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필스(2013) - "Same rules apply"

2014.12.17 17:42

405 조회 수:2177


뭔가에 중독되어 본적이 있는가. 아니, 질문을 바꿔보겠다. 뭔가에 큰 충격을 받아 그것을 잊어보려 몸부림친적이 있는가. 로버트슨은 그랬다. 가족과 별거한 이후 가족에게 다시 사랑받기 위해 몸부림쳤으며 그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어 마약과 술에 중독되었다. 그 결과 그는 부패경찰이 되었다. 영화는 피차 상스러운 욕설과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투와 대화가 스스럼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대화의 중심은 거의 언제나 로버트슨이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내내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로버트슨이라는 남자. 왜 이렇게 사는 것일까.’ 분명 그는 일처리가 뛰어났던 경찰이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만들었나

 

아버지는 데이빗만 사랑했고 사람들은 형제들을 부를 때 데이빗과 다른남자애라고 불렀다. 비교와 차별에 시달리던 로버트슨은 데이빗에게 석탄을 훔치자고 제안해 석탄산에서 데이빗을 밀어버린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지만 이 일로 인해 아버지는 상심해 죽고 말고 로버트슨은 평생 동안 데이빗의 환영을 보게 된다. 어른이 된 로버트슨은 진급을 하면 자신을 떠난 가족들이 돌아와 줄 것이라 상상하며 계속 그 상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본래의 괴팍한 성격과 마약으로 엉망진창된 정신이 합쳐져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곁에는 부인이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그럴수록 진급에 집착하게 된다.


 로버트슨은 사랑받고 싶어했다. 자신의 혀로 모든 것을 가로챌 수 있는 그였지만 사랑은 그렇지 못했기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진급과 동일시되어 진급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진급하려고 동료들을 이간질하는 것도 의미심장한데 로버트슨은 자기나름대로의 룰과 게임이 있다. 그것은 모두가 인생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고 룰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매순간 똑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게임에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유일하게 로버트슨 뿐이었다.

 

 로버트슨의 내면의 의사 로시도 굉장히 흥미롭다. 사실 로시라는 인물은 현실에선 로버트슨의 정신 주치의인데 내면상태에서 로버트슨을 계속 핍박한다. 약자에게 항상 강하고 포악했던 로버트슨이지만 로시에게는 반박하지 목하고 타박당하기만 한다. 그 이유는 로버트슨은 사실 누구보다도 연약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동생을 석탄산에서 밀어버린 후에 로버트슨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곧바로 내려가 그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나오고, 후일 그가 어른이 되어 남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줄 마약이 아닌, 현실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가족이었을 것이다. 동생의 죽음 이후 늘 석탄산끝에서 살아왔던 로버트슨이 원하던 것은 마약도 진급도 아닌 마음의 쉼터였다. 그가 자살한 이유는, ‘마음의 쉼터가 있을 것이라 믿었던 자신의 길 끝에 그 어떤 사람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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