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리브 인 퍼블릭 (We Live in Public, 2009) ☆☆☆1/2

 

 

 

여러분들은 언제 이메일 계정을 처음 만들어 보셨습니까? 200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을 탄 [위 리브 인 퍼블릭]를 보는 동안 전 제가 처음으로 이메일 계정을 만들었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인터넷은 딴 세상 얘기와 같았었지만 전북과학고에 오면서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로 인터넷을 접했었고, 그 이후로 보고 싶은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영화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에 등록하게 되어서 처음 이메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메일 만들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건 공짜이지만 영화는 저에게 그 편의 속의 한 가지 걱정스러운 면을 느끼게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자유를 대가로 우리 사생활의 일부를 갖다 바쳤습니다.

 

 

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조쉬 해리스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알려지지 않은 가장 위대한 인터넷의 개척자”라고 하는데, 그건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해리스는 젊은 시절에 90년대 초 막 걸음마를 시작하던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보았고 그는 다른 동료들과 함게 리서치 회사인 주피터 커뮤니케이션를 세웠고 그에 이어 인터넷 방송국인 쉐도닷컴을 만들었습니다. 운 좋게도 마침 그와 같은 벤처 기업에 대한 열풍이 그에 따라온 덕분에 그는 그의 동료들처럼 금세 백만장자가 되었고(그는 자신의 회사를 8천만 달러에 팔았습니다) 뉴욕에서 그는 열곤 한 대규모 파티엔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습니다.

 

 

15년에 걸친 세월 동안의 영상 자료들과 해리스의 주변 사람들 최근 인터뷰를 통해 영화는 그의 야심찬 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뿐만 아니라 이를 막 밀고 간 한 흥미로운 인간과 그의 극적인 인생 경로를 지켜봅니다. 어릴 때 그는 전형적인 너드 타입의 소년이었고, 감옥에서 일하느라 바쁜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TV만 부여잡고 사는 동안 TV 시리즈 주인공들이 그의 대체 가족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이지 그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부적응자의 모습을 보이곤 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지만 동시에 자길 좋아해 달라는 양 광대극을 공개적으로 벌여서 회사 사람들을 골치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회사에서 물러나는 대신 막대한 재산을 얻은 해리스는 이를 바탕으로 1999년 12월 "QUIET: We Live In Public" 프로젝트를 시도했습니다. 그는 뉴욕 한 건물에 있는 넓은 공간의 지하실에다가 미리 선발된 100명의 사람들을 데려다 놓았는데, 그 안에서 그들은 첨단 기술을 즐기면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수 있습니다. 정해진 장소에서 같이 마음껏 식사도 하고 원하기만 하면 미리 마련된 총기류들을 갖고 사격 연습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대신 이 테크노스피어엔 사생활이 일체 제거되어 있습니다. 개인 각각에게 배정된 잘 수 있는 공간들은 일본 캡슐 호텔만큼이나 작은 칸막이 구역인 가운데, 통로 양쪽에 쌓여 있는 이들은 빼곡히 진열된 모니터들과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각각에 부착된 TV 모니터의 채널들은 많은 감시 카메라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를 통해 이 조그만 사회의 모든 걸, 심지어 화장실에 일보는 것까지 세세하게 다 볼 수 있습니다.

 

 

감독 온디 티모너는 우연한 계기로 해리스를 만나게 되어서 이 프로젝트를 가까이서 기록하는 기회를 잡게 되었고, 그녀의 카메라에 담겨진 이 사회학적 실험이 진행 과정은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여러 심각한 생각들을 자극합니다. 사실, 해리스의 프로젝트는 10년 후 우리의 인터넷 생활상을 그대로 현실 밖으로 옮겨 놓아서 이를 극한으로 밀어 붙인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메일뿐만 아니라 우린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등의 수많은 인터넷 도구들을 통해 우리의 사생활을 완전히는 아니어도 상당 수준까지 공개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명이든 실명이든 간에 우린 그 가상공간 안에서 마음껏 돌아다니고 자기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거기에 우린 거기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기 마련이란 걸 잊고 있습니다.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가끔씩 우릴 위해 추천 상품이 괜히 뜨는 게 아닙니다.

 

실험 시작 한 달 후 뉴욕 소방서가 개입해서 프로젝트는 중지되었지만 그 일은 불행이기보다 다행이란 생각이 앞섭니다. 처음엔 다들 사생활 완전 개방에 괜찮아 했고 이걸 쿨하다고 받아들였지만, 서서히 인간적 문제들은 쌓여가고 이를 보는 동안 근처에 진짜 총들이 있다는 점이 걱정되기 시작됩니다. 현실에 여러 문제들이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인터넷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 실정이고 먼 훗날 어느 순간에 해리스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사람들이 예견한 대로 프라이버시라는 건 과거의 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유롭긴 하지만 그 대신 많은 걸 잃을 수 있다는 걸 그의 실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 해리스는 그 다음엔 더 막나가는 단계로 올라갔는데, 이번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같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동안에 자신과 약혼자의 모든 것을 적외선 카메라까지 동원하면서 인터넷 유저들에게 죄다 보여주는 것이고 홈페이지 방문자들은 코멘트도 남길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화장실 변기 안에도 카메라를 장치하기까지 했습니다(윽!). 이미 전번의 대규모 실험에서 보여 진 위험한 가능성을 본인이 유념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 소규모 실험도 똑같은 전철을 밟아버리고 그리하여 우린 한 건전하게 유지될 수도 있었던 관계가 허물어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한 인간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관음자 입장에서 지켜봅니다.

 

 

결국엔 해리스는 정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피폐해졌고 뉴욕을 떠나 사과 농장을 경영하기도 하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그런 동안 인터넷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그의 예견은 현실화되었고 여기에 그는 그 가상 세계로 귀환하려는 시도는 했지만, 세상은 그를 이미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이제 사람들에겐 트위터와 블로그가 일상사의 중요한 부분들 중 하나가 되어가도 있고 어쩌면 우리 일상은 정말 해리스의 실험 공간과 비슷한 단계까지 갈지도 모릅니다.

 

 

한데 우리가 그런 변화를 원하고 환영할까요? 더 편한 사회가 올지 아니면, 해리스의 실험대상자들처럼 결국에 신물이 날지, 또 아니면 빅 브라더 비슷한 존재의 몰개성한 디지털 좀비들로 오래 오래 살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간에 본 영화는 최근 해리스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가상 생활에 종속되기 보다는 현실 안에서 굴러가면서 사는 게 백 배 낫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서 그는 에티오피아의 한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농구 등을 가르치면서 편안히 살고 있는데, 어린 시절 TV 시리즈를 아직 못 잊은 것만 봐도 사람 변한 건 없지만 그는 진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더군요.

                                       감독 온디 티모너와 조쉬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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