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의 최고의 블루 레이 25타이틀을 선정했다. 예년처럼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미국인" 물리매체 광학디스크의 콜렉터로서의 입장이 반영된 리스트인데, 금년에는 묘하게도 이 부분이 약간 신경이 쓰인다. 매년 내 리스트를 참조해주시는 정기구독자 (?) 분들을 제외하고, 처음 내 글을 마주치는 분들 중에서는 한국어 자막이 들어가지 않은 영화를, 블루 레이라는 일반적으로는 결코 대중화되지 않은 (심지어는 디븨디에 비교해서도) 매체를 통해 미친 듯이 사모으는-- 거기다 더해서 그 사모은 물품들 중에서 스물 다섯개를 또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 고르고 골라서, 굳이 이런 기다란 연말 결산 리스트를 한국어로 작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행태가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런 분들께는, 나는 이런 리스트의 작성을 통해서 한국에서 한국어로 영화 감상을 하는 행위에 대한 어떠한 가치판단이나 간섭도 하려는 의도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드리고자 한다.


언제 기회가 생기면 좀 진지하게 약간 자세한 글을 써도 좋을 주제이긴 하지만, 이제는 "한국 영화" 라는 것의 경계와 규정은 더 이상 예전의 "우리나라/국산 영화" 라는 것이 지니던 협소한 그것을 벗어난 지 오래이고, "외국의 평론가들이 모 유명 감독의 영화를 저렇게 좋아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 사정을 잘 몰라서" 라는 투의 주장이나 가정은 한 20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단순한 편견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새삼스럽게 우리 사이트 (Koreanfilm.org. 생긴지 2019년에 20주년이 된다 Good Lord… B_B) 의 예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이제는 한국 영화를 꾸준히 보기 시작한지 몇 십년이 된 "비 한국인" ("국적" 이 한국이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얘기다. 나는 사실 듀나나 티파니가 "한국인"인지도 잘 모르겠고, 최소한 나한테는 F (X) 의 앰버는 완연한 "한국인" 이다) 영화 관계자-평론가-기자들이 세상에 꽤 있다. 그리고 "한국어 네이티브 스피커" 프리미엄 너무 따지지 마시기 바란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 프리미엄이 무슨 학원 영어 강사 고용할 경우 말고,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참 하찮은 경우가 많은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박찬욱 감독이 존나 위대한 감독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데, 한국어를 잘 하는 것이 도움은 되겠지만 절대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스웨덴어 모르는 사람들은 잉마르 베르이만이 위대한 감독인 줄 어떻게 아는데? 


다르게 말하자면, 여러분들께서는 한국어 자막이 달린 영화만 보시든 말든, 한국에서 스마트폰으로 보시든, 극장에서 보시든, 싫든 좋든 글로벌한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일원이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계시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분들께서는 내가 여기에 리스트업한 디스크들을, 다소의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면, 또 동시에 약간의 불편이나 계획을 동반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이것들은 결코 "그림의 떡" 이나 "남의 제사장에 올라간 과일" 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한국에서도 플레인 아카이브나 영상자료원 같은, 아름답게 꾸며지고 다듬어진 블루 레이 애장판들을 출시하는 회사들이 존재하고, [깊은 밤 갑자기] 처럼 한국과 북미에서 동시에 큰 인기를 끌면서 발매되는 한국어 "고전" 영화들도 앞으로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내 리스트를 보셨기 때문에 실제로 이 타이틀들을 구매하시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실린 영화들 자체, 아니면 그조차도 필요없고 "이런 영화들" 이 이런 최고급의 퀄리티를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에 나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라도 관심을 가지시게 될 분들이 계시다면, 나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의 "영화광" 들의 숫자를 늘리는 데에, 그리고 "영화라는 문화" 의 위대함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리는 데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2018년 간 북미의 고전 영화 팬덤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태는 크라이테리언 레벨의 고유 스트리밍 서비스였던 FilmStruck 을 그 돈줄이었던 타임 워너에서 급작스럽게 폐쇄해버린 일이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를 위시해서 트위터상의 메이저 영화 관계 크리에이티브들까지도 포함한 수많은 영화 팬들과 관계 산업 종사자들을 격앙, 분노케 했던 이 사건은 새삼스럽게 물리 매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시키는 계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것이다.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자주 제작하는 작품들의 경우도, 나는 관심 있는 타이틀들은 블루 레이로 나오는 즉시 반드시 구입할 것을 기본적 지침으로 삼고 있다. [Handmaid's Tale] 등을 이미 출시한 Hulu 나 [웨스트 월드]를 비롯한 모든 히트 시리즈를 블루 레이로 내놓는 HBO 에 비교하면, 넷플릭스는 물리 매체에 푸는 것을 망서리고 있거나 꼼수를 써서 틀어막고 있다는 느낌이긴 하나, 이미 "넷플릭스, 니네들이 정말 자주 제작을 진지하게 할거면 TV 시리즈 말고 영화들을 물리 매체 시장에 풀어라" 라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데서 보듯이, 물리 매체 콜렉터들의 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자본주의 시장에서 영화라는 콘텐츠에 가장 많은 돈을 때려다 붓는 것이 우리들 콜렉터들 아닌가 말이다. 무슨 직장에서 일하는 척 하면서 핸드폰 까놓고 설설 놀면서 불법 따운받은 영화보고 자빠졌는 인간들이 니네들 돈 버는데 1 센트의 공헌이라도 했는가? 


물론, 스트리밍 때문에 물리 매체 시장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근거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그 중 대표적인 "안 좋은" 뉴스가 아마도 이 업계에서 AV 퀄리티 리뷰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DVDBeaver 가 회원제 비슷한 형태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일 듯 하다. 비버측의 변은 그 동안 자신들이 리뷰하는 타이틀에 한하여,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소매상들에 링크를 제공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일정양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오고 있었는데, 아마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시스템이 유지가 되지 않는 것이라는 모양이다. 이러한 대규모 리테일러들은 (특히 아마존처럼 고유의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보유한 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디븨디 시장이 계속 성장할 때에는 말하자면 이런 리뷰 사이트들을 자신들의 광고대행업체 비슷하게 이용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비버의 고충이라는 상황은 이제 그러한 물리 매체 시장의 확장기는 확실히 끝나가고 있다는 증빙으로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러한 경향성이 광학디스크의 종언-- VHS 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던 것처럼-- 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미 이러한 "광학디스크는 죽었다" 라는 "단정" 이 많은 이들에 의하여 내려진 지 거진 십 몇 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수많은 영화들이 디븨디로 출시되고 있으며, 넷플릭스에서도 여전히 디븨디와 블루 레이 렌탈 서비스를 때려치우지 못하고 있다 (나 자신이 여전히 블루 레이를 한 달에 많으면 여섯 편까지 넷플릭스에서 빌려다 보는 "공룡" 고객 중 하나다). 2019년쯤 되었으면 (금년이 [블레이드 런너] 속의 LA 에 공장이 있는 타이렐 기업에서 레플리컨트 넥서스 6를 생산하는 해입니다 여러분… ^ ^), 이제는 물리매체는 죽는다 죽는다 하고 고장난 레코드 (하.. 이게 벌써 언제적 표현이냐? 하기사 요즘도 LP 레코드 듣는 사람들 있고, 아마 10년전보다는 오히려 증가 추세 아닐는지) 처럼 읊는 것은 대충 그만 하시는 게 어떨까? 스트리밍이 아무리 잘 나가도, 내가 언제 한번 얘기했듯이 화성 탐험선에 탄 우주 비행사들이 스트리밍으로 영화나 TV 시리즈를 볼 건가? 4K 울트라 HD 블루 레이가 아니더라도, 어떤 포맷이 되었든, 물리 매체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지 않겠음? 


아무튼 블루 레이의 미래 얘기는 고만하고. 2019년에는 아마도 4K 울트라 HD 기기를 구입하고 그것에 걸맞는 신형 HD TV 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또 한번 광학디스크 수집의 행태가 바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해와 똑같이, 2019년에도 듣도 보도 못한, 도무지 예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런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타이틀들이 무더기로 출시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기 일보 직전의 오렌지색 구더기 새끼 도날통이 계엄령을 발동해서 미국을 백인우월주의 독재국가로 만들어 버리지 않는 이상 (아마 그런 일이 벌어지면, 마이클 무어가 자기 회사에서 저항운동가 필견 언더그라운드 도큐 블루 레이를 자주 제작해서 암시장에 내다 팔겠지). 


늘상 하는 말이지만, "최고" 라는 표현은 영어에서 말하는 My Favorite 의 번역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영화사적, 미적, 예술적 가치, 유명세, 심지어는 나의 개인적인 영화적 가치의 평가의 높고 낮음과도 관계없이, 나에게 "놀람" 과 "발견 (또는 재발견)" 의 경험, 다시 말하면 충격과 경외감을 안겨준 타이틀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되었다. 이 리스트를 처음 읽으시는 분들께는 이 목록은 "죽기 전에 봐야 하는 영화 100편" 같은 류의 극단적으로 멍청하고, 처참하게 쓸모 없고, 결정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아주 벼룩이 성기 정도로 아는 치졸한 "리스트" 와는 대척점에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 여기에 선정된 영화의 일부는 "영화사에 남는 명작" 은커녕 일반 평론가나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 취급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음 그리고 나는 "씨네필" 아닙니다. [안드레이 루블료프] 가 블루 레이로 출시되었다고, 따질 것 없이 그냥 그 해의 베스트 목록에 찡겨 넣는 그런 분들의 행태가 딱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내가 그런 분들이 아니라는 것뿐 입니다. 


항상 지겹게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이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 (단순히 상당한 시간이 소비된다는 것을 떠나서) 를 받는데, 매년마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약해지면서 정말 이 짓도 그만 해야갔다, 라고 다짐하면서도 결국에 가서는 매년 올리고야 만다. 그만큼 블루 레이로 보고 또 소장하는 영화들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이겠지. 이렇게 늙었으니 이제는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내가 지난 1년 동안에 읽은 최고의 학술논문이라던가 돈 주고 구입한 최고의 책,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같은 것을 선출하려 했다면 이 리스트 만드는 시간의 10분의 1 정도가 소비된 시점에서 그냥 나가 떨어졌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최종 25 편 리스트로 진입한다. 영어 버전도 있고, 언제나처럼 Q Branch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역시 언제나처럼 영어와 한국어 타이틀 선정이 조금 다를 것이다. 영화의 타이틀은 될 수 있는 한 네이버에서 확인한 한국 공개 제목을 가져다 썼고, 특정한 경우 (한국어 제목이 아주 엿 같은 경우 포함) 에는 원제의 직역을 쓰고 괄호안에 네이버 제목을 삼입했다. 


25. 프로듀서: 50주년 기념판 The Producers: 50th Anniversary Edition (1967, Studio Canal,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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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는 91세의 나이에 여전히 정정하게 살아 계실 뿐 아니라 라스 베가스에서 직접 관객들을 마주보며 공연까지 하시는 멜 브룩스의 감독 데뷔작이며, 일부러 폭망하고 투자비를 챙기는 것을 목적으로, 돈 밖에 모르는 연극 제작자가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의 "연애" 에 관한 뮤지컬 코메디를 브로드웨이에 제작해서 올린다는, 1967년 당시의 사정으로 보면 (지금도 하나도 다른 것은 없지만) 작정하고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뭇매를 맞기를 자초한 듯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의 "코메디" 의 한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한 편으로서, 최소한 북미와 유럽에서는 더 이상 이러구러 변명이 필요 없는 걸작이다. 북미의 샤우트 팩토리에서 이미 2013년에 블루 레이로 출시했지만, 2018년에 50주년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스튀디오까날에서 새로 4K 트랜스퍼를 시도하여 내놓은 이 판본이 나에게 있어서는 뚜렷한 퀄리티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술 한잔씩 홀짝 마시고 30초에 한번 씩 키를 두드리는 "비서" 역의 메레디스 리가 입은 카카오톡 배경색 (…;;;) 의 노란 드레스의 색감을 한 번 비교해 보시면, 그 차이가 일목요연하다. 그냥 나왔는지 뭔지도 모르고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아니 크라이테리언에서 [위대한 앰버슨가]니 [캣 피플] 을 블루레이로 낸 것은 난리들을 쳐 쌓으면서 좀 불공평하지 않으신가들? 


특전영상은 제로 모스텔이 출연한 TV 프로그램, 삭제 장면, 구 메이킹 도큐멘터리 등에 더해서, 2018년도 TCM 고전영화제에 [프로듀서] 상영을 앞두고 등장하신 브룩스 감독의 인터뷰 (자리에 앉으시지도 않고 선 채로 시종 조크를 수류탄 투척하듯이 때리시는 모습이, 정말 본인의 가장 유명한 스탠드업 캐릭터 중 하나인 "2,000년 묵은 노인네" 의 실제화 같은 느낌이다) 가 압도적이다. 


24.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 Sweet Sweetback's Baadasssss Song (1971, Vinegar Syndrome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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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은 미국 영화사에서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원조이자, 작금의 [블랙 팬서] 나 [겟 아웃]까지 그 계보가 와 닿는 사회비판적 흑인영화의 장로격인 전설적인 한편으로서, 항상 이름만 들어봤지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작품이다 (VHS 같은 것으로는 당연히 존재하지도 않았고, TV 에서 틀어줄 만한 내용의 활동사진도 당연 아니었다). 그것을 한때는 소프트코어 에로 영화 등의 출시를 전문으로 했지만, 이제는 북미 영화 광학디스크 레벨의 다크 호스로 성장한 비네가 신드롬에서 35밀리미터 네거티브를 4K 트랜스퍼한 판본으로 내놓을 줄이야! 


이제 그 전모를 확인한 [스위트 스위트백이라는 쓰쓰쓰쓰쌈마아이 새끼의 노래] (구태여 번역하자면… 비속어 사용 양해를 구함. 원제의 Badass라는 단어의 앞의 a 는 두 개고 s는 다섯 개다) 는 섹스 코메디, 성기만 보여주지 않고 모든 짓들은 다 하는 포르노, 필름 느와르, 도큐멘타리적 영화언어를 자유롭게 취사선택하여, 철저하게 뒤틀어지고 배배꼬인 힙합을 연상시키는 서사의 리듬으로 풀어내는 강렬한 "독립영화" 가 그 정체다. 백인 지배의 미국 사회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분노의 표출이라는 점 뿐 아니라, 영화의 만듦새와 캐릭터와 플롯에의 접근 방식 자체가 하나의 폭력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관객들을 도발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도발" 에는 자신의 남성 성기를 하나의 "무기" 인 것처럼 다루는 감독 멜빈 반 피블스가 연기하는 스위트백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년 시절을 연기하는 어린 나이의 자신의 아들-- 장성한 후에 스스로도 잘 알려진 배우와 감독이 된 마리오 반 피블스--을 굳이 나체로 성행위 장면에 등장시키는 등의, 지금 같아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을 접근 방식들도 포함된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볼 수 있는 한편은 아니지만, 이것 또한 미국영화의 저류를 통해 지금까지 도도히 흘러내려오고 있는, 결코 묻어버리거나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적 전통" 의 본체 중 하나에 다름 아니다. 


23. 죽음이 알을 낳다 La morte ha fatto l'uovo (1968, Nucleus Films-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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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 괴작중의 괴작! 양계장 주인인 장 루이 트랑티냥이 실질적인 돈줄인 아내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비판에 시달리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연속 살인범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이 말도 안 되는 "SF 적 요소가 가미된 지알로 스릴러" 도 소문만 지속적으로 듣고 살면서 실물을 감상 할 수 없었다가, 마침내 2017년에 일반 디븨디보다 낫다고 볼 수 없는 저급한 화질의 트랜스퍼로 컬트 에픽사에서 영어판을 출시했었다. 나는 그냥 감지덕지하면서 구입했는데, 웬일이냐, 새로이 디븨디-블루 레이 시장에 뛰어든 뉴클리우스 필름스에서 크라우드펀딩 판을 벌여서 자금을 조달하기까지 한 끝에, 기어코 14분이나 더 긴 이탈리아 국내 상영 무삭제판의 35밀리 필름 네거티브를 새로이 4K 트랜스퍼를 해서 내놓았다. 결국 중복 구매를 해서 다시 본 결과, 맙소사, 되다가 만 풍자적 지알로 (한국어로는 [돌연변이 병아리의 공포: 양계장 살인사건] 이라는 제목을 붙여주고 싶은) 같은 영어 삭제판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 한결 더 신경증적이고 좌파적으로 날이 선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괴팍한 "예술 작품"-- 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여전히 허리에 힘이 빠져 주저 앉게 만드는 괴작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 것은 오로지 뉴클리우스의 뼈빠지는 노력의 결과물이며, 감독 줄리오 퀘스티와의 인터뷰를 비롯하여 앨런 존스, 킴 뉴먼 등 호러 전문가들의 음성 코멘터리 등 인디케이터나 애로우의 회심의 출시작들에 비해 하나도 뒤지지 않는 사양도 감탄스럽다. 


22. 그들은 도시에 왔다 They Came to a City (1944, British Film Institute-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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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은 보시지 않은 분들께는 그 매력을 설명하기 힘든 한 편 중의 하나다. 21세기의 현재에 있어서는, 한국이 되었건, 영국이 되었건, 세계 어디가 되었건, 아무리 (사회주의적인) 이상주의적 멘탈을 가진 예술가라 하더라도 이토록 진솔하고 때묻지 않은 "우리 모두 노력하면 훌륭한 세상을 같이 만들 수 있어요!" 라는 메시지를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호소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을 거치면서 비록 국가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고양되기는 했지만 크나큰 사회적, 경제적인 대가를 치루어야 했던 영국을 배경으로, 전쟁 중 프로파간디스트로서도 실력을 발휘했던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인 존 보인튼 프리스틀리는 전쟁으로 쑥밭이 된 자신의 나라를 보고 망연자실하는 젊은 세대를 향해, 전쟁 전 까지도 영국인들을 얽어 매어왔던 전통, 특권이나 장유유서적 위계질서를 벗어나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잘 살게 되는, 그런 제대로 된 세상을 한번 너희들의 힘으로 만들어 보라고 간곡하게 설득하는 내용의 희곡을 썼다. 그리고 그것을 고대로 영화로 만든 한 편이 이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좌파 지식인들은 빈 소주병처럼 흘러 넘치고, 특권 계층과 재벌과 "자본" 을 향해 이를 갈고 욕을 퍼붓는 "사회 의식 투철한" 예술인들도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처럼 많건만, 이러한 일면 나이브하게 보이지만, 결코 현실에서 고개를 돌리는 일이 없는, 그리고 캐릭터들이 스스로의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히스테리적 발작이나 쌍욕이 아닌, 제대로 된 대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전편이 진행되는 그런 영화는 왜 없는 것일까? 진정으로 한 사회나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등장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가 충돌하면서 그 사상적인 마찰 때문에 드라마가 발생하는, "뜨거운 가슴이 아니고 차가운 머리로 만든" 그런 종류의 한국 영화가 보고 싶다. 홍상수 영화가 그렇다구여? 예… 그냥 넘어 갑시다 우리. ^ ^ [그들은 도시에 왔다] 는 웬만한 평론가들의 걸작 리스트에는 들어가지 못할 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러한 영화가 장 뤽 고다르나 라스 폰 트리에의 최근의 무슨 무슨 작품들보다도 몇 배나 더 내가 그리워하고, 항상 가까이 하고 싶은 "세상의 모든 사상과 감정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마법의 매체인 영화" 의 본질에 가까운 한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21. 살인 견습생 (어프렌티스 투 머더) Apprentice to Murder (1988, Arrow Video-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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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은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 채로 넘어갈 뻔 하였다. 컬트 작품의 판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Mondo Digital 의 나타니엘 톰슨 평론가의 리뷰가 아니었다면 블루 레이를 애로우에서 내놓은 것도 모르고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무려 로저 코어먼이 창시한 뉴 월드에서 배급을 맡은 이 작품은 아마도 마케팅부서에서 굉장히 싫어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그런 종류의, 장르적 정체성이 불분명한 그런 독특한 저예산 예술작품이다. 놀랍게도 [곡성] 과 닮은 구석이 있는 (두 종류의 정체가 불확실한 영적인 세력이 충돌하고, 관객들은 이 중 어디까지가 주인공의 주관적인 환상인지 객관적인 초자연적 현상인지 끝까지 구별이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호러 영화의 외연을 띄고 있지만, 그 속내는 사뭇 다르다. 롭 로우의 동생 채드 로우, 톰 크루즈 주연의 [레전드] 등의 유명 작가 작품들에서는 그냥 장식품 비슷하게 소비되었던 미아 사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헐리웃 최고의 성격 배우 중 한 분인 도널드 서덜란드가 훌륭하고 정교한 연기를 보여주는 이 한편은 결국 20세기 초반 펜실배니아 시골에서 정신적인 스승을 찾아 헤메는 한 소년의 가슴 아픈 성장기로 자리매김한다. 


애로우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거의 잊혀진 80년대 작품들을 비까번쩍한 특별판 블루 레이로 내놓을 것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타이틀이다. 케이트 엘린저, 브라이언 리스먼 등의 장르 전문가 및 평론가들의 코멘터리와 비데오 에세이를 비롯해서 서플도 대단히 충실하다. 


20. 갑작스러운 분노 Sudden Fury (1975, Vinegar Syndrome-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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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는 비네가 신드롬의 검은 금요일 세일 기간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블루 레이를 단체로 구입했는데, [스위트 스위트백] 처럼 실제 영화야 어떻든 학계와 평론계에서 명성을 떨쳐온 타이틀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VHS 시절에도 남들 보기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대여해야 했을 정도의 후줄근한 망작-괴작들이었다. ^ ^ 이 한편은 그 예외 중 예외이다. 제목은 어디선가 들어본 일은 있었는데 가물가물하던 타이틀인데 (컬트 배우 데이빗 워벡 주연의 같은 제목의 1990년대 영화도 있었고), 문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한국으로 치면 영상진흥원에 해당되는 캐나다의 National Film Board 에서 공공사업용 단편을 만들고 있던 브라이언 다뮤드라는 분이 어느 날 홀연히 말도 안 되는 저예산을 들여 16밀리 필름으로 찍은 유일한 장편인데, 나처럼 웬만한 필름 느와르나 범죄 스릴러의 공식에 적응되고 감독-각본가의 의도를 넘겨 짚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관객에게 깨끗하게 엿을 먹이고, 충격과 경악의 경험을 선사하였다. 


폭력묘사는 완전히 70년대 텔레비전 영화의 수준이고,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고는 도시 말할 수 없는 한편이지만, "니가 아무리 영화를 많이 봤다 하더라도, 세계 어딘가 어느 시대에도, 대한민국 골프장의 골프 카트 하나 살 정도의 돈도 들이지 않고, 니가 절대로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버리는 우수한 장르영화를 만든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 라는 영화감상 법칙의 정합성을 제대로 보여준 2018년의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비네가 신드롬에서는 다뮤드 감독을 일부러 모셔서 코멘타리를 녹음하는 등 아낌없는 서비스 정신을 보여주고 있음은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19. 더 보더 The Border (Powerhouse Indicator-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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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VHS 시절부터 도무지 왜 이 작품이 평론가들이나 관객들의 홀대를 받는 지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 낮은 평가의 이유로서 "원래 각본에 있던" 비관적이고 어두운 엔딩과 다른 "서부극적인" 해피엔딩을 언급하곤 하는데, 내 글을 어느 정도 읽으신 분들이라면 나는 이런 "리얼리티 넘치는 어두운 언해피엔딩" 이 무슨 작가적 결기나 사상적 투철함의 발로라는 생각을 아주 경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대충이나마 아실 것이다. 그래, 백 보 양보해서 [더 보더] 의 엔딩이 "헐리우드적인 타협" 이라고 하자. 그것 때문에 이 작품의 다른 가치가 폄하되는가? 무엇보다도 잭 니콜슨의 스타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일반 관객들이 니콜슨 연기자에 대해 지닌, 귀 밑까지 찢어지는 흡혈귀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여성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그런 "배드 보이"의 이미지와는 하등의 아무 관계도 없는 극도로 절제되고 정치한 연기만 보더라도, 충분히 아무나 건드릴 수 없는 수작의 오오라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리스트에서는 우드폴 컬렉션의 제 작품에서도 대 활약을 보이는 60년대 영국 영화의 거장 토니 리처드슨의 연출은 또 어떻고? 리들리 스콧이나 마이클 만이나 누가 뜨거운 감자 이슈인 멕시코-미국 국경 불법 이민 문제를 가지고 작금 당장 영화를 만들면 [더 보더] 정도 수준의 한편이 나올 수 있다고? 흐흥 (비웃음). 


지난 몇 년간 동안의 상황이 잘 보여주듯이, 현재 이러한 부당하게 폄하 당하거나, 돈을 못 벌었다는 이유로 카탈로그 타이틀의 저편으로 밀려나게 된 60-80년대의 북미 영화의 문제작, 걸작, 수작들을 크라이테리언에 못지 않는 (솔직히 크라이테리언이 [하드코어], [Fat City] 나 [더 보더] 같은 작품들을 블루 레이로 내놓지 않는 것이 저작권의 문제때문만일까?) 노고를 들여서 복원하는 믿을 수 있는 레벨의 월계관은 이미 파워하우스 인디케이터의 머리에 씌워져 있고, 인디케이터는 이 타이틀에 한정해서 말하자고 해도, 결코 높을 대로 높아진 소비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리고 특전 영상도 영상이지만, 블루 레이 박스에 삼입된 소책자의 글들-- 인디케이터가 항상 공들여 수집하는 개봉 당시의 각종 매체의 비평글들의 모음도 포함해서-- 의 수준이 너무나 뛰어난 것도 이 레벨의 독자적인 강점이다. 


18. 문라이징 Moonrise (1948, Criterion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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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의 "잊혀진 거장" 인 프랭크 보르재기가 거의 말년에 감독한 [Moonrise (네이버 제목은 왜 또 "문라이징" 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또한 영국/유럽에 있어서의 [그들은 도시에 왔다] 처럼, 북미의 작가주의 베스트 컬렉션 이런 리스트에서는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는 한 편이다. 너무 "멜로드라마적" 이라는 것이 주된 비판의 시점일 것이라는 것은 구태여 찾아보지 않아도 용이하게 상상이 가능하다. 아, 그래, 멜로드라마 맞다. 누가 뭐래나? 누구는 서부극을 만들고, 누구는 살인귀가 칼 들고 여자들을 살해하는 호러를 찍고, 누구는 멜로드라마를 고집한다. 단지 누군가는 [역마차] 의 존 포드거나, 누군가는 [싸이코] 의 히치코크거나, 또한 누군가는 [Moonrise] 의 보르재기거나, 그런 감히 넘볼 수 없는 차이가 있을 뿐인 것이지. 


역시 [그들은 도시에 왔다] 와 비슷하게, [Moonrise] 도 결말에 가서는, 주인공 대니를 평생 동안 옥죄어 온 필름 느와르적인 운명론을 타파해버리고, "자신의 트라우마와 집착을 이해한 다음 버리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받아들이면, 어떠한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새 출발이 가능하다" 라는 결론을 아무런 냉소가 없이 깨끗하고 맑은 얼굴로 관객들에게 던진다. 만일 영화에 대해 뭔가 좀 안다고 주장하는 당신이, 이런 "비현실적인" 결말 때문에 [Moonrise] 와 같은 작품의 위대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런 당신은 나에게는 연민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할 것 같다. 


17. 링고를 위한 권총 한 자루/링고의 귀환 A Pistol for Ringo/The Return of Ringo (1964-1965, Arrow Video-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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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존재하는 장르 중에서 디븨디와 블루 레이 시장의 개척을 통해 VHS 시절 내가 지니고 있던 짧은 생각들을 완전히 폐기하고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된 영화의 장르를 두 가지 고른다면, 그것은 아직껏 양적으로나 컬트적인 선호도로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호러, 그리고 이제는 헐리웃의 주류 행세를 하고 있는 SF가 아닌, 서부극과 필름 느와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서부극 안의 서브장르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마카로니/스파게티 웨스턴도 포함된다. 사실 2018년에는 사르타나 (Sartana) 시리즈와 [위대한 침묵 The Great Silence ('죽음이 조용히 찾아온다' 라는 일본어 제목이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등 마카로니 웨스턴의 유명작들이 경합적으로 출시되었지만, 그 모든 작품들을 압도하고 나를 경악하게끔 한 이탈랴제 서부극의 블루 레이 타이틀은 한때 한국에서도 굉장한 인기가 있었던 줄리아노 젬마 주연의 [링고를 위한 권총 한 자루] 와 그 속편 [링고의 귀환] 이었다. 


특히 [링고의 귀환] 은 한마디로 두 눈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수작이다. 그 스토리라인이 무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 중 오딧세우스의 고향에의 귀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 소책자에 그렇게 써있어서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도중에 절절히 감각적으로 전해져 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도 울고 갈 만한 젬마가 연기하는 링고와 그의 아내 역 니에브스 나바로 사이의 간결하고도 감동적인 대사의 주고 받음 등, 고급 문학작품이 따로 없고, 클라이맥스에 "신나는" 총 싸움의 활극으로 변하는 것이 오히려 아쉬울 지경이다. 


16. 시라즈 Shiraz (1928, British Film Institute/Studio Canal-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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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영화도 포함되지만) 영화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British Film Institute 가 디븨디 시대 이후 기울인 노력은 다른 모든 나라의 국립-공립 영화진흥단체들의 귀감이 되어 마땅하다. 이 한편도 영국 식민주의하의 문화산업의 일환으로서 영화라는 매체가 부역한 역사를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판적인 인식을 지니고 접근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황홀스러운 무성영화의 위대성이 단 1퍼센트라도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영국의 것이고, 관객도 일차적으로 영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을 지 모르지만, 그 제작의 주체는 영국 제국주의에 대해 생애 내내 비판적인 인식을 지녔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만년에는 나치당에 몸을 담았던… 이 역사적인 복잡함과 그 윤리적 문제성에 대해서는 언제나처럼 충실한 BFI 의 소책자에 수록된 인도 영화 평론가 가우탐 친타마니가 작성한 소개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독일인 프란츠 오스텐과 무엇보다도 제작과 주연을 겸한 인도인 변호사 히만수 라이였다. 그들의 피와 땀이 묻어난 이 한편에서, 인도의 풍광과 역사적 유적들의 광휘를 제대로 담아내고, 그 광활한 땅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랑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싶은 영화적 욕망을 읽어내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영국 놈들이 뭐라고 간섭을 했건 말건, 나중에 거만하게 영화적으로 이렇다느니 어쨌다느니 품평을 했건 말건, 결국 [시라즈] 에서 우리가 얻어내는 것은 인도의 아름다움이요, 그 위대함이요, 그곳은 인도인들의 눈물과 피가 배어있는 땅이라는 실감이다. 


한마디 더 추가하자면, 이 한편의 음악은 세계적인 시타르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라비 샹카르의 딸 아누쉬카 샹카르가 담당했다. 인도의 전통음악-현대 서양 음악의 하이브리드성 스코어이고, 내가 2018년에 들은 모든 영화에 붙은 음악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 중 하나였다. 고고하게 울려퍼지는 광야의 메아리 같기도 하고, 유구하게 흐르는 강물에 쪼이는 햇살 같기도 한 시타르의 선율에 기반을 두면서도, 어찌나 드라마틱하고 영화적인지! 


15.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Criterion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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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이틀에 대해서는 구구하게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두 종류의 디븨디와 영국에서 판매된 블루 레이를 소유하고 있어서, 그냥 구매하지 않고 넘어갈까 생각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새로이 돈을 지불하고 산 것이 옳은 결정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중복구매를 귀찮아해서는 안된 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고전 영화의 복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낡고 오래된 영화를 정말 최고의 화질과 음질로 감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그 영화의 본질과 공력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좌우 하는 것인지, 그 사실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고, 최소한 나에게는 과거에 내가 자라면서 읽어온 "영화 가이드" 의 이런 영화들이 "별 것 아니다" 라는 평가들을 이제는 완전히 신용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다. 


크라이테리언에서 4K 로 새로이 복원한 트랜스퍼는 너무나 그 선명성과 임양감에 있어서 뛰어난 나머지 전신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고, 진짜로 농담이 아니라, 작년에 누가 구식 카메라로 이 영화를 60년대 미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시대극"으로 상정하고 찍었다면 믿지 않을 수 없을 지경에 도달하고 있다. 특히 사운드 엔지니어 게리 스트레이너를 새삼스럽게 섭외해서 복귀한 사운드의 우수함은 정말 현기증을 불러 일으킬 지경이다. 


14. 제 3의 눈 (오리지널) 1, 2 시즌 The Outer Limits Season 1 & 2 (Kino Lorber-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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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환상특급/제 6지대] 의 블루 레이 출시 이후로, 반드시 블루 레이화 되리라는 것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고, 도대체 언제 나올 것이냐 그 문제로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타이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노 로버에서 마침내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학자-평론가들의 코멘터리 트랙이 첨부하고 각종 특전 영상이 수록된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되었다는 것은 역시 감개가 무량한 바가 있다. [제 3의 눈], [제 5전선] 이니 [제 6지대] 니 하는 제목들을 당시의 한국 TV 운영자들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멋지다고 생각해서 붙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제 3의 눈] 의 경우는 60년대 원본이 아니라 90년대의 칼러 리메이크판에 붙였던 제목이긴 한가보다), [The Outer Limits] 가 그 후대에 나온 SF 영상물들 (사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문학작품들에게도) 에 미친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할란 엘리슨이 [Soldier] 와 [The Demon with a Glass Hand] 의 설정과 플롯의 요소를 제임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 가 허락 없이 도용했다고 영화 회사와 카메론에게 소송을 걸어서 (아마도 어마어마한 액수의) 합의금을 받아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지만, 이 시리즈에는 그 밖에도 주옥 같은 SF의 걸작-이색작 에피소드들로 충만해 있다. 고전판 [환상 특급]과 더불어 "아마 이런 아이디어는 세상에서 내가 처음 낸 것" 이라고 자신이 넘치는 SF 판타지 지망생-작가들이 반드시 한번은 거쳐가야 할 시리즈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13. 석류의 색깔 The Colour of Pomegranates (1969, Second Sight-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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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색깔] 또한 블루 레이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제나 저제나 누군가가 새로운 복원판을 출시 할 것을 능히 예상할 수 있는 타이틀이었고, 결국 북미에서는 크라이테리언이 내놓았지만 나는 영국 레벨 세컨드 사이트가 두 장의 블루 레이 디스크를 본편 및 부가영상으로 빽빽하게 채워놓은 특별판을 손에 넣었다. 둘 다 아르메니아어 대사가 녹음된 78분짜리 감독판을 국제영화기금의 월드 시네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네시타 데 볼로냐에서 4K 트랜스퍼한 동일한 판본이 실려 있지만, 세컨드 사이트 판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감독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소련측 옹호자였던 세르게이 유트케비치가 재편집한 73분짜리 러시아어 판본 (대사도 대사지만, 색감이 다르다!) 이 수록되어 있고,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토니 레인즈의 크라이테리언 코멘터리와는 달리 파라자노프에 대해 영어 연구서를 집필하고 본 복원판의 고문으로 위촉되었던 제임스 스테픈의 코멘터리를 제공하는 등, 여러 모로 역사학자인 나의 흥미를 돋구는 특전들이 마구잡이로 찡겨 넣어져 있다. 


영화 자체는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실제 중세기 시대의 동유럽에 누군가가 타임 머신을 타고 가서 카메라를 비롯한 영화 제작 기술을 전수하고, 그 시대의 최고 실력의 회화 작가와 드라마 작가들이 협업하여 "영화" 라는 이 괴이한 것을 한번 만들어 보자, 라고 해서 제작한 무엇이 있다면 [석류의 색깔] 같은 한 편이 되지 않을까,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상을 절로 하게끔 만든다면, 여전히 모호하고 답답하게 들리겠지만, 어쩌랴, 그게 내 솔직한 감상인데. 


12. 토오호오 "피를 빠는" 흡혈귀 3부작 컬렉션 The Bloodthirsty Trilogy (1970-1974, Arrow Video-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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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레이 시장이 협소하고 어쩌고 하는 언설들이 다 내 귀에는 북조선의 국영방송 뉴스같이 들리는 것이, 토오호오에서 제작한 "양물 흡혈귀" 삼부작, [유령 저택의 공포: 피를 빠는 인형] (1970), [저주받은 양관: 피를 빠는 눈] (1971) 그리고 [피를 빠는 장미] (1974)이 이렇게 멋진 사양으로 북미에서 출시되는 세상인데, 뭔 소리들을 하고 계신거여? 나는 이 중 두 편을 이미 디븨디로 소유하고 있었지만 영국에서 옛날옛적에 구입했던 아나모르픽으로 풀리지도 않는 PAL버전은 작금 수준의 HD TV 에서 돌리면 그냥 자글자글한 입자들만 보이는 최악의 상태인지라 한참 전에 처분했고, 토오호오에서 직접 내놓은 리젼 2 디븨디도, 폐기해야 할 만큼 저급인 것은 아니지만, 도무지 애로우의 블루 레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영화 자신들도, 제목과 영어 자막에 어거지로 "드라큘라"를 우겨 넣은 수입회사들의 답답한 센스와는 달리 (플롯상 드라큘라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중국이나 다른 지방의 호러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동서양 절충형 흡혈귀의 공포를 선사하며, 본방의 해머의 후기 작품들 등과 비교해도 충분히 재평가를 받을 만한 숨은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11. 불침번 Vigil (1984, Arrow Video-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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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에일리언 3] 의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었고 결국 리처드 매시슨 원작의 [천국보다 아름다운 What Dreams May Come] (1998)을 헐리웃에서 만든 후 뉴질랜드에 귀국해서 국외 활동을 단념한 화가 출신의 빈센트 워드 감독의 데뷔작. 약간 억지스럽게 "동화적" 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가 만든 작품 중에서는 컬트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네비게이터: 중세기의 모험] (1988) 도 애로우에서 거의 동시기에 블루 레이로 출시했으나, 나는 [불침번] 쪽이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끌리는 한 편이었다. 


이 한편도 그 화면에 담아낸 뉴질랜드의 자연 풍광, 특히 나무들이 거대 생물의 촉수인 것처럼 뿌리를 여기저기에 내리고 바위들과 늪을 잠식하면서, 인간들의 개간을 위한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듯이 튕겨내는 경외스러운 모습들을 제대로 캡처 해내지 못하는 저해상도 매체로 봐서는 도무지 그 전면적인 미적 공력을 느껴 볼 수 없는 그런 작품이다.  애로우의 특별판 블루 레이가 아마도 이 한편의 첫 극장 공개 이래로, 처음으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 천국으로 가는 계단 A Matter of Life and Death (1946, Criterion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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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테리언에서는 이미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 [검은 수선화] 그리고 [붉은 신] 등의 그야말로 주옥 같은 프레스버거-파웰 공동 감독작들을 어마무시한 퀄리티로 출시해놓은 역사가 있다. 테크니칼러의 환상적인 비주얼의 향연으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는 이 기라성 같은 작품들에 비하면, 2차대전 직후에 자신의 국가의 재건을 위해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영국 입장에서 일종의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제작을 의뢰 받은 "로맨틱 코메디" 인 [천국으로 가는 계단] 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한 편으로 간주되어야 마땅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웬걸, 내가 보기에는 [계단]도 위에 나열한 영화사에 길이 남는 대 걸작들에 못지 않는 영화 고유의 마법을 관객들에게 거침없이 부려서, 우리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정신이 유체 이탈을 한 것 같은 황홀경에서 헤매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준다. [블림프 대령] 보다 덜 보편적이고 더 영국 국수주의적이라고 아무리 까봐야, 셜록 홈즈를 여혐이고 보수적 부르주아 남성이라고 아무리 까봤댔자 당신이 만들어낸 탐정이 홈즈보다 절대로 훌륭해 질 수 없듯이, [계단] 의 마법의 용량을 1 밀리그램도 덜어낼 수 없다. 


크라이테리언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HD 복원판을 보고 있으면서 요번에 처음으로 강렬하게 느낀 것은 이 한편이 전혀 가볍지 않다는 것이며, 오히려 [블림프 대령] 과 마찬가지로, 삶과 그 삶에 배태된 (테크니칼러 즉 "총천연색"의!) 아름다움을 우리들 중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프레스버거-파웰 두 예술가의 전쟁에 대한 증오와 그 전쟁 때문에 죽어간 젊음들에 대한 애도, 그리고 특히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책감과 고통에 대한 이해심, 이 모든 감정들이 영화 속으로부터-- 엔딩 시퀜스에서 체스에 관한 책이 천국으로부터 주인공의 가방 속으로 펄럭이며 날아오듯이-- 가슴에 칼로 찌르듯이 아프게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9. 개척자들: 최초의 여성 영화인들 Pioneers: First Women Filmmakers: Expanded Blu Ray Edition (1911-1929, Kino Lorber-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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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로버의 이 시리즈는 과거 출시된 적이 있었던 디븨디 타이틀의 확장판인데, 이 블루 레이 박스세트의 특징은 많은 영화들이 새로이 2K 및 4K HD트랜스퍼를 했다는 점, 엄청나게 광범위한 아카이브의 필름들을 일부, 거의 파편만 남은 작품들까지도 수집하였고 도큐멘타리부터 처절한 멜로드라마, "액션 스릴러," 코메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위의 장르와 형식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 뮤직 스코어의 제공을 위해 아방가르드 뮤직 그룹으로부터 무성영화 전문 작곡가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합치면 28시간이 넘는 이 장대한 아카이브 필름들을 한달음에 다 감상하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일부를 섭렵하는 것 만으로도 뚜렷하게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바로 영화라는 매체의 초창기에는 언제나 카메라의 앞과 카메라의 뒤에 여성이 버티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것은 범 세계적인 현상이었던 1910년대와 20년대 "신여성" 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변화와 절대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으며, 20세기 중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화계가 나라마다 또는 연대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을 망정 한결같이 남성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 것은, 영화예술이 시초부터 원래 그러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들을 카메라 뒤로부터 몰아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명료하게, 의심의 여지가 없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지금 거주하는 지역--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이 얼마나 초기 여성영화인들의 발돋움에 중요한 기반이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1916년,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오클랜드에 만다린 필름스라는 영화회사를 설립하고 자기 가족과 친척들을 총동원해서 중국계 미국인의 삶에 대한 무성영화를 제작한 마리온 웡 같은 분들의 존재를 이 블루 레이 컬렉션의 구입을 통해 배울 수 있으니, 이리 좋을 수가. 여성사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도 크게 진작시킬 막중한 책임을 느끼는 근-현대 동양역사 연구자의 입장에서, 바짝 엎드려서 추천하고 싶은 타이틀이다. 


8. 산중전기 山中傳奇 Legend of the Mountain (1979, Eureka! Masters of Cinema-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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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금전 감독의 경우 [용문객잔] 이 크라이테리언에서 먼저 출시되었기 때문에 그쪽이 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을 까 처음에는 생각했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훨씬 더 후기의 작품이고 무협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찾아보는 분들께는 실망을 안겨드리기 십상인 [산중전기] 가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적이었고, 본 이후로 이미지의 잔상을 지우기가 어려운 한편이었음을 고백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호금전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한국에서, 그것도 주로 불교의 사찰에서 대대적인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해인사를 비롯해서 등산이나 여행 많이 다니신 분들은 어디인지 파악하실 수 있을 듯한 풍경이 속출하는데 ([전설의 고향] 에 나옴직한 장면도 두 서너 개 등장한다), 재미있게도 한국의 사극이나 그런 곳에서 느끼는 분위기와는 완연히 다르다. 사람들의 생활의 그림자가 별로 없는 한국의 건물들에서는 일종의 쇠락과 한산의 느낌이 감돌지만, 그 반면 중국영화가 지닌 느끼함에 가까운 거창함이 배제된 일종의 영적인 기운을 빼어내는 데에 호 감독은 성공하고 있는 듯 하다. 유레카!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 판본은 타이완의 국가전영중심에서 주도한 4K 네거티브 복원을 거친 트랜스퍼로, 그 유려함에 대해서는 따로 상찬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7. 우드폴: 영국영화의 혁명 박스세트 Woodfall: A Revolution in British Cinema Boxset (1958-1965, British Film Institute-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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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컬렉션 또한 이미 여러 곳에서 디븨디나 블루 레이로 출시된 타이틀을 담고 있지만, 그것은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제 3위에 랭크된 잉마르 베르이만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다수의 작품들을 연대별로 정리해서 출시했을 때 그 역사성의 의미가 가장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극작가 존 오스본, 감독 토니 리처드슨, 제작자 해리 살츠먼 (이분은 007 시리즈와 해리 팔머 [국제첩보국] 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 1958년에 설립한 우드폴 영화사는 [분노와 함께 돌아보라] 를 만들어서 영국 영화계에 새로운 태동을 예고했으며, 그 작품이 지닌 강렬한 리얼리즘의 포스는 곧 북미와 유럽, 나아가서는 전 세계로 번져나가면서 세계 영화계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이 박스세트에는 1958년의 [분노]부터 [토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 [꿀의 맛], 로렌스 올리비에가 2차대전 이후의 변화된 영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무대위의 도화사 (道化師)역으로 주연하는 [엔터테이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상의 클라이맥스/엔딩 중 하나가 실려있는 [장거리 경주 선수의 고독], 알버트 피니를 스타로 만든 [톰 존스], [녹색 눈의 소녀], 그리고 브릿팝으로 대표되는 모드 문화혁명의 도착의 신호탄이 되었던 1965년의 [작업의 기술… 어떻게 배우나 The Knack… and how to get it]까지 모두 여덢 편의 문제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당연히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76페이지에 달하는 최고 수준의 소책자, 그리고 한때 토니 리처드슨의 아내였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회고, 2018년에 BFI 에 생존해 있는 관계자들과 가족들 (졸리 리처드슨 등)이 모여서 가진 담화의 기록, 린지 앤더슨 등 당시에 세계적인 영화작가로 등장했던 리처드슨과 우드폴 그룹의 동료이자 라이벌들이 만든 수많은 도큐멘타리와 단편 영화들이 각 디스크에 나누어져 산견된다. 


"우리"도 언젠가는 뉴 코리언 시네마에 대해 이런 장대한 박스세트를 4K울트라 HD로 보게 되리라 믿는다. 그 때는 과연 언제 올까.    


6. 후지산의 피 묻은 창 血槍富士 Bloody Spear at Mount Fuji (1955, Arrow Academy-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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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내 입장에서는 금년의 가장 예상할 수 없었던 출시작이었고, 그것도 크라이테리언이나 유레카도 아닌 애로우 아카데미에서 내놓을 줄은 차마 몰랐다. 우치다 토무 (吐夢: 꿈을 토한다는 의미의 이 이름 특이하지 않은가?) 는 일본 국내에서는 잘 알려졌지만 외국에서는 거의 회자되지 않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제 1, 2 황금기의 주요 감독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그가 태평양 전쟁 당시 군사 정권 밑에서 적극적인 제작활동을 벌였고 만주영화협회 등에 연루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전시기 지식인-문화활동가들이 그러했듯이 우치다도 30년대 후반까지는 프롤레타리아를 주인공으로 한 사회비판 리얼리즘 영화를 주로 찍었다. 그리고 "전향" 하여 만주국으로 넘어간 다음에도 전시기에는 장편영화를 완성시킬 수 없었다. 나찌 점령후 비시 정권하에서 계속 영화를 찍은 앙리 조르주 클루조 등의 프랑스 영화인들과는 어떤 점이 유사하고 어떤 점이 다른 지 인터넷에서 떠도는 잡소리가 아닌 진지한 역사적 고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치다감독이 1945년 이후에 만든 작품들은 꾸준히 일본 국내 관객들의 지지를 받아왔고, 특히 미즈카미 츠토무의 대하소설을 영화화한 [기아해협] (1965) 은 아마도 일본 영화 제 2 황금기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걸작 중 세계에 제대로 소개가 되지 않은 유일한 한 편일 가능성이 있다. 


이 [후지산의 피 묻은 창] 은 쿠로사와 아키라나 코바야시 마사키풍의 장중한 정통적인 시대극도 아니고, 이치카와 곤 감독이 특기로 하는 세련되고 아이러니칼한 풍자적 시대극과도 전혀 다른, 일종의 로드 무비이자 쇼오치쿠 영화사의 전통을 계승하는 서민극이면서, 또한 "주인을 모시고 섬기는 하급 사무라이" 의 어떻게 보자면 "봉건적" 인 멘탈리티를 비판하거나 비꼬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편에는 한국의 일부 관객들과 평론가들이 항상 입으로는 그런 게 보고 싶다고 떠들지만 실제 영화에서 보게 되면 폄하하고 무시하는 퀄리티, 즉 모든 캐릭터들의 기본적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선함" 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다. 날 선 사회비판의 독기나 풍자의 냉소가 아닌, 그 잔잔하고 따뜻한 선함의 기운의 가운데에 서서 뚜벅뚜벅 걸어나서는 주인공 겐파치가 마침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어, 분기탱천하여 창을 휘두르며 일대 액션장면을 벌인 후의 정적에 이르렀을 때, 관객들은 그 먹먹한 감동의 에너지에 파도에 휩쓸려가는 조각배처럼 휩쓸려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애로우에게 소비자로서, 블루 레이 콜렉터로서, 영화광으로서, 고개 숙여 절하면서 고맙다고 사례를 해야 된다면 [후지산의 피 묻은 창] 과 같은 작품을 출시해 주었다는 데에 대한 고마움이 가장 그 앞에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지구상의 어디에도 ("본국" 인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작품을 이런 수려한 모습으로 출시해 줄 레벨은 충심으로 애로우 이외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5. 잔다르크의 수난 The Passion of Joan of Arc (1928, Criterion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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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2018년의 출시작인데 도무지 연말 리스트에서 합당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타이틀인 것 같다. [잔다르크의 수난] 정도의 정전 (正典) 이라면 이제 모두들 많이들 묵었다 이건가? 고오몽에서 주도한 새로운 2K 디지털 트랜스퍼를 한 그 신비스러울 정도의 비주얼도 다 소시적에 본거다 이거냐? 심드렁하십니까 들? 나도 이 영화는 두 종류의 디븨디를 가지고 있는데 어느 버전에서도 르네 팔코네티 배우의 눈동자에 비치는 빛의 모양까지 확인할 수 있는 화질로 본 기억은 전혀 없다. 완전히 새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따로 수록된 1초 24 프레임 버전과 1초 20프레임 버전을 비교해서 감상하는 것도 필설을 잃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시라즈] 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위해서 작곡되었고 이제는 그냥 작자의 대표작이 되어버린 리처드 아인혼의 [빛의 목소리]를 위시한 세 종류의 사운드트랙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나다. 


아직까지 [잔다르크의 수난]을 보지 못하신 분께서는 인생에서 최소한 하나의 고민거리는 더실 수 있을 것이다. 이 크라이테리언 블루 레이를 무조건 소장하시면 되니까. 


4. 앙리 조르주 끌루조의 지옥 L'Enfer d'Henri-Georges Clouzot (2009, Arrow Academy-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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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도 다 감상이 끝난 순간, 감동의 눈물뿐 만 아니라, 망치로 후려쳐 맞은 것 같은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없었다. [지옥 L'Enfer] 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끌로오드 샤브롤 감독이 1994년에 제작한 심리 스릴러인데, 역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한편은 [공포의 보수] 의 감독인 거장 앙리 조르주 끌루조가 집필한 각본을 영화화한 한편이다. 끌루조는 1964년에 [지옥]을 로미 슈나이더 주연으로 당시로서는 (지금 봐도!) 급진적인 아방가르드 기법을 사용해서 질투 때문에 정신이 문자 그대로 와해되는 남자 주인공의 광적인 마음속을 표현한다는 엄청나게 야심적인 영화로 기획했었다. 그 영화는 조셉 레빈이라는 베테랑 제작자로부터 "백지수표" 에 가까운 미국 자본을 등에 업고, 당시 최고 수준의 촬영감독을 세 사람이나 고용해서 프로덕션을 시작했지만, 결국 주연 배우 세르쥬 레지아니가 촬영장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고, 감독이 심장마비에 걸려 쓰러지면서 엎어지고 만다. 


프랑스에서 무성영화 아카이빙과 복원을 전문으로 일하던 세르주 브롱베르는 우연한 기회에 끌루조의 미망인을 통해 당시 그가 크랭크업을 하기 전에 벌인 스크린 테스트의 필름들을 손에 넣게 되는데… 그는 한 30분? 그 정도 있으면 다행이겠지 라는 심정으로 필름 캔들을 얻었는데, 실제로 그가 발견한 것은 185 권 (릴) 의 15시간이 넘는(…) 사운드가 완전히 유실된 테스트 푸티지 였다. 완전히 뿅가버린 그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그 푸티지를 원용하고, 다시 새로운 연기자들을 고용하여 각본의 대사들을 재구성하고, 당시의 스탭 멤버들 (조감독은 자그마치 콘스탄틴 코스타-가브라스… @_@) 의 인터뷰를 조합하여 도큐멘타리를 완성하게 된다. "엎어진 채로 만들어지지 못한 전설의 영화" 에 관한 도큐멘타리 중에서도 특히 숨막히는 영상미와 미스터리 소설 뺨치는 실제 역사의 전개의 결합을 통해, 경악과 충격을 금치 못하게 하는 한편이기도 하지만, 끌루조가 계속해서 자신의 머리 속에서 돌아가는 영화의 환영에 점차 말려들어간 채 광기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후반부까지 가면 일종의 공포에 가까운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을 위시해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 영화 제작에 어떤 형태라도 관여된 분들은 반드시 한 번, 아니 그 이상 몇 번 꼭 보시기를 권유하고 싶다. 애고, 여전히 애로우 아카데미의 출시다. 브롱베르의 신규 인터뷰부터 시작해서 온갖 특전영상으로 꽉 찬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당신네들 대체… (할말을 잃음) 


3. 잉그마르 베르이만의 시네마 Ingmar Bergman's Cinema (1946-2003, Criterion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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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테리언이 2009년에 25장의 디븨디로 구성된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 100주년 기념 박스세트를 내놓았을 때 많은 이들이 "역시 크라이테리언" 이라는 찬사와 감탄의 언사를 아까지 않았지만, 이 박스세트는 당시까지 존재한 판본 중에서는 가장 전집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여전히 [꿈], [데르수 우잘라] 등의 일부 주요 작품들이 빠져 있었다. 크라이테리언에 요번에 거의 백과전서 수준의 무지막지한 사이즈와 무게의 박스에, 39편의 잉마르 베르이만 작품들을 수많은 특전영상과 더불어 2K HD 화질로 249페이지 분량의 커피 테이블 책과 함께 수록했는데, 이 세트도 사실 전집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베르이만이 80년대 이후로 주로 활동한 스웨덴 텔레비전을 위해 찍은 일곱 편의 작품들 중 [리허설이 끝나고] 와 [사라반드] ([패니와 알렉산더] TV 판은 제외) 만 들어있고, 가장 초기의 작품들 중에서도 누락된 장편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박스세트 (라고 부르기에는 박스가 너무나 거대하다. 초호화 애장판이라는 표현이 걸맞는 듯) 의 역사적이고 학문적인 가치, 그리고 이러한 기획이 개인의 선호와 전혀 관계없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영화인에게 바치는 존중심과 경배심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참말로 "크라이테리언이 아니면 내놓을 수 없었던" 타이틀이라는 데 이의를 도저히 제기할 수 없다. 


이 초호화 애장판이 크라이테리언이 2018년에 내놓은 타이틀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 (어쩌면 벌어들인 돈의 액수로 따지자면 그냥 고대로 최고의 베스트셀러? 아시는 분 확인 부탁드림) 였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물리 매체 시장에 대해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2. 악마의 저주 한정판 Night of the Demon (1957, Powerhouse Indicator-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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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타이틀도 어느 레벨에서 초호화 특별 한정판 블루 레이를 내놓을 것이냐 라는 질문에 마른침을 삼킨 나날이 상당한데, 애로우와 BFI 를 밀쳐내고 파워하우스 인디케이터에서 장악했음은 우연이 아닐진저. 물론, 이 정도 유명 작품쯤 되면 도무지 그냥 새로이 4K 리마스터를 했다는 정도로는, 입바른 칭찬이라도 받을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셔야 하는 것이 BD 콜렉터들의 심기 아니겠는가? 인디케이터에서는 작년에 시냅스가 온갖 경쟁사들의 출시를 아작내고자 자신의 [서스페리아] 출시에 사운을 걸었듯이, 그야말로 사운을 걸고 내놓은 [악마의 저주] 에는 누가 아니랄까봐 [악마의 밤] 이라는 타이틀로 제작되었던 원래 판본 (96분), 영국 극장 공개판 (82분), [악마의 저주] 라는 제목으로 개변된 미국 극장 공개판 (82분), 그리고 나중에 조금 다른 편집을 거쳐 북미에서 "복원" 된 재공개판 (96분), 이 네 가지의 판본을 망라해서 수록했을 뿐 아니라, (영화와는 많이 다른) 엠 알 제임스의 원작부터 007시리즈로 유명하게 되는 미술감독 켄 아담, 모든 주연 조연 배우들에 관한 부가영상, 음악만 따로 담은 사운드트랙 등, 진짜 이 영화의 팬들이 머리를 짜내서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특전을 다 담았다는 인상이다. 


1. 블루 칼러 Blue Collar (1978, Powerhouse Indicator-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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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런데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태산과 히말라야산 같은 수퍼헤비급의 타이틀들은 결국 제 1위에 등극하지 못했으니. 이건 순전히 내가 인간이 비틀어진 소이일 것이다. 그러나 작년의 [지옥의 운전수들] 과 마찬가지로, 금년의 탑 타이틀은 완전히 개인적인 초이스다. 이것도 말로만 듣고 볼 기회가 없었다가, 마침내 상상을 초월하는 블루 레이의 화질로 보게 된 폴 슈레이더 감독의 노동계급 스릴러/풍자 코메디/분노에 가득찬 드라마 [블루 칼러]를 이 자리에 놓고 싶다. 


이 밸이 꼬일대로 꼬인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걸작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얘기하고 싶고 (이 자리에서 이런 공수표 이제까지 몇 장 썼소 닥터큐?!), 이 한편의 리처드 프라이어의 연기 같은 연기를 나는 평생 동안 본 기억이 없다는 것만 지적하고 싶다. 


아 겨우 끝났구나… 진짜 내년도 이런 식이면 2019 년 리스트는 작성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교들의 도움을 받던가 해야지 (농담 아님 ^ ^;;;). 


2018년의 레벨상: 인디케이터와 BFI 의 어마어마한 진작 (振作) 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크라이테리언의 역시 크라이테리언만 보여줄 수 있었던 성취에도 불구하고, 애로우 비데오에게 드린다. 이제 나에게 믿고 사보는 레벨은 확실히 애로우, 그 중에서도 애로우 아카데미가 되었다.  축복이 있을 진저!


2018년의 영화인상: 잉마르 베르이만에게 드린다. 사실 나는 그렇게 선호하는 감독도 아닌데… ^ ^ 아마도 이 박스세트를 2019년을 통틀어 조금씩 감상하는 과정에서 팬이 될 지도 모르겠다. 


2018년의 카버 디자인상: 이것도 너무나 고르기 어려웠지만, 레벨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그냥 애로우 (특히 'Twins of Evil' 작가가 디자인한 카버들) 와 비네가 신드롬이 타 레벨들을 지지밟아버린 한 해였다. 리스트 상의 [끌루조의 지옥] 과 [후지산의 피 묻은 창] 에 그냥 드려도 좋았겠지만, 비네가 신드롬에서 출시한 (솔직히 굉장히 널널한) 괴작 호러 [아이들 The Children] 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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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깜짝 놀래켰으면 죄송합니다. 우리 바깥분도 이 카버를 보시자마시자 비명을 꺅 지르셨음


언제나처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리고, 다시 한번, "낡은 (오래된) 영화를 무시하고 버리는 영화계는 반드시 멸망한다." 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그리고 젊은 여러분들 (나는 이제 나보다 젊다고 하는 분들께서 고딩 자식들이 달렸을 수도 있는 그런 나이가 되었지만), 반드시 여러분의 나이보다 오래된 영화를 금년에는 반드시 열 두 편 이상 꼭 관람하실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Happy Movie Wa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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