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이큰 Forsaken 


미국-캐나다-프랑스, 2016.    


A Mind's Eye Entertainment/Rollercoaster Films/Moving Pictures Media/Panacea Entertainment/Vortex Picture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Momentum Pictures. 화면비 2.35:1, 1시간 30 분. 


Director: Jon Cassar 

Writer: Brad Mirman 

Producers: Kevin DeWalt, Gary Howsam, Bill Marks, Josh Miller, Isabella Marchese Ragona 

Cinematography: Rene Ohashi 

Production Design: Ken Rempel 

Costume Design: Christopher Hargadon 

Stunt Coordinator: Guy Bews 

Music: Jonathan Goldsmith 


CAST: Kiefer Sutherland (존 헨리 클레이튼), Donald Sutherland (윌리엄 클레이튼 목사), Demi Moore (메리 앨리스 와트슨), Michael Wincott ('젠틀맨' 데이브 터너), Brian Cox (맥커디), Aaron Poole (프랭크 틸먼), Dylan Smith (네드), Johnny Rees (톰 와트슨) 


photo FORSAKEN- THOSE WHO DONT WANT TO DIE GIT_zpsjftkgnb0.jpg


디아블로] (회원리뷰 참조), 나탈리 포트먼이 기획하고 주연한 [제인 갓 어 건], 서부극처럼 시작하다가 식인종 울트라 고어 호러로 탈바꿈하는 [본 토마호크], 퀜틴 타란티노 영화답게 말이 많은 (말 [馬] 이 아니고 말 [言] 이 많다는 얘기. 이것도 일종의 아재 개그인가…) [헤이트풀 에이트], 그리고 본편을 요번 봄 시즌에 연달아서 감상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이 중 가장 보수적이고 정석적인 서부극이라고 할 수 있는 [포세이큰] 이 결국은 가장 마음에 드는 한편으로 귀결되었다. 역시 영화는 뚜껑을 열어서 맛을 보기 전에는, 겉보기만 봐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진리다. 


[포세이큰] 은 제작 총지휘자에 열 몇 명의 이름이 걸려있던데, 실제로는 [로스트 보이스], [영 건스] 등의 "브랫 팩 청춘스타" 로 날리다가 30줄에 들어서면서 침체기를 겪고, 2000년대 들어와서 TV 시리즈 [24] 의 잭 바우어 역으로 다시금 스타의 지위를 회복한 키퍼 서덜랜드가, 이제는 80줄에 들어선 대배우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도널드 서덜랜드와 같이 공연할 수 있는 맞춤형 각본을 주문해서 기획한 한편인 모양이다. 원래 60년대에 영국에서 조연 배우로 크게 뜬 후 헐리웃으로 넘어와서 스타가 된 아버지 도날드와는 달리 키퍼는 캐나다에서 자랐고, 캐나다인으로서의 정체적 지향성을 뚜렷이 느낄 수 있는데, 그런 요소가 [24] 의 동료 제작자-감독인 존 카사르를 기용하게끔 작용했는지 그 점은 확실치 않다. 단지, 이 한편이 L.A. 에서 최신 트렌드를 먹고 마시는 팀들이 제작한 영화의 용모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틀림없다 (예산상으로는 아마 별 차이가 없을 [제인 갓 어 건] 이 훨씬 더 "트렌디" 하게 "비루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스토리는 너무나 뻔하고도 고전적이라서 새삼스럽게 설명할 건덕지도 별로 없다. 키퍼가 줄곶 눈을 내리깔고, 마음 속의 갈등을 감내하는 내면적 연기를 통해 표현하는 존 헨리라는 주인공부터가, 지극히 정석적인 존재다. 남북 전쟁 동안에는 훌륭한 군인이었지만 패전의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면서, 목적의식 없이 사람 죽이는 기술만 발달한 총잡이로 전락한 인물인 존 헨리가, 평화주의적인 가치관을 위배하고 망나니의 삶을 택한 아들을 거부하는 고향 마을의 클레이튼 목사와 정신적인 알력을 겪으면서도 화해의 길을 걷는 도정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사와 관련된 존 헨리의 근원적인 트라우마의 해소, 옛 애인인 메리 앨리스 (아무리 보아도 실제로는 20대 중반의 딸이 있는 50대 여성으로는 보이지 않는, 여전히 아름다운 데미 무어) 와의 잔잔한 애정의 교류, 마을 사람들의 토지를 손에 넣으려는 악당 맥커디와 그가 고용한 무법자 일당과의 충돌 등의 에피소드가 엮이어 들어간다. 존 카사르 감독은 이러한 모범적인 서부극적 상황을 일구는 요소들을 적절히 통솔하면서, 쓸데없이 폼재지 않는 건실한 연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데, 키퍼와 도날드 부자간의 연기 협업이 사실상 이 작품의 존재 의의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듯, 연기자들에게 많은 공간과 여백을 할애하고 있다. 


나는 사실 [포세이큰] 을 보기 전에는 키퍼와 도날드, 꼭 닮았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다른 (스타일도 다르고, 목소리도 다르고, 인상도 다르다) 두 연기자의 긴밀한 공연이라는 측면에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호기심에 끌리기는 했지만-- 막상 보고 나니까 가슴이 찔끔 아프도록 감동적이었다. 말을 타고 나타난 초췌한 인상의 그러나 핸섬한 방문자를 맞이하여,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문 밖으로 나선 목사님이, 말 탄 방문자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순식간에 미소를 거두고 실망과 번뇌에 지질린 표정으로 바뀌는 첫 장면에서부터, 구구한 설명이나 연기적 장치의 필요가 없이,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아들의 귀환" 이라는 것이 직설적으로 관객들에 전달된다. 이 두 사람은 미국 영화나 TV 드라마를 평생 단 한번도 접한 일이 없는 분들이 보더라도, 같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 아버지와 아들이기 때문이다. 


 photo FORSAKEN- NOT CHANGED AT ALL_zpsvrswvaig.jpg


도널드 서덜랜드야 원래 어떤 종류의 배역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는 60년대 원조 구렁이 성격배우이지만, 이 한편에서는, 내면적으로 가라앉은 아들 키퍼의 연기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평소의 이 분의 스타일과는 좀 다르게 대사 한 줄을 읊을 때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흔들어 보이는 식의 일면 과장된 제스처도 마다하지 않는 "뜨거운" 연기를 보여주신다.  이 (부)양- (자) 음의 대위법은 "교회 안에서의 고백" 신에서 (부)음- (자) 양으로 뒤집어지면서 사실상 영화의 감정적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이제는 자신도 40대중반이 된 키퍼가 어린아이처럼 무너지면서 읍호하자 도널드가 말없이 아들의 머리를 꽉 끌어안는다. 여기서 관객들은 확실히 이 두 캐릭터의 부자관계뿐만 아니라 이 두 연기자들 사이의 30년 넘는 공유된 역사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통 이런 식으로 캐릭터에서 벗어나서 연기자들의 영화 바깥의 존재가 상기되면 영화에는 해를 끼치는 현상이라고 여겨지지만, [포세이큰] 에서는 오히려 관객들의 강렬한 감정이입 효과를 가져온다. 이 순간만큼은 캐릭터들와 연기자들의 스토리가 혼연일체가 되어,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이 두 분의 긴밀한 협업에 비하자면 다른 영화적인 재미는 준수하기는 하지만 특필할 만한 것은 없다. 너절하게 입고 다니는 존 헨리와는 대조적으로 말끔하게 댄디 패션을 두른 마이클 윈코트가 연기하는 1등 부하 악당 데이브 터너가, 클레이튼 목사님처럼 기본적으로는 평화주의자고, 다른 찌질이 악당들과는 달리 계속해서 존 헨리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창의적인 캐릭터 디자인이라고 여길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사실 이런 설정은 "고전" 서부극에서는 그렇게 보기 힘든 것은 아니다. 터너와 존 헨리의 대결의 약간 엉뚱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러나 지극히 논리적인) 결말도 한 리뷰어에 의하면 버드 뵈티커가 감독한 한 옛 서부극에서 고대로 따 온 것이라고 한다.  총상 (銃傷)의 리얼한 메이크업 등 고어 묘사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총격전의 묘사도 고전적인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웨스턴 리벤지 The Salvation] 같은 작품에서 쓰여진, 마치 20세기 게릴라 시가전의 시점을 서부극에 수입한 것 같은, 순간 순간의 긴박감을 강조하는 그런 스타일은 배제되어 있다. 폭발적으로 신체훼손이 벌어지는 타란티노식 "서부극"을 예상하고 보시면 대체적으로 실망하실 것이다. 


photo FORSAKEN- UNWELCOME_zpszvf1g9pi.jpg


"구식이다" "뻔한 얘기다" 라는 비판, 또는 형식적이나 사상적인 보수성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감동을 주고 가슴에 남는 한편이었다. 키퍼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같이 한 편 찍고 싶어서 만들었다면 어떠랴. 그래도 서부극은 역시 좋고, 두 훌륭한 배우들의 공연은 눈물 흘리게 해주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78595
639 [영화] 블라드 파더 Blood Father (멜 깁슨 주연) Q 2016.10.10 1140
638 [TV] 페니 드레드풀 1 시즌 Penny Dreadful Season 1 [4] Q 2016.09.21 1417
637 [영화] 레이트 페이시스: 늑대의 저주 Late Phases: Night of the Lone Wolf Q 2016.09.10 859
636 [영화] 셸리 Shelley <부천영화제> Q 2016.07.31 1068
635 [영화] 무법자와 천사들 Outlaws and Angels <부천영화제> Q 2016.07.27 1367
634 [영화] 소르겐프리: 격리된 마을 What We Become <부천영화제> Q 2016.07.26 840
633 [영화] 트레이더스 Traders <부천영화제> Q 2016.07.25 708
632 [영화] 판데믹 Pandemic <부천영화제> Q 2016.07.24 825
631 [영화] 그린 룸 Green Room (안톤 옐친, 패트릭 스튜어트 주연) [5] Q 2016.07.07 1793
630 [영화] 암흑가의 두사람 Two Men in Town <유로크라임/암흑가 영화 콜렉션> [2] Q 2016.06.15 1443
629 [영화] 서프러제트 Suffragette Q 2016.06.03 2370
» [영화] 포세이큰 Forsaken (키퍼 & 도널드 서덜랜드 주연) Q 2016.05.25 1144
627 [영화] 미드나잇 스페셜 Midnight Special [3] Q 2016.04.25 2426
626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1] Q 2016.04.17 2602
625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 10 Cloverfield Lane (플롯상의 스포일러는 없음) [2] Q 2016.04.09 3078
624 [영화] 빅터 프랑켄슈타인 Victor Frankenstein (대니얼 래드클리프, 제임스 매커보이 주연) Q 2016.03.06 1523
623 [드라마] 내딸금사월 감동 2016.02.29 828
622 [영화-애니메이션] 009 RE: CYBORG (스포일러 있습니다) Q 2016.02.28 1268
621 [영화] 캐롤 menaceT 2016.02.14 3182
620 [영화] 디아블로 Diablo (스코트 이스트우드 주연) [5] Q 2016.01.31 16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