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04.29 07:11

Q 조회 수:6464

오블리비언 Oblivion


미국, 2011. ☆☆☆★ 


Universal Pictures Presents A Chermin Entertainment/Ironhead Studios/Radical Pictures/Truenorth Productions Production. 2시간 4분, 화면비 2.35:1

Directed by: Joseph Kosinski 

Screenplay by: Karl Gajdusek, Michael DeBruyn 

Based on a graphic novel of the same name by Joseph Kosinski 

Cinematography: Claudio Miranda 

Produced by: Peter Chernin, Dylan Clark, Duncan Henderson, Joseph Kosinski, Barry Levine 

Music: M83, Anthony Gonzalez, Joseph Trapanese 

Editing: Richard Francis-Bruce 

Production Design: Darren Gilford 

Art Direction Supervision: Kevin Ishioka, James Clyne, Todd Cherniawsky 

Special & Visual Effects Supervisor: Michael Meinardus, Eric Barba 

Visual Effects Companies: Lightwave International, The Third Floor, Pixomondo, Digital Domain 

Stunt Coordinators: Robert Alonzo, Joey Box 


CAST: Tom Cruise (잭 하퍼), Olga Kurylenko (줄리아), Andrea Riseborough (빅토리아), Morgan Freeman (비치), Melissa Leo (샐리), Nikolaj Coster-Waldau (사이크스), Zoe Bell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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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 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절실하게 할 말이 없으므로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흥행성적도 괜찮고 비교적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데 비해서 (저의 착각?) 미국에서는 대차게 까이는 곳이 많네요 (아니면 제가 그런 곳만 들어가봐서 그런지). 하긴 그냥 페이스북 댓글 같은데서 무심하게 (내지는 별 생각 안하고) 던지는 비평은 (의도적으로 까려고 덤비는 악플을 제외하면) 한국보다 영미권이 훨씬 야박하게 들리긴 합니다 (영어로는 “대충 볼만하던데” 에 해당되는 표현이 잘 안써집니다. “It was okay” 는 좀 다른거고...). 까임을 당하는 포인트의 대부분은 수긍할 수 있긴 한데 그렇게까지 한심한 영화인가? 마블 코믹스 영화판등에 나온 온갖 띨띨머절한 SF 설정들도 다 봐주고 넘어갔으면서, 톰 크루즈 나왔다고 영화의 내용이 사이엔톨로지의 교리와 비슷하다질 않나, 세기의 망작 [배틀필드 어쓰] 하고 비교하지를 않나, 좀 지나친 것 같네여 하고 팔짱 끼게 만드는 반골심리가 은근히 자극됩니다그려. 


그래서 65점 밖에 안줘놓고도-- 사실 이건 준수한 점수입니다. 아마도 다른 분들의 일반적 평가로 따지자면 [오블리비언] 을 앞서가리라고 예상되는 [프로메테우스] , [인디펜던스 데이] 나 [맨 인 블랙 2] 도 전 65점 씩이나 줄 수 없으니까요-- 옹호글 비슷한 리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 한편은 코진스키감독이 스스로 그린 그래픽 노블에서 영화화했다는데, 그러한 좀 더 페이싱이나 구조에 관련된 이슈에대해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는 매체에서 번역을 해 오는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먼저 영화를 별로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전반부” 와 “후반부” 로 양분하는 플롯 전개상의 “반전” 이 문제입니다. 코진스키는 주인공 잭 하퍼와 그의 파트너 빅키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정체를 폭로함과 동시에 잭과 빅키 자신들도 우리가 처음에 생각하던 “보통 사람들” 이 아니라는 것을 밝힘으로서 중층적인 드라마상의 전환을 의도하고 있습니다만, 그는 유감스럽게도 전작 [트론: 새로운 시작] 의 리뷰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캐릭터의 포물선을 따라가주면서 그 변화과정을 명확하게 짚어주는데에 서투르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그나마 본편에서는 잭 하퍼와 빅토리아와의 관계 (그리고 그 대척점으로서 잭과 줄리아와의 새로운 로맨스) 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최소한의 감성적인 반응을 관객들로부터 유발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여주긴 하는데, 그 대부분은 스토리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후반부보다도 이렇다할 극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전반부에서 써먹히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가 쿠릴렌코가 연기하는 줄리아는 그 캐릭터의 상당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트론] 의 올리비아 와일드보다도 오히려 인상이 약합니다. 


무슨 하워드 호크스나 존 카펜터 수준의 연출력을 기대하진 않지만 평균보다는 잘해야 칭찬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겠어요? 이러다보니 보조 캐릭터들도 맥아리가 없어집니다. 모건 프리먼의 비치의 경우는 거의 후반부의 플롯을 설명하기 위한 너레이터 정도의 역할 밖에는 주어져 있지 않고, 비치와 같이 행동하는 스카벤져일당도 여자 남자 대충 구분만 됩니다. 사람들보다도 오히려 로보트 병사들인 드론중 하나 166호의 집요하고 악랄하게 잭과 줄리아를 추격하는 모습에서 인간 캐릭터에 부여되었어야 할 종류의“개성” 을 느낄 수 있어요.

 

이 중간의 “반전” 때문에 던칸 존스의 [문] , [블레이드 런너] 그리고 폴 베르회벤의 [토탈 리콜] 과 비교되고 있는데, 후자의 두 작품-- 적어도 그들의 원작이 되었던 필립 K. 딕의 소설들-- 의 영향을 안 받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이 한편을 본 이후에 제가 이 영어로 쓰면“C” 자 들어가는 SF 적 설정을 다루는 방식에 가장 가깝다고 느낀 것은 의외로 하기오 모오토오 작가가 그린 SF 단편만화의 걸작 [A A 프라임] 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고유성 작가의 한국어“번안” 판으로 읽으신 기억이 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앞머리에 짙은색깔의 머리칼이 뿔처럼 나있는 유전적 특징 때문에 “유니콘” 이라고 불리는 초능력자들에 관한 일련의 작품들 중 하나죠). 물론 [A A 프라임] 에서 하기오 작가가 “본체” 와 “C체” 의 정체성에 대해 벌이는 진지하고도 감동적인 탐구에는 까마득히 못미칩니다 (솔까 고유성 버젼에도 못미친다안카나 ㅜㅜ. 그리고 이게 [A A 프라임] 의 표절이라고는 주장하지 않겠지만 만일 할란 엘리슨이 하기오화백이었다면, 진작에 유니버설까지 다 몰아서 소송을 때렸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헐리웃 SF 영화로서의 기준으로 봐도 의외로 거대한 스케일과 나름대로의 확고한 미래관을 지녔음에도, [문] 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처럼 장르적인 외연과 논리적인 사상의 구현에 다 충실한 작품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한 점이 눈에 띄는 한편이긴 합니다. (기압차때문에 툭 튀어나온 슈선생의 눈알이 “화성에 공기가 갑자기 생기자” 도루 눈구멍으로 쑥 들어가는 [토탈 리콜] 처럼, SF 적 기준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활동사진과 비교하시지는 마시고) 하드 에스에프인것처럼 정밀하고 실감나게 디자인을 해놓긴 했지만 사상적인 레벨에서는 [트론 새로운 시작] 처럼 [스타 워즈] 의 영향권에 편입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요. 


그럼 이러한 미흡함을 인정하고, 실망스러운 심정을 일단 거두어들이고 나면 남는 건 무엇이 될것인가. “그림빨” 이 남게 되겠죠.


아마도 [오블리비언] 이 후세에 약간만이라도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다면 이 그림빨의 파워가 그 이유의 대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만, 그것이 그렇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실제로 [오블리비언] 이 도처에서 보여주는 풍경화처럼 가라앉은, 정적인 문명의 잔해의 화상들은 그 자체로 캐릭터들이나 플롯이 공급해 주지 않는 정서적 힘을 지니고 있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적 반응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 있어서 주로 아이러니와 풍자성을 강조하고 디스토피아의 야만성을 부각시켰던 종래의 “멸망 이후의 지구의 모습” 과는 현격하게 차별됩니다. 


성층권에 가까울 정도로 끝없이 뻗어 올라가는 철탑위에 갸날프게 얹혀있는 잭과 빅토리아의 워크 스테이션, 금속 잠자리처럼 날렵하게 생겼으면서도 실제로 얼마든지 존재할 것 같은, 구체적인 질감이 매력적인 잭의 비행기, 그냥 대포가 달린 나르는 공인데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이 뛰어난 드론, 그리고 냉혈스럽게 기하학적이고 무기적인 테트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이 한편의 테크놀로지와 자연이 얽히면서 동거하는 모습에도 역시 종래의 SF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유니크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적 요소들이 효율적으로 드라마를 살려주고 스토리텔링을 보조해주어야지만 성공적인 작품으로 간주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저도 별 이의가 없습니다만, 이들이 배우들의 연기나 플롯의 정합성 등에서 얻을 수 없는 종류의 “감동” 을 안겨다주는 경우도 분명히 있거든요. 하나의 자체완결성을 지닌 예술작품으로서 [오블리비언] 은 약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프로덕션 디자인, 촬영 그리고 음향/음악 등에 나타난 미적 성취를 너무 깎아내리는 것도 불만입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잠자리 비행기와 드론의 추격전 또 진상이 밝혀지는 클라이맥스의 우주셔틀 안의 장면등에서도 웬만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된 “특수효과”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박진감이 있습니다. 액션영화에서의 아드레날린이 상승하는 그런 박진감과는 다른, 마치 저런 형태의 미래의 탈것에 우리가 탑승해 본 적이 있는 “가상의 기억” 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종류의 박진감이죠. 


M 83, 안소니 곤잘레스, 조셉 트라파니즈의 음악은 나쁘지는 않은데 다프트 펑크의 [트론] 스코어를 템프 트랙으로 썼기 때문인지, 너무나 그쪽 음악과 닮은데가 많아서 몰입이 힘들어지더군요. 전반적으로 쓸데없는 음향이 적다는 점도 계산이 잘 되어 있습니다. 테트의 묘사는 [스타 트렉] 1 편의 비져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훨씬 간결하고 더 그 정체성에 부합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단 최후에 잭과 샐리가 주고 받는 대사는 정말 꽝입니다. 전편의 대사가 다 이런식이었다면 아마 끝까지 영화를 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 


톰 크루즈 안티들의 활약의 공헌도가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연기진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데, 제가 보기에는 크루즈, 빅토리아역의 안드레아 라이스보로 그리고 줄리아역의 올가 쿠릴렝코 다 괜찮았습니다. 크루즈는 혼자서 샤워하는 신 같은데서 몸의 근육 보여주고 이런 거 보면 “아니 톰형, 나이가 몇인데... 컴퓨터 그래픽이유?” 라는 한탄 (?) 이 절로 나는데, 이 사람의 여기서의 연기는 [우주 전쟁] 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 비하면 물론 못하죠 각본의 질이 낮으니. 그러나 30대 한창 나가던 톰형이 보여주었던 (어린애들이 카리스마라고 착각하고 동화하기 쉬운 형태의) 나르시시즘은 이제 거의 안보입니다. 평소 삶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최소한 영화안에서의 연기를 통해서는 “액션배우” 의 매너리즘 같은 거는 관심 없는 듯 하네요. ([잭 리처] 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좀 멍청이같이 구는 데가 있어야 말이 되는 캐릭터인데 멍청이같이 굴어요 순순히. 


라이스보로가 가장 연기할 “거리” 가 많은 역할이었고 잘 통제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쿠릴렝코는 꼭 동양여자처럼 생겨가지고는 예뻐 죽겠는데, 이런 “꿈속의 아련한 추억속의 여인” 역할이 장르영화에서는 제일 손해나는 역할이죠. [스노우 화이트와 헌츠맨] 에 나온 크리스틴 스튜어트처럼 의식없이 자빠져 있을때가 가장 효과적이고 아름답습니다 (…). 


결론적으로 [트론 새로운 시작] 과 마찬가지로, 기대수준을 좀 적응시킨다음에는 만족스럽게 관람했습니다. 무슨 SF 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런 말을 들을 영화는 아니지요. 그러나 사상적- 미적- 드라마적으로 삼위일체로 위대한 한편이라는 건 그렇게 쉽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오블리비언] 은 저에게는 나름대로 주는 것이 있는 한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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