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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안식일   I tre volti della paura

 

이탈리아, 1963.     ☆☆☆★★★ 

 

An Alta Vista Film/Emmefi Cinematografia/Galatea Film/Societé Cinématographique Lyre Co-Production.  Distributed in the U.S. by American International Pictures. 1 시간 32분. 화면비 1.66:1.   <이탈리어판>

 

Director: Mario Bava
Screenplay: Alberto Bevilacqua, Mario Bava
Original Story: “Wurdalak” by Alexei Tolstoy, “The Telephone” by F.G. Snyder, “Drop of Water” by Ivan Chekhov
Cinematography: Ubaldo Terzano
Production Design: Riccardo Domenici
Music: Roberto Nicolosi
 
Cast: Michele Mercier (로지), Lydia Alfonsi (메리), Boris Karloff (고르카/너레이터), Mark Damon (블라디미르), Massimo Righi (피에트로), Susy Andersen (슈뎅카), Jacqueline Pierreux (헬렌 체스터), Milly Monti (하녀), Harriet White Medin (이웃집 할머니).

 

몸이 아파져서 금방 후속리뷰를 쓰지 못하고 모처럼 프린트로 보여주는 리바이벌도 이제 끝날 때가 되었지만, 어쨌건 이번 기회에 마리오 바바 리뷰를 두 서너 편이라도 올려야 되겠다는 심정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검은 안식일] 은 [킬 베이비 킬] 보다는 훨씬 지명도가 높은 작품이고 [검은 일요일/사탄의 마스크] 와 [피와 검은 레이스]와 더불어 바바의 대표작으로 흔히 거론되는 일편입니다만 재미있게도 [쓰리]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단편소설로부터 번안된 세 편의 전혀 다른 스타일과 내용과 서브장르의 호러 작품을 세 편 묶어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검은 일요일] 과 마찬가지로 음악이 완전히 다르고 세 단편을 연결하는 보리스 카를로프의 액자형 코멘터리 영상이 따로 촬영되어 삼입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세 에피소드의 순서가 뒤바뀐 영어판으로 재편집되어 (이탈리아어판에는 [세 가지의 공포에 찬 얼굴] 이라는 정확한 묘사이긴 하지만 멋대가리가 없는 원제가 달렸었죠) [검은 안식일] 이라는 사실 영화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록 밴드가 이 제목을 따서 자기 밴드 이름을 지었을 정도니까 ^ ^) 새 제목을 달고 공개되었습니다. 

 

영어판을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요번의 서울 아트시네마 공개판도 이탈리아어판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만) 과연 이 세 가지 이야기의 순서를 뒤바꾼다는 것이 어떻게 영화의 인상을 바꾸어 놓았을 것인지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만, 물론 보리스 카를로프 선생님의 독특한 점잖은 신사 영어 대사 굴리기를 음미할 수 없다는 점이 이탈리아판의 약점이긴 합니다 (이탈리아판에서 카를로프 선생님의 목소리 연기를 더빙한 분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카를로프 선생님은 그 비단결 같은 목소리와 일견 삵쾡이류의 맹수처럼 생긴 용모의 컴비네이션이 인상깊은 분인지라, 한쪽이 빠져서는 좀 그렇습니다.  따라서 오리지널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선생님께서는 이 한편에서는 최고한도의 실력 발휘를 하시고 계시다고는 보기 어렵겠지요).

 

세 가지의 스토리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내용과 스타일 모두 아주 판이하게 다릅니다.  [전화] 는 과거의 애인이었던 남자에게 끊임없이 스토킹을 당하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만 좀 재미가 없습니다.  상황적 서스펜스는 충분히 빼내고 있습니다만 왠지 인공적이고 마지 못해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시종 드는 에피소드입니다.  시각적으로는 빨간색의 전화에 카메라가 걸리는 멋있는 샷 하며, 탄력있는 리드미칼한 편집 등 [피와 검은 레이스]를 연상케 합니다만 의외로 최근 한국 호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 나중에 생각해보면 시시한 “반전”)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 로지와 여자 친구 메리의 관계가 레스비언 관계라는 건데요. 아마 미국판이 이 부분을 잘라내느라 얘기를 뒤집어서 (슬래셔 스릴러를 유령이 나오는 초자연적 호러로 탈바꿈시켰다고 합니다. 전 미국판을 안 봐서 확인은 못 했습니다만) 재편집을 한 모양입니다.

 

두번째 얘기 [부르달락] 은 자그마치 톨스토이의 단편 (!) 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만 한마디로 말해서 흡혈귀에 관한 얘기죠.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민화나 떠돌아다니는 유랑괴담에 잘 나오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돌아보는 순간… 으악!” 식의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킬 베이비 킬] 보다도 더 정통적인 고딕 호러의 맛도 나고 (러시아 농가의 묘사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르달락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모두가 기다리는 한 캐릭터가 부르달락이냐 아니냐를 두고—발흥되는 서스펜스도 [전화] 보다 더 강력합니다.  단 잠잠하고 중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이므로 (우욱 하고 빨려들어가는 줌렌즈의 사용을 제외하면) 특별히 미장센 상으로 놀래키는 부분은 적습니다.  그러나 으~  저 창문에 완벽한 구도로 나타나는 가족의 창백하게 괴물같은 얼굴들…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연기자들을  저렇게 실제로 몰아세우고 찍었을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광학적인 합성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러한 데서 카를로프 영감님이 연기하시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캐릭터가 아무 말도 없이 쏘아보는 투의 “정적인 호러” 의 진수를 맛볼 수 있죠.  이 [부르달락] 에피소드에는 아마도 로저 코어먼-에드가 앨런 포 작품을 맡았던 작곡가 레스 백스터가 썼음 직한 미국판 스코어가 잘 어울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없었어…” 라는 식으로 터덜 터덜 지옥문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결말도 그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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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검은 안식일] 에서 제일 무서운 에피소드라고 하면 단연히 [물 한방울] 이 되겠죠 (더 정확하게 제목을 전달하자면 [똑 똑 똑…] 이 되겠습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을 제시하는 분들이 없을 겁니다.  대사와 플롯이 거의 없는 이 에피소드는 정말 이탈리아 호러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옥 같은 일편인데요.  급사한 영매 노파의 시체를 간수하러 온 간호사가 노파의 손가락에 끼어있는 커다란 파란 보석 반지에 탐이 나서 슬쩍 훔쳐갑니다만 그 겨를에 엎지른 물컵에서 바닥으로 똑 똑 똑 하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이상하게 파리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남아 있습니다.  집에 돌아온 간호사분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이죠.  잠도 설치고 신경이 미칠 대로 곤두선 간호사앞에 세상에도 무서운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 단편의 신경을 거슬리면서도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색채의 촬영과 (창 밖에서 보랏빛, 붉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의 광휘가 저렇게 음흉하면서도 섹시하게 보이는 영화는 정말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일 겁니다) 관객의 머리채를 붙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서스펜스 편집의 숙달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아마도 똑바로 눈을 뜨고 보자면 조금 잘 만든 마네킹 정도의 정교함 밖에 없었을 “귀신” 의 모습을 그토록 무섭게 보이게 만든 바바 감독의 실력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섭긴 한데 멀쩡한 보통 고양이를 안고 나타나는 등 애교도 있습니다 ^ ^)

 

결론적으로 말하면 요즘 나오는 호러처럼 괜히 리얼한 척 하면서 찌질스럽게 구는 구석이 전혀 없이 어디까지나 고전적 장인스러운 태도로 무척 잘 만들어낸 호러영화 일편입니다.  물론 히치코크의 [사이코] 나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혼팅] 처럼 공개 당시와 비교해도 전혀 공력이 떨어지지 않은 걸작들과 비교하자면 약간 1963년이라는 오래된 제작 연도의 약점을 노정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물 한방울] 만 따로 떼어 넣고 보더라도 고전 호러의 명성이 결코 명불허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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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이탈리아판의 경우의 얘기입니다만 마지막에 붙은 “이건 다 영화니까 안심하세요” 라는 식의 개그는 [물 한방울] 이 너무나 무서우니까 관객분들 숨 좀 돌리고 집에 돌아들 가시라고 넣은 것 같기도 합니다.

 

사족 2: 평소에 제가 올리는 스크린샷과 먼가 좀 다르다라고 생각하신 분들 계신지 모르겠네요. 제가 한국에 있는 관계로 바바 디븨디의 스크린샷은 우리 바깥분께서 공수 (?) 해 주신 것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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