은 이미 복합적인 형태로 그 “원형” (프로토타이프) 들이 존재했던 것이니, 오필리아나 햄릿이나 게르트루드나 다 셰익스피어가 스스로 빚어내었던 그 원형을 다시 또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빚어낸 것이라고 여기고 관람하는 것이 아마도 가장 관대하고도 이윤이 남는 태도라고 여겨진다.  


[오필리아] 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서사와 캐릭터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오히려 내 예상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실 “천박하다” 라는 욕을 먹어도 좋으니까 보다 급진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뜯어고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먼저 오필리아 자신이 “관찰자” 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관객들과 정보를 공유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에게는 알리지 않는 그런 국면들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수동적” 인 주인공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뭔가 쾌걸춘향 식의 한국식으로 뜀박질하는 “체육계” 미소녀 히로인을 연상하신다면 크게 실망하실 것이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데이지 리들리의 연기는 상당히 좋지만, 당연한 얘기지만 [스타 워즈] 의 레이의 중세기 유럽 버젼을 기대하시면 안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은 리들리가 감정의 폭발을 억제하면서 햄릿 (조지 맥케이), 게르트루드 (나오미 와츠), 클라우디우스 (클라이브 오웬) 과 허허실실의 “연기 대결” 을 벌이는 개소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신들은 그 연극적 긴장감이나 영화적 아름다움에 있어서 웬만한 클래식 영미 사극들이 부럽지 않다. 리들리가 꽃을 한다발 끌어안고 좌중이 바라보는 가운데 “미친 소녀” 의 모습을,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웃으면서 울었다가 하면서 맨발로 연기하는 (원작에서도 가슴이 아픈 명장면인) 시퀜스는 이 한편에선 오필리아가 속내와는 달리 “남들이 기대하는 약한 소녀의 모습” 을 짐짓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설정이 되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리들리의 기품있는 연기에 의해 강렬한 정서적 파워를 배출한다.  


재미있는 것은 리들리와 그녀가 묘사하는 오필리아의 경우, 햄릿 보다는 젊은 여성에 대해 적대적인 요소의 엑기스만 추출해서 합성한 것 같은 야심가 클라우디우스 및 자신의 “계모” 이자 “장모” 로 위치지어진 게르트루드와의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조지 맥케이가 그려내는 햄릿은 충동적이고 감성적인 측면과 더불어 한입에 두 말하는 “어른 세계의 정치성” 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브하고 소년적인 모습을 균형을 갖추어 보여주고 있지만, 이 한편의 세계에 있어서는 서사를 관장하는 주체성이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그런 연유인지, 아이러니칼하게도 셰익스피어에 보다 충실한 해석들에 나오는 햄릿들이 맥케이의 햄릿보다 더 “찌질하고” “신경질적” 인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후자의 그림자가 너무 엷다). 햄릿에 비하면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하는 클라우디우스는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그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들을 통째로 삼키버리는, 수퍼빌런 역을 맡은 무비스타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나오미 와츠는 50세가 넘은 지금도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조명 설계가 바뀌었나 착각이 들 정도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과시하시면서, 약간 [말리피센트] 같은 감각의 게르트루드의 백스토리도 문제없이 소화하는 압도적인 공력을 보여주신다. 이 두 대스타가 발하는 찬란한 빛이라는 광자력 (光子力) 에너지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필리아와 햄릿 두 주인공의 화학반응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를 웃돌고, 영화 자체를 밀고 나가는 동력의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 클레어 맥카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도큐멘터리 분야 출신인데 (전작 장편 [대기하는 도시] 는 아직 미견. 흥미있는 영화인 것 같기는 하다), 실제 존재하는 중세기형 성채들의 동유럽 로케이션에 CGI 를 가미하여 그려낸 최고급으로 아름다운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을 제대로 통솔해내고 있으며, 연기자들도 잘 다뤄내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준다. 단지, 표현주의적인 드림 시퀜스라던가 아니면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거미집의 성] 에서 보여준 것 같은 환상적인 비주얼들은 전혀 원용되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게르트루드와 같은 얼굴을 지닌 “마녀” (이 캐릭터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는 존재이고, 전편을 통해서 가장 “영 아덜트 소설” 스러운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입장은, 위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셰익스피어의 희곡의 각색이 이러면 어떡하냐 라는 순혈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나면 그렇게 천박하거나 편의주의적인 장치라고 몰매를 때릴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 되겠다. 아니 이런 걸 문제삼을 거면, 구아다니뇨의 [서스페리아] 리메이크 같은 활동사진의 괴이하고 헛웃음 나오는 설정들 보시고는 숨이 꼴깍 넘어가시지 않으신다는겨?) 의 소굴에 오필리아가 게르트루드 왕녀의 명을 받잡고 방문하는 시퀜스등에서 장르영화적인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짐작하셨겠지만 이 한편에는 햄릿의 부왕은 살아 있을때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존재고, 유령도 뭇 사람들의 소문으로밖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오필리아]를 구태여 [햄릿]의 각색본 중 하나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여러가지 매서운 비판을 퍼붓는 것은 이 한편을 위해서 좀 공정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햄릿] 과 연계된 여러 요소들 때문에 오히려 이 한편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못 듣고 넘어가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단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햄릿의 상대적인 위치가 취약하고, 오필리아 자신도 서사의 중심에서 비껴난 부분이 의외로 크다는 등, 영화 자체의 무게 중심이 게르트루드와 클라우디우스로 이동해 있다는 인상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이것이 그렇게 이 한편의 치명적인 약점인지는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데, 아마도 그렇게 느끼실 분들도 확실히 계실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일단 나오미 와츠와 클라이브 오웬의 팬 분들 (바로 여기 있슴다 ^ ^) 께 먼저 추천드리고, 셰익스피어에 대해 고상한 문화적 관심을 지녔거나 도전적이고 급진적인 영화예술작품을 선호하시는 분들보다는, 디즈니의 일반 수준보다 더 “격조 높은,” 초롱초롱하고 아름답게 빠져나온 일급 영미 판타지사극의 팬 분들 및 데이지 리들리의 팬 분들께 다음으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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