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은 1993년 5월부터 1994년 10월 사이에 KBS에서 방영 되었던, "작디 작은 미니시리즈들의 시리즈" 입니다. 제목처럼 여자 주인공이 범죄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다채로운 매력의 여자주인공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이야기들을 매번 틀어주면서, 기구한 사연들, 기괴한 범죄들, 축축하면서도 신비로운 묘한 영상들, 일상적인 소재를 잡아내는 가라앉은 화면과 격정적인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잡아내는 부분이 엮이기도 했기에 상당히 재미난 시리즈로 지금껏 기억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기구한 운명의 장난과 살인범죄가 결합된 일종의 범죄물, 추리물인데, 항상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풀어나가는 시리즈였습니다. 애초에 나올 때에는 한 편의 한 달 동안 방영해서 한 달 마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선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편수가 좀 길거나 짧은 편이 방영되면서, 약간 어긋나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제목대로 매주 금요일 밤에 방송되어, 대략 4편 내외로 하나의 이야기를 끝맺는 구성은 대체로 유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이야기들은 매번 주인공 여자 배우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 제목을 붙입니다. 예를 들어, 한 이야기는 "문근영의 여름 지옥불", 다음 이야기는 "신세경의 초록빛 완전범죄" 이런 식으로 제목을 붙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자 주인공 여배우가 매주 금요일 밤 찾아와 이 꿈 같고, 악몽 같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는 형식이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시리즈 특유의 절묘한 느와르 영화 분위기 입니다. 애초에 여자배우를 중심에 놓은 범죄물이라는 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느와르 영화 속의 "위험한 여자" 배역이 되는 경우가 잦기도 했고, 그것이 아니라도 가라앉은 울적한 일상속에서 비치는 범죄와 그 범죄가 비추는 격정을 그려내는데, 그 때 엿보이는 신비롭고도 낭만적인 수법은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당시는 "원초적 본능"으로 대표되는 소위 네오 느와르 영화들이 반짝 흥행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기에, 이런 연출들은 잘 와닿았습니다. 자극적이고 흡인력 있는 소재, 가끔 비치는 살인장면이나 시체의 모습에 분명히 선정적인 매력도 있었습니다. 이런 덕분에 이 시리즈는 본격적인 공포물은 아니면서도 오묘하게 음산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하기도 했고, 때문에 한번 휘몰아치는 여름날의 악몽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루하고 따분한 오후 서서히 차오르는 불만이 곧장 치달아 터지며 미치광이 소용돌이로 이어질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면이 와닿을 때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우선 제가 아는 바로, 이 TV극의 이러한 형식은 일본의 TV극을 그대로 옮겨온 것입니다. 일본에서 197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끈 TV극 시리즈 제목 중에 "화요일의 여인(火曜日の女)" 이라는 것이 있었는데(나중에 "토요일의 여인"으로 바뀜), "모모여배우의 무슨제목" 이라고 각 에피소드별 제목을 부르는 방식도 이때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이야기의 형식이나 구성, 소재나 연출 방식도 여기서 영향을 받은 부분은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은 이렇게 일본의 "화요일의 여인"을 베껴 온 재탕이 아니라, 베껴 온 것을 한 번 더 리메이크한 삼탕 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TBC 시절인 1979년에 "금요일의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시도가 한 번 이뤄진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MBC의 "수사반장" 시리즈에서 특이한 납량특집 에피소드들이 있었던 것처럼 TBC의 형사물 "만년형사"의 일환으로 엮여 나왔던 것인데, 90년대초의 이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에 비하면 별 반향을 일이키지 못하고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소설판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면, 일본의 "화요일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금요일의 여인"도 소재나 제목 역시 여러가지 기존의 소설들에서 그냥 따온 것이 많았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원작에 대한 표시가 좀 부실했던 듯 했다는 의심을 좀 해봅니다. 저는 마쓰모토 세이초 원작 단편소설에 대해 알기 직전까지, 이 드라마 시리즈의 해당하는 이야기들을 오리지널 각본이라고 생각해서 각본가가 엄청나게 재능있는 천재적인 작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단막극들, 특히 소재나 중심 줄거리를 중요시하는 범죄물들은 원작 표기를 비교적 잘 해두는 편이었지만, 워낙에 모방과 표절로 얼룩져 있는 것이 한국 TV물의 역사인만큼,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는 따져볼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전에 저글링의최후님께서 깨끗하게 정리해 주신 최고의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시리즈 정리 글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을 방법도 없고, 저도 보관하고 있는 것이 없는지라, 일단 제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 여기저기에서 조사한 내용, 여러분들께서 덧글로 알려주신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원작을 밝힌 이야기들은 원작의 결말과 반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가면서 말해 보고자 합니다.

전체 총 19편이며, 내용을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꽤 많으므로, 틀린 부분, 보충할만한 내용 있다 싶으시면 짧게 조금씩이라도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 못하고 있는 이야기가 무척 많고, 원작과 헷갈려서 원작과 TV판이 헷갈린 이야기도 있을 것입니다. 부디 지적 부탁드립니다. TV물인만큼, 줄거리와 관계 없이 배우에 관한 이야기나, 기억에 남는 장면, 인상적인 연출에 관한 내용 짤막짤막하게라도 기억에 남는 것 한 두마디씩 덧글로 말씀해 주신다면 그것도 큰 도움 될 것입니다.



93년05월 제1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최명길의 벼랑 끝에 선 여자


최명길은 애인 최상훈과 함께 가다가 사고로 벼랑에서 떨어지게 됩니다. 최상훈은 최명길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줄 알지만, 몇 년 후 최명길은 휠체어를 탄 체 살아서 나타납니다. 그런데 사실은 최명길은 죽어야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돌아온 최명길을 덤프트럭이 치여 죽이려 하는 등, 계속 위협에 시달립니다. 최명길은 사실은 멀쩡하게 걸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쓰고 잘 걸어다니는 딴 사람으로 위장하여 1인 2역을 하는 방법으로 악당들과 맞서고, 최명길에게 착한 독고영재가 최명길을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명길은 막판에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혀서 1인2역의 정체도 밝혀지고, 다시 옛날 그 때 그 벼랑에서 이번에는 정말로 떨어져 죽을 위기. 그러나 이번에는 악당이 떨어져 죽고, 최명길은 살아 남는다는 결말입니다. 결말장면의 연출하며, 살인의 동기와 속임수하며 이야기거리가 더 많을 법 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 나시는 분 도움 부탁드립니다.


93년06월 제2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한혜숙의 호수의 눈물


한 젊은 광고 모델과 잡지사의 고위 직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인데, 고위 직원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광고 모델이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됩니다. 이야기가 전개 되면서 죽은 남자를 둘러싼 사람으로, 이 광고 모델 이외에도 정재순과 한혜숙이 조사 대상이 됩니다. 밝혀지는 결론은 한혜숙은 죽은 남자가 기자 시절 쓴 기사 때문에 자신의 남편이 억울하게 희생되었고 여기에 복수하기 위해서, 광고 모델을 이용한 음모를 꾸며서 살인을 꾀한 것이었습니다.

트레이시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드러나는 진상은 사실은 광고 모델은 한혜숙의 숨겨둔 딸로, 두 사람은 모녀 관계이고, 따라서 모델에게도 죽은 남자는 아버지의 원수였고 두 사람은 공범이라는 것입니다. 모델이 진범이 맞는데, 완전범죄를 위해서 한혜숙이 모델을 이용한 것처럼 위장하고 마지막으로 스스로 자결해서 모든것을 묻고 사라 집니다. 모델과 한혜숙이 서로 앙숙인 것만 같았던 것은 상당 부분은 연막작전이었던 것입니다. 모델은 호수를 보면서 자결한 어머니에게 고맙다고 말합니다. 

제목을 보면,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 명작 "호수의 여인"이 바로 떠오를만한데, 굳이 찾아보자면, 여러 명의 의심스러운 위험한 여자들이 중심인 느와르 풍의 이야기라는 점이라든가, 잡지사(출판사)가 중요한 주제로 부각 된다는 점 등등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한혜숙이 완연한 중년-노년 연기로 돌아서기 전, 여러 TV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마지막으로 뽐내던 이야기로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93년07월 제3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이경진의 마지막 한 달


"악마 같은 여자"(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디아볼릭")의 영향 혹은 그 영향을 받은 다른 모방작들의 영향이 엿보이는 이야기 입니다. 이경진은 평범한 가정주부인데, 자꾸 물건을 갖고 오는 것을 깜빡한다든가, 혹은 이상한 환상이나 망상에 시달린다든가 하는 일을 겪습니다. 이경진은 자신이 정신병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점점 괴로워하고, 남편 한진희는 이경진의 정신병 때문에 괴로워하고 명예마저 위협될 처지에 놓입니다.


결국 이경진은 신경쇠약 상태에 빠져 자살을 결심하는데, 자살하려는 그때에 공교롭게도 자기 뒤를 따라온 윤철형이 사고가 나려는 것을 구해주려고 합니다. 윤철형은 생명의 은인 이경진에게 자신은 남편 한진희에게 고용된 사람으로 이경진이 자살하는 지 감시하라고 했다는 사실을 실토합니다. 이경진은 그 때부터 음모를 파헤쳐 모든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한진희는 송나영과 바람이 났는데, 이경진을 제거해 버리기 위해 몰래 물건을 숨기거나, 환영을 보도록 꾸미거나 해놓고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잡아 떼는 방법으로 이경진을 미쳐 가게 만든 것입니다.

이후 이경진이 한진희의 산통을 깨어 놓는 게 결말인데, 어떻게 복수하는 지는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 가정만 아는 평범하고 약한 주부가 점점 괴로워 하는 역할을 정확하게 맡아 연기한 이경진의 적역이 단연 돋보였인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93년08월 제4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염정아의 여름장미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염정아의 개인기와 당시 젊은 모습의 활달하고 기운 찬 느낌을 살려서 만든 이야기로, 염정아의 친지인 한 자동차 회사의 엔진 개발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이야기는 출발합니다.

염정아는 죽음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회사에 들어가서 조사하고자 합니다. 회사에 들어가려는 방법이 염정아 캐스팅을 살리는 제작자의 농간인데, 다름이 아닌 자동차 회사의 광고 모델이 되려는 것입니다. 염정하는 자동차 회사의 고위 인사와 엮이기 위해 우연을 가장하기도 하고, 봉식엄마님께서 소개해 주신 내용을 보면, 염정아가 독특해 보이기 위해 다른 모델들과 달리 웃는 표정을 일부러 짓지 않는다든가 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염정아는 결국 자동차 회사와 가까워지고 죽은 개발자의 비밀도 접하게 됩니다. 염정아는 죽은 개발자가 남긴 비밀 설계도를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숨겨 두고, 악당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뒤 항상 자신을 도와주던 믿음직한 선우재덕에게 구출도 받고 도움도 받습니다. 염정아는 선우재덕에게 설계도를 맡기고, 선우재덕은 자동차 회사에서 성공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선우재덕이 범인이었고 염정아를 통해 죽은 개발자가 남긴 비밀을 얻기 위해 괜히 믿음을 얻고자 구해주는 척 하면서 속임수를 쓴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 정확하게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93년09월 제5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홍리나의 위험한 선택


몇 차례 영상화된 윌리엄 아이리시(코넬 울리치)의 원작 "죽은자와의 결혼" 이야기들 중에서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이 "홍리나의 위험한 선택"이지 싶은데, 사고 이전 홍리나 연기의 최걸작이라고 말해도 큰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시리즈에서 3대 걸작을 꼽는다면, "홍리나의 위험한 선택", "강문영의 어둠 속의 미소", "남주희의 욕망의 덫" 세 편을 꼽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 합니다. 아마 그 중에서 단 한 편만 꼽으라면 "홍리나의 위험한 선택"을 꼽을만큼 가장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을 대표할만한 이야기라고도 생각해 봅니다.

내용은 "죽은자와의 결혼"을 원작을 그대로 따라 갑니다. 험하게 살아가던 홍리나는 열차 안에서 한 여자가 약혼 반지 자랑하는 것을 보고 한 번 껴 보라고 하기에 어색하게 한 번 껴 봅니다. 그런데 열차는 탈선 사고를 일으켜 사람들은 몰살 당합니다. 홍리나는 겨우 살아 남았는데, 약혼 반지를 끼고 있는 탓으로 죽은 여자의 약혼자 집안에서, 홍리나를 죽은 여자로 오해 합니다. 홍리나는 마침 임신을 하고 있었고, 이 집에서는 홍리나가 아들의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니 며느리 뻘 되는 아이라고 생각 합니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일상화된 요즘에는 성립할 수 없는 20세기의 이야기입니다만, 홍리나는 험한 삶이 아니라 따뜻하고 안정된 삶을 동경하여, 눈 딱감고 이 오해를 풀지 않고 밀고 나갑니다. 홍리나는 성실하게 며느리 노릇을 하며 잘 삽니다. 마침 당시 구포 열차 사고로 떠들썩 했던 무렵이라 이 이야기는 굉장히 시의적절해서 더욱 인상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실화"라는 헛소문마저 돌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한 번 더 꼬이기 시작 합니다. 홍리나가 과거에 험한 시절 살 때 홍리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던 악당이 나타나, 사실을 폭로할 거라면서 홍리나를 위협합니다. 이 악당 역할을 박준규가 맡았는데, 쓰레기 같은 놈 연기를 기막히게 잘 해내서 모두가 욕을 하며 칭송하였습니다. 이때 박준규를 추적하는 형사 역할을 왕년의 터프가이 영화배우이자 박준규의 친 아버지인 박노식이 맡았다는 것도 재밌습니다. 아마도 박노식의 거의 마지막 연기 때 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호찬님께서 말씀해주신 내용에 따르면, 결말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동생이 홍리나를 구하기 위해 박준규를 살해 한다는 것입니다. 홍리나는 박준규와 끝장을 보려 했다가 박준규가 죽은 것을 알고 정황상 시동생이 박준규를 죽인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만, 시동생은 명확히 시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시동생이 갖고 있는 흉기가 보입니다. 이것은 홍리나를 흠모하게 된 시동생이 홍리나가 편하게 지내도록 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는 점도 암시 됩니다. 그러나 홍리나는 이제 자기만 입 닫고 살면 이제 아무도 모를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홍리나는 죄책감에 쓸쓸히 집을 떠나고, 다만 낳은 아이만 아무것도 모르는 시어머니가 키우도록 합니다.




93년10월 제6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선우은숙의 무지개 사냥


고전명작 영화 "시민케인" 또는 "시민케인"에 영향을 받은 다른 이야기들의 영향이 역력해 보이는 이야기로, 여러 모로 보건데, 이 편은 제대로 완성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거의 미완성에 가깝게 마무리된 편으로 보입니다. 이야기를 짜다가 결론을 내릴 방법을 못찾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정으로 제작을 완료하지 못하게 되어서 급하게 끝을 맺은 것인지, 아무래도 이야기 모양이 이상한 꼴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 방영 일정도 월초 시작해서 월말까지 1개월 이었던 이 시리즈가 월 중간에 시작하는 엉성한 일정으로 한동안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업계의 유명한 거물인 갑부 기업인 선우은숙이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려 죽은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선우은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살벌하고 냉정한 기업인으로 악명 높았고, 선우은숙을 욕하는 사람도 매우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선우은숙이 어떤 응분의 대가를 받았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무송은 여기에 의문을 느끼고, 선우은숙의 주변 인물들, 선우은숙이 일생을 함께 하며 만났던 남자들을 인터뷰하고 추적하며 선우은숙의 과거를 하나하나 알아 갑니다. 선우은숙은 야채가게 집 딸로 태어나 힘들게 살며 야학에서 공부를 했는데, 경제 급성장기에 정부 정책을 미리 간파하여 주식과 부동산으로 벼락부자가 된 인물이었습니다. 전무송은 돈이나 사업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되고, 그렇다면 사랑 때문이라고 의심 하는데, 남자 관계에서도 결국 치명적인 문제를 찾지 못합니다.

선우은숙이 왜 자살을 했는지 하는 내용은 수수께끼가 되는 데, 전무송은 선우은숙이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린 것은 하늘에서 본 무지개를 사냥하기 위해서 아니었겠는가, 하는 뜬구름 잡는 독백을 하고, 그렇게 대충 "뭔지 안가르쳐 주고" 이야기가 끝납니다.

결말이 김새기 때문에 평이 안좋은 이야기입니다만, "시민 케인" 풍의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한 사람의 삶을 재구성하는 독특한 구성과 전무송의 느와르 영화 형사 같은 낭만적인 대사 연기. 묘하게 신비로운 분위기가 엮여서 느와르 풍의 연출과 분위기는 초중반까지 무척 재밌고 인상적인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제작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93년10월 제7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김민자의 머나먼 여로


김민자와 김용건 부부가 미국에서 이민 갔다가 윤다훈 사위와 딸을 결혼 시키려고 귀국했는데, 갑자기 딸이 납치를 당합니다. 그런데 납치범 나한일은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뜸 김민자에게 누구를 기억하라는 말을 남깁니다. 이로서, 과거가 이야기에 펼쳐지는데 내용인즉슨 김민자는 미국에서 혼자 딸을 키우면서 혼자 매우 힘들게 살고 있었는데 김용건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게 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김용건은 애초에 가족을 두고 미국으로 도피한 사람으로, 한국에는 꼭 과거의 김민자 자신처럼 혼자서 고생하며 고통 받고 있는 처, 선우용녀가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납치범 나한일은 버려진 그 여자의 친지였던 것입니다. 즉 나한일은 도망가서 행복하게 사는 김용건이 미워서 복수했던 것이고, 모든 사실을 들은 김민자는 김용건과 헤어지고, 김용건은 옛 처와 재결합 합니다.

이준님께서 남겨주신 덧글에 따르면, 딸이 나한일이 누구고 왜 자신을 납치했냐고 묻자, 김민자는 쓸쓸하고 지친 목소리로 "그건 몰라도 돼. 너무 피곤하구나"라고만 말하고 더 말하지 않습니다.



93년11월 제8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강문영의 어둠 속의 미소


우선 몇 차례 소개한 이 이야기 부터 한 번 다시 올려 보겠습니다.

"한 여자 대학생이 교외로 놀러 나갔다가 어느 중년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쓸쓸해 보였지만, 미남이었고, 재산도 많은 멋진 사람이어서, 금새 대학생은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 남자는 아내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외로움과 쓸쓸함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우울한 모습이 더 매력이었는지, 대학생은 남자와 점점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둘은 결혼하게 되었다. 대학생은 남자의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어딘가 자꾸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듯 했다. 이 조용한 교외의 별장자리 같은 곳에, 왠 쇳덩이를 들고다니며 고성방가를 하는 바보 청년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여자의 물건이 망쳐져 있거나, 여자에게 사고가 일어날 듯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새로 들어온 가정부 였다. 가정부는 지나치게 여자에게 살갑게 굴고, 너무 친절한 것이 오히려 괴이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여자는 자신과 남편을 해코지 하는 이상한 일들이 결국 가정부가 몰래 꾸민 음모임을 알게 되었다. 

실은 그 가정부는 남편 전처의 생모였던 것이다. 가정부는 정신질환이 심해 자식을 버린 사람이었는데, 뒤늦게 자식을 찾아보니, 부자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자식이 죽고, 그 자리에 왠 대학생이 새댁으로 들어온 것을 알게 되자, 그만 정신이 다시 이상해져버려서 죽이려고 든 것이었다. 여자의 신고로 가정부는 경찰에 잡혀 갔다. 이로써, 
모든 소동은 끝이났다. 

한가로운 어느날, 이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는 근처 호젓한 호수가에서 남편과 함께 낚시를 하며 소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남편이 자리를 비웠을 때, 동네를 돌아다니던 바보 청년이 나타났다. 바보 청년은 여전히 왠 쇳덩이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 여자는 바보 청년에게 그 쇳덩이가 뭐냐고 물었다. 바보 청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히히힛. 옛날에 사장님이 그걸로 부인을 때렸어요.'"

이 이야기는 1982년 TV문학관 방영극 "어떤 여름방학"을 다시 만든 것으로 봐야 하는 이야기로,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야기 입니다. 고딕 소설의 대표작이자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영화로도 유명한 "레베카"의 영향이 크게 엿보이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세실리아"편이라고 하면, 기억하는 사람은 다 통하는 이야기 입니다. "세실리아"는 바로 죽은 전 처의 이름으로, 한 번도 살아서 등장은 하지 않지만, 깊게 남아 있는 흔적과 으스스한 분위기로 온통 주인공을 압도하고 주위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82년판에서는 정윤희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사미자는 82년판과 93년판에 동일한 역할로 다시 등장합니다. 한편 93년판에서는 주인공 강문영이 여대생은 아니고 순박한 여자 공장직원으로 나오고, cndjr님 말씀에 따르면 사미자가 정체를 밝힌 뒤에 벌이는 격투 장면이 상당히 격렬해서 사미자가 화병으로 머리를 맞으면서 싸웁니다.

비밀이 숨겨진 듯한 부잣집에 시집 온 연약한 여자 주인공, 우울한 남자 주인공, 음모를 숨긴 가정부. 등등의 내용은 전형적인 고딕 소설의 분위기이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는 특유의 연출로 고딕 소설 분위기와 함께 느와르 분위기도 차분하게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물안개가 끼인 오전의 호숫가, 그 스산하게 깔린 공기 사이로 천천히 별장에서 나온 남녀 주인공이 산책을 하며 걷는 그 정경은 신비롭기도 하고 여유롭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한편으로는 "호수의 여인"과 같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운치가 있기도 해서, 이 시리즈의 향취를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글링의최후님께서는 원작이 로버트 B. 파커의 "어둠 속의 미소"라고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93년12월 제9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나영희의 여자는 사랑하거나 증오한다


애초에 영화에서부터 "위험한 여자" 연기로 출발했던 나영희가 출연한 이야기로, 이야기는 동생이 낙태 수술로 고통 받게 된 것을 주인공이 알게되면서 출발합니다. 주인공은 동생을 임신시킨 중소기업 사장 서인석에게 보복을 하려 하는데, 자신이 서인석을 화를 내며 찾아갔을 때, 공교롭게도 서인석은 트럭사고와 함께 실종되어 버려서 주인공은 서인석을 없애 버렸다는 누명을 씁니다. 한편 서인석이 사라지자 서인석의 회사는 서인석의 아내에게 넘어 갑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것은 서인석의 아내와 짜고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나영희의 애인이었던 이영범이 꾸민 일입니다. 나영희는 살아 있는 서인석과 친해져서 서인석과 손을 잡고, 이영범과 서인석의 아내에게 역습을 가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서인석 역시 아내를 제거하고 싶어서 나영희를 이 짓에 끌어 들인 모사꾼이었다는 것.

제 기억이 부족해서 이런저런 자료를 합해 봤는데, 틀린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94년01월 제10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남주희의 욕망의 덫

카트린 아를레의 원작 "지푸라기 여자"를 영상화한 이야기로, 변태스러운 백만장자 노인을 맡은 홍성민의 적역 연기가 인구에 회자된 시리즈의 명작 중 한 편 입니다.

할일 없는 남주희는 광고를 보고 정욱을 찾아 갑니다. 정욱은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괴짜 재일교포 백만장자 홍성민의 재산을 물려 받을 수 있다고하는데, 정욱은 홍성민의 부하인데, 남주희를 자기 딸이라고 하면서, 홍성민의 수발을 들어주는 간호사 같은 역할로 집에 들입니다.

홍성민은 밥먹다 말고 갑자기 차고 있던 시계를 벗어 던지더니, 부하들에게 개 흉내를 내보라고 하고 개흉내를 가장 잘내는 사람에게 시계를 준다고 해서, 그걸 구경하며 낄낄거리는 부류의 인간이라 매우 독특한데, 정욱의 훌륭한 지시와 남주희의 노력으로 남주희는 홍성민과 결혼을 하기에 이릅니다. 홍성민은 결혼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되고, 막대한 유산은 남주희에게 넘어오게 딥니다.

그러나, 홍성민은 살해 당한 것이었고, 남주희는 누명을 씁니다. 남주희는 감옥에 갇히고, 그리하여 남주희의 아버지로 호적에 올라가서 유산 상속 순위가 다음이 된 정욱이 재산을 넘겨 받게 됩니다. 정욱은 남주희에게 면회를 가서 남주희를 비웃으며, 자기가 이렇게 될 것으로 처음부터 꾸미고 홍성민을 살해한 것이라고 밝히며 남주희를 조롱합니다. 냐옹쟁이님 말씀을 따르면, 정욱은 감옥에서 남주희를 비웃고 떠나면서 "잘 있어라. 내 딸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말들은 녹음되고 있었고, 정욱은 형사들에게 검거 됩니다. 어쨌거나 애초에 사기에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남주희는 유산을 받을 수는 없고, 처음과 아무 다를바 없는 똑같은 빈털터리 신세로 쓸쓸히 떠나게 됩니다.





94년02월 제11작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이미영의 불나비의 외출

얼굴에 화상 입은 악당 배우를 이용한 공포 영화 효과가 군데군데 엿보이는 이야기로, 이야기 핵심은 화상을 입은 후 버림 받은 남자가 여자 주인공 이미영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을 하려하는데, 실수로 그 쌍둥이 동생을 죽여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살인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데, 작가가 옆 건물에서 "이창"의 한 장면 처럼 우연히 목격을 하는 형태로 제시 됩니다. 선정적이게도, 살인 방법은 악당의 상처에 걸맞게 산채로 불에 태워 버리는 것입니다.

이후 이미영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을 본 악당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이미영의 약혼자는 그런 악당을 두려워하는데, 결론은 뭔가 더 숨겨진 음모가 있다는 것입니다만,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즈음해서, 신문지상에서 공개적으로 "금요일의 여인"이 일본의 "화요일의 여인"을 무단으로 모방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 됩니다. 저글링의최후님께서 예전에 올려 주신 글에 따르면, 이를 의식해서 인지, "이미영의 불나비의 외출"을 마지막으로, "금요일의 여인"이라는 말을 제목에 쓰지 않고, 그냥 "미스터리 멜로"라고만 표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94년03월 제12작 미스터리 멜로-나현희의 검은 실루엣


윌리엄 아이리시(코넬 울리치)의 압도적인 최걸작으로 국내에서 모두에게 칭송 받는 "환상의 여인"을 원작으로 삼아서 만든 이야기. 윌리엄 아이리시의 원작 그대로, 한 남자가 처와 함께 외출을 하려다가 부부싸움을 하게 되어 혼자 외출을 하고, 길가다가 만난 한 여자와 어울리는데, 돌아와 보니 아내는 죽고 자신이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의심 받는 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 유일한 증인은 같이 다녔던 여자인데, 무슨 영문인지 어제 같이 다녔던 그 여자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출발 입니다. 남자는 누명을 과연 벗을 수 있을 것이며, 도대체 그 여자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서 그 여자는 갑자기 이렇게 꿈처럼 없었던 일이 된 것인지?

"환상의 여인"은 도입부의 환상적으로 낭만적인 도시 밤풍경 묘사와, 남자 주인공의 초조한 심경 묘사가 관건인 소설이었습니다만, 어처구니 없게도 이 "나현희의 검은 실루엣"은 이런 점은 그냥 곁다리로 다 치워 버리고, 남자를 위해 수사를 하는 나현희의 격투 장면에 초점을 맞추는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흥미로운 도입부와 훌륭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용두사미, 좀 재미없는 축에 속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원작 덕에 이야기 자체는 흡인력이 있고, 좀 이상해 보일 때가 있긴 해도, 나현희가 설치고 다니는 것이 독특한 흥겨운 볼거리가 되는 맛이 있어서 또 기억에 남는 이야기이도 합니다. 참고로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수사를 돕는 척 하던,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가 모든 것을 꾸민 범인이라는 것.



94년04월 제13작 미스터리 멜로-김서라의 가면유희


방영 당시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 였습니다. 당시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김서라를 괜히 좋아하던 때라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느와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나 싶기도 합니다만, 역시 분위기에 걸맞는 "제목"이 워낙 흥미롭게 보여서 좋아한 편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의 원작은 느와르 영화의 최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3의 사나이"인 것이 분명히 맞습니다만, "제3의 사나이"에서 사람의 선악에 대해서 장중한 철학적 문제 마저 떠올리게 했던 육중한 오손 웰즈의 연기를 유약한 면만 많이 보이는 현석이 맡아서, "제3의 사나이"스러운 면은 크게 잘 살지는 않습니다. 저도 최근에 다시 조사하기 전까지 이 이야기와 "제3의 사나이"를 연결시킬 생각을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평가가 후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노영국이 친국인 현석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를 위해 조사를 시작합니다. 노영국은 예전에 현석의 부인을 좋아한 적이 있는데, 현석의 부인이 바로 김서라 입니다. 노영국은 조사하는 도중에 현서이 자살한 것이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것 같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더더욱 조사해 보니 현석은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마약밀매와 기업부도에 휘말려 잠적하기 위해 죽은 척한 것이었습니다.

노영국은 마지막 순간 현석의 범죄를 막기 위해 현석을 죽이고 현석의 모든 죄를 까발립니다. 노영국은 김서라가 현석의 정체를 알고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하는 마음을 잠깐 품지만, 김서라는 현석을 죽인 노영국을 무시하고 떠나도록 합니다.

원작의 "제3의 사나이"는 2차대전 직후 냉전 극초기의 혼란스러운 분위기와 전후 가난한 패전국의 가짜 항생제 밀매를 다루고 있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기업의 부도와 마약밀매로 배경이 바뀌었습니다. 현석의 인물을 정말로 좀 더 강하고 세게 해서 다시 풀어 봤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94년05월 제14작 미스터리 멜로-정애리의 천사없는 천국


"찬미"라는 제목의 교향곡으로 명성을 얻은 작곡가 태민영이 귀국 연주회를 합니다. 그런데 연회장에서 정신병원을 탈출한 정신병자가 달려 들어 칼을 휘두르는 테러가 벌어 집니다. 단순한 정신병자의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는 데, 기자인 이승연은 의심을 하며 조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태민영이 남성훈의 곡을 훔쳐서 대신 발표하고 명성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이승연은 태민영의 아내인 정애리와 태민영을 계속 조사하는데,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94년06월 제15작 미스터리 멜로-엄정화의 잃어버린 사랑

프레드릭 달의 명작 "잃어버린 정사"를 원작으로 하는 이야기로, 자살을 하려는 지 바이올린을 메고 갑자기 튀어나온 엄정화를 남자 주인공이 차로 치면서 시작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엄정화를 집에 데려와 돌보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같이 잘먹고 잘삽니다. 남자 주인공은 엄정화를 위해 그 과거를 찾아 주고자 하나 둘 조사를 하는 데, 알고보니, 엄정화는 매우 비참하게 살던 사람으로, 괴로운 가운데 오직 바이올린 소리에만 짧은 휴식을 얻던 사람이었습니다. 엄정화가 의붓아버지가 자신을 덥치려 하자 죽여버린 과거가 있음을 알자, 주인공은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동반자살하려 합니다.

하지만 둘 다 죽지 않고, 그 때의 충격으로 엄정화는 과거를 다시 기억하게 됩니다. 감옥에 갇힌 엄정화를 남자 주인공이 찾아가 보지만, 엄정화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기억이 돌아 오면서 자신과 함께 있었던 사실은 잊혀진 것인지, 아니면 엄정화가 모든 것이 드러난 마당에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쨌거나 사랑은 이제 떠나갔다는 것입니다.



94년07월 제16작 미스터리 멜로-송채환의 여섯번째 비밀


국내 작가 이상우의 "여섯번째 사고"를 원작으로 한 이야기. 주인공 교수 김흥기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있는 사고가 알려진 다섯개 이외에 한 개 더 있다는 학설을 주장합니다. 김흥기는 동료 학자인 송채환과 함께 조사를 하는 데, 김흥기의 연구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는지, 연구팀에 살인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범인은 사실 김흥기 본인으로, 존재하지 않는 여섯번째 사고가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자 가짜로 조작해서 꾸몄는데, 그것이 들통나려 하자 살인을 했던 것입니다.

결말 부분에는 종족반역자 님께서 알려주신 내용을 하나 더 써둘만 합니다. 일이 들통나자 김흥기는 자결을 하려 하는데, 늙은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멀리 외국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안부 편지가 죽은 뒤에도 정기적으로 배달되도록, 죽어서도 조작을 하면서 죽습니다. 




94년08월 제17작 미스터리 멜로-김윤경의 모성본능


큰 반전이나 대단한 아이디어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아주 자극적인 소재에, 현실적인 구성, 다소간 사회 비판적인 시각으로 무척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 김윤경은, 사회적으로 명예를 중시하는 남편 정욱과 고등학교 3학년인 자식이 있는 가정을 모든 것으로 여기며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욱은 옛 첫사랑의 연락을 받고 만났다가 음모에 휘말려 수면제를 먹고 첫사랑 여자와 "추잡한 사진"이 찍히게 되고, 악당들은 그 사진을 김윤경에게 보내서 돈을 주지 않으면 공개하겠다고 협박합니다.

김윤경은 충격을 받지만, 남편의 사회적인 명예를 지키고 공부하는 아들이 심란해 하지 않도록, 자기만 알고 일을 묻기 위해 돈을 주고 악당들의 입을 막습니다. 그러나 악당들의 요구는 점점 더 심해지고, 김윤경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지기에 이릅니다. 이에 남편 정욱은 김윤경에게 왜 빚을 졌다고 추궁하며 탓하기도 하지만, 김윤경은 혹시라도 새어나갈까봐 아무말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악당이 돈을 받으러 김윤경에게 왔다가 김윤경을 덥쳐 버립니다. 김윤경은 저항하기 위해 악당을 공격하고, 악당을 죽이게 됩니다. 악당을 죽이는 방법은 "돌로 쳐 죽이기" 입니다. 살인범이 된 김윤경 대신 정욱의 첫사랑 여자가 누명을 쓰고, 김윤경 자신은 손을 털게 됩니다.

마침내 아들의 대학입시가 끝나자, 그제서야 김윤경은 자수를 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미친듯이 내달린 김윤경은, 당시 상황을 참작하여 감형을 받고 수감 되었다가 출옥 합니다.




94년09월 제18작 미스터리 멜로-양미경의 함정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일년 반만 기다려"를 원작으로 하는 이야기로, 원작과 판권 계약은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원작의 장점을 무척 잘 살린 이야기 입니다.

내용은 망나니 남편 박찬환을 데리고 힘겹게 사는 주인공 양미경이 있는데, 박찬환은 점점 더 버릇이 안좋아져서 양미경이 바람났다고 의심하고 양미경을 두들겨 패려 합니다. 양미경은 얼떨결에 박찬환을 계단에서 밀어 죽이게 되자, 양미경을 불쌍하게 여긴 각급 사회운동단체들이 양미경에 대해 구명운동을 벌여 주어 양미경은 집행 유예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양미경은 바람났다고 의심한 상대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이 맞고, 남편을 합법적으로 없애기 위해 일부러 남편의 버릇이 점점 나빠지도록 유도하고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죽였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주 강하게 암시합니다. 살짝 모호한 면이 있지만, 여자 주인공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 흘렸다는 "일년 반만 기다려"라는 말이, 그 모든 것의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짚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에서 말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부로, 범죄가 벌어지는 배경, 사람들의 심리, 사회상을 절절히 잘 써내려 간 이야기로 유명하며, 이것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비판, 시대상에 대한 고찰, 인간 심리에 대한 감흥 등등의 진중한 요소들을 잘 다루는 것으로도 명망 높습니다. 이 "일년 반만 기다려" 역시 그런 이야기의 하나라 할만 합니다.



94년10월 제19작 미스터리 멜로-김혜리의 부러진 날개

마쓰모토 세이초의 널리 알려진 소설인 "지방지를 구독하는 여자"를 원작으로 하는 이야기 입니다. 내용은 한 소설가가 지방신문에 소설을 연재하는데, 서울에서부터 지방신문을 우편으로 받아 보는 김혜리가 어느날 "소설 때문에 신문을 봤는데 소설이 재미없어져서 신문을 끊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출발합니다.

소설가는 자기가 생각할 때는 이제 소설이 막 재밌어지는 참인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김혜리에 대해 추리하고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소설가는 김혜리가 소설은 핑계이고, 지방에서만 벌어지는 작은 사건에 대한 소식을 알고 싶어서 지방신문을 서울에서도 구독했고, 이제는 벌어지기를 기대한 사건을 보았기 때문에 구독을 중단했다고 추리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김혜리는 살인을 저질렀고, 지방에서 벌어진 살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찾느라 신문을 본 것이었고 적당한 핑계가 없어서 소설 핑계를 댄 것이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 뒤에 소설가가 김혜리를 찾아가고, 김혜리가 소설가를 따돌리려 하고, 제2의 살인을 저지르려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앞서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내용이고, 결국 김혜리가 자살에 가깝게 죽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김혜리는 고전 명작 느와르 영화 속의 위험한 여자 역할이나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한 영화들의 "금발 여자" 역할에 무척 잘 어울리는 배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이런 "위험한 여자" 배역을 전성기에 제대로 맡았던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아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배우가 다양한 연기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잘 어울리는 주특기를 원없이 풍성하게 펼쳐 보여주는 것도 또 관객 입장에서는 재미난 일 아닌가 합니다.




이상과 같이 19편의 이야기가 극화 되었고, 시청률이 떨어지고 고질적인 "선정적인 TV물"에 대한 비판을 당하지 못해 끝을 맺었습니다만, "수사반장" 시대 이후 추리물, 범죄물의 공백을 채웠던 거의 마지막 인기 시리즈가 바로 이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시리즈 아닌가 합니다.

지금껏 이 시리즈가 자주 회자되는 이유 중에는 이 시리즈가 유명한 추리소설의 걸작들을 국내에서 영상화한 사례로도 손꼽히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아이리시(코넬 울리치)의 뉴욕 밤거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특유의 막강한 흥미를 끄는 초반부 때문에 수많은 TV판이 나왔습니다만, 이 "미스터리 멜로 금요일의 여인" 시리즈에서는 2대 명작으로 손꼽히는 "죽은 자와의 결혼"과 "환상의 여인"을 나란히 영상화 했기에, 그 영상화판 중에서도 국내에서는 항상 회자되곤 합니다. 더우기 특유의 느와르 영화 풍의 낭만적이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는 이런 부류의 영상화판에 그 맛을 더했다고 생각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보충 자료, 장면 설명, 작은 기억 무엇이건 더해주실 말씀 있으시면 덧글 부탁 드립니다. 달아 주시는 덧글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정기적으로 확인해서 내용 중에 보강,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밖에...

지난 번 "금요일의 여인"에 대한 글등에서 덧글을 달아 많은 자료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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