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4.08.07 22:18

commelina 조회 수:2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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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의 전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만의 오해일 수 있겠으나, 사전 정보 없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제목을 접하면 영화의 분위기를 오해하기 쉽습니다. 한국 창작물에서 산적이란 궁지에 몰린 '민초'에 다름 아닙니다. 그 산적이 바다로 갔다니, 더더욱 궁지에 몰린 느낌이지요. 그러나 제가 포스터만 제대로 봤더라도 전혀 오해하지 않았겠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노골적인  '한국의 캐러비안의 해적'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관객에게 캐러비안의 해적을 떠올리지 않게 하면서,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하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반 정도는 성공했다고 하면 박한 평가가 될 것 같습니다. 대단히 독창적인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벽란도에서의 거대 물레방아 액션과 워터 슬라이드 액션은 어쩔 수 없이 캐러비안의 해적을 떠올리게 합니다. 수시로 죽었다 살아나는 인물들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나온지도 몇 년이 지났지요. 어쩌면, 옛날 영화가 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가 꽤 괜찮아 보입니다.


극의 연결은 꽤 괜찮습니다. 조금 산만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롤러코스터니까요. 이것저것 다루는 방식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질적인 산과 바다라는 배경을 오가면서도 철봉(유해진 역)을 대단히 영리하게 사용하여 개그 코드로 승화시키는 연출은 상당한 성취라고 봅니다. 인물의 감정에 대해서는 그리 성의있게 묘사하지 않아서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입니다. 장르적 특성을 감안해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여월(손예진 역)과 고래의 '프리윌리'적 관계를 좀 더 잘 다뤘다면 어쩌면 더 훌륭한 영화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무리하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사용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설리(f(x)의 그 설리가 맞습니다)를 제외한다면,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습니다. 유해진의 개그 연기는 대단하다고 볼 수 밖에 없고, 개그와 정극을 오가는 이경영의 연기도 좋습니다. 다만 설리는, 제가 설리에 대하여 약간의 팬심을 가지고 있고, 몇 마디 안하는데도 민망스러운 데가 있습니다. 그래도 설리니까요. 몸짱 해적을 슬쩍 바라보는 그 장면 하나로 나머지를 퉁치고 대충 넘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제가 본 감독의 전작은 '댄싱퀸' 한 편 뿐이더군요. 댄싱퀸도 상당히 좋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안목이 뭐랄까요, 너무 '깨시'스러워서 좀 닭살이 돋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부분은 전혀 감독의 장점이 아닌데, 나름의 소신인지 여름 블록버스터로서의 흥행 양념인지, 최근작에서 연달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코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정도의 영화라면 중국 수출을 생각해볼 만도 한데, 대사만 조금 바꿔도 괜찮았을 것을 묘하게 민감하게 다룬다는 느낌입니다.


결론을 내자면, 꽤 훌륭한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혹시 캐러비안의 해적을 다시 본다면 어쩌면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저를 포함해서 그럴만한 성의를 가진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ps1. 저는 명량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명량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ps2. 이번 여름에 유난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가 많이 개봉되는데, 한국 영화가 바다를 다루는데 자신감을 가지게 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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