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레이더스 Traders <부천영화제>

2016.07.25 04:30

Q 조회 수:930

트레이더스 Traders 


아일랜드, 2015.    

 

An Irish Film Board-Coco Television Co-Production. 


화면비 1.85:1, 1시간 30분. 


Directed and Written by: Rachael Moriarty, Peter Murphy 

Producer: Stuart Switzer 

Cinematography: Peter Robertson 


CAST: Killian Scott (해리), John Bradley (버논), Nika McGuigan (올라), Peter O'Meara (안소니), Tom Davis (빅 죤), Barry Keoghan (켄), Donal O'Farrell (손도끼) 

traders1.jpg

저예산 호러라도 국가에서 제작비를 열심히 대주는 착한 나라 아일랜드산 경제파탄 스릴러. 더블린시에서 비싼 아파트에서 좋은 차 굴리면서 우아하게 살다가, 직장인 금융회사가 일시에 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인생이 폭망하게 된 회사원들의 비굴함과 현실부정의 행태를 비꼬아 뜯는 풍자적 코메디로부터 일단 시작하는데, 막바지에 가서는 다른 영화도 아니고 류승완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를 연상시키는 충공깽의 울트라 폭력묘사 필름느와르로 탈바꿈하는, 좋은 의미에서 괴이한 한편이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신자유주의-후기 금융자본주의의 도덕적 파탄에 대한 은유적 고찰, 이런 틀을 고수하면서 관람해도 그럭저럭 틀에 뚜들겨 맞추어 해석할 수는 있지만, 나에게 한정해서 말한다면, 그런 (평론가들에게 쉬이 포착될 수 있고 또 점수따기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시각보다도, 한편으로는 비겁한 과거의 파트너와 악연이 이어지는 최강의 바운티 헌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부극의 현대판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네 조기축구회 아재들을 데리고 닌자영화를 찍는 것 같기도 한, 널널하고 멍청하면서도 동시에 표독스러운, 이 한편의 일면 모순된 미적 측면들이 훨씬 매력 있다. 


플롯의 구심점이자 진정한 악의 축은 주인공 해리의 동료 버논. 회사원들이 우스갯소리로 써먹던 농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모든 돈을 현금으로 바꿔서 라스베가스로 여행, 확률 50 퍼센트인 도박에 전 재산을 쏟아 붇고 순식간에 자기 자산을 두 배로 불린 한 사나이에 대한-- 에서 필사의 영감을 얻은 그는 "계약을 한 두 사람은 자신의 총재산을 다 현금으로 바꾸어 녹색 운동가방에 넣고 외딴곳에서 만나서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인다. 진 쪽은 자살이 성립되도록 모든 준비를 갖추어놓고, 이긴 쪽은 진 쪽의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가져간다" 라는 조건이 달린 "어둠의 거래소" 를 웹사이트에 설치했을 뿐 아니라, 해리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아이들이 주렁주렁 달린 망한 회사의 동료가 교통사고를 가장한 자살을 거두는 등, 인생이 괴로운 방향으로 꼬여가는 해리는 버논의 맛이 가버린 계획을 처음에는 비웃고, 꾸짖고, 무시하지만, 점차 버논의 인력에 이끌려 궤도를 타게 된다. 걸어다니는 삼겹살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체형 (體型) 의 버논은 해리와의 "결투" 끝에 자기가 규칙을 어기고 휘두른 칼을 자기 어깨에 박아버리면서 패퇴하게 되지만 (이 부분은 상당히 웃긴다. 코메디적으로), 자신의 사람 죽이는 재능이 평균을 훨씬 넘어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해리는 이 "트레이딩" 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현대판 검투사극 내지는 살인게임에 갈수록 빠져들게 된다. 


레이철 (셀틱어로 발음하면 라키엘인가?) 모리아티와 피터 머피는 주로 단편영화시장에서 꽤 오랫동안 (1990년대부터) 활동해온 아일랜드 영화인들인데 해리의 절박한 심정이나 긴장감을 서브우퍼로부터 울려오는 굉음 (轟音)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해리의 결투 장면들을 몽타주 기법이나 그런 일반적인 접근방식을 배제하고, 아주 간소화된, 단막극적이다시피 절제된 스타일로 보여준다 던지, 그런 개소에서 영화적인 독창성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이 두 분이 정말 아일랜드사람들이어서 그런 것인지, 영국영화라면 이렇게 갈 것이라고 예상했을 만한, 끔직하고 황당하고 바보 같은 상황을 마치 지극히 정상적인 것처럼 다루는 식의 아이러니칼한 코메디 연출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종류의 아이러니는 버논 캐릭터를 맡아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는 존 브래들리 (브래들리-웨스트-- [Game of Thrones] 에 출연해서 일약 유명해진 모양인데) 에게 거의 다 넘겨주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15년 전쯤의 브래드 피트를 연상시키는 해리역의 킬리언 스코트가 약간만 더 내면적인 갈등을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연기진은 "손도끼" "라자루스" 등의 웃기지도 않는 핸들들을 달고 나타나는 결투 신청자들역의 조연배우들까지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피로하고 있다. 


영화는 적당히 씨니컬하고 사회비판적인 엔딩으로 가리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살벌한, 잘 듣는 칼로 푹 쑤시는 것 같은 임팩트를 가져다 주는 폭력적인 결말로 끝나는데, 제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버논을 "신자유주의의 착취는 계속된다" 뭐 이런 식의 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영화의 전개와 분리해서 써먹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은 만큼, 모리아티-머피 각본-감독팀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위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를 연상시킨다고 했는데, 배리 키어건이라는 (아일랜드에서는 TV 청춘스타인 모양인데) 젊은 연기자가 맡은 꼬마 킬러 켄 역할의 캐릭터 포물선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류승완 데뷔작의 류승범군 생각이 나더라. 결론적으로, 골격을 이루는 사회비판적인 시각과는 별도로, 약간 싼티도 나면서도 이상하게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싹막한 아우라를 구비한 특이한 한편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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