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의 아내 Jakob’s Wife

 

미국, 2014.        ☆☆☆★★


An AMP International/Eyevox/RLJE Films/Shudder Co-Production. 1시간 38분, 화면비 2.00:1 


Director: Travis Stevens 

Screenplay: Kathy Charles, Mark Steensland, Travis Stevens 

Cinematography: David Matthews 

Production Design: Lily Bolles 

Costume Design: Yvonne Reddy 

Special Effects: Marcus Koch 

Visual Effects: Eli Dorsey, Jamie Ferguson, Raymond Kelley, Zach Prichard 


CAST: Barbara Crampton (앤 페더), Larry Fassenden (제이콥 페더), Bonnie Aarons (흡혈귀 “마스터”), Nyisha Bell (아멜리아), Mark Kelly (밥 페더), Sarah Lind (캐럴 페더), Jay DeVon Johnson (헤스보안관), Robert Rusler (톰 로우) 


JAKOB'S_WIFE-_SUPERMARKET_


코비드의 협위가 계속되는 한국 사정에도 불구하고 2021년의 부천영화제는 작년보다 대체적으로 더 충실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상황에서 영화제를 유지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생을 해왔고 지금 하고 있을 스탭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금년에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부천에 걸린 작품들을 직접 관람하고 올리는 리뷰에 더해서, 상영작중 미국에서 여러 경로로 이미 볼 기회가 있었거나 또는 찜해놓고 있다가 BiFan 을 빌미삼아 보게 될 제작들의 리뷰가 혼재할 것이 예상된다. 내 인생은 2020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복잡기괴한 문제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찬 상태이긴 하지만, 뭐 언제는 그런 문제들이 (연구서 집필, 학생들 지도, 건강, 인간관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감, 기타 등등) 영화 (특히 호러 장르 영화) 리뷰 쓰는데에 지장을 줬던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2020년에는 여섯편이나 리뷰를 올렸던데, 요번에도 분발해야 되겠다. 결국은 영화제가 폐막작 다 돌리고 완전히 끝난 다음에나 올라가는 뒷북리뷰가 되기 십상이겠지만, 그래도 안 올리는 것보다는 백배 낫겠고, 그래도 읽어주시는 독자들께서 한 분 이상은 계시리라는데에서 위안을 찾는다. 


아무튼, 2021년 부천영화제 리뷰의 제 1타는 최근에 본 미국 호러 영화중에서도 추천작 중에 속하는 [제이콥의 아내]가 되겠다. 21세기 들어와서 세계적으로 가장 메인스트림이 된 호러 서브장르라하면 역시 좀비영화가 아닐까 싶지만, 흡혈귀 (뱀파이어) 영화들도 이제 이정도 변주와 비틀기와 패러디를 거쳤으면 형체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하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해머로 대표되는 고딕적이고 귀족적인 데카당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 흡혈귀영화들은 아마 닐 조던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 정도를 마지막으로 점차 쇠퇴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싶다. 흡혈이라는 행위 자체를 아이러니칼하게, 힙스터적으로 비꼬아서 마약중독이나 급진적인 섹스행위 등 일반적인 사회활동과 걸맞지 않는 행태의 은유로 다루는— 아벨 페라라의 [중독] (1995)등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겠다— 접근방식이나 흡혈귀족들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실 모든 초능력 중에서도 불로불사보다 더 매력적인 것이 있을려나?) 엘리트들로 규정하고 그들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극적 로맨스나 존재론적,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은 현금에서도 꾸준히 제작, 공개되고 있다. [제이콥의 아내]는 규정하기에 따라서는 트럼프정권하의 레드 스테이트 (공화당지지가 압도적인 지역)의 숨막히는 종교-도덕적 억압, 가정과 사회적 안전망을 파괴시키는 빈곤, 그 모든 문제들을 이민자들, 소수인종들, 여성들에게 덮어씌우고 백인 남성들의 권력을 재생산하는 가공할 내로남불 위선의 구조 등을 폭로-분석하는 최근의 미국발 장르영화들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지만, 또한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뱀파이어 영화의 “신경향성” 을 의식적으로 거스르면서, 또한 로맨틱하고 귀족적인 초능력자로서의 흡혈귀상도 배제한 채 그러나 보다 고전적인 어찌 보자면 “문학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들어서 만들어진 여느 뱀파이어 영화들과 차별된다. 


JAKOB'S_WIFE-_THE_MASTER_DESCENDS


기본적으로는 이 한편은 독일무성영화 고전걸작 [노스페라투] (1922) 와 스티븐 킹이 그 영화에 나오는 박쥐인간처럼 생긴 추악한 흡혈귀를 미국의 시골에 등장시킨 [세일럼즈 롯] 및 토비 후퍼가 감독한 그 TV미니 시리즈판 (1979) 의 계보를 정통적으로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이콥의 아내] 는 [좀비오] 와 [지옥인간] (한국산제목들이 왜 다 이런지…;;;; 원제는 아시다시피 [Re-Animator] 및 [From Beyond]) 이외에 수많은 80년대 호러영화의 명작들에 출연하셨고, 2010년대 들어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계신 바바라 크램튼 여사께서 캐시 찰스라는 여성이 집필한 각본에 완전히 올인하시면서 기획을 추진한 한편으로 알려져 있다. 크램튼 여사가 숙고 끝에 발탁한 감독인 트래비스 스티븐스는 [Girl on the Third Floor] 라는 역시 미국 레드 스테이트의 숨겨진 여성착취의 역사를 호러에 담아낸 가작을 연출한 바 있지만, 크램튼 여사와의 커넥션은 [우리는 아직도 여기에 있다]의 프로듀서였다는 것인 듯 하다 (기타 이색 도큐멘터리 [조도로프스키의 듄], 안솔로지 호러영화고 나도 리뷰한 적이 있는 [XX], 헐리웃 비판 오컬트 호러 [Starry Eyes] 등에도 제작자로 참여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역병을 나르는 쥐떼들, (성적인) 억압으로 짓눌린 것처럼 보이는 교회 성가대의 연습 모습 (보안관과 첫번째 흡혈귀의 희생자가 되는 소녀 등 흑인 캐릭터들의 섬세한 취급은 21세기적인 것이긴 하지만), 폐가가 된 추레한 방앗간, 실크 햇과 프록코트를 두른 바싹 마른 흡혈귀의 정말 고전적으로 “살아서 걸어다니는 송장” 같은 외양 등 많은 요소가 [노스페라투] 와 [세일럼스 롯] 에 직접적으로 빚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콥의 아내]는 뭔가 뱀파이어 서브장르에 신기원을 열었다고 칭송을 받을 그런 한편은 아니다. 때로는 스티븐스 감독의 연출 중 약간 핀트가 어긋난 패러디같이 보이는 구석도 (크램튼이 연기하는 앤이 자외선을 원용한 치아표백치료를 받으러 치과병원에 갔다가 입 언저리가 까맣게 타버려서 패닉에 빠지는 시퀜스라던지) 일부러 힙스터적인 상황을 만들려고 그렇게 한다기 보다는, 지극히 고딕적인 뱀파이어적 육체적조건을 어쩔 수 없게 짊어지게 된 캐릭터가 21세기의 솔직히 부조리한 사회적-기술적 여건에 맞닥뜨렸을때의 반응을 “웃프게” 묘사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고전적인 흡혈귀영화적인 터치들 (물론 피가 튀고 사지가 절단되는 신체손상의 양태는 21세기적이긴 하지만)도 호감이 가는 요소이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정 관객분들께는 고리타분하거나 요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이다), 역시 [제이콥의 아내] 를 견인하는 최고의 힘은 바바라 크램튼과 그 남편 제이콥 목사를 연기한 중견 호러영화 감독 래리 페센덴의 연기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크램튼 여사는 미모로 명성을 떨치던 젊은 시절에도 결코 연기를 못하셨던 분은 아니지만, 흡혈귀와 마주쳐서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기승전결의 “승” 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10대와 20대에서는 그 동네에서 가장 어여쁜 처자로 뭇 남성들의 동경과 욕망의 대상인 채로 살다가 여러가지 개인적이고 집안사정적인 고충을 겪는 사이에 어느덧 “자기에게 잘해주는 무던한 남자” 에 매여서 별 의미가 없는 삶을 살게 된 중년여성의 초조와 좌절감을 정극적인 연기실력을 총동원해서 정치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아직도 여기에 있다] 에서 공연한 바 있는 래리 페센덴과의 케미스트리도 아주 좋다. 이 두 사람이 까불까불하거나 경박하게 다가옴이 없이, 미국 시골 마을에 사는 중산층 중년 백인 커플이 짊어진 인생의 무게와 고단함을 기저에 깔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캐스팅 및 캐릭터 구축의 성공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JAKOB'S_WIFE-_SCREAM


반면 관객분들의 고전호러영화에 대한 리터러시와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도 있는 것이 이 한편의 메인 뱀파이어 (크레딧에는 “마스터” 라고 되어있다. 물론 이것은 [세일럼즈 롯] 에의 레퍼런스)의 설정인데, 일면 파충류적인 사악함이나 편집증적인 광기 (헤어조크 판 [노스페라투] 에서 클라우스 킨스키가 보여준 것 같은)가 배제되고, 어찌 보자면 나약하고 섬세해 보이는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 (영화 안에서도 중성적인 존재로 등장하지만, 실제로 연기한 것은 [더 넌]에서 수녀귀신을 연기한 여배우 보니 아론스다). 혹자에게는 클라이맥스의 앤과 마스터의 밀당적 대화가 뱀파이어영화 컨벤션을 패러디한 것으로밖에 비추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나에게는 초반부의 크램튼 여사의 정치하고 중후한 연기 덕택에 이 부분도 감정적인 포스와 더불어 일말의 서글픔과 함께 다가왔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다. 


기호에 따라서는 결말을 비롯하여 한번씩 더 비틀거나 좀 더 강렬하게 밀고 나갔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호러영화, 특히 “옛날식” 호러영화의 일면 진솔한 측면에 끌리는 정통적팬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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