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단편집 판본은 이 표지는 아닙니다.)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라는 제목으로 묶여 나온 이병주 중단편집의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중편 소설로, 내용은 소설가인 1인칭 화자가 가난한 동네에서 백수로 살고 있는 이상한 늙은이를 알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늙은이가 왕년에 만주에서 말 달리던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출발입니다. 본론은 그 독립운동가가 해 주는 여러 가지 잡담을 듣고,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듣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소재가 재미있고, 분위기는 이병주다운 독특함이 살아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독립 운동하던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막상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나니, 모아 놓은 재산도 없고 배운 기술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라고 해 봐야 암살, 사보타지, 폭탄 투척에 관한 경력이 있을 뿐이니 대한민국의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살아 가기 힘들어 지는 현실이 배경입니다. 그나마 정치계나 군대와 끈을 맺을 수 있는 명망 있는 독립 운동가였다면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행동 대원 정도로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도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 노인들은 “나는 절대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공산주의를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하다 보니 주로 사회주의 쪽과 교류하면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 더더욱 더 비빌데가 없어서 달동네의 좁은 집에서 아주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로 나옵니다.

이 소설에서는 사건상의 갈등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나옵니다. 하나는 만주에서 악명 높은 친일파 앞잡이였던 사람이 과거를 세탁하고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주인공 노인이 발견하고, 정의의 실현을 위해, 또 복수를 위해 암살해 버리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 노인 내지는 이 노인의 동지들이 그런 식으로 친일파 출신인데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몇몇을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도 암시 되어 있습니다. 교통사고 등으로 위장해서 죽인 듯.

그렇지만 새로 발견된 바로 그 앞잡이에게 과거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젊은 날 아내까지 잃었던 노인의 동료가 나서서 지금 와서 부질 없는 짓이고 이제 와서 살인을 또 하면 안된다고 주인공을 말리며 갈등 합니다. 결말을 말해 보자면, 결국 동료는 그 앞잡이가 현재 자선을 베풀고 살고 있다는 점을 감동적으로 알려주고 주인공이 기뻐하면서 암살을 단념한다는 것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조차도 동료가 주인공이 살인범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꾸민 이야기였다는 것.

두번째 사건은 주인공 노인의 때늦은 황혼 연애담입니다. 출발은 주인공 노인이 젊은 시절부터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면서 곡조도 없고 체계도 없이 퉁소 부는 것을 익혔는데 그게 지금은 놀라운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알려져서 결국 부잣집 딸인 어느 여대 작곡과 학생이 찾아 와서 “노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천재”라면서 감격하고, 심지어 이 학생은 그 노인 집에 들어 와 살면서 노인을 돌봐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은 70대와 20대의 사랑인가 아닌가 하면서 쑥덕거리기도 하는데, 학생은 노인을 “스승”으로만 받들고 노인도 학생을 그냥 “같은 지붕 아래 사는 학생” 정도로만 여긴다는 식으로 표면적으로 정리가 됩니다.

노인의 본격적인 연애담은 선술집 주인인 40대 후반 정도의 어느 과부 아주머니와 가까워지는 것인데, 주변에서 바람을 잡아서 얼렁뚱땅 두 사람은 이어지는 분위기로 갑니다. 70대와 40대의 연애라니, 이것도 좀 특이하기는 한데, 그 바로 앞에 노인에게 감동한 작곡과 학생이 집에 들어 와서 사는 이야기가 나온 판이다 보니, 이 정도 연애는 무척 자연스럽고 선술집 주인에게는 이 천재적인 노인이 잘 어울린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끝을 보면 이 연애담이 잘못 돌아 가면서 전체 이야기가 결론이 나는데, 밝혀 보자면 이렇습니다. 맹랑하게도 별로 말도 안하고 지내던 과부의 아들이 등장해, 과부가 70대랑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런 더러운 짓을 하다니!”라면서 칼부림을 하며 난동을 부리다가 과부는 죽고 주인공 노인은 허망감을 느껴 자취를 감추는데 얼마 후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사건 이야기를 했는데, 이 소설의 특징은 이 중심 사건들에 대한 묘사 이상으로 노인들의 잡담, 노인들의 적적한 일상 묘사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황당할 지경입니다. 굉장히 짜릿하고 극적인 사건이 될 수 있을 만한 “옛날 친일파를 우연히 발견해서 암살하려고 한다”는 내용은 설렁설렁 넘어 가 버리는 느낌마저 들 지경이었습니다. 멀게는 나치 잔당을 찾아 다니는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부터 가깝게는 최근의 “26년” 같은 영화에서도 비슷한 소재로 나오는 긴장감 넘칠 법한 이야기인데, 여기에서는 그저 흘러 가는 에피소드의 하나인 가벼운 소재로 다루고 맙니다.

대신에 노인에 대한 갖가지 잡다한 이야기로 분량을 채우고 있는데, 예를 들면 노인이 할 일이 없으니까 동물원에 가서 사자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든가, 버스타고 동물원 가는 길에서 노인의 모습 묘사, 사자에 대해서 노인이 “백수의 왕이라고 하지만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다” 어쩌고 저꺼고 하면서 장황하게 늘어 놓는 사설 등등에 비중을 매우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뒷방에 노인들과 앉아 막걸리나 마시면서 나누는 잡담에도 굉장히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노인이 이리저리 “대륙”을 흘러다니다가 러시아에 가서 레닌을 직접 만난 이야기라든가 뭐 그런 “내가 소시적엔 말이야”하는 무용담성 이야기도 많은 양을 차지 합니다. 여기서 노인은 “레닌은 천재이지만 나는 공산주의에 반대한다. 천재인 레닌도 달성하는데 실패한 공산주의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니까” 라는 등등의 그야말로 소시적에 여러 일화 많이 갖고 있는 노인다운 철학을 줄줄줄 읊어 대기도 합니다. 그런식이다 보니 말로 하기에 조금 위험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노인은 "대동아공영권이나 만주국 오족협화처럼 여러 민족이 단결해서 같이 잘 해보자는 발상 자체는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일제는 그걸 악용해서 이제는 비슷한 말만 꺼내도 나쁜놈처럼 보이게 했으니 일제는 정말 나쁘다" 라는 말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극적인 이야기, 짜릿한 이야기가 덜 살았다는 점은 아까운 점도 있고, 반대로는 그 때문에 독특한 운치도 있었습니다. 백수나 노인들이 술 취해서 가난한 작가랑 주절 거리는 이야기 입니다만, 그 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란 인류의 미래와 이데올로기의 본질, 민족과 사상의 깊이에 관한 것들이란 말입니다. 다른 소설에서 다룬다면 영락 없이 현실감 없이 공상적으로 주워들은 것만 많은 이들이 열등감과 허영에만 쩔어 있는 모습으로 비판적으로 나오기 쉬운 모습이겠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그런 시각이 거의 없이 존경하는 관점을 주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연애담 같이 괴상한 기류가 흐르는 대목도 있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직접 보고 들은 듯한 핵심을 짚는 묘사가 꾸준해서, 존경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면서도 궁상스러운 현실감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 독특하다면 독특한 점이었습니다.

TV문학관에서 영상화 된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암살 이야기만 중심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병주는 PD에게 영상화하기 어려울 거라고 걱정했다는데, 영상화 된 후에 PD에게 새벽 4시까지 술을 사줬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이 소설에 나오는 가난한 동네라는 배경은 지금의 공덕동이고, 작가 이병주가 실제로 독립 운동 경험이 있던 노인들을 만나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반영해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1983년작. 


2. 철학적 살인
단편 소설로 주인공이 부인이 늦게 들어 와 걱정을 하는데, 정체 불명의 사람에게 전화가 오고 그 사람은 부인이 바람나서 지금 남자와 호텔에 있다고 말을 합니다. 주인공은 당황하는데, 돌아온 부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정말 바람이 났음을 직감합니다. 게다가 바람난 상대방은 과거 학창시절 주인공이 깊은 열등감을 갖고 있던 라이벌로, 어린 시절 가난했던 주인공이 이만큼 성공한 것은 바로 그 라이벌을 이기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결말을 밝혀 보자면, 결국 주인공은 바람난 상대방인 라이벌을 만나는데, 뻔뻔한 라이벌 때문에 다투다 그 사람을 죽여 버립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라이벌이 주인공의 부인을 짝사랑했기 때문에, 주인공 부인에게 약을 먹여서 한번 바람난 것처럼 위장했을 뿐, 주인공 부인은 잘못한 게 없었다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열등감 때문에 꼬인 관계라서 묘한 갈등이 되는 이야기인데, 그런 점이 별로 잘 살아나지는 않고 적당히 마무리해버린 느낌이 들었던 이야기.

그렇지만 초반에 일상 생활에 있던 주인공이 갑자기 의심과 위기에 빠지는 긴장감, 몰입감은 재밌었습니다. 이야기 말미에, 주인공은 그래도 왜인지 부인과 그냥 이혼했다고 나옵니다. 


3. 삐에로와 국화
변호사인 주인공이 국선변호인 일을 맞게 됩니다. 피고인은 북에서 내려온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데, 괴상하게도 적극적으로 변호를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산당에 충성하는 것 같지도 않은 이상한 인물입니다. 호기심을 느낀 주인공이 이 사람의 뒷 이야기를 찬찬히 파헤쳐 보는 것이 내용입니다.

사연을 밝혀 보자면 이렇습니다. 이 사람은 원래 부잣집 자손으로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는데, 얼렁뚱땅 하다 보니 북에서 살게 되었고, 하필 북에서 갖고 있는 끈이 남로당 계통이라 숙청 대상으로 찍혀 죽을 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북에서는 죄가 없는 사람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남에 간첩으로 가라는 임무를 주면서 내려 보낸 뒤에 아무 지원도 해 주지 않아서 잡혀 죽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는데, 거기에 걸려서 이 사람은 그냥 잡혀 죽으라고 그냥 남으로 쫓겨 나듯이 남쪽으로 파견 된 것입니다.

임무 자체는 전향한 스파이를 암살하는 것인데 그 스파이는 그냥 자연사해서 임무도 없어졌고, 마땅히 지낼 방법도 없어서 막노동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다가, 북으로 넘어 가지 전에 결혼했던 전처가 너무 비참하게 사는 것을 보고 간첩 신고해서 돈 받으라고 일부러 신고하게 하고 잡혀 준 것입니다. 그런데도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해코지 당할까봐 또 적극적으로 공산당에 반대하는 말은 못하고 그냥 입 다물고 모든 죄를 받아 들이기만 합니다.

사상 충돌과 분단 때문에 기구한 삶에 빠진 사람들의 사연이 변호사가 과거를 조사하면서 차차 펼쳐지는 것이 극적인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양쪽 어느 곳에도 갈곳이 없어진 냉전시대에 유행한 울적한 스파이 이야기 형태를 잘 살리면서도, 당시 한국 배경이 잘 결합된 점이 와닿는 느낌도 멋졌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의 사연을 섞어 놓은 것이 오히려 이야기를 좀 늘어지게 하는 면이 있다고도 느꼈습니다. 기구한 사연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밝혀지는 대목이 다소 건조하고 극적인 꾸밈이 없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이 사람은 사형 당하기 전에 유언으로 서울에 다시 돌아 왔을 때 어떤 낯선 아가씨가 길가다가 밝은 모습으로 국화 몇 송이를 준 일이 기억이 난다면서, 자신의 전처에게 국화 한 다발을 선물해 주라고 합니다. 변호사는 국화를 전처에게 주는데, 그녀는 우연히 편지를 받고 간첩 신고를 했을 뿐, 그게 자기 옛 남편이란 것 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사연을 전해 듣고 받은 꽃다발을 땅바닥에 떨어 뜨립니다. 나중에 작가인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말이 “꽃이 그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부잣집 자손인 그 스파이가 어떻게 날품팔이하며 하루하루 사는 삶을 버텼을 지 그게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80년대 초에 영화화 되어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갈곳 없는 스파이 역할은 신성일이 맡았고, 신성일이 목숨을 버리게 되는 여자는 윤정희가 맡았습니다.


4. 8월의 사상
이병주가 자주 쓰던 수필에 가까운 소설로, 그 중에서도 거의 수필이라 해야 마땅한 소설입니다. 내용은 주인공이 8월만 되면 술을 끊으려고 결심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는 것으로, 특히 금년은 술을 끊으려고 결심하자마자, 일제시대에 일본군에 학병으로 복무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는 바람에 거기서 술을 마시게 되어 실패한다는 것이 결말.

이야기를 하면서, 8월에 얽힌 여러가지 잡다한 사상적인 이야기, 학병 복무에 대한 작가의 의식과 감상을 같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21세기까지 살아서 21세기에는 김일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남북통일은 되는 지 궁금해서 장수하려고 술을 끊는다는 내용도 나옵니다만, 이병주는 1992년 사망했습니다. 이 글의 배경은 1980년.


5. 박사상회
60, 70년대 한국의 고도 성장기를 배경으로 박사상회라는 가게를 차린 조진개라는 한 사나이의 성쇠를 동네 영감님들 복덕방에서 잡담하는 듯한 느낌으로 웃어가며 다룬 단편. 일제시대에 일본인 주인 밑에서 일하던 한 늙은 부부가 있었는데 광복 후 일본인들이 떠나가면서 늙은 부부가 그 가게를 자연스럽게 이어 받게 됩니다. 늙은이의 유일한 자식은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 그런데 얼마 후 조진개라는 한 사나이(별명은 면장, 비웃는 별명은 조진깨)가 나타나 그 가게 한 켠에서 구두장사를 하겠다고 세를 달라고 합니다. 그 사나이는 세련된 구두를 팔면서 갖가지로 선전을 해서 점차 자리를 잡고, 늙은이들의 신뢰를 얻은 뒤, 늙은이들이 세상을 떠나자 그 가게를 통째로 차지 합니다. 그리고 나서 가게를 더 넓히고 나중에는 건물을 새로 지어 여러층으로 된 멋진 건물을 가진 건물주가 됩니다.

그러나 너무 거들먹거려서인지 동네 사람들이 조진개를 싫어하게 되고, 마침 키가 작은 것이 특징이었던 조진개는 키가 큰 부자집 딸과 결혼을 하는데, 이 부자집 딸이 애를 낳지 않고 살겠다고 주장하는 통에 조진개 어머니와 머리끄댕이 잡고 동네에서 난리 부리는 일을 기점으로 조진개는 기울기 시작합니다.

결말은 건물에 입주한 천금순이라는 다방 주인과 조진개가 싸우는 것입니다. 천금순은 조진개가 설치해 놓은 커피 자판기를 두들겨 패버리는데, 조진개가 무슨 행패냐고 하자, "다방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렇게 커피 자판기를 설치해 두면 다방에서 파는 커피 못 팔게 하는 영업 방해가 아니냐"고 따지고 그러다가 싸움이 붙었다는 것인데, 조진개가 키가 작고 덩치가 작아서 천금순에서 얻어 맞고 도망치게 됩니다. 이후 조진개는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

한국 특유의 고도성장기에 가게를 해서 성장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고, 정말 그런 동네에서 떠돌만한 풍문, 영감님들 사이의 잡담등이 자연스럽게 문체에 자리 잡아 재미를 더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한편으로는 지금 보면 조진개가 도리어 불쌍해 보이는 면도 있을 만큼 조진개에 대해 혐오로 기울어진 시각이 드러난다는 점도 특징이었습니다.

배경은 “불로동”이라는 서울 외곽지역으로 나오고, 뒷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가지 설이 나오는데, 조진개는 부인이 바람이 나서 바람난 현장을 붙잡았더니 바람난 상대가 거물이라서 합의금으로 돈 1억을 받았다든가 해서 한 몫 잡았다는 설과, 조진개가 탈세, 밀수한 일이 들켜서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는 것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1983년작.


6. 바둑이
마찬가지로 이병주가 자주 쓰던 수필에 가까운 소설로, 형식은 그냥 수필 그 자체인 단편입니다. 내용은 딸들은 주인공에게 용돈 받을 때 외에는 무심하게 대하고, 부인은 주인공에게 바가지만 긁기 때문에 바둑이가 유일하게 정을 주는 대상이었는데 바둑이가 죽어서 슬프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주인공은 부인 눈을 피해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려고 궁리를 하기도 하는 사람인데, 바둑이가 주인공이 여자 만나던 길을 그대로 따라 가는 바람에 부인에게 들키기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나옵니다.


* 전체적으로 정치나 현대사를 다룬 소설은 수필형 소설이라는 작가의 특징에 걸맞게 작가가 주로 체험한 내용이 바탕이 되면서도, 21세기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공감하기 쉬운 점이 더 많은 중립적인 작가의 입장이 눈길이 가는 곳이 많이 있고, 반대로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60년대, 70년대 사람들의 사고방식, 눈높이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 감성도 잘 전해지는 편이 있는 이야기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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