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리그넌트 Malignant (2021)

2022.03.14 19:25

Q 조회 수:935

말리그넌트 Malignant


미국-중국, 2021.       ☆☆☆★★


A Starlight Media/My Entertainment/New Line Cinema/Atomic Monster Co-Production.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화면비 2.39:1, 1시간51분. 


Director: James Wan 

Screenplay: Akela Cooper 

Story: Ingrid Bisu, Akela Cooper 

Cinematography: Michael Burgess 

Music: Joseph Bishara 

Production Design: Desma Murphy 

Special Makeup Effects: Rocky Calderon, Ozzie Alvarez, Kelsey Berk, Dania Ridgway, Koji Ohmura, Kazuyuki Okada, Ralis Kahn, Fractured FX. 

Special Visual Effects: Michael Elizade, Douglas Ziegler, Ryan Meinardus, Spectral Motion, Industrial Light & Magic. 

Stunt Coordinators: Glenn Foster, Lloyd Bateman. 

Costume Designer: Lisa Norcia 


CAST: Annabelle Wallis (매디슨), George Young (케코아 쇼 형사), Maddie Hasson (시드니), Susanna Thompson (쟌느), Michole Briana White (모스 형사 ), Jake Abel (데렉), Jean Louisa Kelly (세레나), Ray Chase (가브리엘 목소리), Marina Mazepa (가브리엘 몸 연기), McKenna Grace (어린 매디슨), Madison Wolfe (어린 세레나), Jacqueline McKenzie (플로렌스 위버 박사), Amir Aboul-Ela (그레고리 박사), Christian Clemenson (필즈 박사). 


MALIGNANT-_WAKING_UP 

한국영화가 호러장르로 그것도 좀비 호러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고, 좀비 장르에 있어서 Go-to 국가가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을 바라볼진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데, 호러영화를 물릴 정도로 많이 봐온 나같은 사람이 볼 때에는, 호러영화의 정수랄까, 본맛이랄까, SF 나 판타지 같은 다른 장르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그 고유의 풍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겨지는 “호러영화” 는 의외로 그 수가 많지 않다. 이런 고유의 풍미와 매력이 이른바 “본격 미스테리 (이 본격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극히 일본적이지만 그건 일단 넘어가고)” 와 비슷한 방식으로 “본격 호러” 또는 “정통적 호러” 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규정들과 딱히 관계가 없다는 것은 내 글을 오래동안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감이 잡히실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면 영화 자체의 “질” 과도 별로 관계가 없다. 누가 봐도 책을 잡을 만한 만듦새의 허술함, 서사의 엉성함, 연기 정도 (精度) 의 미비함, 아이디어의 황당함 (“개연성”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마시고) 등의 약점이 뻔히 보이는 작품군 중에서도 나에게 호러영화 고유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여러 활동사진들이 존재하는 반면, 정교하고 뛰어나게 만들어졌고, 훌륭한 연기나 사상적인 세련됨에 뒷받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그러므로 사실 객관적으로는 나쁜 점수를 주기 힘든 그런 영화들임에도 불구하고— 호러영화로서의 매력이 미흡한 물건들도 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본 평가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후자의 경우 [식스 센스] 나 [미드소마]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여기까지 써놓으면 눈치 빠르신 독자분들께서는 이미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파악하셨으리라 믿는다. 그렇습니다. 이 [말리그넌트] 는 나에게 있어서 [식스 센스] 나 [미드소마] 등과 달리 전자의 하나의 좋은 사례로 기억될 만한 한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말리그넌트] 는 결코 허술하게 마구잡이로 끼워맞춘 한편은 아니며, 일류의 기술진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서 제작한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의 도입부만 보아도, 그 설정과 전개와 캐릭터 등에 있어서 헐리우드의 일급 작품들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을 법한 “깔끔함” 이 부족하다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다. 그런 깔끔함 대신에 [말리그넌트] 에 배어있는 것은 호러영화를 VHS 시절부터 찬밥 더운밥 찍먹부먹 가리지 않고 탐식해온 광팬의 오타쿠적인 기백— 인터넷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찌질스럽기 이를데 없는 익명성 댓글 다는 그런 태도 말고, “개연성? 웃기지 마시고. 천박하고 B급적이라고? 아직도 B급타령하셔? ^ ^그래요 그래. [신과 함께]와 [오징어 게임]은 쎄련됐고 A 급이고 내가 찍은 사진은 천박하고 B급이에요.” 이런 여유만만의 코멘트를 가능하게 해주는 자신감을 내포하는 그런 종류의— 이며, 그러한 기백에 대한 공감과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동류의식” 이 내가 [말리그넌트]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강한 이유이다. 


시애틀 근교를 무대로 한 이 한편은 기본적으로는 80년대풍 슬래셔장르를 기조로 하고 있지만, 의식적인 오마주를 전혀 찾으려고 들 필요도 없이, 각양각종의 고전적 호러 서브장르의 기법, 스타일, 주제의식과 취향이 중화요리 잡탕밥에 채소와 고기를 때려붓듯이 가미되어 있고, 그것이 그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관광명소가 된 과거의 “지하도시” 가 보존되어 있는 시애틀이라는 배경부터가 뜻하지 않게 오컬트 전문가가 되어버린 신문기자 콜책이 활약하는 [Night Strangler] (1973) 라는 컬트 TV 영화에 자세하게 카버된 적이 있고, 모두에 등장하는 매디슨이 사는 집은 쓴웃음이 나올 정도로 과격하게 고딕적인 [The Haunting] 등의 고전 호러영화를 연상시키는 고풍의 저택이다. 연속살인을 저지르는 살인귀 가브리엘의, 성정체성이 모호하고 검은 가죽 코트와 검은 장갑을 장착한 지극히 지알로적인 용모와 행태는 (한 피해자가 애지중지하는 트로피를 날카롭게 갈아서 흉기로 사용하는 등) 후기 다리오 아르젠토를 방불케 한다. 가브리엘이 범행을 저지를 때마다 주인공 매디슨을 자신의 주관적 시점으로 끌어넣는 묘사는 그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21세기적이지만, 설정 자체는 이미 60년대 이후 [로라 마스의 눈] 기타 다수의 호러-스릴러 작품들에서 수도 없이 원용된 바 있다. 


가브리엘의 정체도, 자세하게 논하자면 어쩔수 없이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구체적인 선례들을 지적하는 것은 삼가하겠지만, 멀리는 60년대의 고전적인 메디컬-이상심리 스릴러들로부터 좀 더 가깝게는 스티븐 킹의 유명 소설의 영화화에 이르기까지 각종의 변주가 존재하는, 결코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아이디어이다. [말리그넌트] 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 “진상” 을 구현해내는 스타일이 역시 과격하게, 특정 관객들이 보자면 추잡하고 촌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직설적이라는 점인데, 이 과도하게 직설적인 스타일이 [말리그넌트] 를, 그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장화 홍련] 등의 이상심리 스릴러와 같이 분류될 수 있을 한편인데도 불구하고,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작 [Rabid] 등을 연상시키는 “바디 호러” 서브장르에 훨씬 근접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때로는 헛웃음을 불러오는 오타쿠적인 과잉성은 제임스 완 감독에 의해서 효율적으로 통솔되어 있고, 미적이고 조형적인 일관성을 결코 잃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MALIGNANT-_DR._GREGORY 

또 한가지의 흥미있는 요소는 [말리그넌트] 가 의외로 최근의 한국 호러영상물, 특히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이나 TV 시리즈 [킹덤] 또는 [스위트 홈] 등과 미적, 기법적 결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주로 특수메이크업,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스턴트 액션에 기초를 두고, 마치 고전적 만화를 정교하게 실사로 옮겼을 때의 질감을 방불케하는 방식으로, 표현주의적인 과장과 실제 사람의 육체를 통해서 구현해내는 자연주의적 “실감” 을 동시에 보여주는 액션과 호러의 배합이라는 측면에서 잘 나타난다. 가브리엘이 거대한 창고같은 경찰서를 배경으로 무슨 이소룡 영화의 주인공이 된 마냥, 구치소의 수용자들과 경찰관들의 신체를 분지러뜨리고, 구멍을 뚫고, 짓밟아 뭉개뜨리면서 종횡무진 고어 액션을 벌이는 클라이막스가 그 가장 좋은 예시이다. 이 시퀜스의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동반하는 장쾌함은 이런 스타일의 하이브리드 호러영화에서만 거의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질감이 아닐런지? 


반면 [말리그넌트] 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연기진이 이러한 거의 래디컬하게 장르오타쿠적으로 구성되었으면서도 또한 육체적으로 리얼한 구체성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 캐릭터들과 그 상호관계를 적절하게 묘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매디슨역의 아나벨 월리스, 여동생 역의 매디 해슨, 잘생긴 남자 형사역의 조지 영 등 모두 적절한 캐스팅이고 기본적인 연기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유럽산 B급 호러영화에서 크리스토퍼 리나 피터 쿠싱 선생님, 또는 로저 코먼 영화에서의 빈센트 프라이스, 또는 60년대-70년대 고전 호러 작품들에서 바바라 스틸이나 마르티느 베스윅 여사등이 항시 보여주셨던 것 같은 종류의, 자기반영적이면서도 동시에 장르적인 기대치를 결코 밑돌지 않는 그런 연기를 선보이는데는 역부족인 듯 하다. 반례를 들라고 한다면, [인비저블 맨] 의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가 이러한 종류의 고전적인 퀄리티에 근접한 최근의 예가 아닐까 싶다. 캐릭터 설정 자체는 [겨울왕국] 의 빠꾸리 아니냐고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하기는 했지만 꽤 참신하다고 생각하고, 입양한 가족과 생모와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도 착취적인 방식으로 비틀거나 하지 않은 점을 평가해주고 싶다. 


MALIGNANT-_MASSACRED_


결론적으로, [말리그넌트]는 보는 분들의 시각에 따라서는 그냥 막가판이고 막장인 정도가 아니라 촌스럽고 추잡하게 보일 수도 있는 (그러나 이 한편이 “허접” 하다거나 “엉성” 하다는 투의 비판에는 전혀 찬성할 수 없다. 완 감독 이하 제작진은 분명 알면서도 이렇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연기진의 연기가 “발연기다” 라는 비판에도 마찬가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그런 한편이지만, 바로 그런 과격한 오타쿠성-막장성이 뚜렷하게 매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한편이기도 하다.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몇번 다시 보아도, 볼때마다 “어이쿠 저거 머리를 밟아서 눈알이 튀어나왔음... 저걸 구태여 보여주다니 ㅠㅜ” 이런 식의 감탄사를 토해내게 만드는 공력을 가진 최근 드물게 보는 호러영화였다. 


[말리그넌트] 가 정말 [유전] 이나 [유물의 저주] 처럼 등골에 소름을 쫙 끼치게 해주고, 오금이 바짝 저리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호러영화냐?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그러면 밥먹는 것보다 호러영화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 표현에는 과장이 1밀리그램도 섞여있지 않다) 나같은 호러장르 오타쿠에게 특화된 엄청 재미있는 호러영화냐?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겠다. 객관적인 별점평가에 한정하자면, 위에 언급한 호러작품들보다는 낮아지긴 했지만, 주관적으로는 무척 애정이 가는 한편이라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으시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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