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미국, 2013. ☆☆☆★★

 

A Paramount Pictures/Skydance/Bad Robot Pictures Production. 2시간 12분, 화면비 2.35:1

 

Directed by: J. J. Abrams

Screenplay by: Roberto Orci, Alex Kurtzman

Cinematography: Daniel Mindel

Produced by: J. J. Abrams, Bryan Burk, Alex Kurtzman, Roberto Orci, Damon Lidelof

Music: Michael Giacchino

Production Design: Scott Chambliss

Costume Design: Michael Kaplan

Special Effects Makeup: Heather Langencamp, Mark Garbarino, Don Lanning, Veronica Lorenz, Leslie Devlin, Michelle Denering and others

Special & Visual Effects Supervisor: Burt Dalton

Visual Effects Companies: Pixomondo, Atomic Fiction, Stereo D, Industrial Light & Magic

 

CAST: Zachary Quinto (스포크), Benedict Cumberbatch (), Chris Pine, (커크), Zoe Saldana (우후라), Alice Eve (캐롤 마커스), Karl Urban (맥코이), Simon Pegg (스코트), Peter Weller (마커스 위원장), John Cho (술루), Anton Yelchin (체호프), Bruce Greenwood (파이크 제독), Amanda Foreman (브라케트), Leonard Nimoy (다른 세계의 스포크)

 

 

이왕인데 구 게시판의 [스타 트렉 더 비기닝] 리뷰도 함 읽어보시라.

 

[로스트] 때문에 J. J. 에이브럼스 (한국에서 부르는 “쌍제이”) 는 팬들의 흥미를 한껏 달구어 놓았다가 수습을 못하는 떡밥 던지기의 명인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듯 하지만, 막상 영화에서 시리즈물을 건드릴 때에는 쓸데없이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팬들이 전혀 원하지도 않는 업데이트적 요소를 마구 도입하거나 하면서 일을 망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영화에서 구조적인 “떡밥던지기” 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로는 [클로버필드]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클로버필드] 는 나는 두 번 봤을때 인상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기성이 농후한 범작으로 본다),  오히려 시리즈물의 캐릭터들과 설정의 근원적인 매력을 철저하게 이해한 다음에 촘촘히 짜여진 각본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일을 벌여나가는 “보수적” 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쌍제이” 가 담당한 프랜차이즈작품에서는 설정의 기능적 측면에 휘둘리거나 수준이 낮은 “사상성” 에 짓눌려서 캐릭터와 서사가 죽어 버리는 그런 일은 드물게 볼 것이라는 안심감을 안겨다 줌과 동시에, 오리지널 [에일리언] 이나 [제국의 역습], 심지어는 [클로스 엔카운터] 가 안겨다 주어주었던 것 같은 예술작품의 영역에 발돋움하는 시각적, 감각적 충격을 받게 되리란 기대도 별로 하지 않게 된다.

 

이미 거의 4년전에 공개되었던 전작 [스타 트렉 더 비기닝 (“더 비기닝” 은 영제에는 없는 사족)] 을 평가하면서 나는 에이브럼스가 리부팅의 초점을 마초 난봉꾼 제임스 커크가 아닌 [스타 트렉] 의 실질적 주인공인 스포크에 맞추어서 새로운 시리즈를 구축하는 전략을 짠 것을 칭찬했었는데, 그 직접적인 속편인 [다크니스] 에서는, 전편에서 이미 잘 알려진 캐릭터들의 젊은 시절의 모습들을 새로이 정비하고 올드 팬들과 시리즈를 잘 모르는 어린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했던 부하가 없어진 만큼, 더욱 효율적으로 서사를 이끌어 나감과 동시에, 캐릭터들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 기대되었었다. 그리고 역시 에이브럼스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듯 하다. 많은 의미에서 전편을 능가하는 각본의 우수함이 일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한편이다. “존 해리슨” 이라는 알 수 없는 캐릭터를 스토리에 처음 등장시키는 플롯 상승부의 고전미스테리적인 흥취도 좋고, 전작에서부터 지속되는 스포크의 “감정” 과 “인간성” 에 대한 모색도 재커리 퀸토가 독백형식으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고 캐릭터들과의 깨알같은 주고받기 사이에서 리듬감있게 관객들에게 각인된다. 전편보다 나아진 점이라면 크리스 파인의 커크 선장의 캐릭터가 바야흐로 느끼한 아저씨 윌리엄 샤트너가 연기했던 오리지널에서 훨씬 “진화” 21세기형 “우주선 선장” 으로 등극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샤트너의 캐릭터에서 넘어온 부분은 노골적인 여색한이라는 것만 남고, 자신의 결점과 장점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튼튼해진 (육체가 아니고 정신면에서) 커크 선장으로 귀환했다.

 

개인적으로 [스타 트렉] 의 광팬은 아니지만 니콜라스 메이어가 감독한 [스타 트렉: 칸의 분노] 를 꽤 높게 평가하는 (굳이 규정하자면 셜록키안으로 명성높은 작가 겸 영화인 메이어의 팬이다) 영화팬으로서 에이브럼스가 막판에 커크와 스포크의 입장을 뒤집어서 연기하게 하는 “감동씬” 에 대해서는 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다. 팬서비스의 일환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비중이 크고, 그 반대로 이 두 캐릭터의 관계의 발전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과도하게 오리지널에 의존하고 있다. 극장에서 봤을 때는 그런데 이 장면에서 (아마도 오리지널을 제대로 본 일이 없는) 젊은 관객들이 거의 목놓아 울더라. ^ ^;;; 나만 혼자 썰렁했나 하고 묘하게 죄책감 비슷한 기분도 들었다. 드라마적 전략으로서는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단지 오리지널을 본 사람이 없는 분들에 한해서 주로 그렇겠지만. 어쩌면 나름대로 전편에서 나온 “기본적으로는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평행우주” 라는 컨셉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한편의 주요 캐릭터는 스포크나 커크가 아닌,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칸이다. 이 캐릭터는 [칸의 분노] 에서 라틴계 명배우 리카르도 몬탈반이 맡으셔서, 허먼 멜빌의 [백경] 과 밀튼의 [실락원] 의 인용을 대사에서 읊으면서 지극히 연극적인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컴버배치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중성자성처럼 엄청난 중력에 의해 내면으로 가라앉아 갈무리되는 원한과 증오를 방사능처럼 조용한 가운데 내비치는 연기스타일을 선보인다. 대체적으로 훌륭한 연기이며, 원작에서는 약간 광적인 증세를 보이는 우주적 갱단 두목 같았던 칸은 [다크니스] 에서는 무적의 인간 병기로 디자인되었지만, 자기를 만든 “보통 사람들” 에 대한 컴컴한 분노를 품은 수퍼 테러리스트로 탈바꿈한다. 컴버배치가 엔터프라이즈호의 감방에서 자신의 출생의 경위와 우주함대 사령부를 공격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의 연기는 출중하다. 그가 극도로 숙달된 셀프 컨트럴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는 신에서는 관객들이 찍소리도 못하고 잦아들어버린다. (한국극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미국에서 영화를 볼 때 “테러리스트” 로 나온 캐릭터에 일반 관객들이 완벽하게 공감해서-- 또는 그 공분의 파워에 압도당해서-- 잠잠해진다는 사태는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의 9/11 사태에 대한 언급에 대해 좀 까칠한 말을 하려고 한다. 물론 쌍제이가 취한 작가의 태도에 대한 옹호성 발언이다.  나로써는 미국 영화들, 특히 헐리웃 대작들이 9/11 사태에 대해 어렵사리 “테러리스트도 할말이 있다” 라는 식의 “진보적 (한국의 인터넷이나 미디어에서 쓰이는 대략적 의미로 쓰는 말이다. 내가 사용하는 '진보주의자' 는 가치중립적인 말이며 '좋은놈' 의 동의어가 아니다)” 메시지를 꿰넣는 것에 대해 나오는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그러네” 라는 식의 폄하하는 듯한 반응에 대해 내심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경우에 내 속에 내재된 “미국인의 애국심” 이 가장 크게 발휘된다.   홍대나 강남 한복판에서 김정은이 아니더라도 북조선의 모 세력이 보낸 테러범이 폭발사건을 일으켜서 6천명이 그자리에서 죽고 홍대 전부 아니면 강남역부터 교보빌딩까지 아예 없어져버리는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한번 생각해보라. 당장에 그걸 빌미로 전쟁이 터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과연 그런 상황에서도 “테러범 이콜 북조선은 아니다” 라고 이성적인 목소리를 공적으로 내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괜히 “미쿡” 이 이렇다 저렇다 “우리” 와는 사정이 다르다 (그렇지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다른민족에도 피해 안주고 다른 놈들한테 갈굼만 당하는 제3세계 국가니까!) 핑계대지 말고 대한민국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물론 내가 보기에도 이러한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고, 당장 북조선 때려잡자라는 감정에 휘몰리는 것은 그릇된 행동이다. 오사마 빈 라덴도 사살이 아니고 생포해서 국제법에 따른 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행동이었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 과10년동안 좀 집요하게 얘기해왔듯이) 이런 “민감한” 이슈에 대해 미국 국민들 대다수에게 정서적으로도 그리고 이성적으로도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줄곧 문제를 제기해온 작품들은 평론가들이나 유수 영화제에서 알아주는 “예술영화” 또는 “우리는 젊은 군인들을 비난은 하지 않지만 전쟁에는 반댑니다” 라는 식의 어정쩡한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결국은 부시나 또라이 티파티도 못때리고 허부적거리는 “주류” 영화들이 아니고 쌍제이나 크리스 놀란 같은 재주꾼들이 만드는 헐리웃 상업영화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놀란이나 쌍제이가 수억불 들여서 상업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그걸 빌미로 “정치적” 인식이 부족하다고, 영화 제대로 보지도 않고 넘어가버리는 당신! 유감스럽지만 영화 보시는 눈이 침침해지시거나, 먹물들의 오만함에 감염되셨습니다.  안구 카메라 렌즈 갈으시고, 백신 패치 붙이시고.

 

전반적으로 재미 있게 감동 먹으면서 봤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SF영화로서의 (“하드” 나 “소프트” 나) 자질이나 비주얼 아트적인 면에서는 역시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우주 함대사령부와 미래의 샌프란시스코를 묘사한 부분! 왜 저렇대요. ㅜㅜ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이 입고 땐스하는 “군복” 들도 쟤네들 코스튬보단 낫겠구만. 아무리 기능적인 측면을 중시해도 분수가 있지. 마이클 기아키노 음악 기타 다 수준적이지만 특별히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별로 없다. 엔터프라이즈와 맞서는 USS 벤전스 (보복) 호는 아예 못생겼고... 레고로 만들었나? 외계인들이나 외계행성의 환경묘사 그런데까지 이르자면... 말을 말자.

 

쌍제이는 아마도 여기까지 리부팅을 해놓고 (더이상 밀덕/액션영화 패턴은 그만! 오리지널 [스타 트렉] 티븨 시리즈처럼 낙관적이고 라디오드라마적인 SF시리즈로 복귀!) [스타 워즈] 로 넘어갈 모양인데, 다른 걸 근사하게 해놓고 캐릭터는 망쳐놓는 게 우리가 능히 예상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담당자들의 패턴인 걸 고려하면 “스구주 (스타트렉의 구세주)” 까지는 안 가더라도, 캐릭터와 서사의 기초를 탄탄하게 닦아놓은 공로로 팬들에게 한 조아림 받을 자격은 상당하다고 본다. 근데... [스타 워즈] 가서도 또 이렇게 드럽게 멋대가리없는 디자인 센스를 고수할 건가? 이 부분만은 누가 좀 쌍제이 얼굴에 깔고 앉아서 H.R. 기거 수준의 스타 디자이너를 끼워주든지 해야...

 

 

사족: 영화 도중에 클링언들의 모성 크로노스로 가서 칸을 체포하는 묘사가 나오는데 크로노스의 위성 프락시스가 이미 파괴된채 파편으로 흩어져 있는 영상이 나옵니다. 근데 이 크로노스의 위성 파괴는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클링언 제국이 우주연방과 “냉전” 을 포기하게 되는 계기로 등장하는 사건이거든요. 클링언하고 적대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젊은 세계” 에서 이 위성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좀 이상한데? 하기서 뭐 이런 설정상의 차이 같은 것은 얼마든지 둘러대면 “설명” 이 가능한 것이니까 따져봐야 의미가 없긴 하지만.

 

사족 2: IMDB 의 크레딧을 살피다가 헤더 랭겐캠프라는 분의 이름이 특수메이크업 담당자란에서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순 “엥?” 했는데 검색해보니 바로 그 분이 맞아요... [엠 스트리트의 악몽] 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 나온 바로 그 헤더 랭겐캠프! 이분이 여자 배우일을 하시다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결혼해서 이제는 아예 특수메이크업 제작 회사를 운영하신다는군요. 헐... 어쨌던 반갑군요. [다크니스]에서도 술집 장면인지에 잠깐 등장하신다는데 다음번에 보게 되면 좀 눈여겨 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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