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광구 (하지원, 안성기 주연)

2011.07.27 04:32

Q 조회 수:7567

 

 

7광구  Sector 7

 

한국, 2011.  ☆☆★


A JK Film/두사부필름 Production. Distributed by CJ Entertainment. 1시간 52. IMAX 3D.

 

감독: 김지훈

각본: 윤제균

 

캐스트: 하지원 (해준), 안성기 (정만 선장), 오지호 (김동수), 이한위 (메딕), 박철민, 송새벽, 차예련 (연구원), 박정학 (현 선장), 민석 (현우), 정인기 (해준 아버지).

 


[7광구] [한반도] 이래 참 오랫만에 보는 총체적으로 난감한 한국영화입니다만 그래도 전 [한반도] 다시 보는 것보다는 [7광구] 를 한 번 더 보는걸 선택하겠습니다. 아무리 후졌어도 역시 해저 괴수가 나오는 영화이니까요. 그러나 그 최소한의 장르적 충성심마저도 이 몽작 (蒙作) 에 많이 상처를 입었어요. 당분간 괴물영화는 아주 잘 만든 놈이 나올때까지 좀 삼가야 되겠습니다.

 

전 이 작품을 보면서 졸았는데 디븨디와 블루 레이 감상경험까지도 포함해서 영화를 보다가 졸은 것은 금년들어와서 두번째입니다만 (첫번째의 경우는 사실 영화의 질 때문이 아니고 제트래그 때문이긴 했지만) 상황이 심각한 것은 되지도 않는 농담따먹기를 하고 원산폭격을 시키고 어쩌고 하면서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전반부가 아니라 괴물이 등장해서 난리뽕작을 벌이는 후반부에 제가 졸았다는 점입니다. 햐 이건 참 그렇더군요. 허리 부러진 사다코 아류 나오는 안병기작품을 또 뻬껴먹은 아류의 아류 호러라도 재미가 없으면 없었지 졸지는 않는데.

 

듀나님께서 리뷰에 [7광구] SF 적 측면에서 얼마나 불성실한 영화인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 안하고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듀나님께서 쓰신 표현 “무언가 문제가 있는 영화가 아니라 그냥 못 만든 영화” 에는 저는 좀 찬성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장르정석의 버튼을 하나씩 눌러가면서 의욕은 많은데 실력이 못따라가줘서 조악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7광구] 의 약점의 전부였다면 전 훨씬 더 즐길수 있었겠죠. 그리고 못 만든 거라도 (예를 들자면 괴물이 너무 초라하게 못생겼다던지)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점도 있습니다. 80년대에 만든 [컨테미네이션] 같은 [에일리언] 아류 이탈리아 SF 호러도 팝콘 씹고 박장 대소 하면서 보는데요.

 

제가 볼때는 [7광구] 라는 활동사진은 단순히 못 만들었다는 것 이외의 문제점이 많습니다. 먼저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상당히 실력있는 훌륭한 캐스트를 데려다가 이러한 종류의 영화에서 나오는 터프하고 우락부락한 캐릭터들에다가 적당히 코믹릴리프를 가미한 “한국식” 버젼으로 틀어보려다가 괴상한 뮤턴트 변종들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이한위연기자가 맡은 메딕 역입니다만, 이 분의 기능은 썰렁한 원 라이너 던지기인 것 같습니다만 원 라이너가 하나같이 이상한 종류의 것들입니다. 유머로서의 기능도 전혀 못하고 뭔가 의미심장한 한마디는 더더욱 아니죠. 그렇다고 해서 여느 영화들처럼 의사로서의 논리를 따라서 환자들을 구제한다던지 하는 일을 딱히 해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도대체 뭣땜시 이 캐릭터가 존재하는 지 알수가 없어요. 불쌍한 차예련양의 경우는 말 할것도 없고... 투견장에 말려들어온 샴고양이 같은 자태를 하셔가지고는 정말 왕재수없는 캐릭터에게 스토킹을 당하지를 않나 (이 스토킹은 광구의 모든 다른 놈들이 부추길 뿐 아니라 차예련 연구원더러 좀 “따뜻한” 반응을 보이라고 오히려 야단을 칩니다. 보고 있노라니 토할 것 같아요), 안성기선생님하고 좀 연기해볼라 하면 카메라는 밑에서 컴컴한 하늘 잡느라 바쁘질 않나.  그나마 어느 정도라도 상황적 개연성이나 내부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안성기선생님이 연기한 베테랑 선장밖에 없습니다. 이 선장님에 관련된 "반전" 이 유일하게 그래도 흥미있게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 였지만 당연하게도 제대로 써먹히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은 무슨 대체연료의 환경적 친화력과 도덕적 함의니 이런 걸 논할 수준으로 올라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엄청 짜증나는 것은 하지원-오지호 커플입니다만 하지원 연기자님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저런 말도 안되는 유니섹스 헤어스타일을 하고 (이클립스에는 해준이 전용 미용원 스탭이 항상 대기하고 있나 봅니다) 눈 메이크업을 하고 쯔악~ 하고 만인을 꼬나보면서 무슨놈의 연기가 다 뭡니까? 이제는 안쓰럽다는 생각도 안들어요. 그리고 “안젤리나 졸리에 맞먹는 여전사” 라고 홍보물에서는 늘어놓고 계시는데 정말 피식이올시다. 정신연령 11세 내지는 중2병 걸린 “여전사” 는 별로 보고 싶지 않거든요? 거기다 오지호씨 연기하는 동석과 시추선 위에서 오토바이 타고 눈가에 있는대로 후까시 잡고 계단을 타고 달렸다가 어쨌다가 하면서 경주하고 나중에는 부이 위에 앉아서 일광욕 즐기면서 청량음료 CF 상황을 재현, 꺅꺅 소리 내면서 웃고 까불고 해쌓는데 가관입니다. 무슨 고딩들이 마야 유적 보러갔다가 괴물들에게 잡혀먹는 그런 호러영화라면 이런 두뇌수준의 캐릭터라도 제가 이해라도 하겠습니다. 이사람들은 지금 석유 시추선에 올라탄 프로페셔널 크루 아닌가요?! 대한민국 평론가/영화 관계자/일반 관객들 맨날 B급영화 B급영화라고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늘어놓으시는데 미국 B급영화에서는 배우들이 좀 프로페셔날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건성으로라도 해보이거든요? [7광구] 같이 근본적으로 태도가 잘못된 사진과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한마디로 구정죽천 (口丁竹天) 입니다.

 

 

 

괴물의 설정과 디자인, 특수효과 등은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인데 거기에도 와락 찬물을 끼얹은 것이 [괴물] 을 아주 적나라하게 의식해서 벌어지는 전개입니다. [에일리언] 같은 고전을 베꼈다는 것은 넘어가 줄 수 있어요. 문제는 왜 [괴물] 을 뻬끼냐는 겁니다. 왜 안성기선생님이 저 쇠파이프 막대기로 괴물의 아가리를 쑤셔야만 되고, 왜 지글지글하는 CGI오렌지색 불길에 괴물을 태워야만 하냐고. 관객들이 이렇게 집어줘야 아, [괴물]하고 비슷한 영화를 봤다 라고 인지를 해주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만든 거에요?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한마디 하겠는데 15세 관람가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것인지, 이 괴물은 사람을 잡아먹지를 않아요. 그냥 사람들을 바닥하고 벽에 패대기칠 뿐이지. 사람 몸을 무는 장면은 원거리에서 찍은 장면이 딱 하나 나옵니다. 이 괴물의 무시무시한 이빨이랑 몸집은 그냥 폼으로 달고 다니는 가봐요? 야 정말 [차우] 의 돼지도 사람 잡아먹는데 도대체 너는 뭘 먹고 사냐? 플랑크톤 먹니?

 

하이쿠... 거기다가 마지막으로 금상첨화, 스팸 샌드위치에 케첩 뿌리기로 더해지는 것이 “이명박-박정희식 개발독재적 민족주의” 의 무조건 찬양이죠. 못생긴 괴물이 나와서 한정된 공간에 밀어넣은 별로 공감할 수 없는 인간들하고 치고받고 하는 영화를 만든 주제에 아마 윤제균 제작자-각본가더러 “이 영화를 왜 만드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하면 “언젠가는 대한민국도 스스로의 에너지자원을 확보한 대국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지금도 목숨을 바쳐 일하고 있는 태극전사들을 기리는 마음에서 만들었습니다” 라는 대답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스포일러 될까봐 더 자세하게 안 씁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심형래감독의 “내가 해냈어! 내가 애국자야!” 나르시시즘의 발현이 더 낫게 보일 정도입니다.

 

하여간에 오랜만에 보는 동안 내내 지겹고, 졸리고, 보고 난 다음에는 씁쓸하고 부아가 나는 한국영활 봤네요. 이러한 [7광구] 의 경우도 편집장님께서는 350-400만정도의 관객이 들거라고 예측하시더군요. 우울해집니다. [블라인드] 도 슬릭하게 계산적으로 흥행을 추구하는 작품이고 제 입장에서 (한국 주류의 시점이 아니고) 볼때는 무지하게 보수적인 영화지만 [블라인드] 를 응원할 수 밖에 없군요. [해운대] 의 경우야 로컬한 입장에서 본 관객들이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준 거라고 둘러댈 수나 있지...

 

전혀 추천 못해드리고, (한숨... 그래도 적당히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재미는 뽑아내기를 바랬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인류의 장래, 한민족의 장래가 아니라 스스로 일컫되 한민족의 일부인 사람들도 포함한 인류의 생존의 가능성을 생각하신다면 이 영화가 대한뉘우스가 나올때 나오는 것 같은 똥폼잡는 음악을 달아서 홍보하는 “죽은 동식물의 시체가 썩어서 된 기름 (=국력) 숭배주의” 에 감화되어서 극장을 나오지만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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