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쏘는 소년과 거울 보는 소녀-  어웨이 Look Away,「킨 비기닝 KIN 


룩 어웨이 Look Away 


미국-캐나다, 2018.   ☆☆☆★ 


An Ace in the Hole/Dana Lustig/Primary Wave Entertainment Co-Production. 1시간 43분. 화면비2.35:1  


Director & Screenplay: Assaf Bernstein. Producers: Brad Kaplan, Dana Lustig. Music: Mario Grigorov. Cinematography: Padro Luque. Production Design: Taavo Soodor.  


Cast: India Eisley (마리아), Mira Sorvino (에이미 브레넌), Jason Isaacs (댄 브레넌), Harrison Gilbertson (션), Penelope Mitchell (릴리), John C. McDonald (마크).  


킨 더 비기닝 KIN 

미국, 2018.   ☆☆☆  


A 21 Laps/Hurwitz Creative/Lionsgate Production. 1시간 42분. 화면비 2.39:1  

Directors: Jonathan & Josh Baker. Screenplay: Jonathan & Josh Baker, Daniel Casey. Cinematography: Larkin Seiple. Production Design: Ethan Tobman. Music: Mogwai. Executive Producers: Qiuyun Long, Michael B. Jordan.  


Cast: Myles Truitt (일라이), Dennis Quaid (할), James Franco (테일러 밸릭), Jack Reynor (지미), Zoë Kravitts (밀리), Gavin Fox (더치 밸릭), Carrie Coon (FBI요원 헌터), Lily Gao, Michael B. Jordan.  


닥터큐: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연미국: 오랜만이네요! 독자 분들께서는 저의 존재를 잊어버리셨겠습니다.  

큐: 그럴 리가 있나요. 최소한 제 글을 짬이 날 때만이라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는 잘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항상 처참한 수준의 호러영화를 리뷰할 때에만 호출한다고 해서 불만이 많으셨었는데, 요번에 다룰 두 작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은 한 셈이니까 그런 불만은 없으시겠죠?  

연: 불만은 무슨요. 그럼 [룩 어웨이] 부터 가볼까요?  

큐: 그럽시다. 미국이부터 인상을 말씀해 보시죠.  


연: 심리 호러영화로는 그냥 중에서 약간 상 정도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에게는 한국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최근의 중저예산 북미 스릴러 중에서는 2000년대 초반의 한국 장르영화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가끔씩 등장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운데, 이 한편은 그 중에서도 닥터큐가 응원하는 감독분들 중의 하나인 김성호 감독의 [거울 속으로] 하고 상당히 닮았습니다. 모두의 거울에 관한 신 중 하나는 대놓고 의식적으로 [거울 속으로] 의 도입부를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고요. 아사프 번스타인 감독 자신은 김성호 감독 작품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김 감독님이 뉴욕시립대에 계실 즈음에 이 분도 New York University 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공부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두 분 나이도 비슷하고 … 흐음). [여고괴담] 시리즈나 [장화 홍련] 적인 요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큐: 그 "한국적인" 부분 중 하나가 주인공인 마리아 (이름부터 벌써 굉장히 일본만화에 나오는 소녀 캐릭터적인데요)를 다루는 방식이죠. 틴에이저가 주인공인 북미 호러영화에서는 이러한 학원 호러 장르는 학교라는 폐쇄된 사회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갈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룩 어웨이] 의 경우는 마리아와 딸에 못지 않게 정서불안정인 그녀의 부모와의 문제적 관계의 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아이작스가 연기하는 아버지가 성형수술 외과의고, 미라 소르비노가 연기하는 어머니는 신경증적인 정신 상태에다가 남편한테 완전히 주눅이 들어서 살고 있다는 것이 또한 서울 "강남" 스러운 설정인데요.  

연: 마리아와 부모와의 답답한 관계, 그리고 마리아가 거울 속의 분신인 "아이람 (Airam-- Maria의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어서 발음한 것입니다)" 과 대치된 연후에 벌어지는 관계의 변화를 다룬 부분이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잘 빠져 나왔다고 생각하네요. 마리아/아이람과 학교의 친구들과의 문제를 다룬 부분은 상대적으로 더 전형적이고 진부했다고 여겨지고요. 


photo LOOK AWAY- I WANT OUT_zpsntwq06st.jpg 


큐: 마리아를 연기하는 인디아 에이슬리 ([로미오와 줄리엣] 의 올리비아 허시 연기자의 따님입니다) 같은 도도하게 어여쁜 소녀 (그런데 데뷔한 지 꽤 됐어요. 현재 나이는 20대 중반) 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왕따를 당하고 산다는 설정 자체가 조금 신빙성이 …  

연: 뭐 그건 그럴 수도 있지요. 아무튼 마리아가 초반부에 어머니가 자신의 출생과 연계된 트라우마를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에 공감을 느끼면서, 아버지와 소통을 더 하고 싶은 의도를 관철시키지 못하는 가엾은 상황의 묘사가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이슨 아이작스와 미라 소르비노도 노련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아이작스의 아버지 캐릭터는 여성이라는 존재는 오로지 외모로만 가치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개자식인데, 마리아한테 생일 선물 주겠다고 자기의 집무실로 데려와서는, 성형 수술로 너의 지금 여러 가지 문제 많은 얼굴보다 더 예쁘게 만들어주겠다고, 자기 딴에는 엄청나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딸의 얼굴에 상상 속의 선을 그어가면서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아요.  

큐: 한국 영화에서는 이런 캐릭터는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네요.  

연: 에이, 구역질나는 상상은 하지 마시고요.  


큐: 허구헌날 눈발이 내리는 쌀쌀맞은 자연 환경과, 아름답고 맵시 있지만 쓸데없이 덩그러니 넓기만 하고 인간의 체취가 모자라 보이는 생활공간 등의 묘사는 미적 일관성이 있고, 캐릭터들의 기본적으로 절제된 연기와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연: 주인공 역의 인디아 에이슬리는 어떠셨나요?  

큐: 귀티나지만 우울한 아름다운 소녀역에는 잘 어울렸죠. 미국이는 그녀의 연기가 불만이었나 봐요?  

연: "아이람" 역을 했을 때, 전반부의 내성적이고 수동적이지만 속이 깊어 보이는 "마리아" 캐릭터와는 약간 어긋난, 평이한 "나쁜 계집" 연기로 돌아서는 점이 예상에 못 미치기는 했습니다. 물론 에이슬리 연기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감독의 캐릭터 해석의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거울에 비친 또 하나의 자아라는 심리분석적인 은유에서 벗어나서, 드 팔마의 [시스터즈] 를 연상시키는 "쌍생아의 저주" 라는 각도로 갑자기 돌입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네요. 카메라의 시점을 좌우대칭으로 나누어서 펼쳐지는 "문학적" 인 엔딩에 관해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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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좋습니다. 그러면 [킨] 에 대해 얘기해보죠. 이 한편은 [Bag Man (범죄자들이 일을 치른 후 훔친 장물이나 범죄로 손에 넣은 돈을 운반하는 역할을 맡은 자를 일컫는 속어)] 이라는 13분짜리 단편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되어서, 그 감독과 각본을 맡았던 조나산과 조슈아 베이커 형제가 장편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결과물입니다. 단편과 장편의 기본적인 골격은 같아요. 가정과 학교, 둘 다에서 소외된 한 흑인 소년이 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초병기를 손에 넣게 되고, 범죄자들과 연루된다는 얘기입니다. [Bag Man] 이 장편보다 훨씬 더 서정적이고 "학생영화" 같은데, 음악으로 치자면 빅 레벨과 계약을 맺기 위해 아티스트의 실력을 보여주는 데모 테이프 같은 구석도 있습니다. 독특한 사각형의 총기 자체의 디자인과, 총에서 발사되는 여러 종류의 역선 (力線)을 묘사하는 특수 효과는 단편에서 이미 완정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거든요. 단편의 작은 예산으로 이걸 해냈다고 생각하면 혀를 내두를 만한 성취죠. 라이언스게이트에서 떡밥을 문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아요.  


연: 단편의 경우 제대로 된 결말이 없습니다만, 여전히 그쪽이 쓸데없는 설명을 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섬뜩한 센스 오브 원더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장편으로의 확장에 그렇게 성공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큐: 저도 단편이 더 마음에 듭니다만, 딱히 베이커 형제들을 책 잡고 싶지는 않아요. [Bag Man]의 경우 서정적이거나 시적인 부분은 급작스럽게 폭발적인 비주얼이 등장하는 후반부와 맞물려서 생각해야 되고, 단편의 리듬과 호흡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니까요. 장편영화를 그런 식으로 만들기는 힘들었겠죠. 아이디어 자체는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외계인이 떨어뜨리거나 미래에서 넘어온 초병기를 사회적으로 소외된 주인공이 손에 넣는다는 구상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죠. 영화로도 저예산 컬트 영화 [Laserblast] 등이 있고요.  


연: 그런데 아무리 확장의 가능성에 한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스토리로 밀고 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았는가요? 주인공 일라이 소년역의 마일스 트뤼트 연기자는 좋은 캐스팅이고— 열 서너살 시절의 덴젤 워싱턴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정도면 카리스마도 꽤 있는 편이죠—, 공감이 가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그 소년을 범죄 조직과 연계시키는 방식이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서 멜로드라마적이고, 특히 소년의 형으로 등장하는 지미 캐릭터가 정말로 문제가 많은 존재입니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상황을 자초했다고 봐도 좋을 녀석인데, 막상 자신은 도덕적 책임의식이 절대적으로 결여되어 있어요. 그런데도 각본은 부득 부득 지미와 일라이의 “형제애” 를 부각시키려고 노력을 합니다. 짜증을 돋궈요.  

큐: 영화의 제목인 KIN 이 나는 뭔가SF 적 용어의 두문자 (“FBI” 이런 식으로) 인 줄 지레짐작 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문자 그대로 “(실제로 피를 나누거나 아니었다 하더라도) 친족” 이라는 의미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물론 엔딩에서 폭로되는 “반전”을 통해 새로이 부여되는 의미로의 “친족” 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연: 이런 말을 하면 조금 모욕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재능이 뛰어난 고등학생이 쓴 각본같아요. 실제 상황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을 때 제대로 개념이 박힌 사람이 할 수 있는 반응과, 장르적으로 그냥 플롯을 진전시키기 위해 써넣는 종류의 반응과의 구분이 잘 안되고 있어요. 막상 각 캐릭터들의 대사라던가 연기들은 나름 준수한데,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photo KIN- THE FAMILY_zpsjd9wrfqp.jpg 


큐: 음, 글쎄요. 나한테는 그렇게까지 무미건조하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고전이 된 비슷한 테마의 중-단편 SF 문학 작품들을 읽어보면, 아마도 딱 [킨] 정도의 “개연성” 과 “현실 감각” 을 지닌 작품들이 의외로 많지 않을까 싶어요. 일부에서 삼천포로 빠진다고 불만을 제기했던 엔딩도, 존 윈덤의 [번데기 The Chrysalids] 같은 고전 명작의 엔딩같은 전례가 존재합니다. “우리 편” 의 말도 안되게 (대량)살인적인 행위들은 다 “어쩔 수 없었다” 라고 정당화시켜놓고, "너희(들) 은 중요한 존재다” 라고 선언하고는 툭 끝나버리는 도덕적인 무책임까지도 흡사해요. 물론 21세기에의 현금 시점에서 SF 장르라고 선언해놓은 장편영화에서까지 그런 구식 접근방식을 되풀이해도 비판을 하지 말아야 된 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다만 “SF문학” 의 캐릭터들의 퀄리티를 SF영화나 다른 매체의 그것에 비해 미리부터 높게 평가하고 들어가는 편견 때문에, [킨] 같은 결과물의 성취를 과도하게 깎아내리지는 말았으면 하는 거죠.  

연: 그 초병기의 디자인을 비롯해서 특수 효과는 괜찮았어요. 모그와이가 맡은 음악도 보통 이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보다는 훨씬 수려했고요. 여러모로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한편이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는 실패한 TV 파일럿 영화적인 분위기가 감돌아요.  

큐: 그… 렇게 말씀하시면 조금 섭하긴 한데, [킨] 의 후속작에서 이 세계관과 스토리가 더 이어지는 것을 절실히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연: 뭘 그렇게 빙빙 돌려서 말씀하시나요 ^ ^   

큐: 아까운 작품인 것 같아요. 어쨌거나 마일스 트뤼트는 앞으로 출세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마이클 B. 조단이 자신의 후진 (後進) 흑인 크리에이티브들의 장래를 위해 거침없이 투자하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photo KIN- RECREATION_zpsamryezbi.jpg  


연: 예 그러면 오늘은 이정도로. 요번에는 대충 둘의 의견이 맞았던 것 같아요.  

큐: 두 작품 다 나름대로 멋지게 빠져 나온 반면에, 의견이 갈릴 만한 돌출적인 플러스 알파적인 요소가 없었으니까요.  

연: [메갈로돈] 이나 [베놈] 를 리뷰하면 둘 사이의 의견이 더 첨예하게 갈리겠죠? ^ ^  

큐: 으악, [메갈로돈] 은 안 합니다. [베놈] 이라면 몰라도… 아무튼 감사했습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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