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위한 절대적사랑 My Heart Can’t Beat Unless You Tell It To


미국, 2021.       ☆☆☆★


A Dualist Production in association with Film Exchange & Visit Films, distributed by Dark Sky Films. 1시간 29분, 화면비 1.33:1 


Director, Screenplay & Cinematography: Jonathan Cuartas Production Design: Rodrigo Cuartas Music: Andrew Rease Shaw 


CAST: Ingrid Sophie Schram (제시), Patrick Fugit (드와이트), Owen Campbell (토마스), Katie Reston (팸), Judah Bateman (터너), Moises Tovar (에두아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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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환산을 해보니 2021년 부천영화제에서는 장-단편 합쳐서 무려 열 편을 관람했고, 1호타로 리뷰한 [제이콥의 아내] 와 이 한편처럼 부천과 동시기 또는 얼마 전에 미국에서 VOD 로 깔린 작품들까지 합치면 거의 열 여섯편이 넘는 타이틀들을 보게 된 듯 하다. 절대편수로 따지면 거의 최다관람기록이 아닌지 모르겠다. 금년의 관람작중에서도 [엘레베이터 게임]처럼 수준 미달의 출품작들도 물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코로나사태가 호러-판타지 영화의 제작과 퀄리티 유지에는 거의 아무런 악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코로나사태로 불거졌을 제작환경의 제약을 이점으로 역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작품들도 간혹 눈에 띄었는데, [동생을 위한 절대적 사랑] (이것 역시 [치명적인 발굴] 처럼 슈퍼직설적인 명명… ^ ^ 후자와 같은 부천 스탭분이 지으신 것 아닌가요?) 도 그 중 하나다. 


[절대적 사랑] 은 [제이콥의 아내] 와 여러모로 흥미있는 댓구를 이루는 한편이다. 시간이 나면 가까운 시일내에 한 두 편 정도 더 부천상영작을 리뷰할 예정이긴 한데, [제이콥의 아내] 로 시작한 리뷰가 [절대적 사랑] 으로 끝난다는 구도를 상정해 볼진대, 2020년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쇠퇴하지 않은 흡혈귀/뱀파이어의 호러장르에서의 강력한 위상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자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한국영상매체를 위시해서 범세계적으로 가장 잘 나가는 “몬스터” 는 아마도 좀비일 것이고, 좀비영화가 주류화된 역사적-문화적 이유도 아마 납득이 가도록 분석이 가능할 것이겠지만, 역시 장르적 컨벤션을 뒤틀면서도 고전적인 풍미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몬스터” 는 흡혈귀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늑대인간 서브장르가 여성성과 야수성의 얽힘— 부천 상영작 중에서는 [피에 굶주린] 이 이 트렌드를 잘 보여준 한편이겠다— 등 현대적 상황에 걸맞는 변주를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그 “변신” 이라는 테마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는 점이 조금 안타깝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인간이 아닌 어떤 초월적인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과 그 양가적인 결과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도 뱀파이어 서브장르가— 늑대인간, 좀비, 미이라 등 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양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절대적 사랑] 은 사실 나는 굉장히 낮은 예상치를 지니고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한편은 [렛 미 인] 의 우울증 유발하는 초저예산 (진짜 특수 메이크업을 바를 돈도 없어서 그냥 카메라가 벌어지고 있는 초자연적인 변화를 안 보여주고 마는 정도로 돈이 없음) 미국 레드 스테이트 극빈층 버전이었다. 영화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사실 이러한 나의 편견이 제대로 들어맞는 부분도 꽤 있다. 극단적으로 답답해 보이는 아카데미 화면비 (1.33:1이 정확한 모양인데 실제로는 스마트폰에서 올린 틱톡의 영상 볼때처럼 더 좁아터져 보인다) 를 위시해서, 세트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그냥 허름하고 때에 찌들은 북미 시골 백인 노동계층의 거주공간에다가 스마트폰을 삼각대 고정시키고 찍은 것 같은 배경하며 (로케이션은 유타주의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했다고 하는데, 그 우중충하고 찌뿌두둥한 경치와 분위기는 감독 조나산 쿠알타스가 직접 촬영해서 우려낸 것이다), 사랑과 헌신의 대상인 비인간적인 존재 덕택에 정상적인 사회생활 (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규율까지) 도 포기해야 하는 캐릭터들의 고뇌, 고통과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유지되는) 아집에 집중된 서사와 캐릭터 묘사, 겉으로는 흡혈귀적인 존재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업데이트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고전적인— 19세기 고딕 문학에 확연하게 명맥이 닿아있는— 컨벤션을 풀로 활용하고 있는 설정 등에서 공통항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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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다른 일면에서 보자면, 나에게는 불편스럽게 (북유럽적인) 로맨틱한 태도와 접근법을 보여주었던 [렛 미 인] (여기서는 물론 오리지널 스웨덴판을 지칭하는 것임. 미국 리메이크판도 이 점에 있어서는 오십보 백보지만) 보다 [절대적 사랑] 이 (그 한국 제목에도 불구하고) 더 정서적으로 공감을 가져다 주는 한편이었다. 동생에게 신선한 혈액을 가져다 주기 위해 연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남매의 일련적인 행동에서는 뭔가 숭고한 사랑이라던가 고딕적인 가족 멜로드라마의 느낌은 완연히 탈색되어 있고, 실제로 이러한 빈곤과 사회안전망의 부재, 공동체의 파탄이라는 상황에 놓여진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더욱 열악하고 고통스러운 경우에 놓인 사람들을— 홈레스, 성매매여성, 장애인, 불법이민자 등등— 가차없이 착취하고 문자 그대로 “도살” 해서 혈액을 짜내는, 흉악하고 개탄스러우면서도 섣불리 돌을 던지고 단죄할 수 없는 모습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한편은 따라서 겉으로는 정치적이거나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는 단 1그램도 담겨있지 않은 듯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조지 로메로 감독의 흡혈귀영화 걸작 [마틴] 이 70년대 중서부 미국의 쇠락한 교외 (서버비아) 에 대해서 그러했듯이, 트럼프-코로나 시대의 레드 스테이트 미국사회가 배태하고 있는 가공할 사회적소외와 정신적병리의 벌거벗은 용모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절대적 사랑]의 성공의 한 열쇠를 짚어내자면, 주인공인 남매들이, 어떤 희생자들에게는 무척 인간적으로 대하고, 다른 이들은 마치 짐승의 멱을 따듯이 학살하며, 또한 생피를 마셔야 살아갈 수 있는 동생 토마스에게 애틋한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폭압적으로 군림하고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데, 이러한 일견 상호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태도들이 “마치 실제 생활을 저런 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처럼” 유기적이고 신빙성있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헐리웃 스타들의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존재감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아마추어적이고 제한적으로 비추일 수도 있는 연기들이지만 (특히 토마스역의 오웬 캠벨의 그것), 쿠아르타스 극작가-감독의 연출하에서는 이러한 요소들도 스토리와 설정, 무엇보다도 주제에 촘촘하게 직조 (織造) 되어 있어서 큰 허물로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장편 데뷔를 막 이루어낸 젊은 인디영화감독의 스타일에 걸맞게, 서정적인 감흥이나 신비적인 섬뜩함을 관객들로 하여금 맛보게 하기 위하여 장면 전환의 호흡을 일부러 늦춘다던지, “뜬금없는” 대사나 상황을 던져준다던지, 그러한 사실상 별로 효과적이지 못한 터치들도 존재하긴 한다. 거장 로메로가 [마틴] 에서 보여주는 편집과 미장센의 마력과 경제성에 비교하자면 당연하지만 급수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사랑] 은 종이에 써서 리스트업해놓은 각본상의 장르적 요소들을 그냥 한데 모아서 시각화한것을 훨씬 넘어서는 정서적 공력을 지닌 한편이다. 이러한 내용의 영화에서는 토마스, 그 형 드와이트, 그리고 영화의 “악역” 으로 규정되는 제시, 이 캐릭터들의 선택지와 그리고 그 고뇌와 욕망에 얼마나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고, 스토리의 개연성이니 뭐니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나에게는 [절대적 사랑] 은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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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선호도를 정해야 한다면 [제이콥의 아내]가 더 애정이 가는 한편이긴 하지만, [절대적 사랑] 은 그 솔직히 추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비주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닌 호러영화라고 주장하고 싶다. 조나산 쿠아르타스의 신작이 벌써 기대된다. 


사족: 쿠아르타스는 원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출신이고 미술을 담당한 로드리고와 형제관계로 팀워크를 발휘하여 여러편의 단편을 제작했는데, 그 중 [쿠루] 라는 22분짜리 단편이 사람고기를 먹어야 살 수 있는 자기 동생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한다. [절대적 사랑]은 그 단편을 확장한 결과물인 모양이다. [쿠루] 도 한번 감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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