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이즈 Big Eyes


미국, 2014.     ☆☆☆★★


A Silverwood Films/Electric City Entertainment/Tim Burton Productions, distributed by The Weinstein Company.


화면비 1.85:1, Arri Alexa Digital Raw (2.8K), Dolby Digital. 1시간45분.


Directed by: Tim Burton

Screenplay: Scott Alexander, Larry Karaszewski

Executive Producers: Jamie Patricof, Harvey Weinstein, Bob Weinstein

Producers: Lynette Howell, Tim Burton, Scott Alexander, Larry Karaszewski

Cinematography: Bruno Delbonnel

Production Design: Rick Heinrichs

Costume Design: Colleen Atwood

Music: Danny Elfman


CAST: Amy Adams (마가레트 킨), Christoph Waltz (월터 킨), Krysten Ritter (디 앤), Jon Polito (반두치), Danny Huston (딕 놀런), Jason Schwartzman (루벤), Terence Stamp (캐너데이), Madeleine Arthur (10대 중-후반 제인), Delaney Raye (10대 이전-전반 제인), James Saito (재판관), Ran Wei, Traci Toguchi (여호와의 증인 전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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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킨-마가렛 킨의 기이한 인생역정은 우리 동네 (샌프란시스코 부근) 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로컬 레전드 중의 하나이다. 지난해 7월 4일맞이하는 불꽃놀이 구경하러 피셔먼즈 워프로 갔다가, 해변가로 연결된 (초콜렛 회사) 기라델리 스퀘어 (그 근방에서는 불꽃놀이가 삼삼하게 잘 보였기 때문에 바깥분과 함께 그 근처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의 바로 맞은편에 마가렛 킨의 갤러리가 떡하니 있는 것을 보고 음, 한번 들어가 볼까나 하고 망서렸던 경험까지 있다.


킨의 그림이 궁금하시다고? 내 생각에 킨 여사의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으신 분들이라도 이 분의 작품은 어떤 형태로든지 한번은 보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빈치의 [모나 리자] 나 반 고호의 [별 빛나는 밤]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현대 상업주의 “미술”의 아이콘적 이미지로서, 최소한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프린트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정도의 빈도로는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소비되어 온 것이 그녀의 소위 말하는 “눈이 커다란 어린이들” 그림이기 때문이다.


킨 여사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 주로 어린 소녀들-- 은 진짜로 눈이 커다랗다. (물론 킨 여사는 이 눈 커다란 아이들만 평생 그린 것은 아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난 처음 이 킨 여사의 그림을 보고 일본 아니메와의 연관성이 있는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무려 1950년대부터 미국 미술 평론계를 뜨겁게 달구면서 초유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역사가 있던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평론가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이 눈 큰 아이들의 그림이 그녀의 남편인 월터 킨이 그린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혼하기 전의 월터는 빠리에 그림 공부를 하러 갔다고 자신을 마가렛에게 소개를 했지만, 진짜 직업은 부동산 소개업자였고, 마가렛과 결혼을 한 이후에는 그녀를 거의 세뇌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의 회유, 협박, 애걸을 통해서 스튜디오에 박아넣고, 거짓말 안하고 일년에 수백점의 그림을 노예처럼 그리게 만들었다.  그 그림들은 자신이 그렸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또 마가렛의 작품을 상업적으로 팔아먹는 데는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녀의 그림을 통해 백만장자가 되었다. 마가렛이 어떻게 이 황당한 상황을 극복하고 자신의 그림들에 대한 저작권을 되찾기까지 (엄밀하게 법적으로 말하자면 소유권을 다 되찾은 것은 아니고 월터의 자신에 대한 중상과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리한 것이지만. 이 경위도 영화에 비교적 자세하게 나온다) 가 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빅 아이즈] 는 [에드 우드] 를 집필한 스콧 알렉산더와 래리 카라제프스키의 새 각본을 영상화한 팀 버튼의 신작이기도 하다. 나처럼 [빅 피쉬] 는 그저 그랬지만 이제는 나이를 충분히 먹은 팀 버튼의 새로운 방향성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 반면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 [다크 섀도우즈] 는 지리멸렬하고 구태의연한 상업적 타협물의 결과로 여겨졌던 관객에게는 [빅 아이스] 는 비교적 소품이지만, [에드 우드] 와 [빅 피쉬] 의 연장선상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한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르게 보자면, 버튼 감독 특유의 캔디처럼 알콩달콩한 유아성 ([찰리와 초콜렛 공장] 은 그러한-- 자칫하다가는 엄청 짜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성향이 일종의 예술로 승화된 걸작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의 팬인 분들께서는 상대적으로 실망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버튼이 영화의 모두에, 마치 웨하스와 쿠키로 빚어 만든 것 같은 반짝거리면서도 실제 생활의 때와 먼지가 완전히 결여된 50년대 미국 교외 저택으로 진입하여, 남편을 떼놓고 틴에이저인 딸과 함께 허둥지둥 집을 나서는 주인공 마가렛을, 들뜨지 않고, 차분한 눈으로, 그녀의 감정의 동선에 맞추어서 연출하는 것을 보고, 아아, 최소한 이 한편은 쓸데없는 스펙터클이나 멜로드라마로 진부하게 전개되지는 않겠구나, 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의 그러한 예상은 배반당하지 않았다.


버튼 감독의 초현실적이고 유아적인 (유치원 아동적인?) 감각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물론 아니다. 신경이 극도로 쇠약된 마가렛에게, 주위의 보통사람들-- 같이 수퍼마켓에서 쇼핑하는 아줌마나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종업원등-- 이 자신의 그림들 속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얼굴의 1/3 정도가 눈인 모습인 것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장면들을 위시하여, 그런 (좋은 의미로) 황당무계한 터치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는 철저하게 마가렛의 심리 상태에 중심추가 맞추어져 있어서, 그러한 기발한 비주얼들이 그녀의 자신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를 억누르거나 무시하고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몰아가는 일이 없을 뿐이다.


원래 팀 버튼 영화를 보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재능은 확실히 있지만 괴팍하고 비뚤어진 구석이 있는 연기자들-- 쟈니 뎁을 위시해서 크리스토퍼 워켄, 마틴 란도오, 마이클 키튼, 미셸 파이퍼, 잭 니콜슨 등-- 이 보여주는, 보통 드라마적 역할에서는 도무지 기대할 수 없는 형태의 과장되고 초현실적인 연기를 맛보는 것인데, 마가렛 킨의 역할을 맡은 에이미 애덤스는 그러한 “팀 버튼식” 연기가 전혀 아닌, 지극히 정제되고 심리적으로 적확한 연기를 보여준다. 전남편이 도무지 말이 안되는 개소리를 내뱉자, 분노하기에 앞서 그 개소리에 대한 어이없음 때문에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마는 순간의 마가렛의 허탈감과 경멸감과 심지어는 연민이 복잡하게 섞인 눈빛이라던지, 월터가 “아아~ 그 그림은 제가 그린것이올시다!” 라고 나설 때 차마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평생을 자신감을 짓밟히고 살아온 여성의 패배감이 가득찬 표정, 등등. 과격한 제스처를 일체 배제하고, 애덤스의 흔들리는 눈망울과 떨리는 입술로 마지못해 짓는 미소에 집중하기만 해도, 대사로 알 수 없는 마가렛의 심정이 정확하게 우리에게 전달된다. 정말 훌륭한 연기고, 그녀의 연기를 테크니컬한 레벨에서 즐기기 위해서만이라도 이 한편을 두 번 이상 볼 가치가 충분하다.


애덤스에 비하면 크리스토프 발츠는 반대로 “만화적” 인 연기-- 어쩌면 이것이 더 “팀 버튼식” 연기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만-- 를 보여준다. 제스처도 너무 크고, 화법도 지나치게 연극적이고, 얼굴 표정도 개그맨을 연상시키는 강도로 바뀐다. 마치 60년대 디즈니 실사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메리 포핀스] 의 딕 반 다이크라던가-- 같다면 연상이 되시려나? 발츠는 인터뷰 등에서 보면 원래 월터가 이런 인간이었다는 전기적 데이터에 충실하게 묘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적 측면에서는 그랬을 지 모르지만 영화 자체의 톤을 일관성있게 유지하는데는 방해가 된다는 인상이 강하다.


발츠의 연기 때문인 것 만은 아니지만, 1990년의 명예훼손 재판에서 월터와 마가렛이 격돌하는 클라이맥스도 톤이 약간 바뀌어서 코메디로 그려지고 있다. 확실히 웃기기는 웃기는데 (월터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레벨의 눈가리고 아웅식 행태가 주된 코메디의 요인이다), 더 단수가 높은, 보다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다. 결국 마가렛에 비교하면 월터라는 희대의 “미술 사기꾼” 의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남았다는 것이 버튼의 전기영화 걸작 [에드 우드] 에 비하자면 떨어지는 점이라고 여겨진다. 실제 월터 킨은 2000년에 죽을때까지 계속 눈이 커다란 아이들 그림의 대부분은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했으며, 그러나 평생 동안 단 한장의 그림도 스스로 그리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이정도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기를 쳤을 뿐 아나라 자신에게도 세뇌를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까지 예술가 행세를 하고 싶었을까? 왜 재능이 확실히 있는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 정말로 “예술” 이냐는 문제는 도외시하고) 아내의 “매니저” 역할로 만족하지 못했을까? 단순히 비웃거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데서 끝날 사안이 아니라, 솔직히 소름이 오싹 끼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아마 그러한 문제에 깊이 파고 들 생각은 버튼 감독에게는 없었으리라.


그리고 그것과 관련해서 이 한편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칭찬을 더해주고 싶은 것은, 각본가팀과 팀 버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서, 마가렛 킨이 그린 “눈 커다란 아이들” 의 그림들에 대해, 당시의 평론가들이 무시하고 경멸했어도 결국 세월의 테스트를 이겨낸 진짜로 훌륭한 예술작품이라거나, 또는 “대중” 들이 사랑했기때문에 먹물 평론가들이 씹었어도 가치가 있다는 식의 옹호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마가렛 킨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에게 혹독하게 느껴질 정도로 “미술 평론가” 들의 그녀의 그림들에 대한 매도에 가까운 비난과 비판을 고대로 영화 안에 반영하고 있다. 테렌스 스탬프가 연기하는 [뉴욕 타임즈] 의 미술비평가 존 캐너데이 (이사람도 실존인물임. 이제는 고인이 되었지만) 가 등장해서 그야말로 눈썹하나도 까닥하지 않고 마가렛 킨의 “눈이 큰 아이” 그림들을 “쓰레기” 라고 일도양단으로 단정해버리는 신이 대표적이다. 캐너데이 뿐 아니라 많은 미술계 인사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러한 모멸적인 평가를 수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영화 작자들의 킨 여사의 작품들의 “예술적 가치” 에 대한 중립적인 자세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팀 버튼이 은연중 마가렛 킨을 통해 자신의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비판에 대해 응답하고 싶었다고 생각할 분도 계시리라 여겨지는데, 만일 그런 의도가 포착이 되었다면 [빅 아이즈]는 평론가들에게는 분석의 재미를 제공해 줄 지 몰라도 일반 관객들에게는 뭔가 떫은 맛이 느껴지는 한편이 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팀 버튼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이 한편을 만들기에는 너무나 해맑은 정신-- 뒤집어서 말하면 어린애같이 계산을 못하는 정신-- 의 소유자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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