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멘 MEN (2022) <부천영화제>

2022.07.13 09:27

Q 조회 수:492

Men   


영국-미국, 2022.    ☆☆☆★★


A DNA Films Production. Distributed by A24. 화면비 1.85:1, 1시간 40분. 


Director & Screenplay: Alex Garland 

Cinematography: Rob Hardy 

Production Design: Mark Digby 

Conceptual Artist: Dominic Hailstone 

Costume Design: Lisa Duncan 

Music: Ben Salisbury, Geoff Barrow 


CAST: Jessie Buckley (하퍼), Rory Kinnear (제프리), Paapa Esiedu (제임스 말로우), Gayle Rankin (라일리). 


금년의 부천영화제 리뷰 1호는 [엑스 마키나]와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의 감독 알렉스 갈란드의 최신작인 [멘] 입니다. 부천영화제 진행중에 올리는 것이기때문에 평소보다 약간 서둘러서 작성된 느낌을 줄 수 있겠네요. 부천에서는7월8일부로 상영이 종료된 모양이지만 아마도 한국에서 가까운 시일내에 극장 개봉 할 예정으로 보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감상할 수 있으실 듯 합니다. 


MEN-_AFTER_THE_RAIN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내용적으로는 그렇게 새롭거나 참신한 이야기를 하는 한편은 아니고, 사상적으로도 “여성문제”를 진보적으로 다루려는 구미 지식인 남성 작가 (갈란드의 경우는 소설가 및 각본가, 즉 글쟁이, 그리고 그림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영상작가라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다른 시점에서 논의가 가능하죠) 가 보여줄 만한 수준과 시점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다크 판타지적 관점에서, 또 미적이고 정서적인 입장에서 의외로 강한 임팩트를 주는 한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번 보면 또 입장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처음 봤을때의 반응에 한정해서 얘기하자면 [서던 리치] 보다 작은 이야기를 하는 한편일지라도, 더 좋게 봤습니다. 단순히 나탈리 포트먼과 오스카 아이작이라는 조합보다 제시 벅클리와 로리 키니어라는 조합이 더 내 취향에 맞았다는 것일수도 있겠죠. 


이 한편의 장르적인 성격은 최근작중에서는 [미드소마] 와 [유전] 으로 가장 잘 알려진 포크 호러로 일단 특정지울 수 있을 텐데요. 이 장르는 유명작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등과는 비슷한 서사상의 구조를 지니고 있을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텍사스] 의 경우는 ‘개미지옥’ 형 호러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 일군의 외부자들이 그들에게 적의나 살의를 지닌 토박이들에게 살육당하거나 잡혀 먹히거나 컬트의 일부로 포섭이 되거나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고, 포크 호러는 반드시 그러한 종류의 설정이나 서사를 원용하지 않더라도 어떤 특정 지역이 지닌 (그리고 보통 아주 직설적인 형태로) 반기독교적 (반유일신적?) 이면서 토착적인 종교나 풍습이 호러의 원천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미드소마] 처럼 외부에서 찾아온 관찰자들이, 또는 [유전]처럼 친족을 저버리고 떠났다가 다시 귀환한 토지의 피붙이들이 주인공이냐 하는 문제는 그렇게 중대한 것은 아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작품들 안에서 공포와 불온함의 원천이 되는 것이 기독교적인 선악의 판단기준과 가치관을 완전히 벗어나거나, 관심이 일도 없는 신앙체계라는 점인 것이죠. 이런 면에서 포크 호러는 사탄숭배자들이나 사탄이 직접적으로 악의 세력으로 등장하는 작품들과는 근본적으로 차별됩니다. [더 위치] 같은 한편도 포크 호러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이 한편에서 규정되는 “마녀” 들은 어디까지나 청교도적 기독교문화에서 상정된 존재들이기때문에, 이 장르에 포함시키기에는 저항이 있습니다. 포크 호러 분야의 고전을 논하자면, 크리스토퍼 리가 스스로가 출연한 최고작이라고 명언했던 (물론 [반지의 제왕] 등보다 한참 전에 말씀하신 것이긴 하지만) [윅커맨] 이 자타가 공인하는 걸작으로 알려져 있죠. 


이 한편에서는 후반부에서 하퍼가 스테인드 글래스로 아름답게 수놓은 교회의 단상에서 거대한 여성성기를 양손으로 펼치고 있는 여성과 정기를 방사 (放射) 하는 듯이 보이는 성난 남성의 얼굴을 원시적인 형태로 새겨놓은 조각을 발견하는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포크 호러 서브장르의 모티브가 강하게 개입합니다. 영화는 초입에서는 급작스럽고도 황당하면서도 폭력적인 형태로 남편과 사별한 하퍼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춘 사이코스릴러로 나아갈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일종의 서사적 트릭이고요. 갈란드는 (예를 들자면 제프 니콜스, 기예르모 델 토로나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등과는 달리) “작가의식”이 강한 감독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좋은 의미로건 나쁜 의미로건 “문학적” 인 기운이 감도는데, 연기자들의 대사의 굴림이나 이런 것이 문어적이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은유 (metaphor) 로서의 영화적 표현에 올인을 하는 경향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서던 리치] 의 리뷰에서 제가 언급을 했습니다만, 그 영화에서 등장하는 외계생명체가 지구의 생물들에게 유전적 변형을 일으키는 과정을 빛의 굴절 (refraction) 에 대비시켜서 상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런 외계생명체가 무지개빛의 색깔을 하고 나타난다는 것은 그냥 “굴절” 이라는 현상의 은유인 것이죠.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면 그런 외계생명체가 그렇게 보여야 할 아무런 물리적이나 생물학적인 이유는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씀입니다. 


이러한 성향의 갈란드가 “가부장제” 와 “남성성” 을 비판하거나 최소한 문제화하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그 과도함과 일면적으로는 진부함에 쓴웃음을 짓게 되는 “문학적 은유들” 이 눈에 띄게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겠죠. 그 대표적인 예가 (이것은 예고편에도 뻔하게 나오는 설정이기때문에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한편에서 주인공 하퍼를 불편하게 만들고 못살게 구는 마을의 남성 캐릭터들— 시골집의 소유주인지 관리인인지인 제프리, 마릴린 몬로 가면을 쓰고 등장해서 누가 봐도 여성혐오 싸이코패스로 성장하는 과도기에 있는 어린 소년, 괴상한 페이건 조각상이 떡 단상 앞에 버티고 있는 교회를 주관하는 신부 (또는 목사), 하퍼의 말을 튕겨듣는 재수없는 경찰관, 그리고 발가벗고 성기를 덜렁거리면서 하퍼를 스토킹하는 “폐가의 남자” 들— 을 전부 로리 키니어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 자체는 하퍼를 둘러싼 남자들의 dog 저씨적인 태도가 연령, 직업, 사회적 위치, 교육 수준따위와 별 상관없이 하나의 공동체에 묶인 남성들에게 공통되어 발현되는 모습에 대한 은유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단지, 저 같으면 가부장주의의 폭력이나 남근주의의 폐단을 풍자하거나 비판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은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까지 늘어놓으면 말이 정말 길어지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겠습니다만), 문제는 나름대로 자연주의적인 세팅을 해놓고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하퍼가 이 모든 남성들이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아주 명백하고도 뻔히 보이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언급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단 말이죠. 그렇다면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 분이 초자연적으로 둔감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 안에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데 관객들에게만 같은 얼굴로 보인다는 설정인 것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죠. 


저는 이런 “문제점” 을 지적하면 꼭 따라오기 마련인 “아이 이건 뭔가 심오한 얘기를 하는 영화잖아요. 영화적 은유 아닙니까 은유. 이런 거 가지고 헷갈리는 관객들은 은유가 뭔지 모르는 좀 모자라는 관객들인거죠. 왜 꼭 이런걸로 시비를 걸어요 누가 딜레탕트 아니랄까봐…” 적인 태도가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이런 식으로 이건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영화다라는 식의 접근방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말을 멋있게, 효율적으로, 또는 강렬하게 하는 영화인들이 분명히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델 토로, 니콜스, 크선생님들이 다 여기에 해당되겠죠?) 갈란드의 방식을 선호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겠군요. 


MEN-_SCREAM_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멘] 이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미적으로 무척 강한 힘을 가졌어요. 하퍼가 혼자서 자신을 추스리고 설움을 달랠 목적으로 빌리게 된 시골집 근처의 숲과 폐가, 그리고 열화되고 물웅덩이로 들어찬 터널을 산책하고, 스스로의 목소리가 터널속에서 울려퍼지는 메아리의 화음을 감상하면서 신비스러운 희열을 느끼는 시퀜스 등은 일부러 “시적” 인 장면을 넣으려고 폼을 재는 대신, 실제로 그녀의 심정을 유기적으로 자연의 묘사와 연결시켜서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온갖 현란하고 칼러풀한 CGI 와 네이처 포토그래피적 동영상들을 동원한 [서던 리치] 의 유사한 시퀜스들보다 훨씬 아름답고 정서적으로 파워풀하게 느껴졌고요. 


그리고 캐스팅도 좋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에게는 오스카 아이작이나 알리시아 비칸더, 나탈리 포트먼 등의 글래머러스하고 조금 “비 생활형” 인 스타들보다도 [비스트] 에 출연했던 가수 출신 제시 벅클리와 현금 헐리웃에서도 TV, 극장계를 아울러서 가장 잘 팔리는 조역중 하나인 로리 키니어가 최소한 이 한편과는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벅클리가 좋습니다.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고, 남성 캐릭터들의 행태에 치를 떨면서도 자신의 주체성의 축을 잃지 않는 여성을 딱히 “남자가 이럴 거라고 여기는 페미니즘” 의 클리세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친구도 사정을 알고 보면 정말 공감을 전혀 할 수 없는 캐릭터인 유명을 달리한 전 남편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플래쉬백 시퀜스들의 연출과 연기적 공력도 상당합니다. 


MEN-_PAGAN_SEX_SYMBOL_ 


[멘] 의 경우, 마침내 포크 호러적인 요소가 폭발적으로 화면을 뒤덮고 왜 마을의 남자들이 저렇게 똑같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시각적인 “설명” (대사로 이러쿵 저러쿵 이 마을이 원래 드루이드 신앙의 중심지였고 어쩌고 늘어놓는 싸구려 접근은 갈란드는 당연히 하지 않죠) 이 주어지는 클라이맥스에서 취향에 따라 평가가 크게 나누어지리라고 여겨집니다. 일부의 관객들은 그 “은유적” 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이념적인 해석의 여부에 상관없이, 클라이브 바커의 초기 단편을 연상시키는 성기의 변이에 집중된 육체의 변화에 일종의 장르적 매력을 찾을 수 있으실 분들도 계시겠고, 다른 분들은 “아이 참 먼짓이여 이게 ;;;” 라고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먼저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크선생님의 [크라임스 오브 더 퓨처] 를 본지 얼마 안되어서 감상한 탓인지, 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개념적으로는 조금 뻔했어요. 연기자들의 특수분장, CGI 는 매끈하게 잘 나왔다고 생각하지만요. 


결론적으로는 볼만한 작품이었고 아마 블루 레이로도 소유하게 될 것 같습니다. 포크 호러적인 요소와 벅클리 캐릭터의 울분과 복잡한 심경을 다룬 사이코드라마적인 요소가 반드시 잘 버무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것들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름답고 괴이하고 기타 다른 영화에서는 별로 찾아 볼 수 없던 묘사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한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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