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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서커스단  Vampire Circus 

 

 

영국, 1971. ☆☆☆★

 

A Hammer Film/Rank Organization Production. Distributed by Metro-Goldwyn-Meyer Pictures. 1 시간 27분. 화면비 1.66:1.

 

Director: Robert Young.

Screenplay: Judson Kinberg.

Producer: Wilbur Stark.

Executive Producer: Michael Carreras.

Cinematography: Moray Grant.

Music: David Whitaker.

 

Cast: John Moulder-Brown (안톤), Thorley Walters (시장), Lynne Frederick (도라 뮐러), Adrienne Corri (서커스 단장), Anthony Higgins/Corlan (에밀), Skip Martin (마이클), David Prowse (역사), Robert Tayman (미텔하우스 백작), Domini Blythe (안나 뮐러), Richard Owens (커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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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 호러의 여러 걸작들중 어떤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블루 레이로 등장할 것이냐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는데 결국 본바탕 영국에서 첫번째로 출시된 것은 북미판에서는 유니버설에서 나온 디븨디 모음집 Hammer Horror Collection 에 수록되어 있는 [Paranoiac] 이라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흑백 심리 스릴러였습니다. 그 이후에 2010년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에 북미에서 Synapse Film 이 예기치 않게 팬들이 이제나 저제나 하고 불안에 떨면서 출시를 기다리던 [흡혈귀 서커스단] 을 내놓았죠. 고전 타이틀 출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MGM 이 틀어잡고 자빠져 있는 바람에 디븨디로도 구경을 할 수 없었던 북미와 (더불어 아마도 유럽의) 해머 팬들은 환성을 지르면서 기뻐했습니다. [Paranoiac] 같은 마이너 작품과는 비교도 안되는 명성을 자랑하는 후기 해머의 대표작이니까요. 그러나 해머 프로덕션의 역사와 유럽 고딕 호러의 계보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께서도 이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부천영화제의 회고작 상영 같은 레퍼토리로는 더이상 적합할 수가 없는 한편이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밀도 있게 잘 만든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의 공력보다는 그 전체를 구성하는 레고 블록들의 매력이 더 앞서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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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반이 채 못되는 영화에서 10분 가깝게 시간을 잡아먹는 도입부는 엄청 박력이 있고 요염한 매력이 넘칩니다. 귀여운 땋은 머리 소녀와 젊은 미인 여성이 놀고 있다가 한 중유럽 풍의 성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미텔하우스 백작이라는 흡혈귀가 나타나서는 단번에 어린 소녀의 피를 빨아서 죽입니다. 이 장면의 소녀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여인이 몸을 뒤틀면서 성적 흥분에 탐닉하는 묘사 때문에 아동 성폭행의 묘사와 다를 바 없다, 음탕하다 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말이 나올 만큼 불편하면서도 에로틱한 시퀜스입니다.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커쉬 박사와 시장의 지휘 아래 횃불을 치켜들고 성을 습격하여 미텔하우스 백작을 처단합니다만 백작은 죽기 직전에 “너희 자손들이 내가 부활할 때에 제물로 바쳐질것이다” 라는 저주를 퍼붓습니다. 그로부터 15년 후, 마을은 정체 불명의 역병이 돌아서 정부 (프러시아? 오스트리아?) 로부터 출입금지 처분을 받은 채 전전긍긍 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에 피에로, 역사 (力士), 곡예사, 맹수 부림이 등의 단원들로 일단 구색은 갖추었지만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감도는 서커스단이 어떻게해서인지 포위망을 뚫고 도착을 합니다.

 

에로티시즘이 적당히 가미된 몽환적인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전반부는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단지 특수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술사들이 무대에서 그냥 해보이는 단순한 트릭 (몸 바꿔치기 등의) 에서 더 나아간 점도 별로 없고, 하늘을 나는 곡예사 남매들이 박쥐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신 같은 것도 마지 못해서 [우뢰매] 수준의 합성이 약간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그보다도 이야기의 논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벌어지는-- 말하자면 영화의 전반적인 호러영화로서의 효율성에는 별로 공헌을 하지 못하는-- 세트 피스들이 엄청나게 인상적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어린이들까지도 말똥말똥 눈을 뜨고 구경하는 가운데서 갑자기 벌어지는 누드 댄스 쇼 입니다만, 맹수 부림이가 채찍으로 구석에 몰아넣은 암호랑이가 이 벌거벗은 여자로 변신을 해서 달겨든다는 설정인 모양인데, 실제로는 온몸에 호랑이 무늬를 그리고 (그것도 노란색이 아니라 초록색? 에 가까운 바디 페인팅을 하고) 성기만 천 한조각으로 겨우 가린 (아니면 면도를 했는지? ;;;) 몸짱 여인이 난데없이 맹수 부림이하고 와다탕탕 얽혀서 모던 댄스 춤 한판을 벌이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입니다. 맹수 부림이역의 배우분도 어허라 좋다 하고 웃통을 벗어붙이고 얼굴에 호랑이 무늬 바디 페인팅이 다 묻어날 정도로 열정적인 한마당을 피로하십니다. ^ ^ 솔직히 에로틱한 자극은 상당합니다만, 왜 갑자기 영국산 고딕 호러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는 것인지. 모두의 어린이 흡혈 장면의 위태스럽게 성적인 묘사와 더불어, 고루한 영국 관객들과 검열당국을 도발할 만한 변태적 에로티시즘을 겉으로 확 드러내는 일이 없이 슬쩍 가미해서 (주로 남성?) 관객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자극하는 그런 작전이었는지? [흡혈귀 서커스] 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런 작전을 짜놓고 찍었는지 아니면 그냥 되는 대로 해본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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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상으로는 1시간 30분이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편집을 해 놓고도 사건의 도입, 캐릭터들의 소개, 그리고 사건의 전개에 시간을 다 잡아먹고 결국 흡혈귀 자신은 막판에 등장하자마자 10분 이내에 퇴치당하고 만다는, 해머 고딕 영화 특유의 “막판 조루증” 적 약점을 카버하려고 노력을 한 흔적은 있습니다만, 그 전술이라는 것이 숨도 안돌리고 계속 캐릭터들을 몰아 붙이는 것인지라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고는 봐줄 수 없습니다. 주인공 소년과 소녀역의 존 몰더 브라운과 린 프레데릭 둘 다 나이는 어려도 영화 한 편을 짊어질 수 있는 연기파 배우들인데 이 영화에서는 둘이 앉아서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딱 하나 있고 그 의외의 신은 계속 소리 지르고, 비명 지르고, 달리고, 흡혈귀들한테 위협 당하고 그런 상황의 연속입니다. 캐릭터 개발이고 내면적 연기고 뭐고 없습니다. 그런 반면에 원래 오리지널 각본에서는 아마도 충분히 카버를 할 여유가 있었을 것 같은 좀 복잡한 설정들, 예를 들자면 서커스단 단장인 집시 여인의 정체라던지 그런 류의 나중에 반전이나 추리물적인 요소로 기능할 수 있었던 아이템들은 제대로 살려져 있지 못하고, 아 이 여인의 정체는 알고보니까 그거였어, 놀랐지 빨리 빨리 그 다음! 이런 식으로 서둘러 넘어가 버리고 맙니다. 재기는 있는 감독과 프로덕션 팀이 만든 것은 확실한데, 미처 맞춤 재봉을 다 하지 못해서 모델이 입으면 꼬맨데가 틑어지는 드레스 같이 되어 버린 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이런 정통적인 고딕 호러의 전범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비틀어 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일면 어이없고 일면 창조적이고 근사한 시도들이 [흡혈귀 서커스단] 을 이색적이고 유니크한 한편으로 만든 것도 사실입니다. 허명 (虛名) 이라고까지 가혹하게 비판할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초기 해머의 걸작들에 비하면 역시 뒷심이 딸린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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