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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저주 The Curse of Frankenstein

 

영국, 1957. ☆☆☆★★

 

A Hammer Film/Rank Organization Production.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1 시간 23분. 화면비 1.66:1.

 

Director: Terence Fisher

Screenplay: Jimmy Sangster

Producer: Anthony Hinds, Anthony Nelson-Keys

Production Desginer: Bernard Robinson

Cinematography: Jack Asher 

Make-up: Phil Leakey

Music: James Bernard

 

Cast: Peter Cushing (빅터 폰 프랑켄슈타인), Hazel Court (엘리자베스), Christopher Lee (인조인간), Robert Urquhart (폴 크렘퍼), Fred Johnson (장님 노인), Valerie Gaunt (쥐스틴), Melvyn Hayes (어린 시절의 빅터).

 

 

유니버설의 고전적 호러 시리즈가 1940년대에 그 명맥이 끊어지고 보리스 칼로프, 벨라 루고시, 베이실 래스본, 론 채니 주니어, 존 캐러다인 등의 호러 스타들이 사실상 은퇴하거나 개인적으로 불행한 퇴락을 겪으면서 한동안 고전적 형식의 호러 영화는 극 저예산의 싸구려 작품으로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1960년대에 B급영화의 제왕 로저 코어먼에 의해 다시 짧은 기간이나마 일세를 풍미하게 됩니다만) 이 유니버설 호러 시리즈의 원작들의 저작권이 공유권으로 넘어감에 따라서 영국의 신생 스튜디오 해머 필름에서 다시 새로운 사이클을 만드는 시도를 시작합니다. 50년대 말-70년대 초반까지 프랑켄슈타인의 인조인간, 드라큘라 백작 (과 그의 무수한 친척-친류 흡혈귀들) 과 이집트의 미이라 이 세 수퍼스타 괴물들을 전면에 내세운 해머 호러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 첫번째 도화선을 당기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바로 이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입니다. 이제는 클래식으로서의 위엄이 넘쳐나는 “고전 걸작” 이 되었지만 처음에 공개되었을 때는 아마도 유니버설의 30년대 작품군에는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의 ‘저질’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물론 [저주]를 제작할 당시에는 해머의 제작진도 이것을 십 몇년동안 프랜차이즈로 울거 먹을 것이라는 복안을 확실히 지니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세히 관찰하면 저예산으로 졸속 제작을 했다는 티도 나고, 프랑켄슈타인 캐릭터나 그가 만드는 인조인간에 대한 어떤 확연한 철학적인 구상도 별로 없습니다. 당연히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이라는 문학작품에 대한 각색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케네스 브라나의 드 니로판 (1994)--전 볼때마다 그 과격한 빅토리아조 고딕 로맨티시즘 때문에 헛웃음이 나와서 제대로 즐길 수가 없긴 하지만--이나 심지어는 로저 코어먼이 직접 감독한 [프랑켄슈타인 언바운드](1990)—이 경우는 메리 셸리가 아니고 브라이언 올디스의 SF가 원작인데도—에 비교해서도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행위에 대한 성찰이나 그런 ‘주제의식’ 이 부족합니다. 아, 물론 아무 생각없이 만든 영화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인간은 신의 영역에 침범해서는 안된다’ 는 보수 기독교적인 윤리의식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하죠. 단지 세실 B. 드밀의 무성영화가 온갖 주지육림(酒池肉林) 의 난리 법썩 퇴폐적인 향락의 모습을 보여주어 놓고는 막판에 가서는 하느님의 벌이 내리시도다하면서 입 싹 씻고 경건한 체 하는 오리발 내밀기 ‘윤리의식’을 과시하였듯이 해머 영화에도 이런 보수적인 이념적 접근이 사실은 그러한 권선징악적 도덕률을 깨부시는 인물의 등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모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사실 어린시절의 빅터 폰 프랑켄슈타인의 성장 과정과 그가 점차 과격한 방향으로 ‘비뚤어지게’ 나가는 과정을 다루는 처음의 1/3정도의 전개를 보자면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각본가 지미 생스터는 원작의 상당히 중층적이고 복잡한 관계로 얽힌 조역 캐릭터들을 대폭 생략해버리고 그 대신에 폴 크렘퍼라는 (독일식으로 이름을 읽으면 파울 크렘퍼라고 불러야 하나?) 어린 시절의 빅터가 건방지게도 오디션을 해서 직접 고른 가정교사라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로 하여금 “양심의 목소리”로 기능하게 합니다.  처음에 폴의 도움을 받아 빅터가 시도하는 이단 과학 실험의 목적은 아주 얌전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심장과 혈압 순환을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에서 생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일종의 가사상태 (假死狀態)의 의학적 원용에 대한 연구지요. 그러나 강아지를 피험체로 써본 실험이 성공하자 프랑켄슈타인 남작은 사형수의 시체를 훔쳐오는 것을 위시해서 각종 편법을 써서 시체조직들을 손에 넣어 인조인간을 제작하려는 시도를 벌입니다. 폴은 대번에 프랑켄슈타인 남작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나서지만 도덕강의만 따따부따 늘어놓을 뿐 실제로 빅터와의 관계를 끊지는 못합니다.

 

생스터 각본가는 프랑켄슈타인남작을 단순히 자기 연구의 함의에 대해 눈이 멀은 과학자로 남겨두지를 않고 처음부터 여성관계를 포함한 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결함을 이미 가진 악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사촌 엘리자베스와의 혼약을 파기하지도 않으면서 하인 쥐스틴과 태연자약하게 ‘연애’를 하고, 우수한 뇌를 얻기 위해 교묘한 방식으로 동료 과학자를 죽음에 몰아넣는 모략을 꾸미기도 합니다. 순진한 데라곤 아주 없고,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저지른 행동의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는 외곬수의 이상성격자입니다. 물론 모든 일이 벌어질때마다 나타나서는 재수없는 훈장님 설교를 늘어놓는 주제에 막상 빅터가 일을 저지르는 것은 막지도 못하는 폴 크렘퍼보다는 빅터가 훨씬 나은 캐릭터입니다. 크램퍼가 나타나서는 넌 나쁜 놈이다라고 소리소리 지르다가 멀쩡하게 빅터가 적출한 뇌가 들은 유리용기를 깨놓을 때는 프랑켄슈타인에 대신해서 얼굴에 한 방 먹여주고 싶어지죠. 그리고 여기에서 자세하게 밝히지는 않겠습니다만 이 해머판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의 엔딩은 이 얄미운 크램퍼라는 놈이 꿩먹고 알먹고 다 해먹는 데서 끝납니다. 이 작품의 후속작 [프랑켄슈타인의 복수] 에서 빅터가 해야할 일 제 1호는 크램퍼를 찾아 내서 잡아 죽이는 일이었어야 하는 데 말입니다.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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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각본상의 약점과 구식 저예산 영화가 지닌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는 극장에서 실제로 보면 관객들의 주의를 휘어잡는 강력한 공력을 지녔습니다. 여기가 바로 테렌스 피셔 감독과 저예산이지만 효과적이고 통일성이 있는 미술, 잭 애셔의 멋들어진 촬영과 폴 리키의 메이크업이 실력을 발휘하는 부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냥 잡생각을 배제하고 잔머리도 안 부리고 관객들에게 마구 다가서서 “야~! 이래도 안무섭냐~!” 라고 눈을 부라리는 정통 호러 영화로서의 포스가 보통이 아닌 거죠. 오히려 “문예영화” 인 척 하면서 세련되게 폼내는 것을 배제한 접근방식이 이러한 날것의 공포감을 짜내는 데에 주효합니다.

 

절단된 사지와 굴러다니는 눈알, 쓰다 남은 부위를 처분하는 데 쓰는 유산 연못, 빨간색이 칙칙한 색조에 강렬한 방점을 찍는 화학 약품과 수조 (水槽)로 가득찬 프랑켄슈타인의 랩의 디자인 등의 신경을 거슬리는 호러 요소들은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인조인간이 등장하면서 일거에 정점으로 치닫습니다. 크리스토퍼 리가 연기하는 이 인조인간이 확 얼굴에 감긴 붕대를 잡아 뜯으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의 재빨리 다가서는 카메라의 리듬 같은 것은 21세기영화의 기준으로 보아도 충분히 쇼킹합니다. “옛날 영화라 역시 느리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 작품을 보고 계시던 분들은 이 장면에 화다닥 맏닥뜨리게 되면 콜라를 입에서 푸슉하고 분사하는 그런 경험을 하시게 될 소지가 있습니다. 밤중에 랩탑에 틀어놓고 오징어 다리를 씹으면서 보다가도 부지불식중에 등에 소름이 확 끼치게 되는 그런 공력을 지녔단 말이지요.

 

이 프랑켄슈타인의 인조인간은 정말 죽은 사람의 시체를 얼기설기 끼워맞춰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몇 안되는 디자인 중의 하나입니다만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획기적으로 흉칙한 용모를 지녔습니다. 물론, 아무런 페이소스 없이 무한한 적의에 찬 모습을 대사 없이 몸으로 보여주는 (눈알도 하나만 겨우 보이는데) 크리스토퍼 리의 연기가 없이는 이렇게 무섭게 나오지는 못했겠죠 (리 영감님의 회고록에 의하면 너무나 자신의 메이크업이 기분 나쁘다 보니까 아무도 촬영중에 같이 식사를 하러 오지 않아서 “왕따”를 당한 나머지 우울증이 생길 뻔 했다고 합니다).  유명한 “장님 노인”시퀜스도 괴물이 자신의 흉함을 모르는 은거 노인에게서 인간의 말을 배우고 어쩌고 하는 캐릭터 중심의 묘사는 완전히 다 생략되고 단지 앞이 안보이는 사람이 이 끔직한 괴물을 못 보고 당하고 만다 아이구 저걸 어째 하는 불안과 공포만을 강조하고 있죠. 기타 쥐스틴과 엘리자베스의 운명 등 원작에 나오는 거의 모든 기본 설정들도 관객들의 공포를 쥐어짜는데 유효할 수 있는 부분만 남겨놓고 다 깎여 없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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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는 1957년이라는 제작 연도에 속아넘어가시면 안되는 강렬한 아우라와 더불어 몸으로 때우는 “구식” 호러영화입니다.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것은 뭐 그렇다 치고, [프랑켄슈타인] 이라는 불후의 SF명작의 영화화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만 (그렇다고 더 현대에 만든 작품들이 딱히 원작에 더 충실한 것도 아니지만), 이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고전 호러의 명성을 유지할 자격이 있다고 판정을 내리기에 족합니다.

 

사족: 이왕 말이 났으니까 말인데 [프랑켄슈타인의 복수] 와 [프랑켄슈타인은 여자를 만들었다] 등의 비교적 초기의 후속작에 나오는 남작님은 이 영화에 나오는 속좁고, 한량스럽고, 까놓고 말해서 머리가 좀 잘 안돌아가는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고 훨씬 사려가 깊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피터 쿠싱 선생님의 멋진 연기야 두말하면 잔소리. 유감스럽게도 후속작의 인조인간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크리스토퍼 리 선생님의 그것에 비하면 10분의 1정도의 포스도 떨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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