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2010.06.26 00:35

보쿠리코 조회 수:5550

 

온다 리쿠는 일본에서 1992년에 작가로서 처음 데뷔한 이후 정말로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많은 작품들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스터리와 추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그녀의 작품들은 상당히 많이 출간되었고 온다 리쿠라는 이름에 열광하며 그녀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층도 매우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많은 작품중에서 국내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된 것은 바로 10대 소녀와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밤의 피크닉]입니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과 서점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만 스물네 시간 동안에 밤을 새워가면서 80킬로미터를 걷게 되는, 수학여행 대신에 치뤄지는 고교 생활의 마지막 이벤트인 '야간보행제'를 배경으로 하는 성장소설이자 청춘소설입니다. 남녀공학인 북고에서 연례 행사로 열리는 보행제는 아침 8시에 출발해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학교로 돌아오는 행사로, 소설에서는 이 보행제에 참가한 같은 반 학생이자 주인공인 니시와키 도오루와 고다 다카코와 그들 주변의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행제가 진행되는 하루 동안에 들려줍니다.

 

보행제에 대한 다소 들뜨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출발한 아침이 지나고 점점 뜨거워지는 햇살이 다가오는 낮을 맞이하면, 다시 정말로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은 저녁과 조우합니다. 잠깐의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낸 후에는 드디어 반짝이는 별빛이 선사하는 청춘의 생기가 감도는 기다리던 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도오루와 다카코와 친구들은 평소에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가슴속 깊이 담아 두었던 서로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 나갑니다. 밤이 지나고 체력에 한계가 오는 새벽을 무사히 넘기면서 마침내 살며시 미소가 떠오르는 아침을 맞이합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온다 리쿠의 많은 작품중에서 특히 [밤의 피크닉]은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비록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사건들이 등장하는것도 아니고, 하루라는 시간 동안에 그저 걷기만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아낸 소설이지만 그러한 평범함 속에서도 작가는 너무나 특별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독자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10대 특유의 예민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등장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언어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지는 풍경들에 대한 묘사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책의 뒷표지를 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라고요. 분명히 보행제는 걷기만 하는 단순한 행사이지만 그 속에는 친구들 사이의 깊은 우정과 진솔한 소통, 그리고 설레이는 감정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또한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주 오래전에 기억속에 묻어 두었던 아련하고 소중한 시절들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온다 리쿠가 [밤의 피크닉]에서 들려주는 설레임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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