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미국-영국, 2017.    


A Lucasfilm Ltd/Ram Bergman Productions/Walt Disney Pictures Co-Production. 


Director & Screenwriter: Rian Johnson 

Cinematography: Steve Yedlin 

Production Design: Rick Heinrichs 

Costume Design: Michael Kaplan 

Editor: Bob Ducsay 

Special Effects: Andy Colquhoun, Vanessa Bastyan, Neal Scanlan, Richard Bain, Ricardo Alves, Michel Barriers, Creature FX, Industrial Light and Magic, Stereo D, One of Us, Hybride, Jellyfish Pictures, Rodeo FX. 

Music: John Williams 

Stunt Fight Coordinator: Liang Yang 

Executive Producers: J. J. Abrams, Tom Karnowski, Jason D. McGatlin. 

Producers: Ram Bergman, Kathleen Kennedy, Pippa Anderson, Kiri Hart, Candice Campos. 


CAST: Daisy Ridley (레이), John Boyega (핀), Adam Driver (카일로 렌), Mark Hamill (류크 스카이워커), Oscar Isaac (포 대머론), Carrie Fisher (레이아 오르가나), Laura Dern (홀도 부제독), Andy Serkis (스노크), Domhnall Gleeson (헉스 장군), Kelly Marie Tran (로즈 티코), Benicio Del Toro (디제이), Joonas Suotamo (츄바카), Anthony Daniels (C-3PO), Gwendoline Christie (파즈마 대위), Veronica Ngo (페이지 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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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오래 된-- 오리지널 시리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에피소드 4, 5, 6 이 아니다) 를 다 개봉 당시 한국, 일본과 미국의 극장에서 본 사람으로써-- [스타 워즈] 팬인가에 대해서는 [깨어난 포스] 리뷰 때 주절거리면서 늘어놓았기 때문에,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 한 문단만 가지고 이 작품의 존재의의랄까 에센스를 말하라고 한다면, [라스트 제다이]는 이미 40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극장에서 표 팔은 것만 가지고도 수십억 달러의 돈을 벌어들인 (확장우주, 2차매체에서의 매상, 선전효과, 완구 등의 2-3차산업적 효과를 계산하면 수백억 달러 아니 그 이상의 경제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타 워즈] 시리즈 중, 배트맨이란 캐릭터의 창출 이후 몇 십 년을 걸치는 영화화 과정에서 나온 [다크 나이트], 마찬가지로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창출 이후 몇 번의 리부팅과 재구상을 거치는 과정에 나온 [스카이폴] 에 해당되는 위치를 차지한다. 다시 말하자면, 최근 나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야심적인 [스타 워즈] 신화의 재해석인데, 그 재해석의 결과물이, 오리지널을 위대하게 만든 바로 그 정신에 가장 맞아떨어진다는, 마치 무슨 마법사의 마술 같은, 그러나 조금만 앉아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지당하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결과를 보여주는 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라스트 제다이] 가 진정 존중 받아야 할 이유는 사실, 이 한편이 팬덤 안에 꼭꼭 히키코모리한 채로 스스로의 살을 뜯어먹으면서 맛있다고 뽕맞은 황홀경에 빠지는 그런 류의 자체내 완결적 팬 스피릿을 격하게 거스르고, 심지어는 거의 짓밟아버리고, 수많은 영화사의 걸작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또한 동시에 그 교류 네트워크가 붙여놓은 봉인을 뚫고 스스로의 힘으로 영화예술작품으로 발돋움 하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팬들께서는 잊어버릴 만도 한 일이지만, [스타 워즈] 는 애초에 한편의 영화 (그것도 70년대 남 캘리포니아의 문화에서*만* 나올 수 있었던, 그 아무도, 물론 만든 사람들도, 그렇게 범 우주적인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미국영화!) 였고, [라스트 제다이] 는 수많은 "팬" 들이 침을 뱉고 발길질을 함에도 굴하지 않고 그 *영화적인 기원*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한편인 것이다. 이러한 존슨의 [스타 워즈] 에 대한 접근법과 태도가 [라스트 제다이]에서 레이가 보여주는 제다이 마스터 류크와의 관계와 여정에 고대로 반영이 되어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라스트 제다이] 는 마블과 DC 의 창궐에 의해 거의 하나의 포맷으로 굳어진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서사 패턴의 효율성이라는 기준에 놓고 보자면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크리스 놀런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 작품들뿐만 아니라, 평론가들에게는 갈굼을 당한 [스펙터] 나 최근의 [혹성탈출] 시리즈들에 비교해도 전반적인 교차편집이라던가, 설정과 디자인을 완벽하게 통솔하는 힘이 조금 딸린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칸토 바이트 카지노 시퀜스 같은 개소는 아이디어로는 출중하게 재미있으나, 실제로 그 과정을 실현시키는 공력에서 있어서는 통제력이 딸리며, 또한 전체적인 영화의 톤과의 조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충분히 줄 수 있다. 리안 존슨은 정말 탄복할 만큼 머리가 좋고 센스가 뛰어난 각본가이지만 (그가 쓴 대사들을 중후함이나 멋있음으로 따지자면 프리퀄들의 조지 루카스의 대사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이다. 목을 베셔도 할 말씀은 드려야 하겠습니다 마스터!), 감독으로서는 스필버그나 동림옹과 같은 노장들이 현재 그 계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고전기 헐리웃 장인들의 실력에는 아직 못 미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워드 호크스나 존 포드 같은 전설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성기의 일급 장인 리처드 플라이셔나 로버트 와이즈는 이러한 "황당하게 갑자기 코믹하게 바뀌는" 또는 "아방가르드 예술영화에서 갑툭튀 한 것처럼 보이는" 음조가 어긋나는 시퀜스들을 전체 영화에 조화롭게 녹여내는 데에 뛰어난 공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존슨은 아직 그런 레벨에는 도달해 있지 못한 듯 하다. 


영화의 성격을 고찰하고자 했을 때, 가장 흥미 있었던 것은 쌍제이의 [깨어난 포스] 가 원전에 지극히 충실한 스페이스 오페라- 아서왕의 전설의 디즈니판 같은 "꿈나라 동화" 적인 양상을 띄었고, 개리스 에드워즈의 [로그 원] 이 2차대전 배경의 특공대 전쟁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라스트 제다이] 는 강렬하게 서부극과, 동시에 그 서부극과 긴장 관계와 더불어 융합-변이를 계속해온 일본 시대극 (이른바 "사무라이 영화") 이라는 장르를 지향한다는 점이었다. 이 지향점은 사실 리안 존슨의 전작 [루퍼] 를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원래부터 우주 해적 한 솔로의 캐릭터가 [스타 워즈] 안에서 서부극의 풍미와 지향성을 대변하는 존재였지만, 솔로가 없는 상황에서도 존슨 감독은 굴하지 않고, 아파치나 코만치의 압도적인 공격을 받는 기병대가 지키는 요새 안의 지휘권과 생존 전략을 둘러싼 갈등,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처럼 우리 편 적 편으로 나누기 힘든 "회색지대" 에서 또한 전쟁을 이용해서 이득을 보는 씨니컬한 캐릭터 (이 한편에서는 베니치오 델 토로가 연기하는 코드 브레이커) 의 등장, "말" 과 "소" 들이 어슬렁거리는 "농장" 과 과거에 "카우보이" 였던 전력이 밝혀지는 캐릭터, 그리고 [요짐보] 의 무로토 한베이와 츠바키 산주로오 처럼 단순한 선악의 분별을 넘어서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선-악의 대표자들까지, 고전 서부극과 ("수정주의 서부극" 이라는 개념은 나는 인정하지 않으니 그리 아시길) 고전 일본 시대극의 모티브와 설정들을 자수를 넣듯이 꼼꼼하게 이 한편에 배겨 넣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나에게는 전편을 통해서 가장 감명 깊고 신나고 벅찬 시퀜스가 레이와 또 한 사람의 캐릭터가 (정체를 밝히면 스포일러! 트위터 하는 분들께는 이미 다 캐릭터의 정체고 플롯의 반전이고 뭐고 다 뽀록났겠지만, 그래도 나는 단 한 분이라도 내용을 모르고 보실 한국 관객을 위해 꿋꿋이 중요한 스포일러를 틀어막으려는 어리석은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붉은색의 망또로 몸을 감싼 프레토리언 근위병들과 광선검을 빼들고 살진 (殺陳) 을 펼치는 장면이었는데, 존슨 감독의 인터뷰를 읽고 있자니 바로 존슨 자신도 이것을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원하는 바를 고대로 실현시킬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퀜스로 꼽고 있다는 사실을 읽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오매~ 이 친구! (나보다 나이가 상당히 젊다 ^ ^) 어쩐 일인겨, 이렇게 내가 결린 데를 딱 맞춤으로 꾹꾹이 해주는 감독님이 [스타 워즈] 의 신작을 맡으시다니. 오리지널 [제다이의 귀환]을 보신 올드 팬들이시라면, 이 진홍색 근위병들이 황제님의 나가 있으라는 한마디에 주섬주섬 방을 나가고는 다시 등장도 하지 않는 전개에 실망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환기되리라고 믿으시고, 내가 이 시퀜스를 목도하는 순간 눈물을 와락 쏟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으시리라 믿는 바이다. 


정산을 억지로 해보자면, [라스트 제다이] 의 "전쟁영화" 적인 부위가 나는 가장 약했다고 보고 (그런 부위에서도 존슨의 연기자들을 다루는 실력은 빼어나다. 홀도 부제독 같은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은 그 기능적인 측면 보다도 로라 던의 연기를 제대로 살려주는 각본의 찰진 대사와 연기자들에게 넓은 구역을 할당해 주는 연출력-- 잭 스나이더나 마이클 베이 같은 친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발휘할 수 없는 관대함이다-- 에 기인한다), 칸토 바이트에 관련된 서브플롯은 많은 이들의 비판과는 달리 나는 좋았었고, 반면 레이- 카일로 렌-류크의 삼각 관계와 클라이맥스의 크레이트 행성에서의 전투에 관한 부분은 완전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재림" 수준의 굉장함이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다. 각 분야의 최고봉들이 모여서 만드는 이러한 프로덕션의 세부-- 크레이트에 서식하는 "수정으로 된 털옷을 입은 여우" 의 몽환적인 아름다움부터 촬영감독 스티브 예들린 (존슨과의 협업 이외에도 [샌 안드레아스], [캐리] 리메이크 등을 담당) 이 잡아낸, 제다이 사원의 돌담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과 해변에 떠오르는 일출의 장엄함에 이르기까지-- 를 일일이 칭찬하기에는 바이트가 모자랄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에 85세이신 존 윌리엄즈 작곡가께서 아직도 [스타 워즈] 시리즈의 음악을 작곡하고 계신다는 사실에는 그냥 무릎을 꿇고 경배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 그것도 오리지널 3부작의 모티브와 테마를 되살려서 새롭게 작곡한 로즈 티코 등의 새 캐릭터들에 붙여진 곡들과 병행시키는 그 음악적 수완은 도저히 신진 작곡가들이 어떻게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내 결론은 이거다. 가상토다 리안 존슨이여! 아무리 그대가 못났다고, 저런 게 어떻게 감히 스타워즈의 유산을 계승하냐고, 다리 밑에서 데려서 주워온 자식이라고, 할 일없는 색기들이 욕을 퍼부으면 뭐하나, 그대의 행위와 사상이 이미 그 가문의 적손 (嫡孫) 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을진대. 이 늙고 헐어진 올드 팬은 그대의 편이니, "팬" 들이 던져대는 비료로도 쓰지 못할 썩은 토마토들일랑 괘념치 마시오. 


별점이 [깨어난 포스] 를 확연히 넘어서는 80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그 야심에 미루어 보아서 실제가 미치지 못하는 부위가 눈에 띄면서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좀 떨어졌기 때문인 것이고, [깨어난 포스] 가 마치 못 만든 영화이기라도 한 것처럼 언제 봤더냐는 듯이 호들갑을 떠는 평론가나 관객분들께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있다. 심정적인 측면에서는 80점 아니 그 이상을 주어도 좋고, 한 두어 번 더 본 다음에는 실제로 80점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스카이폴] 과 마찬가지로 나 같은 오래된 팬에게는 아 더 오래 살아야지, 레이가 전 은하계를 호령하는 지도자가 되는 모습을 보고 죽어도 죽자, 라는 늙어버린 이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한편이었다. [스타워즈] 는 (시리즈의 어느 작품이 되었건) 결국 영화에 지나지 않지만, 영화가 또 아닌, 영화를 넘어선 그 무엇이기 때문에. 


포스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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