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74182.jpg


일전에 듀게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던 마흔 이후 누구와 살것인가? 의 출판사에서 위 도서의 리뷰를 해보겠냐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 책이 탐나서 승낙을 했고.. 혼자 알고 지내기엔 아깝다 싶어 리뷰도 써봤네요. 블로그에 썼던 리뷰를 옮겨서.. 말이 짧은 것에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 다시 쓸 기운이 없네요. 어흑..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읽어보고 괜찮으면 리뷰를 부탁해도 되겠냐는 청을 받아 읽어보게 된 책이다. 그래서 책에는 떡하니 증정용이라는 도장이 찍혀있다. 나같은 사람에게 이런 리뷰를 부탁하니 영광이기도 하고 담당자에게 진짜 솔직하게 느낀대로 써도 되냐고 미리 양해를 구하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써보기로 한다. 


우선 책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그리 재미가 있는 책은 아니다. 책장이 훌훌 넘어가는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가들(작가,화가,사진가,가수,배우겸 연출가..등등)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 문제라는 것이 새로 뽑는 페라리 색깔이 고민이라거나 바하마의 별장을 두고 스위스에 한채 더 사야되는가 하는 식의 고민이 당연히 아니고 우리가 겪는 일상의 소소하고 작은 때로는 궁상맞아 뵈는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 영감이 메말랐다. 써놓은 소설을 출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창작에 있어 옳은 방법을 고민중이다. 돌봐야할 부모가 있다. 남편이 실직을 했다..처럼 구체적이고 인간미가 넘쳐난다.(그리고 솔직히 안타깝지만 찌질하기도 하다) 쉽게 말해 우리 주위에 야 무슨 고민있냐?? 하고 툭치면 나올만한 그런것들. 


이 책에서 고민을 털어놓는 예술가들중에 나름대로 생계를 해결한 행운아들도 있지만 단지 목에 풀칠하기 위해 살아가는 나날이 이어지는 생활을 하며 그 먹기 위해 살아가는 삶이 또 창작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그 사실이 고민인 부류도 많이 있다. 자신의 존재이유가 예술의 창작이라고 생각하고 창의성을 인생의 큰 의미라고 파악하는 이들에게 예술을 그만두라고 하는건 토끼에게 더이상 풀을 뜯지말라고 하거나 사자에게 비건이 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예술을 하게 하려면 어떤 충고를 해줘야 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인 에릭 메이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물론 나는 이번에 처음 그의 책을 읽는거지만) 이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충고를 해주고 있다. 문제를 단순화해라(가능하면 세가지 이내로)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라. 그 일이 스스로에게 주는 의미를 정의해라. 이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필요하다면 시간표를 만들어라..는 등등의 충고 말이다. 그리고 그 충고는 각각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책을 읽고있는 나에게도 뭔가 느끼는 바가 있게 만든다. 


사실 처음 몇장을 읽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 덮어두었다가 두세장의 고민 상담을 읽고 계속 책을 읽어나간데는 에릭 메이젤의 충고와 이어지는 후일담에서 비단 예술가 뿐 아니라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쉽게 낭비할 수 있는 시간과 일들에 대한 날카롭고 솔직한 통찰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우리는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뭔가에 얽매여 살아간다. 넓게보면 프로젝트요, 좁게 봐도 사는게 일종의 생존 예술이다. 남들에게 굳이 보여주거나 보여주는 댓가로 돈을 받지 않는다 뿐이지 매일 매일이 각각의 예술이요. 스스로가 예술가라고 한다는게 어려운 일이아닌데 그런 점에서 저자의 충고는 메일로 상담을 요청한 문제적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크나큰 성취와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날아와 꽂히는 일종의 돌직구 같은 느낌이 든다. 


결론적으로.. 한계에 부딪혔거나 슬럼프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스스로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련의 보고서들을 보면서 스스로의 해답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읽고나서 머릿속에 남는게 그리 많지 않다해도.. 일확천금 인생역전을 장담하는 자기 개발서보다 이 책이 최소한 더 솔직하고 의미 있지 않을 까 싶다. 


매일매일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쌓여 한명의 예술가를 만들어 낸다. 이건 올바른 생활인으로써의 우리 모두에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니..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2399
681 [애니메이션] 데빌맨 크라이베이비 Devilman Crybaby [1] Q 2018.04.23 3928
680 [드라마] 필립 K. 딕의 엘렉트릭 드림스 시즌 1 에피소드 1-3 [1] Q 2018.04.13 1992
679 [영화]아수라 Asura City of Madness (2016) [1] Q 2018.03.19 2071
678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 Annihilation (2018) Q 2018.03.11 6532
677 [영화] 블랙 팬서 Black Panther (2018) <약도의 스포일러 있을 수도 있음> [4] Q 2018.02.24 2937
676 [영화] 델마 Thelma (2017) <부천영화제> Q 2018.02.03 2253
675 [영화] 2017년 최고의 블루 레이 스물 다섯편 [5] Q 2018.01.08 6779
674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2017) <스포일러 없음> [5] Q 2017.12.26 4492
673 [영화] 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스포일러 없음> [1] Q 2017.12.19 2660
672 [영화] 무한의 주인 無限の住人 Blade of the Immortal Q 2017.12.04 2289
671 [영화] 더 라임하우스 골렘 The Limehouse Golem (2016) <스포일러 없음> Q 2017.11.18 2171
670 [영화] 제 3의 공포 The Stuff (래리 코엔 감독) <뭐 이딴 괴물이 다 있어> Q 2017.10.22 2013
669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감동 2017.10.15 1025
668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 (본문에는 스포일러 없음) [4] Q 2017.10.10 3015
667 [영화] 마더! Mother! (2017)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 바르뎀 주연- 어쩌면 약도의 스포일러 포함?) Q 2017.10.02 2728
666 [영화] 그것 It (2017) Q 2017.09.13 2277
665 [영화] 크리피 クリーピー:偽りの隣人 (2016) (약도의 스포일러 있음) Q 2017.09.04 1948
664 [영화] 콜럼버스 Columbus (2017, 존 조 주연) [1] Q 2017.08.23 41298
663 [드라마] 사조영웅전 2017 [3] 감동 2017.08.06 3574
662 [영화] 덩케르크 Dunkirk (2017) [2] Q 2017.08.01 38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