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1/2 

 

자본주의를 흡혈귀에 비유한 칼 마르크스가 본 영화에서 보여 지는 세상을 보았다면 아마 무지 재미있어 했을 것입니다. 그 세상에서는 피에 의해 경제가 돌아가고 있고 그러니 길가에서 노숙자는 돈을 구걸하기 보다는 ‘피 고프다고’하면서 구걸하는 하곤 합니다. 그리고 영화 속 거대 기업 경영자는 신선한 인간 피의 부족함을 해결하는 데 앞서서 그걸 이용해서 전처럼 계속 돈을 빨아 먹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본인이 말한 그 유명한 비유의 물화로써 마르크스는 그보다 더 적절한 광경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데이브레이커스]의 배경은 전 지구 인구 대부분이 뱀파이어로 변한 세상입니다. 원인 모를 이유로 한 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뱀파이어로 변해갔고 이는 일파만장으로 퍼져서 결국엔 지구촌 사회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야간 사회로 돌변했지요. 병이 어떻게 작용되는지는 설명이 잘 안 되지만 영화 속 뱀파이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특징들을 갖고 있습니다. 낮에는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가 타버리고 체온은 섭씨 20도 이하고 심장은 뛰지 않습니다. 뱀파이어 규칙들을 그냥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심장에 말뚝 박히면 폭사하는 거나 아니면 왜 그들이 거울에 비치지 않는 지 등에 대해선 설명이 별로 없지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SF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지켜보는 건 꽤 재미있습니다. 피만 먹기엔 재미없는지(하긴 평생을 빨간 단백질 셰이크로 보내는 건 정말 따분하겠지요) 그들은 커피도 마시는데, 지하철 커피점에서 피를 20% 섞어서 판매하고 A형, B형, O형, AB형 네 가지가 있습니다. 낮에는 잠자지 않는다면 실내에 그냥 방콕하거나 지하보도에서 걸어 다닐수 있고 자동차들은 주간 운전에 대비한 장치가 부착되어 있기도 합니다. 인적 없는 도로라 해도 신나게 달리다가 잘못해서 사고 나서 유리창 깨지면 참 많이 곤란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그런 질서가 확립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전 세계적으로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뱀파이어가 안 된 인간들을 잡아다가 피에 대한 수요를 지금까지는 잘 공급해 왔지만 이제는 남아 있는 인간이 얼마 안 되어 가니 2019년에서부터 벌써 위기감이 확산 되지요. 피 값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피에 굶주린 몇몇 뱀파이어들은 자신이나 혹은 다른 뱀파이어들의 피로 대신 충족하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그들은 흉측한 몰골의 배트맨 괴물인 ‘서브사이더’로 변해서 더 깊숙한 지하 세계 안으로 들어가 숨습니다.

 

  찰스 브롬슬리(샘 닐)이 운영하는 제약 회사 브롬슬리-마크스의 혈액부에서 일하는 에드워드 달튼(이든 호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혈액을 개발하려고 하는 과학자입니다. 별다른 획기적 성과가 없던 차에, 여느 뱀파이어들과 달리 인간의 피를 마시는 걸 꺼려하는 그에게 인간들이 은밀히 접근해 오고 오드리(클라우디아 카반)를 통해 그는 원래 뱀파이어였지만 다시 인간으로 변한 라이오넬(윌렘 데포)를 만나지요. 라이오넬을 통해 에드워드는 그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지만, 여느 회사나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고 따라서 브롬슬리의 명령 아래 에드워드의 동생 프랭키(마이클 도먼)가 이끄는 추격이 시작됩니다.

 

  이 중저예산 영화에서 호주 출신 감독인 스피어리그 형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칠 어두침침한 세상을 그럴듯하면서 매끈하게 꾸몄습니다. 다들 뱀파이어로 변했지만 전 세계는 의상이 약간 복고풍으로 간 가운데 평상시와 다름없는 현대 문명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고 가끔씩 TV 뉴스가 등장할 때마다 저는 낮에 가족들 야외소풍 나오기 좋은 날을 알려 줄 날씨예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햇빛만 닿지 않기만 하면 되니 그 옛날과 달리 눈 오거나 비오거나 흐린 날씨가 좋은 뉴스가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이렇게 배경을 재미있게 그려내는 가운데 좋은 배우들을 데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주 빤한 B급 액션으로 돌아갑니다. 뱀파이어와 자본주의를 연결시키는 발상은 신선하지 않을지언정 괜찮은 편이지만, 이야기와 캐릭터에선 부족한 면이 많은데 특히 중심 소재인 뱀파이어 치료의 경우는 너무나 쉽게 해결되지요. 마지막에 가서는 이야기를 잘 정리되지 않는 가운데 이를 액션으로 대충 땜질하고 그리하여 우린 누가 뱀파이어 영화들이 아니랄까봐 수많은 뱀파이어들과 그들의 송곳니가 덮쳐대는 걸 보게 됩니다. 물론 그에 따라 참 피도 많이 보고요. 부족하다면 모를까, 적어도 이는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딱 그 정도가 스피어리그 형제가 잡은 목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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