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의 엘렉트릭 드림스  Philip K. Dick's Electric Dreams <Season One>.


영국-미국, Original Broadcast Dates, September 17 2017- March 19 2018 (Channel 4), January 12, 2018 (Amazon Streaming Service). 


An Anonymous Content/Channel 4/Electric Shepherd Productions/Moon Shot Entertainment/Left Bank Pictures/Rooney McP Productions/Tall Ship Productions Co-Production, distributed by Amazon Studios & Sony Pictures Television. 60 분, 화면비 1.78: 1.  


Executive Producers: Ronald D. Moore, Michael Dinner, Bryan Cranston, Isa Dick Hackett, Kalen Egan, Christopher Tricario, Maril Davis, David Kanter, Matt De Ross, Lila Rawlings, Marigo Kehoe, Kate DiMento, Don Kurt 

Theme Music Composed by: Harry Gregson-Wil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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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의 리뷰에 이어서 필립 K. 딕의 [엘렉트릭 드림스]를 그 원작 소설과 대비하여 비교 평가하는 시리즈를 속행합니다. 지난번에서는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뮤턴트들이 일상화된 사회, 지구가 존재하는 지도 잊혀진 먼 미래에서 우주 여행사를 통해 지구를 방문하고 싶어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 그리고 평행우주속의 이상향 (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닌) 을 다룬 에피소드들이었습니다. 요번에는 [블레이드 런너]를 풍자한 것 같은 레플리컨트가 등장하는 코믹 필름 느와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구분이 점차 불가능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우주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가 사실은 외계인의 변장일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이렇게 세 가지의 고전적 SF 설정을 다룹니다. 캐스트는 지난번 에피소드들에 더해서 호화롭지만, 앞의 두 스토리는 아주 기본적인 설정만 따오고 거의 모든 내용을 다 바꾼 급진적인 각색인 반면에, 세 번째 이야기인 [인간이란]은 원작을 미세한 함의와 디테일을 제외하면 가장 충실하게 옮겨놓은 한 편입니다. 우연치 않게 [인간이란] 이 가장 따뜻한 체감온도를 지녔다고 할까요, 고전적인 휴머니즘의 정리를 망설임 없이 설파하고 있습니다. 


Crazy Diamond. 광기의 다이아몬드 Originally Broadcast October 7, 2017.      ★ 


Teleplay: Tony Grisoni, based on a Philip K. Dick story, "Sales Pitch." 

Director: Marc Munden 

Cinematography: Ole Bratt Birkeland 

Production Designer: Lisa Marie Hall 

Costume Designer: Edward K. Gibbon 

Music: Cristobal Tapia de Weer 


CAST: Steven Buscemi (에드 모리스), Sidse Babett Knudsen (질), Julia Davis (샐리 모리스), Lucian Msamati (점장), Joanna Scanlan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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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모리스는 "질" (여성) 과 "잭" (남성) 이라고 불리는 인간과 유사한 안드로이드들 (레플리칸트들)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입니다. 극단적인 환경파괴로 싱싱한 야채나 과일 또는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은 동물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고, 그는 좋은 급료에도 불구하고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해변가의 절벽의 저택에서 근근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내와의 사이와는 나쁘지 않지만, 그는 소중히 간수하고 있는 골동품 LP에 수록되어 있는 몇 세기 전의 캘리포니아 비치 록을 들으면서, 떼돈을 벌어서 요트를 타고 어딘가 바다를 가로질러 모험 여행을 떠나는 백일몽을 꾸면서 소일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에드에게 보험회사 세일즈우먼 (….? 21세기에도 없는 보험회사 세일즈맨이 이 미래 세계에 있다고요? 아무튼)을 사칭하는 여성이 접근합니다. 에드는 이 여성이 인간이 아닌 레플리칸트, 즉 "질" 이라는 것을 파악합니다. [블레이드 런너] 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레플리칸트들은 살 수 있는 수명이 정해져 있어서, QC (양자의식체) 라는 일종의 "영혼" 같은 것을 새로 공급받지 않으면 죽게 됩니다. 질은 회사에서 QC를 빼돌려서 하나는 자신에게 주고, 나머지를 암시장에 팔아서 큰 돈을 번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에드는 질이 팜므 파탈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결국 유혹에 넘어가서 QC 가 든 열 개의 앰풀을 훔쳐냅니다만… 


원작 [세일즈 피치] 는 원하지 않는 상품을 팔려고 혈안이 된 광고에 의해 시달리는 미래인 중산층의 남자가, 한 시대 전의 상이군인 강제 판매원처럼 절대로 집을 떠나지도 않고 집요하게 자신을 "구매" 할 것을 강요하는 로보트 가사도우미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인생이 뒤죽박죽이 될때까지 괴롭힘을 당한다는, 처음에는 세태를 비꼬는 코메디로 시작했다가 점차 호러로 둔갑하는 단편입니다만, 딕의 평소 실력을 감안하면 최악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보트의 디자인의 자체가 너무나 50년대식으로 구식이라서 (거대한 집게가 달린 손에다가 롤러가 달린 불도저 같은 몸통하며…) 흥이 깨는데다가, 그 놈의 세일즈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폭력적입니다. 풍자적인 포스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왜 이렇게 단순한 단편을 골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본가는 최근에 여러가지 구설수에 휩싸인 테리 길리엄 감독의 [그림 형제]와 [타이드랜드] 의 각본을 집필하였다가 돈 키호테 프로젝트에서 길리엄에게 퇴출당하고, 그 이후에 [레드 라이딩] 3부작을 담당해서 주가를 높인 토니 그리소니인데, 딕 보다도 제임스 케인의 [이중 배상], 그리고 그 소설을 각색한 빌리 와일더의 1944년 명작의 SF판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팜므 파탈 레플리칸트역에 바짝 마른 모델형 연기자가 아닌 40대 정도 나이의 바바라 스탠윅을 연상시키는 시드세 바베트 크눗슨을 캐스팅한 것이 그런 심증을 들게 만드는데, 원작에는 눈을 부비고 찾아도 없는, 너무나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의 컨벤션이라서 막상 SF세계에 적용을 하면 어처구니가 없어지면서 웃음이 나오는 "필름 느와르 반전"까지 넣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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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한편을 끌고 가는 것은 주역인 스티브 부세미라고 할 수 있죠. 이 분 참… 아니 연기를 왜 이리 잘하시는 것인지. 인조인간의 "영혼" 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런 부분에서는 무지하게 진정성 있어 보이는 진중한 연기를 보여주시면서도, "무슨 놈의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냐" 라는 한탄조의 찌부러진 표정을 짓고 그러면서 마구 웃겨 주시고, 또한 파토스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관객들을 몰아갑니다. 이 한편에서는 LP를 혼자 돌리면서 장단 맞춰서 노래까지 부르시는데, 그 목소리가 너무 예쁜 거에요! ^ ^ 원 부세미 형님의 목소리가 이렇게 고왔던가? 하고 새삼스럽게 놀랐습니다. 


필름 느와르의 정석답게 배신 때리는 캐릭터들, 마이크로폰처럼 생긴 총들을 빵빵 쏘는 총기 액션, 질이 가볍게 담장을 점프해서 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묘사들까지 있습니다만 사실 이런 측면들은 별로 기발하거나 손에 땀을 쥐거나 그렇지는 않고, 부세미 형님의 계속해서 벌어지는 굉장히 느와르스럽게 답답하고 황당하게 꼬인 상황들에 대한 반응이 재미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기타 특기할 것은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인데, 50-60년대의 SF 작품들이 상정했던 "미래의 삶" 을 "충실하게" 재현함으로써 그러한 미래적인 삶이 지금 시각에서 보면 얼마나 웃기고 한심하게 보이는 가를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일부의 디자인은 그냥 추악하네요. 에드가 사는 집 자체도 파란색 플라스틱 바께쓰를 종으로 잘라서 엎어놓은 것 같은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런 과거의 미래주의적 비전을 비웃는 도가 좀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에서는 환경이나 세계가 "생긴 것" 이 서로 비슷한 에피소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큰 매력중의 하나 (말하자면 [스타 트렉] 처럼 다른 행성에 착륙해도 같은 우주 안의 세계라는 것이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 없습니다) 라서, 다소간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이 프로덕션 디자인의 방향성은 크게 칭찬해 줄 만 합니다. 


Real Life.진짜 삶  Originally broadcast October 15, 2017.      ★ 


Teleplay: Ronald D. Moore, based on a short story, "Exhibit Piece." 

Director: Jeffrey Reiner. 


CAST: Anna Paquin (사라), Terence Howard (조지), Lara Pulver (폴라), Rachelle Lefevre (케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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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극장영화적" 이고 실제로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꽤 강렬하게 끌어내는 한편입니다. 설정은 이미 많은 영화-- 특히 크선생님 감독의 [엑시스텐즈]-- 에서 써먹었던 가상현실 얘기인데, 스토리의 전개나 그런 부분에는 [인셉션]의 영향이 피치 못하게 느껴집니다. 안나 파킨이 연기하는 사라는 현실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지금보다 한 세기 정도 지난 미래의 레스비언 경찰관인데, 자신의 애인을 참혹하게 살해당한 후 가상현실 세계에 깊이 빠져듭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세계에서 자신은 역시 첨단 가상현실 기계를 개발한 조지 (테렌스 하워드) 라는 흑인 과학자-발명가이고, 조지 역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살인범을 잡아서 응징하는 데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라와 조지의 "삶" 이 평행해서 보여지는 가운데, 그들은 둘 다 자신이 가상현실의 존재이고 자신이 "꿈속의 아바타" 라고 생각하고 있는 반대편의 인격이 "진짜" 자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두 쪽 세계에 다 더 이상 가상현실에 진입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가상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다른 한 쪽 세계의 소멸을 의미 한다면…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애인/아내의 기억도 한갓 기계가 빚어낸 몽상의 포말에 불과하단 말인가? 과연 둘 중의 누가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시놉시스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라의 세계와 조지의 세계 둘 중의 어느 쪽이 "현실" 이냐 하는 질문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에피소드에서는 일단 이 문제에 대해 확답이 주어지긴 합니다. 예, 사라와 조지 둘 중의 하나는 결말에서 "죽" 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실존적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당연히 아니긴 하지만요). 예상외로 강한 울분과 슬픔의 정서를 길어 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는데, 테렌스 하워드는 원래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연기자는 아닙니다만 조지 역을 맡아서는 가슴을 울리는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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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의 원작은 냉전기 소비에트주의의 냄새가 나는 22세기의 극단적 통제-관리사회에서, 50년대 미국사회를 똑같이 재생한 박물관에서 일하는 역사학자가 과거의 세계에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을 발견한다는 얘기인데요. 물론 가상현실에 관한 설정은 아닙니다 (원작은 1954년에 집필)만, 이 스토리의 결말에도 아이러니칼하고 어떻게 보자면 굉장히 악랄한 "반전" 이 있는데, 그 성격은 [진짜 삶] 의 그것과 명확히 달라도, 사상적 함의는 흥미롭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작은 이상향으로서의 과거에의 도피는 결국 불가능하다는 결론이고, [진짜 삶]에서도 가상현실에의 도피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긴 한데, 그 "도피가 불가능한" 이유가 주인공들의 정신세계가 지닌 인간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굳이 평가하자면 원작이 서사상 반전의 강도는 훨씬 세고, TV판은 그 정서적 공감의 심도가 더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 리메이크의 제작자 로널드 무어가 각본을 쓰고, 스핀오프 시리즈 [카프리카] 의 총지휘를 맡았던 제프리 레이너가 감독을 했는데, 가장 극장영화적인 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교차편집의 페이싱 등에서 최근의 "미드" 적인 날렵함과 어떤 면에서는 경미함이라는 약점도 보여주는 한편입니다. 그러나 저는 감동 받으면서 봤고, 좋은 점수 주고 싶네요. 


Human Is. 인간이란 Originally broadcast on October 29, 2017.        ★ 


Teleplay: Jessica Mecklenburg, based on a short story, "Human Is." 

Director: Francesca Gregorini 


CAST: Bryan Cranston (사일러스 헤릭), Essie Davis (베라 헤릭), Liam Cunningham (올린 장군), Ruth Bradley (야로 피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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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행성계간 우주여행이 가능해졌지만 환경파괴로 인해 거주지 바깥의 구역에서는 가스마스크 비슷한 호흡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지하 도시에서 (아시모프의 [강철도시] 필이 좀 납니다) 생활을 영유하고 있는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회는 필립 K. 딕이 가장 싫어했던 (사회주의적) 통제사회-- 결혼도 국가가 유전자와 개인의 성향을 고려해서 허가를 해야지만 가능한 그런-- 의 면모를 70년대스러운 비주얼 ([로간의 도주], [23세기의 벅 로저스] 같은 시리즈를 연상하게 되지요) 로 재현하고 있는데, 그 사회의 지도급 여성 관리인 베라는 유능한 군인인 사일러스와 부부관계이지만 애정은 식은 지 오래고, 사일러스는 군인으로서는 훌륭한 지 모르지만 자신의 아내의 헌신적인 공적이 자기의 무공을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는 것을 조금도 참을 수 없는 개색기 여혐종자 입니다. 


그들은 지구 사회의 테라포밍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광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 지성이 있는 외계인들이 사는 룩소어라는 행성을 침략합니다. 베라는 외교적인 협정을 주장하지만 그녀의 의견은 군사적-식민주의적 방침을 원하는 목소리에 묻혀버리죠. 그러나 사일러스가 이끄는 채벌대는 룩소어에 착륙하자마자 외계인들의 공격을 받고 전멸하고, 채벌선은 광물을 실은 채 지구로 귀환합니다. 그런데 지구에 도착한 채벌선에서 두 사람의 생존자가 발견되고, 그 중 하나인 사일러스는 건강을 회복합니다. 문제는 사일러스가 인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베라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애정을 듬뿍 주는 좋은 남자로 변한 것이죠. 


이 정도만 스토리를 소개해도 아마 여러분들께서는 용이하게 그 귀결점을 추측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이란] 은 흥미있게도 지금까지 소개한 필립 K. 딕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원작에 충실한 한 편입니다. 심지어는 "당신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어요" 라는 주요 대사와 그 대답까지도 딕의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죠. 딕의 단편 자체가 보통 그의 소설과는 달리 여성 주인공의 심리 (직접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차별되고 (물론 소설 안에서 외계인이 그렇게 "나이스" 한 이유가 "과거의 지구의 역사를 통해서 지구인을 파악했다" 라는 설명이 주어지는 것을 보면-- 다르게 말하자면 사회주의적 미래 세계는 기본적으로 사랑이나 배려심 따위가 탈색된 "비인간적" 인 세상이라는 설정-- 딕의 50년대 백인 미국인적 사상적 보수성이 근저에 깔려있기는 합니다), 결말도 예상과는 달리 캐릭터들의 "문학적" 인 대사의 주고 받음이 중요합니다. [Exhibit Piece] 같은 칼로 푹 찌르는 것 같은, 정서적으로는 거의 배신감에 가까운 반전의 파워는 당연히 없습니다만, 딕 단편 중에서는 잔잔한 감동을 안겨다 준다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의 각본가인 제시카 멕클렌버그와 주로 소녀들의 삶에 관한 독립영화를 찍은 프란체스카 그레고리니는 이러한 딕 단편의 퀄리티를 고대로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썼고, 쓸데없는 새로운 반전 따위를 더하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았습니다. 시리즈 중에서 각본과 감독이 둘 다 여성인 에피소드인데, 아마 남성 각본가나 감독이 맡았더라면 뭔가 더 서사적인 비틀림을 추가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고대로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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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총지휘자 중 하나인 브라이언 크란스턴 연기자가 기술적으로 우수하면서도 중후한 연기를 피로해 보이십니다만, 이 작품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베라역의 에시 데이비스 ([바바둑] 의 엄마 역으로 유명해진 오스트레일리아 연기자) 입니다.  내면적인 고통을 갈무리하면서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델 같은 쭉빵몸매 그런 게 아니라 젊은 시절을 열심히 살았지만 개인적인 즐거움은 맛보지 못한, 그러나 영혼의 아름다움이 그 행동거지에서 배어나오는, 그런 가엾고도 멋진 여성을 섬세하게 연기해 주고 있습니다. 


사족 1: 프란체스카 그레고리니가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사랑한 스파이] 에 나왔던 바바라 바크의 따님이시라는군요. 히야 @_@;;; 이미 40대 후반인데 무척 젊어 보이십니다 (어머님도…). 


사족 2: 영화 안에 나오는 우주선과 우주복의 묘사를 보고 [프로메테우스]를 연상하시는 분들도 계실 지 모르겠는데, 이런 레트로 디자인은 [프로메테우스] 도[앞으로 다가올 세계] 나 [흡혈귀들의 행성] 등에서 베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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