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질라 Godzilla (2014)

2014.05.18 20:14

Q 조회 수:3978

고질라 GODZILLA. 2014. 


A Warner Brothers Release, A Legendary Pictures/ Disruption Entertainment/Toho Company Co-Production.


U.S.A- Japan, 2 시간 3분. 2.35:1 aspect ratio.     ☆☆


Director: Gareth Edwards. 

Written by: Max Borenstein, Dave Callaham, David S. Goyer. 

Cinematography: Seamus McGarvey. 

Executive Producers: Okuhira Kenji, Alex Garcia, Banno Yoshimitsu. Editor: Bob Ducsay. 

Music: Alexandre Desplat. 

Production Design: Owen Paterson. 

Supervising Art Director: Grant Van Der Slagt. 

Stunt Coordinator: Layton Morrison, John Stoneham, Jr. 

Main Title Design: David Badounts, Matthew Normand. 

Special Effects: Amalgamated Dynamics, WETA Digital, Gener8, Double Negative, MPC, The Third Floor, StereoD, Imaginarium Studios, Scanline VFX. 


CAST: Aaron Taylor-Johnson (포드 브로디), Elizabeth Olsen (엘리 브로디), Bryan Cranston (조셉 브로디), Watanabe Ken (세리자와 박사), David Strathairn (스턴즈 제독), Juliette Binoche (산드라 브로디), Richard T. Jones (햄튼 대위), Sally Hawkins (그레엄 박사), Takarada Akira (이민국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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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자와 박사: 우리는 이 알파 포식동물을 고지라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레엄 박사: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아무도 적대할 수 없었을 신 (God) 과 같은 생물이었을 거에요. ​ 


영화는 1950년대 핵무기, 원자력 그리고 태평양의 미 해군과 관련된 기록영화 영상의 혼란스러운 몽타주에, 사인펜으로 읽을 수 없게 뭉개버린 문장들로 점철된 국가 기밀 문서가 스탭과 캐스트의 이름으로 변형되어 깔리면서 시작된다. 상채기가 그득한 기록영화의 화면이 1958년의 수소폭탄이 터뜨린 무시무시한 뭉게구름을 비추면서 타이틀이 뜨자, 시기는 1999년의 필리핀으로 이동하여 [주라식 파크] 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의태 (擬態) Mimic] 을 연상시키는 전개가 벌어진다. 이 필리핀에서 출현한“움직이는 진원지(震源地)” 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는 괴현상은 일본의 한 핵발전소를 강타하고, 그곳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조셉 브로디는 아내 산드라를 방사능 유출에 잃는다. 이 사고가 지진이 아닌 모종의 괴생명체 (M. U. T. O., Massive Unidentified Terrestrial Organism 거대미확인지구생물) 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브로디는, 장성해서 미 육군에서 폭발물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아들 포드와 그의 가족과 소원한 사이가 된 지 오래이다. 그런 아버지를 경찰에서 인계받기 위해 일본에 건너간 포드는 아버지에게 거꾸로 설득당해서 방역금지구로 폐쇄되어 있는 옛 핵발전소 건물에 숨어들어가는 데... 


[고질라] 는, 턱이 주책없이 길게 뻗은 말 상판때기를 하고 뉴욕시를 헤메고 다녔던, 녹색 이구아나를 닮은 1998년 미국판 고지라의 처참한 기억을 시원하게 씻어 내려보내주는, 오래간만에 보는 훌륭한 괴수영화다. 1954년의 오리지널 [괴수왕 고지라] 는 전후 일본 영화의 융성기를 앞장서서 선도한 대작 상업영화로서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 사회와 역사상을 함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상징적 드라마로서의 가치로 보더라도 이미“위대한 영화”의 범주에 도달한지 오래 되었다. 이 2014년판 [고질라] (여기 나오는 고지군의 이름을, 와타나베 켄이 연기하는 세리자와 박사는“고지라”라고 일본식으로 읽지만, 위에 인용한 과학자들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Godzilla” 라는 영문스펠링으로 표기하고 읽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견해도 제시할 수 있다) 는 아깝게도 그런 수준의 위대성에 도달할만한 공력은 갖추지 못한듯 하다. 그러나 다른 거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 개리스 에드워즈는 초저예산 괴수영화 [몬스터즈] 에서 그가 선보인 실력을 높이 사고, 2억불짜리 (데뷔작에 비하면 제작비가 160배 증가 ;;;;) 프로젝트를 맡겼던 레전더리 픽처스-워너 브라더스의 현안이 옳았음을 증명해보인다. 


[고질라] 는 1954년판 [괴수왕 고지라] 를 위시한 50년대 고전 괴수영화의 패턴을 아주 모범적으로 따라간다. 괴수들에 관한 과학적 설명 자체는 핵실험때문에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생물체가 거대화된 괴수가 된다는 설정만큼이나 황당하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로 시작된 핵에너지의 남용이 괴수들의 등장에 직접 연루가 되어있다는 점에서는 오리지널의 문제의식을 희석시키지 않고 새롭게 비틀은 설정을 선보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또한 에드워즈 감독은 물살을 가르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등지느러미 등 고질라의 신체의 일부만 조금씩 맛보기로 보여주다가 영화가 거의 반쯤 끝나서야 전신을 드러내 보여주는, 고전적인 뜸들이기 연출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의 연출방식은 괴수영화의 갖가지 수법을 속속들히 공부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날 뿐 아니라, 그 중 어떤 것들이 어떤 상황에 가장 효과적으로 쓰여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선택지가 뚜렷하다.  M. U. T. O. 가 토오쿄오 오다이바의 모노레일을 습격하는 장면 등, 마지막의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액션 신들이 창문이나 기타 장애물을 거쳐서 인간들이 공포에 질려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뜸을 들여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강약을 적절히 안배하고 호흡의 급완을 조절하는 연출을 통해서, 에드워즈 감독은 고질라가 자신의 특수 무기를 끄집어써먹는 신 등에서 관객들은 무릎을 치고 환성을 지르게끔 유도한다 (실제로 나와 일행이 같이 보던 만석의 극장에는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괴수들의 결투 시퀜스가 너무 짧다는 불평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예거들의 황홀스러운 간지남. 그리고 어선이나 콘테이너로 머리통을 치고받고 플라스마 캐넌을 쏘고 어쩌고 하는 화려한 액션에 비해서 이상하게 감정 이입이 힘들었던 [패시픽 림] 에 비하면, [고질라] 의 괴수 액션은 설탕 안 넣고 크림 안 넣은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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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자신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에드워즈 버전의 고질라는 명백히 토오호오 프로덕션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다져놓은 "봉제인형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고지라와 유전적인 인자를 공유하고 있다. 즉 이 고질라는 동물학적으로 정확하게 묘사된 도마뱀이나 공룡보다 인간 내지는 유인원에 훨씬 근접한 꼴을 하고 있다 (엄지 손가락이 있는 손으로 샌 프란시스코 금문교의 케이블을 움켜쥐는 클로스업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질라는 60년대 후반 이후의 일본판 고지라들에게 결락되어 있는 위엄이 충만하다. 


에드워즈 감독이 이 고질라를 하나의 캐릭터로 상정할때 무엇을 의도했을까? 1954년 오리지널의 고지라는 핵무기 자체, 또는 핵무기로 상징되는 전쟁, 더 나아가서는 전쟁을 일삼는 인간들의 기계문명의 파괴력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면, 2014년판의“고질라”는 God-zilla 라는 이름의 영화 대사상의 아이러니칼한 해석이 넌지시 가리키듯, 문명을 모르던 시절의 인간이 "신" 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숭배하던 "자연" 을 형상화한 존재라고 결론지을 수 있지 않을까? 고질라는 인간의 친구도 아니요 적도 아닌, "인간이 컨트럴할 수 없는 자연" 이자 "인간이 망쳐놓은 자연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현현한 신 (神)” 그 자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는 나중에는 약간 신비주의적인 방향으로 빠졌던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 3편의 주제의식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인간보다 한 발 더 멀어진 (그리고 가메라와는 달리 샤먼의 매개를 통해 인간과 소통하지도 않는)  자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자연관을 반영하는 바다괴수“고지라”가 아닌, 정통적인 서양문명의 해석을 거친 "고질라" 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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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의 평자들이 대사가 거의 다 설명조다, 연기자들이 그냥 뻣뻣이 서서 괴수들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딱 벌리는 묘사가 너무 많다, 라는 투의 비판을 가했는데 사실 이 비판은 기술적으로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클로버필드] 에서처럼, 온 도시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땜에 작살이 나고 있는데, 계속 평상시 수다떠는 식으로 대사를 때리는 무신경한 캐릭터는 [고질라] 에는 아예 없고, 군인들끼리 주고 받는 농지꺼리까지도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배우들이 연기를 잘 못한다는 평가에는 찬성할 수 없다. 아론 테일러 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다 주어진 2차원적 역할의 범위내에서는 효과적인 감정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괴수들의 정체성에 관한 열쇠를 쥔 인물인 와타나베 켄의 연기가 실망스러웠다면 모를까? 오리지널 [괴수왕 고지라] 의 진정한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세리지와 박사와 이름은 같은데, 후자의 강렬한 매드 사이엔티스트적인 정열과 지식인적 오뇌는 찾아볼 수 없는 좀 얄팍한 캐릭터다. 그래도 엔딩신에서 보여준 경외감에 가득찬 미소는 정말 좋았네요! 


괴수영화-SF재난 영화라는 축에서 놓고 보자면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 전쟁] 보다 약간 밑, J. J. 에이브럼스의 [수퍼 8] 와 동격, [패시픽 림] 보다 위에 놓겠다. 장르 프랜차이즈 영화라는 기준으로 보면 [배트맨 비긴즈] 에 맞먹는 수준으로 성공적인 리부트다. 다른건 다 둘째치고 이 영화의 고질라/고지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존엄성과 박력을 지녔다. 제아무리 정신없이 돌아가는 익사이팅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라 할지라도, 제목에 떡 이름이 걸려있는 간판스타의 대접을 허술히 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PS: 음악이 상당히 아날로그적이고 한스 지머등의 쿵쿵~ 울려쌓는“소리의 쯔나미”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작곡가가 누군가 했더니만 무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깜짝 놀랐네요. 물론 스타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굉장히 효과적이다. 


PS: 토오호오의 다른 괴수들에 대한 오마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없는 것 같다. 모스라에 대한 언급이 잠깐 나온다는 설이 있는데 확인 못했다. 


PS: 오리지널 [고지라] 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타카라다 아키라 연기자가 일본 이민국 직원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이왕 나오셨는데 좀 대사도 근사한거 주고 그러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일본 사회와 학교 그런 일상생활의 묘사는 이 한편은 토오호오가 깊이 연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곳이 많다. 델 토로 감독의 거의 편집적인 디테일 묘사와는 안좋게 대비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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